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
태호의 명령을 받은 분신체들이 자폭을 행했다.
10배의 힘을 발휘하는 상태에서 자폭이다.
쾅- 콰콰콰콰쾅-
묵직한 폭음이 블랙홀 저 안에서 들려왔다. 곧, 블랙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콰-아아아아앙!
기어코 찢어져 버렸다. 그 내부에서 토해지듯 튀어나오는 것은 앙그라마이뉴와 아수라의 만신창이가 된 육체였다.
어차피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이, 이게 대체...]
아수라가 경악했다.
[볼카노스, 권능, 이건.]
앙그라마이뉴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들을 반기는 사방의 90겹 나락의 절대 구역이 실현되기 시작한 거다.
콰지지지지지지직!
온 사방에서 쏟아지는 어둠의 창이 만들어 내는 끔찍한 창의 세례!
푸푸푸푸푸푹!
[크아아아아악!]
아수라가 비명을 질렀다.
‘좋아.’
태호가 그대로 땅을 밟았다.
‘강화된 마신강림.’
태호의 전신에 마신이 깃들었다. 시커먼 마신은 더욱 육중해지고, 마치 태호의 사방을 보호하듯 갑주와 방패를 들고 있었다.
‘강화된 어둠의 땅.’
그간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됐던 모든 스킬들을 쏟아부을 차례였다.
저장해 둔 스킬은 3발의 절멸의 화살, 그리고 12발의 강화된 어둠의 명령.
‘절멸의 화살.’
펑- 펑- 펑-
세 발의 절멸의 화살이 날아들어, 절묘하게 세 사도의 몸에 틀어박혔다.
‘나와, 모두!’
정령계가 열리고 아르카네가 나타났다. 허공에서는 막시무스가 소환됐다.
컹컹컹!
펜삼이도 한몫을 차지하려고 펄쩍 뛰며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까, 까아악?]
야타카라스가 나타났다. 야타는 가엾은 까마귀 왕으로, 재수 없게 태호에게 잡혀 신세를 조진 녀석이었다.
야타는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바쁘게 날갯짓을 해 저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호는 그대로 지팡이를 들었다.
“막시!”
[맡겨만 다오!]
막시무스가 쿵쿵쿵! 앞으로 달려갔다.
[우오오오오오오!]
막시무스의 전신에 순도 높은 검은 기운이 어려, 덩치가 족히 두 배는 커지고 근육이 터질 듯 부풀었다.
[스킬명 : 최후의 기사]
[막시무스가 모든 능력치의 2배를 증폭하는 최후의 기사로 변신한다. 이 능력은 모든 아군에게 부여된다.]
최후의 기사 발동이다.
[비, 빌어먹을... 웨, 웬 놈이냐...!]
마몬이 질겁하며 불꽃을 쏘아 냈다.
[우오오오오! 소용 없다아아아아!]
막시무스가 그대로 질주하며 새 스킬을 사용했다. 막시무스를 비롯한 모든 일행의 몸 사방을 보호하는 반투명한 방패가 만들어졌다.
[스킬명 : 절대 방패]
[막시무스가 자신의 생명력과 마력의 합산치의 10배에 달하는 방패를 만들어 모든 아군을 보호합니다.]
[뭐... 뭐엇?]
태호가 소리쳤다.
“아르!”
[나만 믿어!]
아르카네가 폴짝폴짝 뛰며 손을 휘저었다.
데-엥!
허공에 거대한 종이 만들어졌다. 신비력이 사용된 어둠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일순간 마몬과 앙그라마이뉴 그리고 아수라가 석화상태에 걸렸다.
[얍!]
그대로 어둠의 망토가 작렬해, 놈들을 한 곳으로 몰아세우고.
[신난다!]
어둠의 장막이 펼쳐져 놈들을 꽁꽁 묶어 두었다.
“잘했어!”
태호가 소리치며 가진 모든 스킬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강화된 어둠의 명령, 12연발!’
콰드드드득!
아수라의 대가리에 작렬!
각종 디버프 스킬들이 그야말로 쏟아지듯 날아들고, 어둠의 폭탄 비가 쏟아지며 각종 상태이상을 모조리 리필했다.
‘대규모 범위 폭사.’
콰콰콰콰쾅!
‘폭사.’
콰콰콰쾅!
‘폭사.’
쾅! 콰콰쾅!
‘폭사.’
콰지지지직!
폭사로 짤짤이를 넣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아수라가 비틀거리며 도망치려 할 때.
[10스택 달성]
‘지옥의 어둠 불꽃, 5연발.’
볼카노스의 권능 중 하나, 지옥의 어둠 불꽃 5연발이 쇄도해 아수라에게 작렬했다.
[우아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폭사.’
콰콰콰쾅!
놈에게 다시 폭사가 꽂혔다.
다음.
태호는 앙그라마이뉴에게 아이템 효과를 사용했다.
‘고갈의 낙인.’
[패시브 : 고갈의 낙인]
[설명 : 칠흑의 어둠반지의 패시브스킬.]
[상대방에게 10분의 시간 동안 신력으로 만들어진 낙인을 찍는다.]
[낙인이 찍힌 상대는 생명력과 마력을 회복할 수 없다.]
‘넌 특별히 더 신경 써 주마.’
고갈의 낙인이 틀어박힌 놈에게 폭사 짤짤이를 넣고.
[스킬 쿨타임이 모두 초기화되었습니다.]
[10스택 달성]
‘죽음의 어둠 불꽃, 5연발.’
5연발을 가해 주고, 폭사 짤짤이로 걸레짝을 만든 뒤 마몬에게 시선을 돌렸다.
[크... 크으... 이... 이건... 너, 너... 대체... 누구의 사도...?]
그 와중에도 90겹의 나락의 절대 구역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팍!
놈들은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그 와중.
태호는 씩 웃으며 읊조렸다.
“글쎄다.”
분신!
분신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최후의 수호자.’
10배 힘을 발휘하는 놈들이 다시 가진 스킬을 죄다 난사한 다음.
“폭탄 받아라.”
태호가 싸늘하게 읊조렸다.
[도, 도, 도망쳐...]
아수라가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틀려고 할 때.
펑!
분신체 하나가 어둠의 발걸음을 사용해, 찰싹 달라붙는 게 보였다.
[히, 히익!]
하나가 아니다.
펑!
[미, 미, 미친...]
하나 더!
어느새 각 사도들은 두 분신체씩 찰싹 달라붙어 있는 서로의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이이이잉-!
분신체들의 전신에 시뻘건 기운이 어렸다.
콰콰콰콰콰콰쾅!
폭발!
‘폭사.’
이어지는 폭발!
‘폭사.’
콰콰콰쾅!
그야말로 대폭발의 장이었다.
파파파파파팍!
그 와중에도 나락의 절대 구역은 제 기능을 훌륭히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모든 공세가 끝날 무렵, 초토화 된 대지 위에 서 있는 것은 태호뿐이었다.
[끄으으.....]
태호는 가장 먼저 아수라에게 향했다. 놈의 전신에서 신력이란 것은 이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수라의 희미한 시선이 태호를 향했다.
[이건... 대체... 무슨... 힘이지...?]
태호는 묵묵히 놈에게 주박을 걸었다. 허나.
[우주의 신화력이 당신의 주박을 거절합니다.]
우주의 신화력이라...!
태호는 눈을 빛냈다. 바로, 브라만의 신화력을 뜻할 것이다.
-글렀다. 사도 놈들이 가진 신화력의 일부는 그들의 주인의 것! 죽이자.
로만이 불안하다는 듯 소리쳤다.
-빨리 죽이자! 이놈들, 살려 두면 어떻게 될지 몰라!
일리 있었다.
“강화된 어둠의 명령.”
콰지직!
[꺼어억-]
아수라는 이제 죽음을 목도했다. 놈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혹시... 회귀자냐...]
“......”
묵묵부답인 태호를 보며, 아수라는 희미하게 웃었다.
[빌어먹을...]
툭!
그렇게 아수라가 죽었다.
이제 망설이지 않고 앙그라마이뉴에게 향한다. 놈은 고장이라도 난 듯 전신에서 지직이는 전기와 함께, 은색 피를 흘리고 있었다.
콰직!
이놈은 뭔가 불안하다. 태호는 더 물어보지도 않고, 놈의 목숨을 끊었다.
남은 것은 마몬뿐!
태호는 마몬을 향해 걸어갔다.
마몬은 재생 불능의 피해를 입었는지 온몸을 널브러트린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물었다.
[하나만... 묻자...]
“뭐냐.”
[림몬... 배신... 올림포스...]
놈이 끊어질 듯 간신히 목소리를 유지해 묻는다.
[네... 짓......?]
태호는 대답하지 않고 놈의 대가리를 아작 냈다.
빠지지직-!
이로써 세 사도가 죽어 나간 셈이다.
태호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긴장감이 풀리지 않아, 온몸이 와들와들 떨려 오고 있었다.
이겼다.
엄밀히 따지자면,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 세 놈이 동귀어진으로 싸우는 것에 끼어들어, 적당히 막타를 노렸다.
노림수는 성공이었고 결국 살아 남았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놈들은 성급했고, 회귀자를 우습게 보았다.
하지만 현재의 두려움은 그놈들의 전투를 보았기 때문이다. 고작 사도들이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그들의 주인인 상위 신들!
대체 그들은 어떻단 말인가?
‘휴우-’
긴장이 점점 풀리고.
태호의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상의 권좌의 상위 신, 브라만의 사도 ‘아수라’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수라나찰(修羅羅刹)’을 얻었습니다.]
[천상의 권좌의 상위 신, 아후라의 사도 ‘앙그라 마이뉴’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은빛섬광’을 얻었습니다.]
[천상의 권좌의 상위 신, 라의 사도 ‘마몬’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지옥문 개방’을 얻었습니다.]
세 개의 스킬이 동시에!
콰드드득-
그리고.
이어진 것은, 엄청난 격통이었다.
“큽!”
태호는 그 격통을 이겨 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다.
뿌드드드득-
온몸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윽... 으아아악!”
고통의 차원이 다르다. 그간 느껴 온 것의 족히 수십, 수백 배 이상의 것이었다.
전신으로 파고드는 심상치않은 신력들 중, 정말 이질적인 기운들이 있었다.
‘이거, 신화력!’
놈들의 몸속에 하나씩 지니고 있던 고유의 신화력들이었다!
“아윽!”
이상했다.
신화력들이 마치 태호의 몸을 좀먹듯, 점점 더 통증은 심해져 갔다. 마치 전신이 수백 수천 갈래로 쪼개졌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격통이었다.
“크아아아아악!”
온 몸으로 신비력을 보내 본다. 전신을 뒤덮고, 힘을 컨트롤 하기 위해 애썼다.
지이잉-!
몸 한곳에 숨겨져 있던 혼돈의 힘도 총동원이다!
지이이이이잉-!
혼돈의 힘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격통이 조금씩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혼돈의 힘은 회색 소용돌이처럼 움직이며, 그 기묘한 힘들을 하나둘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허용량을 초과했는지, 다시 시작된 격통!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그 무렵이었다.
쩌어억-!
하늘이 갈라진다.
“아... 으?”
갈라진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연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길이라도 생긴 것처럼, 연꽃들 사이로 황금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 계단을 타고 누군가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오색 찬란하고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거대한 부채를 들고, 그 사이를 부유하듯 내려오는 인물!
-야, 야, 정신 차려!
로만의 목소리가 뇌리를 깨웠다.
태호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태호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지극히 평온한 얼굴을 한 사내였다.
그는 태호를 보며 자애롭게 웃었다.
[많이 힘드시겠군요.]
“......다, 당신... 누구?”
태호는 다급히 신비력을 끌어 올렸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재수 없게 죽을 순 없다. 그대로 태호가 공격해 들어오려던 그때.
[평온해지십시오.]
탁-!
태호의 전신에 깃들어 있던 신비력이 팍- 하고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슨...”
[회귀자가 있다는 말이 진짜였군요. 안심하십시오.]
샤아악-!
동시에 스며드는 것은 지극히 평화로운 힘! 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슬슬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억지로 혀를 깨문다.
빠드득!
혀가 반쯤 잘려 나가며, 잠깐 동안 정신이 멀쩡해졌다.
팟!
그대로 태호는 도망쳤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절대 믿을 수 없다.
파파파파팟!
온몸의 격통은 어느 순간부터 멀쩡해졌다. 정신도 점점 돌아오고 있었고, 감각이 선명해졌다.
일단 달리자!
파파파파팟!
헌데.
“......?”
어느 순간.
태호는 자신이 누군가의 거대한 손바닥 위를 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뒤돌아보니, 거대한 사내의 얼굴이 빙긋 웃으며 태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 당신 누구야!”
[안심하십시오, 저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또한 대사제 데칼 님을 도우며... 볼카노스님의 탈옥에 협조하는 이입니다.]
파아앗!
어느 순간.
태호는 마치 환상에서 깬 것처럼, 아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관음보살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