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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55화 (155/194)

알다마다?

-제우스 님, 림몬입니다. 신과 밭에 림몬이 나타났습니다!

헤르메스의 목소리에 제우스의 두 눈이 번쩍였다. 동시에 헤르메스가 전송해 온 영상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지닌 전송능력이었다.

‘림몬?’

확실히 림몬이었다. 헤르메스는 림몬을 발견한 뒤 도주하다가, 갑자기 고꾸라졌다.

-아아아악!

헤르메스의 비명과 함께 목소리가 끊겼다.

[헤르메스...?]

제우스의 두 눈 가득 번개가 들어찼다.

[이노오오옴! 기어코!]

[......?]

마몬은 제우스가 화내는 이유를 생각했다. 뜬금없이 기어코라니?

[네놈이 기어코 신성한 신과 밭에 손을 댄 것을 넘어, 올림포스의 신에게 위해를 가했느냐?]

그럴 리가.

[뭐라는... 거냐...]

마몬은 인상을 찌푸렸다.

헌데, 제우스 놈의 동태가 심상찮다.

[......?]

쿠르르릉- 콰과과과광-!

[감히! 이는 그간 네놈을 봐주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제우스의 두 눈이 샛노랗게 번쩍인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번개의 양이 서너 배 이상으로 증폭됐다.

제우스는 금세, 헤르메스의 신력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

[헤르메스- 당장 나타나, 증언을 하라!]

헤르메스를 불렀으나, 그가 나타날 리가 없다. 태호에게 이미 신의 주박으로 봉인당해 버렸으니까.

[헤르메스-!]

제우스는 재차 헤르메스를 불렀으나, 소용이 없다.

[제우스 님, 헤르메스의 신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테나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시에 전쟁의 신 아레스의 서늘한 두 눈이 마몬을 향했다.

[뭐, 뭐야? 헤르메스라니... 그놈은... 못 봤다... 내가, 뭐, 뭐 하러...]

마몬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 변명이 통할 리 만무.

[감히...]

파지지직-! 우르릉- 콰콰콰쾅!

[감히... 올림포스의 신을... 어떻게 한 거지?]

제우스는 자신의 양손을 하늘을 향해 활짝 들어 올렸다.

[우라노스시여, 부디 강림하시어 이 빌어먹을 악마에게 천벌을 내려 주소서!]

콰과과과광! 콰콰콰쾅!

세상이 요동친다. 아테나와 아레스 역시 양손을 활짝 들어 신력을 완전 개방했다.

[어, 어어? 우라노스...? 이, 이러면... 일이... 커지는 것을... 알 텐데...?]

우라노스는 올림포스의 주인이자 상위 신에 가장 가까운 남자. 그가 개입하게 된다면, 상위 신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 전에.

여기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마몬이 다급히 손을 저었다.

[자, 잠깐!]

쩌어어억-!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하늘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팔이었다.

팔이 쭈우욱 내려와, 땅을 짚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반대편 팔이 하늘을 찢어발기며 거대한 신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상반신에 무수히 많은 별이 박혀 영롱하게 빛났다.

그의 두 눈은 마치 우주 같았다. 보고 있노라면 빨려 들어가, 소멸해 버릴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모든 감정을 빨아들일 것 같은 눈의 주인은, 바로 우라노스.

[이 노 오 오 오 옴!]

우라노스의 포효가 사방을 쩌렁쩌렁 울렸다. 정신세계를 완전히 부수어 버리는 듯한 포효에, 마몬이 휘청였다.

[크으으윽!]

그가 만들어 낸 검붉은 장막은 완전히 상쇄돼 버리고, 악마 군단이 단숨에 소멸했다.

‘이건... 우라노스가 낼 수 있는 전력인데?’

마몬은 생각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함정이다.’

[내,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우라노스...!]

[시끄럽다, 추악한 악마 놈 같으니라고...!]

우라노스는 전혀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거대한 팔을 내저었다.

콰콰콰콰콰쾃!

땅이 부서지고 사방이 휩쓸려 나가, 거대한 자연재해를 만들어 냈다.

콰지지지직! 우지지직!

마몬은 자신의 몸을 황급히 빼냈다. 온 신력을 모조리 동원해, 미친 듯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구실로 누명을 씌우다니...’

아무리 마몬이 사도급 전력이 되었다고 해도, 상위 신급 존재에는 한없이 모자라다.

마몬은 다급히 도주하면서 자신의 신력을 뿜어내, 자신의 주인 라에게 외쳤다.

[나의 주인... 라시여!]

[이노오오오오옴!]

그의 움직임은 굉장히 빠른 편이었으나, 우라노스의 단순한 팔 휘젓기 만으로도 충분히 즉사 위기였다.

후우웅-!

거대하고도 끔찍한 바람 소리가 들리고.

콰지지직!

마몬의 등짝이 제대로 한 대 얻어맞은 채 미친 듯이 날아갔다.

[크어어억!]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던 마몬이 피떡이 됐다.

그때.

콰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쇄도해 오는, 하늘을 찢고 나타난 우라노스의 상반신이 시뻘건 불길에 틀어 막히는 것이 보였다.

화르르르륵-!

삽시간에 온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자세히 보니, 밤하늘에 태양이 떠올라 있었다. 태양은 점점 더 거대해지며, 하늘을 양분하듯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 냈다.

[멈 춰 라!]

그리고 쏟아지는 거대한 목소리!

어느새 불길은 독수리의 형상이 되었다. 하늘을 수놓는 금속의 독수리 떼가 뒤이어 나타났다.

바로, 상위 신인 태양신 라였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우라노스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말이지? 대체 알 수가 없군.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라의 목소리가 지지 않고 대응했다.

마몬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자신의 주인이 도착했으니, 일단 목숨은 건진 셈이었다.

[네 하수인이 기어코 일을 냈다.]

우라노스는 군말 않겠다는 듯 하늘에 거대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신과 밭에서 마몬의 하수인인 림몬을 발견한 헤르메스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은 헤르메스의 시야가 잡아낸 장면이다. 그가 림몬을 보며 말하는 것, 그리고 도망치는 것까지 잡혔다.

마지막은 당연하게도 헤르메스가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어, 어어?]

마몬은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림몬의 모습이 맞았다.

더 이상한 것은, 림몬은 지금 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림몬의 모습으로 누군가가 변장한 것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이상하다. 왜냐하면, 변신했다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력이나 마력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어?]

그때.

다급히 마몬에게 달려온 악마 한 마리가 소리쳤다.

[마몬 님! 림몬 님이... 배신을... 하셨습니다!]

마몬이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뭐라고!]

[타, 탑에 보관... 중인... 에픽.... 들을... 모조리... 들고... 가셨습니다!]

그런 마몬의 모습을 본 우라노스는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냉소를 머금자, 하늘의 구름이 시퍼렇게 번개를 머금었다.

싸아아아-

곧,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떤가, ‘라’여!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버렸노라! 이렇게 합당한 증거가 있는데, 발뺌할 셈인가!]

[......!]

라는 어쩐지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양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떤가, ‘라’여!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버렸노라!

태호는 아스가르드의 한편에서, 수정구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키는 재미있다는 얼굴을 한 채 그 모습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다.

태호는 두 가지 부분에서 놀랐다.

첫째는, 상위 신급 존재가 발휘하는 위용에 대해서다. 솔직히 상상한 그 이상이었기 때문에, 약간 질려 버린 상태였다.

둘째는-

태호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저러는 이유가 뭡니까?”

[뭐가?]

“어차피 매번 투닥거리는 거, 누가 죽어도 이상할 거 없잖습니까? 그런데 왜 기다렸다는 듯이...”

[다 구실이다.]

“구실?”

[그래. 명분이라고 봐야 하겠지.]

로키는 콧노래를 불렀다.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땅따먹기 싸움은 허용이다. 다만, 서로 죽이지 않는다는 한에서.]

“......?”

[이상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 저 녀석들, 서로 힘겨루기는 하면서 서로에게 치명타는 날리지 않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했다.

태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긴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현재 천계의 암묵적 룰이다. 촌극이나 다름없지. 땅따먹기 싸움은, 사실상 힘겨루기 수준인 거지. 이유를 아느냐?]

“글쎄요?”

로키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세기말이기 때문이다.]

“세기말...?”

[그래. 리얼 포스의 이중 맹약은 곧 깨지고, 혼돈의 힘이 고개를 들 시간이다. 그러니, 무의미한 살생은 어차피 천계의 전력 약화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의 힘을 모조리 끌어내, 소모전을 펼친다. 죽음에 이르는 타격은 일부러 피한다.]

태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네가 살생이나 다름없는 짓을 했으며 마몬의 부하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여기서 문제.]

로키가 태호에게 물었다.

[올림포스 놈들이 과연 그게 진짜 마몬의 부하 짓이라고 생각할까?]

태호는 두 눈을 깜빡였다. 태호 자신도 그게 궁금했다.

“어찌 생각할까요? 신비력이 사용된 로키 님의 가호 속임수는, 신들도 감지하지 못할 텐데요.”

[그게 중요해.]

로키는 킬킬거렸다.

[이상한 일이지? 누가 봐도 상황은 이상한데, 이렇다 할 반박을 하기가 애매해. 올림포스에서는 저렇게 밀고 나와도, 마몬은 반박을 하기가 힘들어. 신비력은 감지가 안 되니까.]

“......”

[올림포스 애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제3 세력이 개입했음을 인지했을 거다.]

로키는 팔짱을 낀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지만, 우기고 보는 거지. 저쪽이 더 유리하거든.]

“그러면... 뭘 얻는 겁니까?”

[대가를 얻어가겠지. 사라진 신과 만큼의 보상 그리고 죽은 헤르메스의 보상을 요구할 거다. 또한, 제3 세력을 수색해 놈의 진위를 파악하겠지. 제3 세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고민할 거야. 아마 머리 터지기 일보 직전일걸?]

“헤르메스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입니까?”

[아니? 걔 신력 못 봤어? 천계에서도 너한테 한방 나올 정도면, 이쪽에서는 거의 쫄따구 수준이지.]

태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싸움이었다.

“라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군요?”

[바로 그렇다. 라의 힘을 약화하며, 차기 상위 신의 자리를 노리려는 우라노스의 수작질이라고 보면 된다.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졌지만, 금세 이용해 먹는 걸 보면 놈의 시커먼 속내가 그대로 보이는 거지.]

로키는 태호에게 물었다.

[어때, 인간 세계와 다를 게 있느냐?]

“없군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라가 어떻게 나올까?]

로키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수정구를 가리켰다.

* * *

라와 우라노스가 하늘을 양분한 북쪽 전장.

그곳에서 라는 자신이 입수한 증거를 내밀었다.

-림, 림몬 님...!

바로, 마몬의 수하 림몬이 배신하는 장면이었다. 악마 한 명의 시야가 보여주는 장면인 듯싶었는데, 선명하게 ‘림몬’의 대사도 들려왔다.

-나는... 지금부터... 올림포스로... 갈 것이다... 크크크, 멍청이들... 마몬은... 어차피...

마몬은 그 영상을 보며 기겁했다.

‘림몬, 이 빌어먹을 자식이...?’

라는 그것을 보여 주며 외쳤다.

[너희의 더러운 수작질을 이쪽에서 먼저 간파했다! 추잡스러운 것들 같으니라고! 내 당장 올림포스에 죄를 묻노라! 당장 너희의 자작극임을 인정하고, 포박을 달게 받으라!]

[뭣이라? 이 모든 것이 너희의 더러운 수작질인 것을 모를 것 같으냐? 오냐, 오늘 한번 끝장을 보자!]

우르르릉! 콰콰콰쾅!

라와 우라노스가 하늘을 양분한 채 치열하게 대립했다.

* * *

[우하하하! 촌극이 따로 없군!]

로키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고 태호가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아주 제법이다. 알고 한 거냐?]

“......”

공들여 머리를 쓴 것은 사실이나, 이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키는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태호는 로키를 빤히 보았다.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습니까?”

[알다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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