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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81화 (81/194)

< 저거 설마 >

태호가 막 엘린의 공중정원에서 ‘엘린’ 의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리얼포스에 접속해 있던 모든 유저들의 눈 앞에도 그 영상이 펼쳐졌다.

결계 사이에 봉인돼 있는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

[저를 구해주세요, 지상의 모험가여.]

그리고 보여지는 공중정원의 풍경!

[Lv. 350]

[창공 수호병]

잡몹 레벨이 350인 정신나간 난이도! 그리고 군데 군데 보이는 350정예, 그리고 400레벨도 흔치 않게 보였다.

육중한 성벽에 둘러쌓인 공중정원의 전체적인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다섯 개의 구역이 보였다.

그리고 영상은 거기서 끝.

이것은, 태호가 시발점이 되었기에 발동된 것이었다. 모든 유저가 이제, 엘린의 공중정원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리얼포스 최초의 레이드급 던전!

레어 던전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정신나간 난이도와, 하늘에 떠 있다는 특수성!

모든 유저들이 열광하기까지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드는 리얼포스에 대한 검색어로 도배가 되었다.

* * *

지이잉- 쾅!

사방에 설치된 마력석 대포가 터져나온다. 쏜살같이 날아오는 마력 덩어리는 기괴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태호는 쉽게 피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한 대 맞았다.

쾅!

‘짜릿하네.’

대미지를 막아내는 순수의 강철 망토의 방어막을 살펴보았다.

‘대략 25% 정도 깎인다 이거지?’

역시 레이드급 던전 다웠다. 현 태호의 생명력은 동급의 전사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상태. 방어력은 이미 유니크 세트인 어둠 기사단 세트를 입었다.

헌데도 한 대 맞으면 25%가 깎여 버리니, 파티플레이가 아니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애초에 공중정원 초입인 저 무인대포가 알려주고 있었다.

‘이거야 안 맞으면 되고.’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무인 마력석 대포는 접근하는 적을 포격한다.

이 대포는 공중정원 제1구역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정원이었다. 이 구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공중정원의 진면목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레이드급 던전은 크게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분이 한창일 때는 최종구역에 병력 다수가 몰려 있었지?’

중간보스는 한 구역마다 한 마리씩 네 개 구역에 네 명.

최종보스가 최종구역에 한 명.

던전의 기본형식은 소규모 공성전이라고 보면 편하다. 각 구역은 성의 구조를 띄고 있으며, 성벽을 수호하는 마력 대포와 내부의 방어건물, 그리고 병사와 중간보스를 해치우면 구역은 클리어.

태호는 지팡이를 뻗었다.

쐑- 쐑-!

강화된 중독이 꽂히며 마력대포들에게 적중했다. 대포이지만 일정 대미지 이상이 들어가면 파괴되어 기능을 상실한다.

‘폭사.’

폭사가 몇 번 이어지자, 마력 대포들이 무용지물이 됐다. 이 평이한 정원을 저벅 저벅 걸어가자, 곧 저 멀리 거대한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웬놈이냐!]

성 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호는 고개를 까닥였다. 이제 시작이다. 제1 구역으로 접어든 것이다.

태호가 한 걸음 더 다가서자, 재차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접근한다면, 포격을 시작하겠다. 마지막 경고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신에 마력석으로 만들어진 갑옷 같은 것을 입은, 기계전사 같은 느낌의 인간이었다.

[Lv. 400]

[정예]

[제1구역, 테르마]

정식 공략은 성벽에 대미지를 주어 부순 다음, 진입하며 다가오는 병사들을 해치우고 중간보스 테르마를 해치우는 것. 그렇게 하라는 듯, 성벽 위에는 생명력 게이지가 떠올라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대포 등에도 마찬가지다.

이 던전의 지형지물은 대부분 어떤 공격으로든 생명력을 깎을 수 있었다.

그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공략인원은 30~50인 정도면 적당하다. 팀을 나누어 선두를 번갈아 가며 막아내어, 피로도를 감소시켜야 했다.

보통은 구역 하나당 3시간 정도의 쉼 없는 전투를 필요로 하니, 역시 레이드급 던전다운 난이도였다.

태호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막시무스와 아르카네를 소환했다.

.

.

.

.

.

.

강민은 요즘 ‘언노운 찾기’ 에 심취해 있었다.

잊혀진 왕국이 릴리즈 된 이후, 랭킹이 공개되었다. 레벨이니 PVP니 다른 랭킹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아이템 수집 랭킹은 중요한 정보였다.

왜냐하면, 다른 장사꾼들의 아이디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랭킹을 염두해 두고 아이템을 분산시켜 두었다면야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럴 바보는 없다. 이름을 알릴 기회를 차 버리는 셈이니까.

강민은 당연히 자신이 랭킹1위일 것이란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헌데 이게 웬 걸?

2위.

그것도 랭킹업데이트 이후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었던 것!

1위는 베일에 뒤덮힌 언노운이었는데, 강민은 대체 언노운이 어디 있으며 누구인지 알고 싶어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을 풀어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알아 보고 있었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즉.

정보가 없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정보가 있어야 했다. 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과거에는 어떤 게임에서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 정도라도.

“끄응...”

강민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 무렵이었다.

[엘린의 공중정원, 제1구역이 공략되었습니다.]

“......?”

강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 앞에 뜬 메시지를 재차 확인했다.

“월드 메시지잖아?”

이는 이 게임에 접속한 모든 유저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다.

월드 메시지가 뜨는 것은 처음 보았다. 분명히 월드 메시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뜬 것은 처음이었다.

강민은 엘린의 공중정원의 동영상을 몇 시간 전 보았다. 그것도 모든 유저들이 보았을 것이다.

헌데.

그것의 1구역을 누군가가 클리어했다는 월드 메시지가 벌써 떠오른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거기로 올라갔구나!’

경매장을 후다닥 뛰쳐나가 하늘 저 편을 보았다.

이 곳은 북부의 초보마을, 알바롱.

그 곳의 저 먼 하늘을 날아가는 공중정원의 한 귀퉁이에서, 퍼어엉-! 하는 소리가 아주 미약하게 퍼지더니 하늘로 자욱한 연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세상이 넓다.’

누군진 몰라도, 저 곳에 올라가서 클리어할 팀 목록이 강민의 머릿속에 속속 들어찼다.

‘노블레스?’

가장 의심되는 것은 역시 노블레스였다. 강민은 우선 리얼포스의 랭커들이 개인방송을 여는 모든 플랫폼을 띄우고, 공중정원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

없다.

저곳을 공략하는 것은 리얼포스가 등장한 이래, 가장 핫 이슈가 분명할진대 아무도 방송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니힐럼?’

니힐럼은 지금은 숨죽인 채 성장에 몰두하고 있지만, 전적이 매우 화려한 프로들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게임을 거치며 탄탄한 팬층을 쌓아 왔고, 그만큼의 실력도 입증했다. 아마 다음 확장팩 정도 되면 그들의 세상이 올 지도.

그 외, 강민은 여러 길드들을 생각했지만 그들은 전부 다 연관이 없는 듯 싶었다.

“언노운?” 그럼, 저것도 언노운이 하는 짓인가? 언노운도 세력이 있다는 말인가?

강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얼마나 경매질을 하고 있었을까?

채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엘린의 공중정원, 제2구역이 공략되었습니다.]

다시금 떠오른 월드메시지.

강민이 다시 경매장을 뛰쳐 나갔다. 어느새 공중정원은 알바롱의 상공으로 진입해 오고 있었다.

“와... 대체 뭐야?”

강민이 새삼 놀라고 있을 무렵이었다.

“응?”

문득 저 창공 높은 곳에서 뭔가가 무더기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떨어지는 것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민은 그것이 인간처럼 생긴 몬스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Lv. 350]

[마력기계 수호병]

수호병들이 무더기로 떨어져 내리며 바닥에 떨어져 즉사했다. 자세히 보니, 기계 같은 것으로 만들어 진 몬스터 같았다.

“......”

강민은 떨어져 즉사한 놈들이 토해낸 아이템들을 빤히 보다가, 후다닥 인벤토리에 챙겨 넣으며 새삼 경악했다.

“저거... 설마 다 낙사시켜서 죽이고 있는 건가?”

* * *

태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Lv. 400]

[정예]

[제3구역, 아란다르]

3구역의 중간보스 아란다르는 당황했다.

저 미친 놈이 지상에서 온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정신이 홰까닥 해 버린 사이코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이런 미친 놈!]

“꼬우면 덤벼!”

태호는 그들이 덤비지 않자, 최대사거리를 유지한 채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컥!]

[크억!]

레벨은 그들보다 낮은 편이다만, 태호의 상태이상은 이미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바로, 가이아의 수호 때문이었다.

또한, 마법방어력을 무효하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방어막을 둘러도 마법은 죄다 직격한다.

게다가 이 곳이 공중 정원이기 때문에, 지금의 태호는 성벽 한쪽을 완벽히 부수어 버린 뒤 천길 낭떠러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농성 중이었다.

“덤벼!”

그런 놈이 부담스러워 원거리 마력포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만, 그 많은 마력포는 삽시간에 놈의 마법에 무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미친... 어떻게 이런 힘을...?]

본래 이 레이드 던전의 마력 대포는 레이드 인원 30명이 집중 점사(한 대상에게 집중공격하는 것)해 하나 하나 부수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놈들의 공격을 버티며 대포를 부수는 것이 주된 공략 포인트였는데, 태호는 유령 표범에 올라탄 뒤 쿨타임 0초인 ‘강화된 중독’을 난사하며 싹 다 부수어 버린 것.

그 뒤에, 낭떠러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차근차근 사냥을 하다 놈들이 틈을 보이면 귀신같이 광역기를 쳐 적들을 줄여 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쪽에도 원거리 공격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원거리 포격병들이다.

그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포격하라!]

“이크!”

태호는 포격명령이 떨어지자, 밤의 발걸음을 이용해 부리나케 도망쳤다. 그런 태호를 따라가던 병사들이 지뢰를 하나 둘 밟기 시작했다.

[어억! 억!] 쿵! 쿠쿠궁!

태호가 온 사방에 깔아 둔 마력지뢰가 도사리다가, 밟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며 감속을 걸면.

냉큼 뒤 돈 태호가 또 광역기를 쏘아내 사방을 다져 버린다. 그렇게 혼란한 상황에, 또 냉큼 달려온 태호는 원거리 포격병을 죄다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절벽 끝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아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문제는 있다.

[Lv. 350]

[마력기계 수호병]

저 수호병들은 마법 공격이 아예 안 통한다. 상태이상은 걸리나, 대미지 자체는 아예 안 들어갔다. 죽이기 위해선 순수한 물리 공격으로 잡아야 하는데 태호에겐 그것이 부족하니, 이 선택을 한 것이다.

두두두두두!

마력기계 수호병이 마치 전차처럼 달려오면, 소악마나 다름없는 아르카네가 움직였다.

휘리릭!

어둠의 망토가 놈들을 한곳으로 몰아, 절벽 앞에 세우는 것. 그러면 어둠의 기사들과 막시무스가 합세해 저 아래로 밀어 버리는 것이다.

[어, 어어...]

제3구역의 중간보스, 아란다르는 솔직히 적잖게 당황했다.

공중정원이 단 하나의 인간에게 이리도 손쉽게 뚫리기 시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

태호는 한 무더기의 수호병들을 저 아래로 던져 버리며 생각했다.

“아이템이 아깝긴 하네.”

그래도 경험치는 충실히 차오르고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태호는 씩 웃었다.

[이, 이노오옴!]

중간보스 아란다르가 무섭게 포효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력검을 쥔 채 태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얼씨구.”

강민은 연이어 떨어지는 기계 병사들의 아이템들을 챙기다가, 다시금 떠오른 월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엘린의 공중정원, 제3구역이 공략되었습니다.]

“......”

< 저거 설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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