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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04화 (104/194)

< 하지만, 잘 해내 가고 있다. >

미니미 섬에는 그 외의 히든피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바 없다.

우선은 흑마법사의 두 번째 전용에픽까지 획득한 태호는, 한숨 돌릴 겸 유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짹짹-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는 착각도 든다.

“......”

[등급 : 에픽]

[종류 : 방어구(손)]

[이름 : 칠흑의 어둠장갑]

[저기요 볼카노스 님,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허수아비들은 컨셉이 멍청이인 거죠? -초보 학자, 카실론]

[사용제한 : 흑마법사.]

[옵션 : 어둠의 폭탄 스킬이 강화됩니다.]

[발동스킬 : ‘어둠의 폭탄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트 옵션이 존재합니다.*비활성화*]

[세트옵션 : ???]

옵션은 심플하지만, 좋은 옵션이었다.

‘어둠의 폭탄 강화랑 폭탄비라.’

과거 태호가 보유한 어둠의 폭탄은 오직1개체에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로서도 충분했다. 폭발할 때 스플래시 대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허나 폭탄비로서 어둠의 폭탄을 광역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 에픽 한두개 이상의 가치를 보유한 셈이다.

‘휴.’

태호는 칠흑장갑을 착용했다.

[에픽 콜렉트]

[현재 보유한 에픽 아이템은 총 15종입니다.]

[5단계 추가 대미지가 개방되었습니다.]

5단계 추가 대미지, 200%의 추가대미지가 완성됐다.

그대로 잠시 웹 사이트를 본다.

웹사이트는 오늘도 여러 정보들로 시끌벅적했다.

[‘무라사메’ , ‘노블레스’ , ‘탄트라’ 3개 대형길드의 연합으로  던전공략 PPV 방영 예정.]

던전공략을 세 개 길드가 합쳐서 해?

[해당 던전 ‘살라딘의 황폐한 사원’ 은 새로이 발견된 ‘유니크급’ 으로 명명된 던전으로...]

살라딘의 황폐한 사원?

태호는 그 기억을 더듬었다.

‘아직 나올 시기가 아닌데?’

두 번째 확장팩, ‘혼돈의 좌’ 때 등장한 유니크급 던전 ‘살라딘의 황폐한 사원’. 그것을 공략한 것은 과거의 ‘니힐럼’ 이었다. 당시 지능 올인 불마법사 극딜 세팅으로 클리어해 한동안 불마법사 열풍이 불기도 했던 때였다.

허나 지금은 아직 유니크급 던전이 나올 시기도 아니었고, 혼돈의 좌는 열리지도 않았다.

그 외.

[사라진 언노운... 신대륙으로 향한 것인가?]

[언노운이 사라진 본대륙, 머더러 다시 기승.]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신대륙들에서 해야 할 일들은 일단락되었다. 우선, 본대륙으로 돌아가 볼 시간이었다.

.

.

.

.

. .

남은 흑마법사의 전용에픽인 귀걸이는, ‘드래곤의 땅’ 에 있다.

드래곤의 땅은 세 번째 확장팩 ‘드래곤의 유산’ 이 열리며 등장하는 신대륙이었다.

지금은 도달할 수 없다. 드래곤의 땅은 온 사방이 토네이도로 뒤덮혀 있기 때문이다.

무 대륙때와는 다르다. 토네이도는 드래곤의 신비한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 때문에 해로로 그곳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운명은 이미 뒤틀려 버렸으니.’

게다가 살라딘의 황폐한 사원이 지금 나타난 것을 보니, 확장팩이 어떻게 될지는 이제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태호는 현실에서의 자신이 변한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태호는 거울을 보았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자신이 보였다.

키도 커지고, 몸의 비율 역시 마치 모델처럼 변했다. 피부나 골격은 환골탈태라도 한 양 바뀌었으며, 가장 특이한 점은 역시 몸 속의 기운이라고 해야할 터.

현실세계의 태호는, 마치 마력을 보유한 것처럼 몸 속에 기이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치 마력 같은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태호는 소파로 돌아가 앉아 천천히 몸 속의 마력을 움직여 보았다.

방법은 모르겠다만, 리얼포스에서 하듯 움직여 본다.

지이잉-

“......”

태호는 바라는대로 움직이는 마력을 느꼈다. 마력이 움직이며 손 끝으로 모인다.

이윽고, 태호의 손 끝에는 새카만 마력이 뭉게뭉게 모여 있었다.

‘똑같군.’

과거, 리얼포스가 현실이 될 무렵과 같다. 이 풍경을, 태호는 과거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완전히 현실이 리얼포스처럼 변했지만, 지금은 반쯤 정도만 실체화 된 듯 했다.

이유가 뭘까?

태호는 그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혼돈의 대장군들을 해치우고, 장군들을 썰었다. 헌데 현실의 태호는 리얼포스의 캐릭터처럼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걸까?

그럴 리는 없다는 판단이 든다. 이유는, 너무나도 고요한 세계 정세와 오늘의 뉴스 때문이다.

‘대체 왜?’

그렇다면, 최후의 결전 이후 지구는 다시 리얼포스화 돼 버린단 말인가?

한동안 머리를 굴리던 태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선은.’

그렇다, 우선은 수호자의 힘을 온전히 각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 뒤, 대부분의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할 카실론에게 정보를 들어 보아야 했다. 또한, 태호의 추측 상 아무래도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판타로스’ 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천계의 상위 존재들’ 역시 깊이 개입돼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들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적을 명확히 구분한 뒤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최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하...’

태호는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처음 회귀를 했을 때는 여러 생각이 공존했다. 솔직히, 절망적이었던 현실에서 회귀해 버리고 모든 것들을 독식해 나갈 때의 기분이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것이 점점 심장을 옭죄어 오는 기분이었다.

‘괴롭네.’

무언가를 얻어도,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을 해 내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것 저것 해결해 나가도 늘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하나였다.

바로 회귀라는 천혜의 이능력을 보유하였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음을 느꼈을 때의 막막함이다. 끝은 보이지만, 아주 많이 남은 마라톤을 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칭얼거릴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태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 짤막한 메모를 해 나갔다.

[초기의 계획은 대부분 큰 무리 없이 수행 중.]

[오히려 과거보다 월등히 잘 해결돼 가는 중.]

[신들과의 접촉, 그리고 대장군의 사전격파는 완전히 판도를 바꿀 것이 분명함.]

[완성형 흑마법사에 한없이 가까워져 가고 있음.]

개선할 점은?

[상황을 이쪽에서 좌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함.]

지금의 상황은 끌려다니는 식이다. 이 쪽에서 상황을 흔들 수 있어야 했다.

태호는 액정화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공책 하나를 찢어 굵은 매직으로 글자를 적어 나갔다.

[하지만, 잘 해내 가고 있다.]

그 글자가 어쩐지 마음에 들어 가만히 지켜보다, 벽 한켠에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 * *

무 대륙의 일을 지켜 본 결과, 한 가지 도달한 사실이 있었다.

‘드래곤의 섬도?’

과거, 리얼포스에서 등장한 확장팩들은 대부분 혼돈의 힘에 의한 타락이 원인이었다.

그로 인해, 과거의 여론 중엔 ‘타락 빼면 스토리 전개를 못 하는 게임’ 이라는 혹평을 들은 바도 있다.

태호도 그 부분에서는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 진실을 알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입장이었다.

‘그쪽도 타락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 태호는 꽤나 순조롭게 혼돈의 힘이 만드는 거대한 계략을 파훼해 나가는 셈이었다.

“어?”

태호를 본 한 머더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곳은 안타라스 슬램.

남부의 대도시로, 머더러들이 허용되는 본대륙 유일의 대도시다.

한동안 태호가 무 대륙의 일들을 해결하며 본대륙에서 자취를 감추자, 다시 머더러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아예 씨를 말려 버릴 생각이었다.

“뭐야, 보통 유저네? 여기선 보기 드문데.”

머더러는 빤히 태호를 보다가 씩 웃었다.

“신고식을 한번 해 보실... 꽥!”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머더러가 그대로 터졌다.

머더러 하나가 터져 나가자, 안타라스 슬램 내부의 머더러들이 시선을 고정시켰다.

‘어디보자.’

굵직한 놈들은 별로 없고, 여기 저기 대형 길드들의 잔당들이 모여 있었다. 그 수가 수백은 돼 보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줄긴 했네.’

태호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뭐야? 저 누더기 용사는? 겁도 없이 안타라스 슬램에 왔어?”

태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지금 자신의 모습은 언뜻 보면 번쩍이는 싸구려 갑주를 이것 저것 주워 입은 모양새이기도 했다. 하나 하나가 에픽이라는 것을 알면, 아마 놀라서 자지러져 버릴 것이다.

대답해 주는 대신, 그 녀석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퉁-!

강화된 중독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놈의 생명력을 갉아먹어 나갔다.

“......헐, 시팔! 저거 언노운이다!”

그 상식을 초월한 대미지를 보유한 흑마법사는, 리얼포스 전체를 통틀어 언노운 뿐이었다.

태호는 씩 웃으며 그들 사이로 달려갔다. 어디, 새 스킬 효과나 좀 보실까.

‘강화된 어둠의폭탄비.’

머더러들이 밀집해 있는 사방에 어둠의폭탄비가 쏟아졌다. 그냥 어둠의 폭탄도 아니고, 한단계 강화된 어둠의 폭탄이었다.

타타타타탓-!

“아이씨! 다 덤벼! 언노운이다!”

“하 저 개새끼 한동안 안보인다 했더니 다시 나타났네!”

머더러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태호에게 달려들었다. 태호의 전신에서 시커먼 마력이 뿜어져 나와, 온 사방을 압도한다.

마법을 그야말로 난사하며 달리던 태호는 힘껏 도약해, 건물 외벽을 한번 걷어차고 반대편 건물 꼭대기로 올라섰다.

“야 저새끼 에픽 더 처먹은 모양이다!”

“왜 저렇게 빨라! 저게 어떻게 마법사야!”

그대로 태호의 난사가 이어졌다. 사방으로 난사하는 흑마법들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치명타로 이어지는 절명기다.

콰콰콰콰콰!

쾅쾅!

안타라스 슬램이 그야말로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안타라스 슬램은 머더러가 허용되는 곳. 즉, 그 안에서 어떤 살육이 일어나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우지직! 콰지직!

한동안 들썩들썩하던 안타라스 슬램이 조용해진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탁- 태호는 안타라스 슬램의 정문으로 다시 나서며 목을 좌우로 꺾었다. 솔직히, 이제는 유저들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우쭐한 마음이 들지조차 않는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가 않네.’

이미 싸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적이 수백이더라도, 상황은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군자의 지팡이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군자의 시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아, 그렇구나.’

태호는 군자의 지팡이를 살펴보았다.

[사용자가 사냥한 몬스터 1당 1의 마법 공격력이 상승합니다.(500/500)]

[사용자가 사냥한 인간 1당 1의 마법 공격력이 상승합니다.(500/500)]

[모든 조건을 충족켰습니다.]

[군자의 시련에 도전이 가능합니다.]

이것에 도전하려면 대륙 북부로 향해야 한다.

우선 태호는 안타라스 슬램을 대학살한 동영상을 유튜브 편집자 김택환에게 보낸 뒤, 광휘의 궁전으로 움직였다.

* * *

“아, 형님 왔어?”

라간이 손을 흔들었다.

간만에 돌아온 광휘의 궁전은 그야말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한가득이었다.

여기 저기서 무 대륙의 테무 일족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요리가 한창이었고, 또 한켠에서는 침대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 어떻게 요긴하게 써 지네.”

라간이 팔짱을 낀 채 씩 웃어 보였다.

“카자토스는?”

“아, 그 아재는 주변 돌아본다고 나갔어.”

문득, 테무 일족의 시선이 태호에게 향했다. 태호는 움찔, 놀라 그들을 보았다.

그리고, 모든 테무 일족이 동시에 태호에게 허리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

어쩐지 쑥쓰러워 태호는 후다닥 광휘의 궁전을 나섰다.

< 하지만, 잘 해내 가고 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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