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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80화 (180/194)

< 어둠의 신화력 >

화염의 거인 수르트는 믿을 수 없단 눈으로 태호를 보았다.

[이, 이게 대체1...]

허나, 라의 신화력은 그에게 있어 절대적인 것으로 보였다. 그는 천천히, 더욱 더 작아졌다. 중년 사내의 모습에서 청년의 모습으로. 거기서, 소년의 모습으로.

[내가... 졌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그렇게 말했다.

“......”

동시에.

[‘태양신의 지팡이’를 깨웠습니다.]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천상의 권좌, 불의 왕 ‘수르트’를 굴복시켰습니다.]

불의 왕 수르트.

수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조아려, 태호에게 완벽한 굴복을 인정했다.

[지금부터 태양신의 지팡이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화력의 힘.

그것은 정말 상상불가의 영역이었다. 어쩐지 허탈해질 만큼 절대적인 그 힘을 한껏 느낀 태호는 어느새 현실로 돌아왔다.

‘좋아.’

그 다음은, 다우징이다.

[인식 중...]

정수를 든 채 다우징을 사용하자, 시작부터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용자 스캔 중...]

[확인.]

[...]

[특급 보안 모드가 해제됩니다.]

“......?”

특급 보안 모드라?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특급 정보는 강력한 락에 걸려 있었다는 말이었다. 이유? 그건 아수라가 알게 되면 곤란해지거나, 혹여 이 다우징이 다른 이에게 향하더라도 최후의 비밀은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두근 두근!

“특급 보안 정보 가져와.”

[검색중...]

[검색결과 : 4건.]

[1. 대략 7천년 전부터 나는. 아니, ‘상위 신’ 들은 순환의 고리에서 착실하게 힘을 빼내고 있었다. 이 순환의 고리가 발견된 이후, 우리의 힘의 격차는 급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뭔 소리야 이게.’

[우리는 순환의 고리에서 힘을 빼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그 힘은 우리가 가진 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위, 저 너머의 힘! 우리는 그것을 신화력이라 부르기로 했다.]

‘시부럴!’

신화력이란 힘에 대해 이런 비화가 있었단 말인가?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그 신화력이라고 불리우는 힘을 받아들일수 있는 존재,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가 나뉘게 되었다. 현재, 볼카노스와 우라노스는 그 힘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지만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더 이상 상위 신이 늘어나면 곤란하다.]

‘그렇네.’

올림포스의 우라노스는 상위 신 급 존재. 신화력이 없어도 그 정도 힘이니, 신화력을 받아들이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모두, 그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이거 완전히 인간 세계랑 똑같네.’

태호는 어쩐지 분노를 느꼈다.

[순환의 고리로 가는 길을 통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적어도, 결전의 날 까지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혹은... 상성에 맞는 상대를 흡수하거나. 또한... 신화력을 이용해야만 대사제 데칼을 틀어 막는 것이 가능하다.]

상위 신들의 경쟁구도는 이렇게 생겨난 모양이었다.

[부처는 이상한 놈이다. 놈은, 신화력을 뛰어넘는 힘에 가까워진 것이 분명하다. 놈은 우리 중 그 누구와도 상성이 맞지 않는다......]

그 다음은.

[2. 판타로스의 낌새가 수상하다. 사티로스는 이번 회차에서 여러 일들을 보류하고 있다. 사티로스가 배신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판타로스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말인가? 또한, 회귀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회귀자가 효율적으로 사티로스를 방해했다면?]

움찔!

태호는 몸을 한번 떨었다. 브라만은 적어도 태호의 존재를 가정하고, 판타로스의 모든 계획이 파토난 것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아우슈리네의 시간의 권능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것. 만일 회귀자가 움직이고 있다면, 그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야 할 것. 최악의 상황, 사티로스가 회귀자와 결탁하였거나 놈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

[3. 창세(創世)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까? 나에게 있어, 창세의 기억은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는 편이다. 거대한 순환의 고리, 그 속에서 나는 부유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 곳에서 온 것이 확실하다.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리는 1만년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다...]

순환의 고리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그 다음이 흥미로웠다.

[4. 유사시 대처.

순환의 고리 까지 직접 전투가 벌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아후라는 혼돈의 힘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후라의 힘은 속성 자체가 혼돈의 힘과 비슷하기에, 판타로스와 상성이 아주 좋다. 반면, 나의 힘에는 취약하다.

유사시, 아후라는 나와 협력하려 애쓸 확률이 높다. 이용한 뒤, 처치한다. 난이도는 7급.

라는 나와 힘과 상성이 아주 좋다.

즉, 가장 먼저 라를 처치해야 한다. 라의 힘을 흡수한다면, 대부분의 상황은 나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의 지팡이인데, 지팡이를 어떻게 무효화 시키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갈릴 것이다. 난이도는 평균 3~5급.

둠 제네울은 라와 동일하다. 라를 먼저 해치운다면 둠 제네울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는 5급.

메타트론은 빛의 신화력을 사용한다. 놈의 전투력은 나와 동등, 혹은 그 미만이다. 하지만 섣불리 건드릴 수 없으며, 항시 중립을 지키기에 명분을 만들어 주면 곤란하다. 그의 배후에는 부처가 있음이 확실하다. 하지만, 직접 격돌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는 메타트론을 견제하기 위해 볼카노스의 격상을 막아야 했다. 난이도 5급.]

“......!”

태호는 그 부분을 다시 읽었다.

‘메타트론을 견제하기 위해 볼카노스의 격상을 막았다고?’

“자세히. 이 부분은 무슨 뜻이지?”

[답 : 메타트론의 힘은 빛의 신화력. 어둠의 신화력을 온전히 깨운 볼카노스는 그와의 상성을 만들어낸다. 두 힘은 상성이 아주 좋으며, 강력한 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일리 있었다.

놈들은 애초에 의도적으로 볼카노스의 성장을 방해했다는 말이었다.

이어서.

[부처는 측정불가의 힘을 사용한다.

어쩌면 그의 힘은 우리 모두의 힘보다 강할지 모르겠다. 전력을 다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두려운 상대이다. 또한, 그간의 상황을 보아하건대 메타트론을 굴복시킨 듯 하다.

우리는 우선, 순환의 고리를 상대하기 전 판타로스를 깨워 부처를 해치워야 한다.

난이도 측정불가.]

이것이 끝.

태호는 스산하게 부는 바람을 느끼며 고개를 젖혔다.

‘그랬구나.’

-역시나 그랬던 건가.

볼카노스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추악한 천계의 일면을 본 것 같았다.

가슴이 어쩐지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제 볼카노스는 태호에게 몸을 맡겼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태호가 볼카노스에게 말했다.

“이제, 놈들에게 되갚아 줄 시간이군요.”

* * *

곧.

태호의 분신체 하나가 천계에서 정수 하나를 발견했다.

‘???신화력의 정수’를 하나 구한 곳은 인적 드문 천계 남동부 끝자락이었다.

곧바로 인벤토리로 옮겨진 그 아이템을 받아 든 태호는,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정수에 신비력을 쏟아 붓는다. 충분한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새 정수가 신비력으로 꽉 찼다.

태호는 이번엔 ‘둠 제네울 + 아후라’ 의 정수가 합쳐진 덩어리에 그것을 가져다 대었다.

촤라락-!

한번 해 보아서 그런지 이제 놀라진 않았다.

찰캉!

그곳에 신비력이 결합되었다.

지이이이이이잉!

굉음이 일며, 두 개 힘이 싸운다. 둠 제네울의 ‘태고의 신화력’ 그리고 아후라의 ‘창조, 파괴의 신화력’ 이었다.

신비력이 두 힘을 감싸안고,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

‘됐다.’

[등급 : ???급]

[종류 : 재료]

[이름 : 신비의 신화력의 정수(태고+창조,파괴)]

[상위 신 둠 제네울, 그리고 아후라의 신화력의 정수를 신묘한 힘으로 융합시킨 정수. 이 정수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신화력을 간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아후라의 사도 앙그라마이뉴에게 얻은 보구 두 개를 깨울 시간이다.

* * *

태호가 먼저 꺼내 든 것은 앙그라마이뉴가 사용하던 ‘은빛 금속’ 이었다.

[등급 : 에픽(신화력 부여 : 창조의 신화력)]

[종류 : 장착(캐릭터에 장착귀속됨)]

[이름 : 은빛 금속]

[옵션 : 창조의 신화력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착용하는 순간, 온 몸을 액체금속이 뒤덮어 보유한 생명력x10의 보호막을 얻는다.]

그것을 사용하려 하자, 사방이 빙글빙글 돌며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고오오오-?

고요한 세계.

그 곳은 모든 것이 기계로 만들어진, 고도의 미래문명 같아 보였다.

세상은 매끈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듯 모든 것이 둥글둥글한 방 안이었다. 근미래적 디자인이 물씬 풍겨오는 그 세계의 바깥 풍경이 보였다.

생기가 사라진 세계. 그 어떤 소음도, 생명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세상이었다.

촤아악-

어느새 눈 앞에, 은빛 액체가 일렁이더니 쑤욱 솟아오르며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확인...]

미령의 목소리였지만, 톤이 없어 그로테스크한 그 목소리에 태호가 반응했다.

[자격... 충족...]

“......”

기계문명에 어울린다고 해야할까. 그 은빛 인간의 형상은 천천히 태호에게 걸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생성하시겠습니까?]

“......생성.”

[새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초기화하시겠습니까?]

동시에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유자 : 앙그라마이뉴]

[등급 : 신(사도)]

[소속 : 천상의 권좌]

“초기화.”

태호의 말이 이어지자 마자 그 데이터베이스가 사라졌다. 곧, 새 데이터가 떠올랐다.

[소유자 : 카이저]

[등급 : 측정불가]

[소속 : 인간, 드래곤, 신, ‘측정불가’의 소속자.]

아무래도 수호자의 힘은 측정불가로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현재 본 장비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한다.”

촤아악-!

은빛 인영은 다시 액체로 변해, 태호의 몸을 뒤덮었다. 마치 얇은 공기막이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이 들 뿐, 그 외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귀속되었습니다.]

화악-!

어느새 다시 현실.

태호는 ‘은빛 금속’ 이 자신에게 귀속됐음을 깨달았다.

본래 생명력 비례 1600%의 방어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제 2600%의 방어막을 갖게 된 것이다.

그 다음은 역시 앙그라마이뉴의 보구다.

[등급 : 에픽(신화력 부여 : 파괴의 신화력)]

[종류 : 장착(캐릭터에 장착귀속됨)]

[이름 : 파괴의 쇄도]

[옵션 : 파괴의 신화력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정하는 것을 파괴한다. 공격력,마법공격력,방어력,마법방어력 의 합산과 비례하는 대미지를 가한다.]

이 역시 가동하자, 비슷한 환경으로 소환되었다.

비슷한 절차를 거친 뒤, 태호는 그 역시 손쉽게 귀속시킬 수 있었다.

‘순조롭군.’

이제 세 사도를 해치우고 얻은 보상들은 오롯이 태호의 소유가 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태호는 만유의 눈을 깔아둔 상위 신들의 동태를 살폈다. 저마다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힘을 가다듬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보통 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신화력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호는 아직 한없이 모자람을 느꼈다.

‘신화력이 필요해.’

-이 땅에도 어둠의 신화력의 단서를 보유한 일족이 남아 있다.

문득.

볼카노스가 그렇게 말했다. 태호가 일단 직면한 일들을 해결할 때 까지 기다려 준 모양이었다.

“예?”

-우선은 드래고니악, 그 곳의 드래곤들이다. 또한... 어둠 정령계의 정령왕이지.

“.....!”

그렇다.

당장, 드래고니악에서 ‘드래곤의 유산’ 이 떠올랐다.

< 어둠의 신화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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