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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56화 (156/194)

유저들이 보면 경악할 수준의

태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위험할 뻔했잖습니까.”

[당연하지.]

로키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대꾸했다.

[지금 너는 천계에서 상위 신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어떤 식으로 해도 위험하지.]

“......”

[네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한번 두고 본 거다.]

로키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사라졌다.

[나쁘지 않더군. 머리 굴리는 것도 꽤나 똑똑하고, 상황 대처 능력도 훌륭해. 네 대처는 아주 완벽했다. 상황에 딱 맞는 대처였어.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은 조언을 해 주려 했는데, 딱히 없었다.]

로키의 칭찬에 태호는 어쩐지 일순 타오르던 분노가 사라짐을 느꼈다.

[다만, 앞으로도 유념해 둬라. 상위 신들이란 존재들은, 1%의 의심도 놓치지 않는 종자들이란 거. 단례로, 저기 봐라.]

로키가 검지손가락을 까닥였다.

콰아아아-

문득 느껴지는 것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거대한 두 개의 신력이었다. 하늘 저편이 시뻘겋고 까맣게 물들어 가는 것이, 등골이 오싹해져 왔다.

태호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속임수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은 저놈들이 단숨에 이리로 쳐들어오고 있잖느냐?]

로키는 그런 태호에게 몸을 돌렸다. 로키가 손짓하자, 태호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한가롭던 아스가르드의 하늘에 광풍이 몰아쳤다. 동시에 공존하는 것은, 하늘의 반을 수놓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모인 금속 독수리 떼였다.

[로-키! 요 망할 광대 자식!]

우렁찬 목소리가 로키를 불렀다. 우라노스의 목소리였다.

[로키, 이것이 네 장난질인가?]

분노한 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상위 신 라, 상위급 신 우라노스를 마주한 로키가 그들 앞에 당당히 서서 고개를 들었다.

로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웬 개소리들이셔, 천년만년 살더니 노망이라도 드셨나들?]

로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싸늘했다.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었다.

[발뺌하지 마라! 림몬을 이용해 수작질을 한 것이 네 장난이 아니란 말이냐? 천계 땅에서 그런 장난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뿐이다!]

라의 목소리가 분노에 차 있었다.

사방의 금속 독수리들이 칼날 같은 깃털을 곤두세우고, 아스가르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공격해 올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또한 림몬을 이용해 신과를 대량으로 훔쳐 간 뒤, 헤르메스까지 죽인 것이냐?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우라노스의 목소리 역시 매한가지다. 하늘이 와르릉 쾅쾅 울리고,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구름이 모여들었다.

허나 그들의 앞에 선 로키는 코를 후비며 심드렁하게 대꾸할 따름이다.

[림몬? 그건 그쪽 쫄따구 아니셔? 갑자기 왜 지랄들이야? 이 새끼들이, 이 몸이 가만히 있으니 호구로 보여?]

‘대단하다.’

태호는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저 두 거대한 신력 앞에서도 그야말로 한 마디 지는 법이 없는 로키의 모습이 대단했던 것이다.

로키의 두 눈이 소용돌이쳤다. 동시에 거대한 신력이 물밀 듯 새어 나왔다.

퍼덕퍼덕퍼덕!

로키의 롱코트가 마구 흔들리며 사방으로 신력을 뿜어냈다.

이곳은 아스가르드!

로키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로키가 신력을 완전히 다 개방하자, 아스가르드 전체가 뒤틀리듯 흔들렸다.

쿠르르릉- 콰콰콰쾅!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태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숨죽일 무렵,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뭐야?’

시선을 돌린다.

‘맙소사!’

그곳에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카르르르르릉-!

아스가르드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라와 우라노스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뿐 아니었다.

촤라라라락-!

아스가르드의 땅바닥에서 치솟아 오른 듯한 거대한 뱀 한 마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다.

‘펜리르, 그리고 요르문간드!’

신들 세계의 멸망을 알린다는 두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태호는 문득 펜삼이를 떠올렸다.

그 작은 천계의 영물이, 커서 저렇게 된다는 말인가?

[크읏...]

우라노스는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반면, 라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말해라, 로키. 네 소행이 아닌 것은 확실한가?]

[뭘 말하라는 거야. 왜 예나 지금이나 말에 앞뒤가 전혀 없는 거냐, 이 닭대가리 새끼야.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튀겨져 볼 테냐?]

로키의 독설은 아주 찰졌다. 라가 단숨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얘들아!]

로키가 펜리르와 요르문간드를 보며 소리쳤다.

[저 두 잡것들이 헛소릴 지껄이면, 냉큼 물어뜯어 버려라!]

[칫...]

라가 놀랍게도 뒤로 물러섰다. 금속 독수리들이 날개를 접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라노스도 입을 다문 채 찢어진 하늘 속으로 자신의 두 팔을 집어넣었다.

[......건방은 적당히 떨어라, 로키. 어차피 네놈과 결판을 낼 날이 올 거다. 우라노스! 우린 정리할 일이 남았다!]

라가 이를 악문 채 그렇게 말하며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로키... 너...]

우라노스는 로키를 보며 말을 흐리다, 역시 저 멀리 사라져 갔다. 당장이라도 멸망할 것 같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온함이 돌아왔다.

로키가 양손을 한번 휘젓자 펜리르와 요르문간드가 사라졌다.

[휴, 엿 될 뻔했네.]

태호는 그제야 그림자에서 나왔다. 얼이 빠진 태호를 보며 로키가 씩 웃었다.

[대충 일단락된 것 같군.]

“일단락... 된 겁니까?”

태호는 방금 상위 신, 그리고 상위급 신이 동시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리고 로키가 그들과 대응해 대단한 패기를 발산하는 것도 보았다.

[어때, 이 몸이 좀 더 대단해 보이나?]

“......”

태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피식 웃더니, 태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훗... 이 몸에게 이 정도야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지.]

로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요즘 낌새가 심상찮다, 조만간 볼카노스가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볼카노스 님이...!”

태호는 가슴이 쿵, 하고 뛰는 것을 느꼈다.

[사도 하나가 지상으로 곧 파견될 것 같다는 전보다.]

이어진 로키의 말에 태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사도... 말입니까?”

[브라만의 아수라가 당도할 예정일 것 같다.]

로키는 진지하게 태호에게 말했다.

[네게 미리 말해 두마. 아수라와는 절대 맞붙으면 안 된다.]

“아수라...!”

[그놈은 진정 싸움에 미친 놈이고, 말이 잘 안 통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머리가 좀 모자라. 그러니까 일단 시비 붙을 일을 만들지 말고... 힘을 키워라.]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진지했다.

로키가 진지하게 말할 땐 다 이유가 있다.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먹어 치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먹어 치운 뒤 강해지는 거다.]

로키의 말에 태호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라. 여기 일은 내가 수습하마.]

로키가 손을 내저으며 돌아서서 기지개를 폈다.

......리얼 포스의 세계로 돌아온 태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대단한 일들이 속사포처럼 스쳐 간 느낌이었다.

땅에 발을 딛자, 어쩐지 그 촉감이 너무 마음에 들어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하아...”

제법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상위 신 라와 그 급 우라노스. 심지어 로키까지 보고 나니, 어찌 된 영문인지 탈력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잔뜩 일었다.

‘통한다.’

그것은, 그 높은 벽이 답이 없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벽은 높다!

허나, 절대 오르지 못할 벽이 아니다. 태호에게는 그들을 뛰어넘는 ‘신비력’이 있다.

상위 신들은 신화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힘이 어떤 속성의 것들인지, 대강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신화력으로도 태호의 신비력은 감지를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농간질이 더욱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허나.

이럴 때일수록 돌아가야 한다. 흥에 취해 객기를 부리다간, 모든 것이 끝장이다.

우선.

전리품 확인이 먼저다.

태호는 인벤토리창을 열어, 획득해 온 신과를 꺼내 보았다.

‘신과는 총 120개.’

120개나 따 왔다!

세상에, 이렇게 손쉽게 천계의 보물 중 하나를 대량 수확해 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거기다, 에픽은 총 27개.

로두스와 마몬의 창고를 탈탈 털어 왔기에 여분이 27개나 된다.

우선.

태호는 신과를 먹어 보기로 했다.

그 전에.

‘조심해서 나쁠 거 없다.’

조겐을 꺼내 확인해 보았다. 조겐에게, 태호는 아무 말 없이 신과를 꺼내 보여 주었다.

-신과잖아? 이거 어디서 구한 거냐?

“올림포스 근방에서?”

-그놈들에게 신과를 얻어 내다니, 그건 정말 놀랍군.

“놀라울 거 없어, 120개나 있거든.”

-거짓말 마라. 네놈이 신과 밭을 털기라도 했단 말이냐? 하하하!

간만에 조겐이 웃는 게 꽤 기분 나빴다. 태호는 군말 없이 120개를 모조리 다 보여 주었다.

-미, 미친놈... 진짜로 신과가 120개나 있단 말이냐?... 히이이이익!

조겐이 기절했다.

태호는 눈을 끔뻑이다 구슬을 흔들어 조겐을 깨운 뒤 다시 물었다.

“신과 먹는 법.”

-미, 미친놈아. 대체 어쩌려고 신과를 이렇게나 많이? 올림포스 놈들이 이걸 아느냐?

“모르지 멍청아, 알면 살아 있겠냐?”

태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조겐은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지경이다. 신과는... 그냥 먹으면 된다...

태호는 조겐을 집어넣은 뒤 신과 하나를 물어뜯었다.

아작!

120개나 있기에 아낌없이 하나를 먹어 치운다. 입에 들어가자 살살 녹으며 달콤하고도 산뜻한 끝 맛을 낸 신과는 금세 효력을 발휘했다.

콰아아아아-!

몸속에 회오리가 치는 것 같다. 태호는 솔직히 일개 열매에서 이런 기운이 머금어져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기운을 그대로 느꼈다.

기운은 그대로 몸속 곳곳으로 뻗어져 나간다. 이질적이지 않은 신력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태호의 두 눈이 레벨 업 경험치 바로 향했다.

“......말도 안 돼.”

경험치 바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차오르고 있었다. 쭈욱 쭈욱 차오르던 경험치 바가 꽉 차고.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업 메시지가 3개나 들려왔다.

‘정신 나갔군.’

[신과의 신성한 기운이 체내에 머뭅니다.]

[신과의 기운은 당신의 ‘신비력’을 강화했습니다.]

‘역시.’

신선과와 비슷한 메시지와 함께 신비력이 강화되었다는 메시지도 들려왔다.

태호는 신과를 계속해서 먹어 치웠다.

기운이 체내로 뻗어져 나가고, 경험치 바가 미친 듯이 차오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업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라, 마치 ‘치트’를 치고 게임하는 느낌이었다. 레벨이 계속 오르고, 신비력 강화 메시지도 계속해서 떠오를 무렵이었다.

태호가 신과를 계속해서 먹어 치웠다. 이런 사기 아이템을 최대한 쓸어 담아 오긴 했지만, 더 못 챙긴 게 아쉬울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레벨 500을 달성하였습니다.]

“......”

그야말로 유저들이 보면 경악할 수준의 레벨링이었다.

500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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