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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82화 (82/194)

< 설마 혼자서 잡았을 리는 없고. >

계획대로 되고 있다.

솔로플레이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태호는 제3구역의 중간보스를 쓰러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자신의 수준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지금 태호는, 최상급 유저들 50명이 모인 레이드 파티보다 강했다.

그들 50명이 일심동체로 움직여야 태호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구역에서 등장할 레이드 보스는 이 중간보스들을 모조리 합친 것 보다 강할 터. 놈과도 맞붙어 봐야 알 테지만, 지금까지는 매우 순조로웠다.

우선 태호는 드랍된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레이드 던전 답게, 최소가 레어였다.

중간 중간 유니크도 떨어지고 중간보스급들은 레전더리를 떨구고 있었다.

또한 재료 아이템의 드랍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등급 : 7급]

[종류 : 재료]

[이름 : 마력의 결정체]

[고대 마도시대의 부산물.]

마력의 결정체는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었다. 벌써 마력의 결정체가 800개가 모였다.

[등급 : 7급]

[종류 : 재료]

[이름 : 응축된 고대 마력의 정수]

[고대 마력의 정수가 농축된 재료 아이템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아이템도 떨어지고 있었다.

태호는 이 아이템의 용도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업그레이드 아이템이네.’

지금은 쓸모가 없지만, 향후 등장할 2차 확장팩 이후 아이템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아이템들이었다.

그 외.

재료 아이템은 셀 수도 없이 많이 떨어졌다.

[등급 : 8급][유니크]

[종류 : 스킬북]

[이름 : 마력응집포]

[옵션 : 마력을 모아 쏘아내, 강렬한 대미지를 줍니다.]

[등급 : 8급][유니크]

[종류 : 스킬북]

[이름 : 마법면역]

[옵션 : 일시적으로 마법 면역 방어막을 만들어냅니다.]

스킬북도 제법 잘 떨어진다. 레이드급 던전 답게, 드랍 됐다 하면 최소 고등급 레어에서 유니크였다.

‘마법면역은 쓸만해.’

태호는 두 권 떨어진 마법면역 중 하나를 막시무스에게 익혀 주었다.

[당신의 펫 ‘강철의 기사 막시무스’ 가 ‘마법면역’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자신이 배웠다.

[스킬 ‘마법면역’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레전더리인데.

[등급 : 8급][레전더리]

[종류 : 방어구(손)]

[이름 : 창공의 장갑]

[옵션 : 방어력 1000]

[특수옵션]

[민첩 +5]

[민첩 +4]

[공격속도 증가 10%]

[공격속도 증가 10%]

[세트 옵션이 존재합니다.*비활성화*] [세트옵션 : ‘마력포 난사’를 발동하여 사방의 적들에게 물리/마법 공격력에 비례한 무차별 난사를 가한다.]

‘창공 세트...’

다른 방어구들과 세트옵션을 만드는 ‘창공 세트’ 였다. 엘린의 공중정원에서 중간보스들이 떨구는 것들은 창공 세트를 비롯한 각종 유니크들이었다.

즉, 창공세트 한 부위는 확정드랍이라는 뜻. 던전을 모조리 클리어하게 된다면 5피스짜리 창공세트를, 그리고 두 개의 에픽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본다.’

태호는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과거 공중정원에서 드랍되던 아이템들은, 이런 세트 아이템이 아니었다.

각각 독립된 ‘무기’ 레전더리들로서, 굉장한 고가에 판매되던 물건들이었다.

‘아.’

그렇다.

엘린의 공중정원은 공략당하는 시기에 따라 드랍되는 아이템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레전더리 세트라니.’

태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이건 무조건 이득이었다. 우선, 전신 에픽파밍이 되기 전 까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나중에라도 막시무스에게 입혀 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태호는 현재 모인 창공세트를 살폈다.

[창공의 투구]

[창공의 장갑]

[창공의 상갑]

세 부위.

바보가 아닌 이상, 다섯 구역에서 한 부위씩 떨어져 5부위 세트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공략은 파죽지세로 이어져 갔다.

4구역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분명히 태호는 다른 던전들보다 힘들게 클리어해 나가고 있는 것은 맞았다.

“......”

헌데.

그게 그토록 엄청나고 힘들지는 않았다.

[크어어억!]

4구역, 멘코가 쓰러질 무렵 태호는 그 위화감에 대해 깨달았다.

‘약해.’

이 놈들, 상상했던 과거의 기억보다 현저히 약했다. 약 50여명이 체계적으로 합을 맞춰 공략해야 했던 패턴들은 태호의 공격 몇 번에 파훼가 가능했고, 마법방어 무시를 달고 나오는 태호의 공격은 지극히 효율적으로 작렬했다.

‘그렇구나.’

이제야 태호는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난 지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하다.’

레이드급 던전을 솔로 플레이로 클리어 해 나간다. 그간 쌓아 온 업적, 에픽 아이템, 스킬북, 신들과의 교섭들이 합쳐져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이 정도로도 대장군급은 제대로 상대할 수 없음이 자명했다.

오만은 곧 실패로 이어진다.

실패는 어쩌면, 파멸하는 미래로 이어진다.

태호는 천천히 제4구역을 클리어한 뒤, 아이템을 수거하며 최종지역으로 가는 길목에 섰다.

.

.

.

.

.

.

[엘린의 공중정원, 제5구역이 공략되었습니다.]

[엘린의 공중정원이 완전공략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초의 레이드급 던전 클리어 특전이 이어집니다.]

[지상의 모험가들에게, 올 스텟 10의 ‘엘린의 축복’이 내려 일주일 동안 지속됩니다!]

[지상의 모든 모험가들에게 경험치 50% 보너스 축복이 일주일 동안 지속됩니다!]

리얼포스의 모든 유저들이 경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격적인 특전은 둘째 치더라도, 그 문구에 눈이 가는 것이 당연지사였기 때문이다.

“최초의 레이드급 던전이라고...?”

노블레스의 길드마스터, 마르코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 월드메시지를 확인했다.

“근데... 그런 게 나온지 10시간만에 클리어된 거야?”

어이가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들은 레어 던전을 클리어하는 PPV에서 8시간만에 던전 클리어를 해 낸 바 있었다. 헌데, 모르긴 몰라도 그것보다 난이도가 다섯 배 이상은 어려울 것이란 확신이 드는 레이드급 던전이 10시간만에 클리어됐다.

[누구야? 정보 아는 사람 있어? 저기 누가 올라간 거야?] [대장, 영상 하나 풀린 것도 없어. 아무도 모른대. 무라사메 쪽에도 물어봤는데, 지들 아니래. 실제로 걔들은 아니야.]

[언노운인가?]

[설마 혼자서 잡았을 리는 없고.]

마르코는 그렇게 말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길드채팅이 왁자지껄해졌다. 비단 노블레스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엘린의 공중정원을 목표로 삼던 대형 길드들이 모두 다 잠시 넋을 놓은 채 월드메시지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누구인가? 최초의 레이드급 던전을 10시간만에 주파해 버린 사람이.

국내, 해외를 비롯한 모든 포털에서 그 정체에 대해 저마다의 추측을 내놓았다. 오죽하면, 공중파 TV에서도 그 뉴스가 전파를 탔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상현실게임, 리얼포스에 등장한 첫 레이드급 던전이 10시간만에 클리어돼...]

이쯤 되면, 세간의 대부분의 관심이 리얼포스에 쏠려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인터넷 포털 뉴스기사들도 도배가 되고, 저마다 개인방송으로 ‘누군가’ 의 정체에 대해 떠들어댔다.

[언노운 아니에요?]

[언노운일 듯.]

정체가 언노운이라는 것은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언노운이라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문제는 언노운이 가진 세력이었다. 현 랭커들 중, 언노운의 세력에 소속된 랭커들은 누구일까?

언노운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리얼포스를 통째로 접수하고자 하는 건가?

기타 등등의 소식들은 비단 유저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언노운이 레이드급 던전을 최초클리어 했답니다.”

대형 기업들의 홍보팀에도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대체 언노운이 누구인지, 정체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점 하나는 있다.

언노운을 잡으면, 로또는 비교도 안 되는 초 대박이 터진다는 것!

돈을 얼마를 줘서라도 언노운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스폰서들의 입장이었다.

* * *

[위업 달성]

[위업 : 최초의 레이드 던전]

[리얼 포스 최초의 레이드급 던전 클리어!]

[보상 : 주력스텟 +5]

위업이 떠올랐다.

하나가 아니었다.

[위업 달성]

[위업 : 불가능한 업적 달성!]

[최초로 리얼 포스의 레이드급 던전 '엘린의 공중정원' 을 솔로 플레이로 클리어!]

[보상 : ‘창공의 심장’]

두 가지의 위업이 떠오르며 공략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창공의 심장이라는 아이템이 들어왔는데, 이건 태호가 전혀 알지 못 하던 아이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등장할 일이 없었을 거다.

이 정신나간 레이드 던전을 솔로 플레이로 클리어하는 위업은, 과거에는 솔직히 불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후.”

태호는 털썩 주저앉았다.

눈 앞에는 쓰러진 최종보스가 보였다.

‘확실히 고전했네.’

최종보스는 지난 네 명의 중간보스들을 모조리 합친 것 보다 강했다. 또한, 마법 무효화 장막과 광역공격 패턴을 모두 갖추고 있어 난해한 적이었다.

결국 태호는 족히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끝에, 패턴을 충족시키고 조금씩 대미지를 넣어 잡아 내야 했던 것이다.

[후... 고생했다 나의 주군.]

“너도.”

태호는 씩 웃으며 막시무스와 주먹을 맞부딪혔다.

사방에 펼쳐지는 바닥 장판을 밟아 놈의 무효화 장막을 없애고, 약3초에 달하는 시간 동안만 대미지를 넣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일정량 이상 생명력이 떨어지면 광폭화 상태이상에 걸려, 한 방 맞으면 바로 골로 간다.

명령대로 움직이는 막시무스와 아르카네, 그리고 4인의 어둠 기사단이 패턴 파훼에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이로서 태호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솔로 플레이가 가능해.'

패턴을 파훼하는 다양한 장치들은, 태호의 명령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해결해 줄 터. “흠... 괜찮으려나.”

태호는 그 과정에서 한 대 맞고 정령계로 강제귀환당한 아르카네를 떠올렸다.

[어둠의 정령, 아르카네가 재소환되기까지 11 : 23 : 59초 남았습니다.]

“어쩌지.”

태호는 머리를 움켜쥔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다음에 소녀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야 할 듯 싶다.

돌아와서.

일단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었으니,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아마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 ‘대체 누가?’ 에 대해 고민할 것다.

이 다음으로 태호가 할 행보는 예견돼 있던 ‘거대한 이벤트’ 의 주최이다.

그 이벤트 주최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이슈거리가 필요했다. 굳이 동영상을 찍어, 솔로 플레이를 공개하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론 피곤해지겠어.’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놈이 떨군 아이템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씩 웃을 수 있었다.

“좋아.”

엘린의 장갑, 찬란한 은총의 팔찌.

본래 이 두 개의 에픽아이템을 이 레이드 던전에서 얻을 수 있었다.

개중, 보스가 떨군 것은 장착귀속의 찬란한 은총의 팔찌였다.

[등급 : 에픽]

[종류 : 장신구(팔찌, 캐릭터에 장착귀속됨)]

[이름 : 찬란한 은총의 팔찌]

[하늘을 떠도는 공중정원... 그런 개인 비행선이 하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아아, 그런데 거기 다시 가고 싶지는 않아요. 거기 주인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걸요?-초보 학자, 카실론]

[옵션 : 원하는 세트 아이템을 팔찌에 각인시켜, 그 모든 옵션과 세트옵션을 사용합니다. 각인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으며, 각인이 해제될 시 기존의 세트 아이템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단 1개 세트만 각인가능, 에픽 세트는 사용불가)]

‘좋아.’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는, 팔찌 한 부위에 ‘세트 아이템’ 의 모든 옵션을 때려넣어 사용할 수 있었다. 즉, ‘어둠 기사단 세트’를 각인시킨다면 특수옵션인 스텟들과 방어력이 합쳐진 결과물을 팔찌 하나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트옵션도 발동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장착귀속 다운 사기옵션이었다.

그 외, 이 놈에게 마지막으로 ‘창공 세트’ 의 하갑이 드랍되었다.

이로서 태호는 ‘창공 세트’ 5개를 모두 모을 수 있었다.

창공 세트 말고도 여러 스킬북, 유니크, 재료 아이템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인벤토리 창에 하나 하나 쑤셔 넣던 태호가 일어서서 저 편을 바라보았다.

제 5 구역.

마지막 구역에 봉인돼 있는 엘린이 보였다.

태호는 그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에픽 아이템에 대해서도.

태호는 몸을 일으키며 봉인돼 있는 엘린에게 걸어갔다.

< 설마 혼자서 잡았을 리는 없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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