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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90화 (90/194)

< 균형의 수호자Ⅱ >

케노스 공략의 핵심은 환술의 파훼, 그리고 마법 캐스팅 방해다.

‘얼마나 먹힐까?’

그간 모아 온 에픽 아이템과 신의 가호들. 그것이 대장군들을 상대로 얼마나 먹힐까?

타타타타탓!

유령표범이 힘차게 달리며 저 편, 케노스에게 가까워진다. 태호는 ‘어둠의 추적자’를 발동해 놈들의 힘의 크기를 살펴보았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혼돈의 힘이 두 개.

‘하나는 신노스고, 다른 하나는 케노스.’

두 놈이 거의 비등하다.

‘동행한 장군급은 총 셋.’

그 외, 세 놈의 작은 점이 보였다. 이 크기는 무척 익숙하다.

‘키탄카보다 조금 더 약하다.’

대강 견적은 나왔다.

‘장군급은 단숨에 끝내자.’

지금의 태호는 가능하다. 이미 키탄카와 맞붙을 때 시험해 보았다.

장군급이라도, 온전한 힘을 갖추고 나오는 놈들은 솔직히 힘에 겹다. 허나, 키탄카 정도로 격하된 힘을 가졌다면 세놈 다 단숨에 끝내는 것이 가능했다.

태호는 달리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지상탈 것을 소환한 채 따라오는 유저의 무리가 새카맣게 밀려오고 있었다.

‘4차 전직자가 생각보다 많네.’

어림잡아, 수천명은 돼 보였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이 오고갔다.

‘과거 케노스를 잡았던 파티는 800레벨대 100명.’

아무래도 800레벨대 유저 하나라면, 지금 200레벨대 유저를 족히 인당 백 이상을 상대할 수 있을 터다. 확장팩이 추가로 열리며 아이템의 파밍 상태가 차원이 달라지고, 스킬북이나 아이템 업그레이드도 차원이 달라진다. 전직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한 일.

즉.

숫자로 치면 대충 케노스를 상대할 수 있을 법 해도, 현저히 부족한 것이 현실.

‘중요한건 내게 달렸군.’

케노스의 패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광역 환술’을 해제하는 것.

그 다음이 바로, ‘마법 캐스팅 캔슬’ 이다. 환술 해제는 방법만 알면 생각보다 빠르게 해제가 가능하지만, 마법 캐스팅 캔슬은 충분한 대미지를 놈에게 주어야 했다.

케노스는 제법 긴 마법을 캐스팅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 캐스팅이 끝나면 하늘에서 메테오 스웜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 레벨대 유저들은 아무리 4차전직을 했다 쳐도 한 방이면 무조건 즉사다.

‘대미지가 관건이겠어.’

뿐만 아니라 무작위로 적들에게 난사하는 자잘한 마법들이 있는데, 이건 순순히 유저들의 능력으로 막아내거나 피해내야 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태호의 몫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실패하면 끝장이다.’

유저들이 또 다시 이렇게 모이리란 보장도 없고, 오늘 실패한다면 내일은 기약하기가 힘들어진다. 놈들이 도망치거나, 모종의 일들로 힘을 더 회복한다면 끝장이다.

태호는 힘차게 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저 편, 케노스와 한없이 근접해져 간다.

[혼돈의 대장군]

[케노스]

태호가 확성기를 가져다 댄 채 소리쳤다.

[케노스 공략의 핵심은 환술 해제입니다. 놈은 광역 환술을 걸며, 환술을 풀지 못 하면 그 순간부터 전력이 대폭 약해질 겁니다. 지금부터 환술 해지법을 알려 드릴 테니, 잘 숙지해 주세요!]

환술 해지법, 그리고 공략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무리의 선두에서 달려와 태호의 앞에 선 유저 하나가 고개를 숙이며 물어왔다.

“잡다한 마법공격은 자체적으로 피하거나 막아 무마하고, 환술은 해제하고, 마법 캐스팅 때 극딜. 맞습니까?”

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노블레스의 마르코입니다.”

마르코였다.

[파티 신청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우선 버프를 받으셔야 하니, 저희 파티로 들어오시죠.”

태호는 가볍게 그 신청을 받았다.

“포지션을 어떻게 잡으실 겁니까?”

“저는 혼자 움직여야 할 듯 한데.”

“그럴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지휘는 거의 불가할 겁니다만... 저희와 대형 길드 몇 개에서 대충 합의를 봤습니다.”

곧, 뒤이어 태호에게 달려온 유저 세 명이 보였다.

무라사메, 다이스, 탄트라. 현재 참전한 대형 길드 네 개의 길드마스터들이었다. 그들의 인원이 도합 삼사백 정도.

무라사메의 길드마스터, 우신이 입을 열었다. 직업은 궁사로 보였다.

“그쪽이 언노운이군요. 소문의 언노운을 직접 보다니, 영광입니다.”

다이스의 길드마스터는, 다이스다. 그를 레벨 랭킹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다이스는 유능한 바람 마법사로, 향후에도 이름을 날리는 랭커가 된다.

“관건이 마법 캐스팅중 극딜 같은데, 딜량은 충분할까요?”

태호는 고개를 고개를 저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끊어 보는 것이 낫겠죠.”

탄트라는 PVP로 이름 높은 길드였다.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투쟁의 평야’ 이며, 길드마스터는 레이븐이다.

어찌됐건 그들 모두 미래에도 자주 보게 될 랭커들이며, 그들의 길드는 향후 기업화 되어 운영된다. 태호는 그들 하나 하나를 머리에 새겨 두며 고개를 까닥였다.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대충 합의를 봤습니다. 대형 길드에 합류하지 않은 유저들을 통솔해 움직일 겁니다.”

“우선, 부딪혀 보죠. 갑시다.”

네 유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의 길로 흩어졌다. 곧, 태호의 몸에 버프들이 깃들었다. 저 편의 버퍼가 태호에게 버프를 걸고 있었다.

[광휘의 축복]

[: 올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헤이스트]

[: 이동속도가 20% 증가합니다.]

[매서커]

[: 공격속도가 20% 증가합니다.]

[마법의 신묘함]

[: 마법 공격력이 300 증가합니다.]

버프들이 깃들고, 태호는 몸을 돌렸다. 우선, 케노스가 아닌 이상에야 크게 별 볼 일 있는 놈들이 아니다.

타타타타타탁!

유령표범이 질주했다.

‘자연화.’

은신효과가 시작되며, 태호의 몸이 비호처럼 움직였다. 울크랜드를 가로지르며, 쏜살같이 케노스와 장군들 그리고 놈의 수하들에게 닿았다.

케노스는 이 상황이 어찌 된 일인지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장군들과 수하들 역시 당황한 듯 움직임이 빠릿하지 않아 보였다.

‘지금이 기회다.’

태호는 아르카네를 소환했다.

[나 불렀어?]

아르카네 뒤로 근엄한 얼굴의 아카드가 보였다. 어둠의 정령왕인 그는, 딸이 강제 소환된 것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아 보였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안색을 굳혔다.

[저건... 케노스?]

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것이 어찌 지금...]

“운명이 뒤틀려도 한참 뒤틀렸기 때문이겠죠. 저 쪽에 신노스도 있습니다.”

[허어...]

“나중에 뵙죠.”

태호는 아르카네를 번쩍 들어 유령표범 위에 앉힌 뒤 재차 달려갔다.

[지금 뭐해야 해?]

아르카네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태호를 올려다보았다. 태호는 문득 소녀를 내려다 보다, 씩 웃었다.

“응.”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애들 있지?”

[응.]

“다 조져야 해.” [그래?]

“응. 못 조지면, 다 끝장이거든.”

[끝장나? 아주 끝장이야?]

아르카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으흥흥, 하며 웃었다. 소녀의 웃음은 약간은 소악마 같기도 하고, 순수한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그럼 내가 잘 해야겠네? 아주 힘써야겠네?]

“응, 그렇지.”

태호와 유령표범이 어느새 놈들의 지척까지 닿았다. 아르카네는 으흥흥, 웃으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촤아아아악-!

일순간.

온 사방에 시커먼 망토가 펼쳐졌다. 그 망토는 사방을 싸악 쓸 듯이 사방을 휩쓸어, 한 곳으로 적들을 몰아 넣었다.

[뭐, 뭐지?]

[갑자기 웬 놈이냐!]

아직 사태파악이 정확히 되지 않은 놈들이 소리쳤다.

태호는 전신에서 마력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어둠의 땅.’

어둠의 땅이 깔리며, 중첩이 불가하던 상태이상이 모두 3중첩씩 걸리게 됐다.

이내 놈들에게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폭탄.’

어둠의 폭탄이 뭉쳐있는 놈들 중 하나에게 작렬하고.

‘냉혹한 정의.’

냉혹한 정의가 개중 하나에게 흑마도사의 모든 상태이상을 단숨에 걸었다.

‘대규모 범위 중독.’

강화된 중독이 대규모 범위로 쏟아져 내린다.

‘대규모 범위 절망, 시력상실, 어둠의 비.’

이렇게 모든 중첩이 2중첩.

태호는 그 상태로 지팡이를 겨누며 중얼거렸다.

‘지옥의 어둠불꽃.’

콰아아아아-!

지팡이에서 쏘아져 나간 것은, 검붉은 어둠불꽃이었다. 온 사방을 일그러트리듯 쏘아져 나간 어둠불꽃이 모여 있는 놈 중 하나에게 작렬했다.

[볼카노스의 힘]

[등급 : ???급]

[쿨타임 : 600초][숙련도 : 0][소모마력 : 1000]

[스킬명 : 지옥의 어둠불꽃]

[상대에게 지옥의 어둠불꽃을 선사해, 죽음에 이를 때 까지 지속 대미지를 준다. 지옥의 어둠불꽃이 가해졌을 때, 상대에게 흑마도사가 지닌 모든 상태이상 기술이 동시에 가해진다. 지옥의 어둠불꽃은 폭사나 범위 폭사를 가해도 해제되지 않으며 그 어떤 상태이상 해

제 스킬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둠불꽃은, 흑마도사의 모든 상태이상을 단숨에 건다. 그대로 ‘고통의 연쇄’ 효과로 온 사방에 전이가 된다.

이로서 ‘어둠의 망토’ 에 휘감긴 모든 적에게 모든 상태이상이 3중첩으로 쌓였다.

콰아아아아아-!

놈들의 머리 위로 무시무시한 대미지가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었다.

[어, 어어어! 크아아아앗!]

놈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화된 중독이 3중첩으로 쌓였으니, 그 대미지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태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목을 뻗어냈다.

쏴아아아-!

[팔찌에 각인된 ‘창공 세트’ 의 세트옵션을 사용합니다.] [세트옵션 : ‘마력포 난사’]

손목에서 섬뜩한 에너지가 모여들더니, 그대로 수십 갈래의 마력포가 뿜어져 나와 놈들에게 쇄도했다.

이는 태호의 마법 공격력에 비례한 무차별 난사를 가하는데, 지금의 태호가 가진 마법 공격력이라면 충분히 유효한 대미지를 줄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아르카네는 기다렸다는 듯, 어둠의 장막과 종소리를 울렸다.

데-엥!

장막으로 결계가 생겨 놈들을 속박하고, 종소리가 석화 상태이상까지 걸어냈다.

[어억!]

그대로.

‘대규모 범위 폭사.’

그 놈들에게 폭사가 가해졌다.

콰콰콰쾅!

콰과광! 쾅!

무시무시한 폭사 대미지와, 어둠의 폭탄 대미지. 거기에 어둠불꽃이 가하는 지속 대미지가 이어지고 있었다.

방금의 공격으로, 태호는 눈 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균형 파괴자를 처치하였습니다.]

[장군(5/25)]

[1차 조건 충족.]

[‘균형의 수호자’가 업그레이드 됩니다.]

[패시브 : 균형의 수호자Ⅱ]

[설명 : 최초로 균형을 파괴하는 혼돈의 존재를 사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스킬. 일정 범위 안의 균형을 탐지합니다.]

[균형의 수호자에게 사냥당한 ‘균형 파괴자’ 들은, 혼돈의 권좌로 돌아가지 못 하고 완전히 소멸합니다.]

[대장군(0/5)]

[장군(5/25)]

[1차 업그레이드]

[‘사냥한 균형 파괴자들의 능력 일부를 흡수하였습니다. 또한, 균형의 수호자는 앞으로 균형 파괴자를 상대할 때 20% 더욱 강력해집니다.’]

[앞으로 ‘5’ 인의 균형 파괴자를 사냥하면 2단계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째깍- 째깍-

태호의 귓가에 시계태엽 소리가 들려왔다.

[‘극한의 몸놀림’을 획득했습니다.]

[‘쇄도하는 마력’을 획득했습니다.]

[올 스텟이 50 상승했습니다.]

꿀꺽!

균형의 수호자가 1단계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것이다. 동시에 태호의 온 몸에 무시무시한 힘이 깃들었다.

메시지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균형 파괴자를 처치하였습니다.]

[장군(6/25)]

그리고.

[장군(7/25)]

[앞으로 ‘3’ 의 균형 파괴자를 사냥하면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두 놈의 장군이 더 죽었다.

태호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업그레이드는 큰 도움이 되었다. 뭔가 크게 이득이 될 만 한 것들을 얻으리란 생각은 했지만, 그게 뭔지는 솔직히 가늠이 잘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킬의 업그레이드 목록 자체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바꿔 말 하면.

‘이 정도씩은 강해져야 판타로스를 상대할 만 하다, 이거냐?’

좋다.

누구든 상대해 주겠다. [그것은... 설마... 수호자의 힘인가...!]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쯤이었다. 케노스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깨달은 태호가 그 곳을 쳐다보았다.

콰아아아아-!

어느새 날아들고 있는 것은 수십 개의 불덩어리였다. 메테오 스웜은 아니었지만, 케노스가 기본적으로 난사하는 스킬 ‘불덩이 작렬’ 이다.

한 대 맞으면, 지금의 태호라도 목숨을 보전할 보장이 없다.

다급히 피하려던 그 때였다.

[극한의 몸놀림이 발동중입니다.]

“......어?”

메시지와 함께 태호의 몸이 그야말로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균형의 수호자Ⅱ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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