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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02화 (102/194)

< 미니미 섬 >

“그렇습니다.”

태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향후 전개가 그려지고 있었다.

“본대륙이라... 그 곳은 무대륙에서 지나치게 먼 거리이다. 이동수단을 만드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스크롤을 찢읍시다.”

태호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인벤토리 창에서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또한, 우리의 구성원을 유지하기 위한 식품과 시설이 필요하다.”

“제 소유의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수백 명 정돈 그곳에서 머물 수 있을 겁니다. 식품은, 제가 조달해 드리죠.”

카자토스가 물었다.

“왜, 내게.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지?”

“당신의 신뢰가 필요하니까요.”

“신뢰라...”

태호는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곧, 혼돈의 권좌에서 대장군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 때, 같이 맞서 싸워 주십시오.”

“......싸운다라.”

카자토스는 긴 시간 동안 고민에 잠겼다.

“너를 믿어야 하는가?”

카자토스의 물음에, 태호는 그를 빤히 보며 대답했다.

“믿고 안믿고는 대장군님 자유입니다. 만약 제가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태호는 그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뒷말은 삼켰다.

“......”

카자토스는 태호의 속뜻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태호가 싸우는 방식을 이미 본 바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에픽급 아이템을 둘둘 말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군. 볼카노스의 제사장감이 될 만 하다.”

“과찬이십니다.”

자신과 호각 그 이상이던 상태의 나파에게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히며, 귀신처럼 도망치는 히트앤런을 사용했다.

만약, 태호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나파에게 일격을 얻어맞은 그 때 자신을 공격해야 이치에 맞다.

그의 전투방식은... 얍삽하다!

적어도, 전사의 전략은 아니다. 허나, 그것은 지극히 마법사다운 전략이었다. 그는 철저하게 전략을 짜 왔고, 그것이 정확히 적중했다.

치밀한 인간. 그리고, 의외로 믿음직한 인간. 그리고, 볼카노스의 제사장이자 무수히 많은 신들의 가호를 받은 인간.

그리고,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듯 자신있게 의견을 제시하는 대담함!

카자토스는 어느샌가 태호에게 꽤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장군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요새의 성벽 꼭대기로 올라갔다.

광활하고 넓은 무 대륙!

허나 이제는 그 소중한 터전이 망가졌다. 혼돈의 힘 때문이었다.

“......”

카자토스는 한참 동안이나 무 대륙 저 편을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복수를 해야겠지.”

그의 두 눈에 섬뜩한 살기가 어렸다.

“혼돈의 힘을 부리는 자들에게, 소중한 터전을 망친 죗값을 물어야겠다.”

“잘 부탁드립니다.”

태호가 손을 내밀었다. 카자토스도 손을 내밀어, 태호의 손을 잡았다.

[테무 일족이 당신에게 신뢰를 가집니다.]

[신뢰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테무 일족과의 평판은 현재 ‘신뢰’입니다.]

태호는 떠오르는 평판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카자토스가 말을 이었다.

“만약 훗날, 혼돈의 힘과 싸우게 된다면 부탁 하나를 하지.”

“말씀하십시오.”

“내가 타락한다면-”

카자토스가 망설임 없이 덧붙였다.

“가차없이 나를 쳐라. 알겠는가?”

“......”

태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호의 선택은 옳았다. 카자토스는, 믿음직한 아군이 될 것이다. 신노스의 2/10정도 힘을 회복한 수치 정도의 무력. 그것이 지금 태호의 아군으로 돌아선 카자토스와 테무 일족의 힘이다.

* * *

이제 보상의 시간이다.

라간은 어쩐지 영 찝찝한 얼굴이었다.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태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이거 너무 날먹인데? -뭐가?

-나는 그냥 성 내에서 좀비 좀 막다가 전투가 끝났단 말이지. 근데 에픽 받아도 돼?

-......

세상 모든 사람이 라간 같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줄 때 받아 둬.

-그치? 하하하!

카자토스는 태호에게 아이템 하나를 내밀었다.

“이것은 테무 일족의 영웅에게만 수여되는 장신구이다. 네 공은, 이것을 받기에 충분하다.”

태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것을 받아 들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등급 : 에픽]

[종류 : 장신구(귀걸이)]

[이름 : 테무의 용기]

[신에 한없이 가까웠던 테무 일족을 기리며... -초보 학자, 카실론]

[옵션 : 주력스텟 +100]

마침 귀걸이였다.

라간이 받은 것은 신발이었는데, 서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받은 셈이었다.

옵션 자체는 지능 100이니, 나쁘지 않다. 물론, 타 에픽들에 비해 딱히 특출나게 좋다고도 볼 수 없었지만 귀걸이라는 특수부위의 특성 상 나쁘지 않았다. 귀걸이 에픽은 과거에도 정말 보기 드문 종류였으니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카자토스의 말에 태호는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우선 대장군께서는 동지들을 모아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대강 상황이 정리되고.

태호는 인벤토리 창에 넣어 두었던 아이템들을 하나 하나 꺼내, 입어 보았다.

현재의 아이템 상황은 이렇다.

주무기 : 군자의 지팡이(에픽)

보조무기 : 순수의 보조자(에픽)

망토 : 순수의 강철 망토(에픽)

머리-순수의 투구(에픽)

손-어둠기사단

상-어둠기사단

하의-어둠기사단

신발-칠흑의 어둠밟기(에픽)

목걸이-선지자의 해골(에픽)

반지-고대 왕국의 증표(에픽)

팔찌-찬란한 은총의 팔찌(에픽,장착귀속)

귀걸이-테무의 용기(에픽)

에픽 장착귀속 : 데스나이트의 심장, 메소드의 기운, 가이아의 수호.

에픽 스킬북 : 어둠의 계약

어둠기사단 3부위를 빼면, 에픽으로 도배를 한 상태가 되었다. 저 나머지 3부위도 솔직히 그리 어렵지 않게 에픽으로 맞출 수 있을 듯 싶었다.

장갑은 흑마법사의 전용 에픽을 얻을 예정이다. 그리고 상, 하의는 좋은 에픽을 한번 찾아 볼 생각이었다.

당초 태호는 완성형 흑마법사를 만들기 위해 메모해 놓은 정보가 있다.

과거 예상했던 완성형 흑마법사에는 에픽 장비 12종과 에픽 스킬북 8개가 필요했다. 개중 대부분은 모자란 대미지나 기동력, 그리고 높은 쿨타임 스킬을 빠르게 돌리기 위한 보조장비 등이었던 것.

헌데, 그것들은 지금와서 큰 의미를 갖기 힘들어진 것이다.

바로, 수호자의 힘이 부여한 쿨타임 초기화와 여러번 이어진 리얼포스 내에서의 기연들 때문이었다.

‘신들의 가호, 그리고 수호자의 힘, 거기에 신들과 직접 거래를 통한 스킬 업그레이드.’

이런 부분들은 솔직히 과거에는 예상범주에 넣기 힘들었던 일들!

즉, 앞으로 태호가 만들어 갈 흑마법사는 최소 기존의 완성형 흑마법사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이다!

태호는 우선, 자신의 소유인 에픽 스킬북 하나를 꺼내들었다. 바로, 케노스를 사냥하고 얻은 에픽 스킬북 중 하나인 ‘경계의 환술’을 익힐 생각이었다.

그간은 여러 모로 고민해 보았지만, 일단 익힐 수 있고 쓸모를 가늠할 수 있는 녀석들은 배워 두기로 했다.

[스킬 : 경계의 환술을 익혔습니다.]

방금 에픽하나가 태호의 소유가 되었다. 어쩐지 긴 한숨을 내쉰 태호는 패시브 스킬인 에픽 콜렉트를 확인했다. [패시브 : 에픽 콜렉트(업그레이드)]

[설명 : 최초로 에픽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전직할 수 있는 히든피스 ‘에픽 콜렉터’ 의 패시브 스킬]

[무 대륙의 신비의 사원을 찾아, 업그레이드 되었다.]

[에픽 아이템의 콜렉션이 늘어날 때 마다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3개 - 추가 대미지 30%]

[6개 - 추가 대미지 50%]

[9개 - 추가 대미지 100%]

[추가 개방]

[12개- 추가 대미지 150%]

[15개- 추가 대미지 200%]

[20개- 추가 대미지 300%]

[에픽 콜렉트]

[현재 보유한 에픽 아이템은 총 14종입니다.]

[4단계 추가 대미지가 개방되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5단계 추가 대미지를 띄울 수 있다. 허나 당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 강화시키며 숫자를 채워 나가야 했다.

일단은.

이제, 전신 에픽을 도배할 수 있게 됐으니 어둠 기사단 세트를 완전히 벗을 날이 머지않았다.

태호의 생김새는 이제 적당히 평범해 보이나, 범상치 않은 외형을 띄게 되었다. 이것 저것 에픽을 주워 입었더니 완성된 룩(복장의 생김새)이었다.

* * *

“라간. 너 귀환 스크롤 몇 개 있어?”

“나 초보자마을 귀환서 대충 100개 조금 넘게.”

사냥하면서 끝없이 떨어지는 것이 초보자마을 귀환서다. 대도시 귀환서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으니 추천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태호는 자신이 보유한 귀환서를 50장 정도 라간에게 내어주었다.

“광휘의 궁전으로 가. 그곳에 터 잡게 하면 편할 거야. 그리고, 골드를 좀 줄게.”

태호는 라간에게 1만골드를 내밀었다.

“오, 거금이다.”

라간은 그것을 받은 뒤 물었다.

“이걸로 식료품 같은 거 사고?”

“어. 일단은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너 이제 본대륙에서 할것들 남아 있지?”

“일단은 우리 길드 사람들 키워 줄라고. 더 부탁할 건 없어?”

“흠... 일단은 없다. 생기면 따로 연락할게.”

“옛서.”

라간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경례를 했다. 문득 그는 빤히 태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라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형님은 게임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의 생각은 그랬다. 그가 보기에 태호는, 기묘한 사람이었다. 자신도 에픽 아이템이나 기타 등등의 물욕이 그다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태호는 완전히 그런 것들로부터 초월한 사람 같았다.

‘마치, 우리 아버지처럼.’

라간의 아버지는 판타지아의 총수였다. 영국 제일 주류기업을 이끄는, 강철의 카리스마를 가진 사업가.

예전부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라간은, 태호를 보며 문득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태호는,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게임을 했다. 당장 눈 앞의 목표에 급급하지 않고, 써야 할 땐 화끈하게 써 버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희한해.’

그리고 뭔가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 싶다. 라간은 잠시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언노운 운영자 설&언노운 NPC설&언노운 신 설’을 떠올려 보았다.

어쩐지 태호를 흘끗 다시 본다.

‘쓸쓸해 보이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 * *

카자토스와 라간, 그리고 테무 일족이 스크롤을 찢고 사라져 갈 무렵.

태호는 제법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요새를 떠났다. 이제 태호는 두 번째 신대륙을 향해 떠나야 했다.

바로, 흑마법사의 전용 에픽을 찾아서다. 다행히 무 대륙에서는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

‘미니미 섬.’

그 섬은 꽤 재미있는 섬이다. 이름 값을 하듯, 그 곳은 꼬마 요정들의 나라였으니까.

태호는 유령표범을 탄 채 사방을 누볐다. 무 대륙은 이제 거의 끝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방 천지에 혼돈의 기운이 타락시킨 존재들만 가득했다.

그렇게 무 대륙을 직선으로 가로질러, 바다가 보이자 태호는 유령선을 꺼내 던졌다.

쿠구궁-!

유령선의 크기가 뻥튀기되듯 커졌다. 태호는 그 곳에 올라 타 핸들에 마력을 주입했다. 기이이이잉-!

콰아아아!

유령선이 출격을 시작했다. 목표는 북서쪽, 미니미 섬이다.

< 미니미 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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