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157화 (157/194)

서열 4위

“허 참.”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었다.

단시간 내에 족히 80레벨이 넘게 올라갔다. 그뿐이 아니다.

[보유 중인 스킬 ‘신비력(어둠)Ⅳ’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신비력(어둠)Ⅴ]

[설명 : 태고의 힘, 정순한 어둠의 비전력과 신력의 결합체를 사용합니다.]

[2단계에 접어들며 신비력의 농도가 더욱 짙어졌습니다. 신비력으로 가하는 모든 스킬의 성능이 20% 상승했습니다.]

[3단계에 접어들며 마력이 신비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신비력으로 가하는 모든 스킬의 성능이 50% 상승했습니다.]

[4단계에 접어들며 신비력을 조금 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습니다.]

[5단계에 접어들며 어둠 고유의 능력에 더욱더 가까워졌습니다.]

단계에 대한 설명은 애매모호했으나, 5단계의 설명에 주목해 본다.

‘어둠 고유의 능력에 더 가까워진다...’

예전이라면 그 애매모호한 설명에 의문을 표했을 테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또 다른 경지다.’

분명했다.

상위 신들에겐 신화력이라는 힘의 경지가 존재한다고 했다.

태호의 신비력은 지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들과 비견될 강력한 힘이다.

허나, 이다음의 세계가 존재한다.

‘한번 보자.’

그런 세계가 있다면, 구경이나 한번 해 보자.

레벨은 어느새 500.

7차 전직 기준을 만들었다.

리얼 포스의 전직 기준은 500레벨에 7차, 600에 8차, 700에 9차, 800이 10차.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도 어마어마하게 뻥튀기된다.

신과를 먹기 전, 태호의 레벨은 420가량.

솔직히 말해서 무던히 노력을 해도 400레벨부터는 하루에 그리 많은 레벨을 올릴 수가 없다.

태호야 분신체들을 사방으로 퍼트려 사냥을 하면 되긴 하지만, 그렇게 한 레벨링보다 족히 수십 수백 배는 빠른 레벨 업이었다.

‘이건 사기야.’

남은 신과는 대략 90여 개.

상식을 뛰어넘은 폭렙업을 해 버린 상태이지만, 충분하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미 태호는 상위 신들의 위용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사기니까, 다 먹어 치우자.’

태호는 마음을 굳히고 다음 신과를 입에 넣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확실히 500을 돌파한 시점부터, 신과가 가져오는 경험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점점 더 더디게 오르던 레벨은, 550을 경계로 엄청 조금 오르기 시작했다.

신비력이 강화되는 것도 한계에 봉착한 모양이었다. 이쯤 되면 사실상 효율을 기대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낮아졌다.

어느 순간, 신과 하나를 먹었는데 레벨 업 메시지가 보이지 않아 게이지를 확인해 보았다.

[현재 신체가 보유할 수 있는 신과의 기운이 최대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이 정도가 한계?’

태호는 신체가 보유할 수 있는 기운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신체.

태호는 그 뜻을 금세 알아챘다.

‘균형 파괴자들을 해치울 때마다, 내 몸이 바뀌었지.’

그것으로 알 수 있다. 매번 태호는, 신의 육체를 얻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꽤 단순할 수 있다.

‘현재 데페로와 네 장군이 잊혀진 섬에 있지.’

그놈들을 잡아 족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지금은 살짝 참을 시간이다.

남은 신과는 대략 50여 개.

50개의 신과를 어디다 쓸까, 고민하던 태호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좋다고 해야 할지.’

그런 고민을 하며, 아르카네를 소환했다.

[불렀지?]

정령계의 문이 열리며 아르카네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오늘의 아르카네는 머리에 보라색 꽃을 꽂은 채 방긋 웃고 있었다.

“그래, 이리 온.”

태호는 녀석을 번쩍 들어 품에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소녀에게 꺼내 든 것은, 신과 하나였다. 신과를 본 아르카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게 뭐야?]

“흠... 먹어 볼래?”

[사과야?]

“사과는 아니고, 맛있는 거.”

아르카네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태호를 빤히 보다가 방글방글 웃으며 신과를 받아 들었다.

아작!

한 입 먹자, 아르카네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태어나서 이런 것은 처음 먹는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번쩍 뜬 채 입을 오물오물한다.

곧, 소녀가 말했다.

[맛있다.]

“그래?”

태호는 아르카네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맛있어.]

아르카네의 두 눈에 생기가 깃들었다. 예전에도 맑은 눈동자였지만, 그 눈동자가 지나치게 생생해진다는 느낌이었다.

그뿐인가?

우우웅-!

소녀의 전신에서 기묘한 아우라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태호는 아우라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우우우웅!

아우라는 조금씩 더 커져, 어느새 선명하게 느껴진다. 태호는 흠칫 놀랐다.

‘신력이잖아?’

이건 신력이다.

소녀의 몸에 신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고작 한 알로?’

[어?]

아르카네는 자신의 몸의 이변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인상을 팍 찌푸렸다.

[으아.]

“......?”

[으아아... 아파.]

아르카네가 겁먹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파?’

[아으아아아! 너무 아프다!]

태호는 불현듯,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아차!’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자각했다. 소녀에게는 아직 경험해 본 적 없는 통증이 찾아올 것이다.

신력은 전신으로 뻗어져 나가고, 피 대신 용암이 끓는 듯한 착각이 들 것이다.

‘내가 너무 무감각했어.’

태호는 다급히 아르카네의 몸에 자신의 신비력을 주입했다. 소녀의 마력으로 덮기엔, 무리다. 신력은 마력으로 덮을 수 없다.

신비력이 아르카네의 몸으로 쭈욱 빨려들어 갔다.

태호는 그대로 소녀의 전신으로 신비력을 이동했다. 온몸에 퍼져 있는 신력이 신비력에 덮이자, 아르카네가 울상을 지었다.

[아파... 너무 아파...]

하지만 곧.

[어라?]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태호는 집중력을 유지하여 신비력을 지속시키며 물었다.

“아직도 아파?”

[아니?]

아르카네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팔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태호는 소녀의 몸속에 주입된 신비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력에서는 통증을 느끼지 않나 보네.’

천만다행이었다.

태호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르카네가 잘못됐으면, 정말 마음이 아플 거라고 생각하며 신비력 주입량을 조금 더 늘려 보았다.

[우오오오!]

아르카네는 잔뜩 고양된 듯 몸을 들썩였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초콜릿을 먹은 뒤 흥분 상태에 들어가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이대로 계속 주입만 해 놓고 있을 순 없다. 그렇게 고심하던 순간.

고오오-

신비력은 주입되는 것을 멈추고, 소녀의 몸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쿠우우웅!

소녀의 전신에 일렁이던 모든 힘이 소용돌이치며, 소녀의 심장부로 향했다.

콰아아아아!

마침내 심장부에 안착한 듯, 고요해졌다. 아르카네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태호를 보았다.

[응?]

그리고 자신의 팔다리를 본 뒤, 한 번 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반문했다.

[으응?]

번쩍!

그 순간.

소녀의 온몸이 까맣게 물들어 간다. 순도 높은 어둠에 물든 양, 어둠 그 자체가 되더니 아주 익숙한 기운을 품게 되었다.

‘신비력?’

[당신의 정령 ‘아르카네’가 고유 능력 ‘신비력(어둠)’을 습득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아르카네의 모든 능력은 신비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그것 하나가 아니다.

[당신의 정령 ‘아르카네’의 서열이 바뀝니다.]

[현재 아르카네의 서열은, 어둠 정령계 4위입니다.]

서열이 어둠 정령계 4위라고?

솔직히 놀라운 말이었다.

-어둠의 정령계 서열 7위, 3공주 아르카네와의 계약에 성공하였습니다.-

과거.

태호는 서열 7위인 3공주 아르카네와 계약한 바 있었다. 그랬던 소녀의 서열이 단숨에 4위로 치고 올라간 것이다.

또한.

[당신의 정령 ‘아르카네’가 ‘신비력’ 고유 능력 ‘어둠의 잠식’을 습득하였습니다.]

[당신의 정령 ‘아르카네’가 ‘신비력’ 고유 능력 ‘영혼의 듀오’를 습득하였습니다.]

아르카네에게 새 스킬이 두 개나 생겼다.

그간 아주 많은 시간 동안 성장하지 않고 있었던 녀석이라 그런 것인지, 한 번 성장에 아주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고작 신과 한 알...?’

문득 떠올려 보자면, 신과는 그저 계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와! 이게 뭐지? 놀라워! 대단해!]

아르카네는 자신의 변화가 놀랍다는 듯 펄쩍펄쩍 뛰었다.

키도 그대로, 외형도 대부분 그대로이지만 비단결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더욱더 생생해진 두 눈, 그리고 눈동자 속의 신비한 소용돌이가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태호는 어쩐지 긴장이 탁,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아르카네는 신난다는 듯 요리조리 뛰어다니다가, 태호에게 후다닥 달려왔다.

[어디 아파?]

“......아니.”

안도감이 밀려온다.

혹시나 싶어, 태호는 신과를 하나 더 꺼내 보았다. 그것을 소녀에게 내밀어 본다.

“하나 더 먹어 볼래?”

[응!]

아르카네는 으흥흥, 웃으며 그것을 쏙- 입 안에 넣었다. 이내.

전신에서 신력이 요동쳤지만,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재 상태에서는 더 이상 신력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신과 하나를 날리게 된 셈이었지만, 투자금으로 치기로 했다.

“휴우...”

이제 아르카네는 신비력을 사용해 자신의 스킬들을 사용할 것이다.

‘그럼...’

문득 든 생각.

‘신들에게도 아르카네의 스킬이 통한다?’

그건 아주 유용한 일. 기존의 아르카네의 스킬들은 사실상 대 신(神)에서의 효율이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허나 이제는 달라졌다.

‘아주 좋아.’

결국 잘됐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막시도?’

막시무스도 이것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태호는 막시무스를 부르기 전, 우선 볼카노스를 소환하기로 했다.

* * *

볼카노스는 태호의 이야기를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었군.]

“현재 볼카노스 님이나 로키 님께는 신과가 의미 없을지요?”

태호의 생각은 합리적이었다.

신과가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나눠 주어 전력을 강화해야 했다.

볼카노스가 빙긋 웃었다.

[우리 정도의 수준이 되면, 신과는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위의 신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고, 신에 근접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태호는 또 다른 점도 물어보았다.

“제 신비력이...”

신비력이 품은 기묘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바로.

-5단계에 접어들며 어둠 고유의 능력에 더욱더 가까워졌습니다.

라는 메시지.

태호의 물음에 볼카노스가 신중한 얼굴을 했다.

[보통의 신과는, 서너 개만 먹어도 비약적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열매다. 물론 처음의 효력이 좋고, 그다음부터는 점점 효용이 줄지만 말이다. 너는 벌써 수십 개의 신과를 먹어 치웠으니...]

그가 태호의 두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것은 아무래도 네 힘이 가진... 그래. 상위 신들이 보유한 신화력에 근접한 수준의, 다음 세계의 힘이 아닌가... 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신화력!

태호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문득.

볼카노스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쪽 일이 재미있어졌군. 당분간은 네 부름에 답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이해하거라.]

팟!

그리고 그가 사라졌다.

태호는 그가 말했던 부분에 대해 곱씹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재미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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