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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00화 (100/194)

< 도망쳐 버린다. >

헌데.

가만 보니, 이 놈 뭔가 이상하다.

“크앗... 크으으으...”

마치 진짜 고통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새끼 왜 이래?’

태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놈을 지켜보았다. 마치 실제로 고통을 느끼는 듯, 몸부림치는 놈이 기묘했다.

-세계의 일부가 되어 가겠지.

그 과정 중 하나인가?

‘거 참.’

태호는 놈의 멱살을 쥐었다. 지팡이로 놈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겨눈 채였다.

“아프지?”

일부러 세게 나가 본다.

태호의 물음에 씨드가 이를 딱딱딱 맞부딪혔다.

“난 이대로 너를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고통을 무한히 유지시켜 줄 수도 있어.”

이건 애초에 글르긴 했지만, 다음엔 어둠불꽃을 걸지 않고 중독만 걸기로 마음속 다짐을 했다.

“으... 으으으...”

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태호는 고개를 까닥이며 천천히 물었다.

“로만 어디 있어?”

놈이 고개를 저었다. 굳게 다문 입이 비밀을 말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최상급 머더러 헌터 로 놈이 가진 아이템 목록을 확인해 본다.

[에픽 : 혼돈의 차원문]

[에픽 : 절망의 소용돌이]

두 개의 에픽아이템을 보유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둘 다 개방을 했나보군.’

차원문이란 것은, 아무래도 저 아래에 만들어져 구울과 좀비를 쏟아내는 게이트를 만든 원흉인 듯 하다.

절망의 소용돌이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둘 다 사용하는 듯 했다.

“큭, 크크큭...”

문득 놈이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온 거지... 언노운?”

태호는 빤히 놈을 보다가 대답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 놈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기엔 글렀다. 아무래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체 어찌 해야 이 놈들을 처치할 수 있을 지가 문제였다.

“넌, 후회하지 않는가? 너도 알고 있지? 지금 네 상태는, 이상하다는 거.”

태호의 물음에, 씨드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에 없는 부와 명예, 그리고 힘을 손에 넣었지.”

쐐애앵-!

일순간, 놈의 전신에서 광풍이 몰아쳤다. 태호 정도의 유저가 아니었다면, 단숨에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풍의 토네이도였다.

촤라라라락-!

태호는 가볍게 도약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미 현재의 태호에게는 3배 이동속도 상승인 ‘극한의 몸놀림’ 이 있다.

놈의 직업은 바람 마법사로 보였다. 일단, 데이터를 쌓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휴우... 다음에 또 보자.”

태호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폭사.’

쾅!

놈이 컥! 하며 사라진 뒤, 태호는 가만히 놈의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곧.

[최상급 머더러 헌터의 패시브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머더러가 보유한 ‘가장 등급이 높은 아이템’ 이 드랍되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놈이 보유한 장비류와 가지고 있던 가장 등급 높은 아이템이 골고루 떨어진 것이다.

가지고 있던 두 개 다 떨구길 바랐지만, 그건 무리였고 하나만이 떨어졌다.

[등급 : 에픽]

[종류 : 장신구(반지)]

[이름 : 혼돈의 차원문]

[나의 힘 앞에 복종하라.]

[옵션 : ???]

[개방까지 필요한 생명과 영혼 : 0/1000]

놈이 그것을 떨구자, 저 아래 요새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게이트가 사라졌다.

-형님, 그거 사라졌어! 이제 잔당 처리만 하면 될 듯!

-오케이.

라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놈이 떨군 장비와 혼돈의 유산을 인벤토리 창에 넣은 뒤, 태호는 저 편을 바라보았다.

성벽.

그 앞에, 나파와 카자토스가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파의 상황을 보아할 때, 수성전을 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 했다.

곧.

와아아아-

나파와 카자토스가 막 맞붙기 시작하려던 그 때였다.

지이잉-!

나파의 행동이 수상쩍었다. 곧, 놈은 자신을 따라 온 수하들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

수하들은 그 순간, 형체가 짓뭉개져 둥그런 구체의 에너지 덩어리 형태로 변하더니 나파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맙소사네.’

태호는 혀를 찼다.

* * *

[네 이노옴!]

카자토스가 분노한 얼굴로 나파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나파는 아랑곳 않고 나머지 수하들까지 단숨에 집어 삼키며 검을 휘둘렀다.

쾅!콰과광!콰과광!

무시무시한 폭음이 들려왔다. 카자토스와 나파의 격돌은, 그야말로 사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친...’

태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의 격돌을 지켜보았다. 결과적으로 수성전을 선택하지 않았던 카자토스의 선택은 대충 맞았다.

성 안에서 나파와 싸운다면, 모조리 다 죽어나갈 뻔 했다.

쾅! 쾅! 쾅!

나파의 두 개 장검이 신들린 듯 움직이며 카자토스를 공격해 왔다. 카자토스의 두 개 양손검 역시지지 않고 맞서며, 놈의 급소를 노린다.

휘이이이이잉-!

광풍이 몰아치며 사방의 모든 것이 쓸려 나가고 있었다. 나파는, 분명히 카자토스보다 강했다. 부하들을 흡수해 나간 뒤의 나파는 카자토스와 호각, 아니 그 이상이었다.

‘위험하다.’

이대로는 진다. 패배하기 딱 알맞은 상황이었다.

태호는 그대로 유령표범을 소환해 달리며, 나파와 최대사거리를 맞췄다.

‘한번 해 보자고.’

콰과과광! 콰과광!

그야말로 자연재해가 따로 없다. 거대한 두 존재의 격돌은, 말 그대로 엄두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검과 검이 마주치는 속도는 솔직히 눈으로 따라잡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저런 괴물과 일대 일 대결을 해야 한다면, 태호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허나 지금은 카자토스가 있다. 최대한 서포트하며, 일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미지 구겨 넣기를 해 주어야 한다.

태호는 호흡을 고르며, 최대사거리 뒤에 멈춰 선 뒤 자신의 궁극기를 아낌없이 개방했다.

[마신강림이 발동 중입니다.]

콰아아아아-! 전신에서 시커먼 어둠의 마력이 솟구쳐 나와, 태호의 온 몸을 덮었다. 그대로 태호는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 한 ‘어둠의 땅’을 깔았다.

이제, 태호의 모든 상태이상기술은 정확히 5중첩이 가능해졌다.

그 다음에-

난사가 시작되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팟!

태호의 지팡이에서 그야말로 마법 난사가 이어졌다. 어둠의 폭탄을 시작으로 강화된 중독과 절망 시력상실 등이 작렬하고, 지옥의 어둠불꽃이 날아들었다.

쾅쾅쾅!

[크읏... 크흐흐흐... 카자토스... 네놈에게도... 아군이 있었나...]

나파의 섬뜩한 목소리에 카자토스가 아무 말 없이 검을 휘둘렀다.

깡- 깡- 까가강-!

태호는 나파의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며, 쿨타임 게이지를 확인했다.

중독이 연달아 마구 쏘아져 나갈 무렵.

[스킬 쿨타임이 모두 초기화되었습니다.]

쿨타임 초기화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호는 곧바로 어둠의 폭탄, 그리고 지옥의 어둠불꽃을 리필했다.

그리고 아르카네와 막시무스를 재소환해, 최대한 나파를 방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어둠의 종소리.’

데-엥!

상태이상 대상의 레벨을 가리지 않는 종소리가 울려퍼져 나파의 전신에 석화 상태이상을 만들어냈다.

허나.

쩌저적-!

그 상태이상이 단 1초도 버티지 못 했다. 아무래도 상태이상 기술을 버티는 패시브스킬이 있는 모양이다. 그나마 태호가 건 상태이상기술이 장시간 버티는 이유는, 마법 성능2배 증가가 2번 중첩되었기 때문일 거다.

‘그렇단 말이지.’

“아르카네, 가진 거 다 쏟아 버려!”

[응!]

아르카네는 소악마 같은 눈빛으로 자신이 가진 스킬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귀찮구나!]

나파가 소리치며 태호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땅을 한번 찼을 뿐인데, 거대한 구덩이가 움푹 파였고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태호의 지천에 닿아 있었다.

[악!]

아르카네를 소환해제 하려 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 검에 꿰뚫려 버렸다.

‘젠장.’

“막시, 막아!”

쾅!

막시무스가 달려들며 놈의 전진을 틀어 막았다. 온 몸에서 금빛 광채가 나며 변신 스킬인 ‘영광의 기사’ 가 발동되었으나, 한 방이었다.

우지직!

[컥!]

막시무스까지 소환해제 되었지만, 그 덕에 한번의 돌진을 막아낼 수 있었다. 태호는 최후의 순간까지 놈에게 스킬을 퍼붓다가, 읊조렸다.

‘어둠의 발걸음, 폭사.’

펑!

태호의 몸이 순간이동하여, 저 편 멀리에 안착했다.  콰과과광!

콰광!

나파에게 작렬했던 모든 상태이상들이 폭발하며 대미지를 입혔다.

[크흐흐흐, 어림도 없다!]

태호는 다시 나파가 돌진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대로 다시 읊조렸다.

‘발동.’

[가속 효과를 발동해, 5초 동안 300%의 이동속도로 이동합니다. 발동되면 시전자에게 가해진 모든 상태이상이 해제되고, 전투상황이 해제됩니다.]

그대로 인벤토리 창에서 무 대륙 스크롤을 꺼내, 찢어 버렸다.

[이놈, 어딜!]

콰아아아-!

다시 눈 한번 깜빡하자마자 쇄도해 오는 장검의 검날 끝이 눈 앞 1밀리미터까지 닿을 무렵.

싸아악!

태호가 사라졌다.

[크, 크으읏!]

나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태호를 보며 이를 갈았다. 전신에 가해진 상태이상기술은 거의 다 해제가 되었으나, 단 한 종류. 지옥의 어둠불꽃만은 사라지지 않은 채, 끈덕지게 괴롭히며 생명력을 깎아 내려가고 있었다.

[귀찮은 벌레를 가져왔군... 카자토스.]

나파가 섬뜩하게 읊조렸다.

* * *

태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무 대륙의 중앙 지점이었다.

‘휴.’

죽을 뻔 했다. 하지만, 통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태호는 지체 않고 유령표범을 소환한 뒤, 달렸다.

‘귀신질주.’

유령표범의 귀신질주가 활성화되며 어마어마한 속도가 이어졌다.

현재의 태호는 이미 ‘칠흑신발’ 의 효과로 기본 이동속도 30%증가, 거기에 재련 효과인 마법을 사용할 때 이동속도 대폭증가, 카자토스의 워크라이로 인한 이동속도 증가가 중첩돼 있었다.

거기에 기본 패시브 ‘극한의 몸놀림’ 이 이동속도 3배를 부여해 준다. 유령표범에 탄 지금의 태호는 그야말로 바람과 같았다.

파파파파팟!

삽시간에 무 대륙을 질주하던 태호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다시 나파와 카자토스의 격돌지로 도달할 수 있었다.

‘쿨타임이...’

태호는 쿨타임을 확인했다.

[‘칠흑의 어둠밟기’ 의 옵션 발동까지 2:52 초 남았습니다.]

아이템 옵션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확인해 본다. 나파와 카자토스는 그 사이에도 수십 합을 나누고 있었다.

쾅! 쾅! 콰콰콰콰쾅!

‘역시나군.’

태호의 예상이 맞았다.

‘신노스가 2/10 정도의 힘을 회복하면, 저 쯤 되려나.’

새삼 소름이 돋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다가올 혼돈을 막을 수 없다.

쿨타임이 모조리 돌아올 무렵, 태호는 다시 놈에게 달려갔다.

마신강림이 이어지고.

모든 상태이상기술을 죄다 쏟아낸 뒤, 지옥의 어둠불꽃을 5중첩까지 맞춰 놓는다.

콰지직!

폭사가 이어지고, 상태이상 기술이 다시 리필되며 폭사를 한번 더 먹인다. 우지직! 콰직!

[이, 이런 빌어먹을 벌레가!]

나파의 분노가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태호는 마법을 쏘아냈다.

쾅!

타겟을 태호로 바꿔 달려든다면.

‘발동.’

[가속 효과를 발동해, 5초 동안 300%의 이동속도로 이동합니다. 발동되면 시전자에게 가해진 모든 상태이상이 해제되고, 전투상황이 해제됩니다.]

쉬리릭!

도망쳐 버린다.

두 번째 스크롤이 찢기며, 나파의 검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크아아아아아!]

나파가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 도망쳐 버린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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