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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65화 (165/194)

그렇구나

만유의 눈이 만들어지자, 태호의 시야 한쪽에 또 다른 화면이 생겨났다.

마치 CCTV처럼 지켜보는 눈!

그런데 그 눈이 보여주는 풍경이 제법 기묘하다. 눈에는 모든 힘의 흐름이 고스란히 보였다.

예를 들어, 태호의 분신체를 비춘다면.

지이잉-!

화면에는 분신체들은 죄다 희끄무레하게 보이고 본체만이 명확하게 보였다.

‘뭐든지 보인다... 원래 이런가?’

허나 그런 것은 아닌 듯싶다.

태호의 분신체들에게 일렁이는 신비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을 보아, 본래 데페로에게 있었던 힘이 태호에게 오며 더욱 강화된 느낌이었다.

‘유용하겠어.’

조금 마음이 풀린다.

또한.

태호는 막시무스를 소환 해제한 뒤, 로만을 꺼냈다. 로만은 만유의 눈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즉, 신비력의 비밀이 만유의 눈에도 통한다.’

그렇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시야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말!

그 즉시 꺼낸 것은 헤르메스였다.

-부, 부, 부르셨습니까요?

녀석의 말투가 어이가 없어 실소를 머금었다. 태호는 그런 헤르메스에게 물었다.

“묻겠다.”

-예이...

“너는 신과 밭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럼요.

“그 밭의 존재를 너 말고 또 누가 알아?”

-아, 아무도 모르게 저만 가꾸고 있었지요...

“왜?”

-왜냐니요... 신과는 반출이 엄금돼 있는 올림포스의 보물... 그러니까 몰래 키워서, 다 익으면 제가 다 먹어 치우려고 그랬죠.

헤르메스가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저는 다른 신들보다 약골이고 재능도 딱히 없어서, 그렇게 해서라도 강해지고 싶어서요...

-진실.

애석하게도 죄다 진실이었다. 태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순박한 녀석을 죽여 힘을 빼앗는 것은 태호도 그리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진짜 너는 살려 준다.”

-예? 그, 그럼 다른 사람들은 안 살려 준다는 건가요?

“눈치는 빠르네.”

태호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이었다.

“지금 천계로 가, 신과 밭으로 향할 예정이다. 만약 그곳에서 올림포스의 상위 신이나 기타 신을 마주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너를 죽일 거야.”

-히익!

헤르메스가 울먹이며 덧붙였다.

-진짜예요. 거길 아는 건 저밖에 없다고요. 그리고, 제 신발로만 갈 수 있다고요!

“좋아. 일단 들어가 있어.”

태호는 그렇게 녀석도 돌려보낸 뒤, 남은 신과 열매 중 하나를 꺼내 먹었다.

아작!

곧.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과의 신성한 기운이 체내에 머뭅니다.]

[신과의 기운은 당신의 ‘신비력’을 강화했습니다.]

‘된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다시 된다...!’

역시 태호의 가정은 옳았다. 수호자의 다음 단계 힘을 얻으며, 몸이 변화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신과 열매의 효과를 받게 된 것이다.

이내 남은 열매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우적! 우적! 우적!

그 값비싸고 고귀한 신과를 거침없이 먹어 치운다.

‘더디다.’

레벨 업 속도도 그렇고, 신비력의 상승 역시 더디지만 확실히 상승하고 있었다.

꿀꺽!

근 30개에 달하는 신과 열매를 모조리 먹어 치우자, 태호의 레벨은 40이 올랐다. 그리고 신비력은 아직 다음 단계로 변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

현재 태호의 레벨은 590. 600까지 10 남았으며, 말인즉 8차 전직에 근접해 있는 셈이다.

아직 7차 전직도 완료하지 못했는데 레벨은 600을 향해 파죽지세로 나아가고 있다.

일단.

전직도 전직이지만, 신비력의 다음 단계가 문제였다.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네.’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면, 아무래도 ‘신화력’에 준하는 거대한 힘으로 변모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 태호의 전력은 이미 일개 신을 넘어섰다.

상위 신을 상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지만, 온전한 상태의 조겐급 존재는 단칼에 해치울 수 있을지 모른다.

흑마탑에 도착한 태호가 흑마탑주에게 7차, 8차 전직의 서를 받아 나왔다.

전직도 좋지만, 우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싶었다. 곧바로 광휘의 궁전으로 돌아가 로키를 불러냈다.

천계로 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샤아악-!

로키의 화신체가 귀환하는 것을 따라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태호는 로키에게 물었다.

“별일은 없습니까?”

[아직은.]

로키는 흥흥, 웃으며 덧붙였다.

[곧 생길 것 같다만.]

“생기다니요?”

[볼카노스가 천옥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

그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태호가 다급히 말했다.

“제, 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흠... 아직은.]

로키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천옥은 상위 신들의 고등 밀집 결계이다. 굉장한 녀석들이 천옥 안에 득시글거리지... 네메데스 님이 볼카노스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네메데스...!”

카실론이 볼카노스를 돕고 있다는 말. 태호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네가 알면 괜히 마음 쓸까 봐, 아직 말 안 하고 있었는데. 아무튼, 일단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손쓸 방법이 없다.]

마음이 닳았다.

태호가 손톱을 자근자근 씹을 즈음, 로키가 말했다.

[허나 한 가지 첩보가 더 있지.]

“뭡니까?”

[아무래도 브라만과 라가 갈등을 빚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수라 놈이 라의 뒤를 캐고 다니다가 마몬에게 걸렸나 봐.]

“라의 뒤를 캔다...?”

태호는 불현듯 떠올렸다.

“사티로스의 공갈이 통했군요?”

[바로 그렇지.]

로키가 씨익 웃었다.

[너도 알다시피, 상위 신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친한 건 아니다. 엄밀히 따져, 천계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하나의 군주라고 볼 수 있지. 이 기회에 자신의 세력과 영향력을 넓히려는 수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태호가 눈을 빛냈다.

[그래. 필연적으로 두 놈이 싸운다. 일종의 서열 정리라고 봐도 무방할 거다. 재미있어지겠군.]

로키는 어쩐지 싱글벙글하다 태호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뭘 할 생각이냐?]

태호가 지체 않고 대답했다.

“올림포스의 신과 밭을 다시 털 겁니다.”

* * *

헤르메스의 신발을 꺼내 신었다.

[‘에픽 아이템, 경계를 넘는 자’를 발동하였습니다.]

[‘고유의 영역’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 아이템은 ‘경계’를 효과적으로 넘나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쓰는 거지?

막 헤르메스를 불러 물어보려던 그 순간이었다.

[저장된 지역이 있습니다.]

[지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떠오른다.

동시에 장소 몇 군데의 풍경이 허공에 만들어졌다. 총 다섯 군데였다.

‘오호.’

이 신발은 소위 ‘경계’라고 불리우는 각 비밀 구역들을 넘나들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기묘하네.’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헤르메스라는, 솔직히 다른 신들 반쪽도 안 되는 약골에게 이런 고급 에픽이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우선.

한 곳은 올림포스 내부로 보였다.

거대한 신전, 그 안에 많은 신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기회에 라를 몰아붙여야 합니다. 마침 잘됐습니다, 브라만이 라를 압박해 오니 우리도 이참에 참전합시다. 잃은 땅을 되찾아 와야지요!

제우스가 말했다.

-동감입니다. 헤르메스 녀석이 죽은 것은 정말 아쉽게 됐습니다만... 이건 우리에게도 기회나 다름없습니다.

아레스도 말했다.

-비통한 일이군. 그 녀석은 정말 귀중한 인재였거늘...

제우스가 말을 받는다.

“......”

의외로 헤르메스에 대한 평판이 좋다?

태호는 헤르메스에게 뭔가가 있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허나, 아직 라의 전력은 막강하다. 섣부르게 행동했다가 브라만이 발을 빼면, 우리만 뒤집어쓸 확률이 높다. 아스가르드나 올림포스는 상위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의 도시! 상위 신들이 항상 노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상위신급 존재, 우라노스도 말했다. 우라노스는 실체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태호는 다음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긴 신과 밭.’

헤르메스가 본래 지키던 신과 밭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새 신들이 몇몇 보였다.

그다음 공간.

‘여기가 그 신과 밭인가.’

신이라곤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작은 신과 밭이었다. 작다곤 하나 주렁주렁 신과가 열린 나무가 족히 서른 그루는 됐다.

태호는 헤르메스를 꺼내 물었다.

“여기냐?”

-아, 예.

-진실.

태호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분신체 하나를, 마몬의 수하였던 ‘림몬’으로 변신시켰다.

-이 개자식, 개새끼 또 개수작을...

림몬을 꺼내 변신시킨 뒤 곧바로 다시 구슬로 만들어, 잔뜩 흔든 뒤 인벤토리창에 처박은 태호가 분신체를 보냈다.

분신체의 시야가 태호에게 공유된다.

“다 따면 되냐?”

헤르메스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이쯤 되면 다 익었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 물기가 한가득하다. 태호는 쓰게 웃으며 분신체에게 명령을 내렸다.

분신체가 신과를 죄다 쓸어 담기 시작할 무렵, 태호가 다시 물었다.

“대체 이 공간은 어디야?”

[북부, 올림포스를 지나 끝자락 귀퉁이에요.]

“흐음...”

[아실지 모르겠지만... 신과란 게 원래 그래요. 자라는 곳은 한정돼 있거든요? 신력이 충만한 곳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곳을 찾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여기저기서 재배를 시도해 보긴 했는데... 그러다 이 자리를 찾게 된 거죠.]

“......”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다.

“여기선 뭐 신력이 충만했어?”

[아뇨... 농부가 씨앗 뿌리듯 여기저기 다양하게 심어 봤는데, 여기서만 자라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다 재배를 시작했죠...]

그렇다면 더 이상하다.

‘신력이 감지되지 않는 땅...?’

태호는 분신체로 본신이동을 했다.

“......!”

그리고 사방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미묘하게 뭔가가 있었다.

이 땅의 너비는 대략 100여 평. 절묘하게 지형적으로 숨겨져 있는 땅이다. 다른 곳에선 그러지 않는데, 유독 이 사방에서만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스멀스멀 땅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힘의 형태였다.

태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그 근원지를 찾아냈다.

100평 땅의 정 중앙에서 조금 강렬하게 새어 나오는 힘. 농도로 치면, 500mL 물컵 안에 먹물 한 방울이 떨어진 듯한 미미한 수준이었다.

우선.

태호는 신과를 모조리 다 땄다.

그렇게 따낸 신과가 총 100개가 조금 넘었다.

그리고, 중앙의 땅을 조심스럽게 파내 보았다. 제법 깊숙이 파내자, 점점 더 그 미묘한 힘이 강렬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더 깊숙이.

더 안쪽으로!

그렇게 얼마나 땅을 파냈을까?

태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작은 물건 하나였다. 크기는 주먹만 하고, 얇았다. 언뜻 보면 배지 같기도 하고, 어디서 본 형태를 하고 있었다.

“......?”

우선 주워 본다.

[??? 신화력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태호는 그것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화력의 정수?’

[등급 : 에픽]

[종류 : 재료]

[이름 : ??? 신화력의 정수]

[이름 모를 신화력의 단서.]

‘단서라.’

이미 이런 것을 한번 얻어 본 바 있다. 바로, ‘불사왕 쿤’에게 얻은 아나크레온의 정수였다.

‘이게 미묘한 신력을 뿜어내고 있었던 건가.’

다른 신들이 감지를 못 하는 것이라면, 아직까진 수호자의 힘 외엔 없었다.

‘수호자의 힘?’

그게 왜 여기?

태호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문득 대단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렇구나.’

신과는 이런 식으로 재배하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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