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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82화 (182/194)

< 멸망한 세계 >

어둠의 신화력!

태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이 신화력을 얻기 위해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이제 이것은 네 것이다.

“......!”

볼카노스의 묵묵한 목소리에 태호는 어쩐지 감격하여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지잉- 지잉-

정수 세 개가 맞붙어서 만들어진 어둠의 신화력은 동그란 구체의 모양을 띠고 있었다. 손을 가져다 대자.

[어둠의 신화력을 흡수합니다.]

그것이 귀신처럼 태호의 몸으로 스며들어 왔다. 동시에, 전신에 짜릿한 감각이 퍼져 나갔다.

“헙!”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어둠의 신화력은 태호의 신비력과 마주치자, 전혀 이질감 없이 스며들었다.

[신화력을 습득하였습니다.]

“아...!”

드디어 신화력이 태호의 손에 들어왔다. 동시에.

[‘보유한 스킬 : 어둠의 신화력’이 개방되었습니다.]

볼카노스를 흡수하며 얻은 스킬이 개방되었다는 메시지였다.

[‘보유한 스킬 : 마신’이 개방되었습니다.]

[‘보유한 스킬 : 마신강림’이 ‘마신’으로 통합됩니다.]

[‘보유한 스킬 : 흑룡’이 개방되었습니다.]

[‘보유한 스킬 : 어둠의 검’이 개방되었습니다.]

두근 두근!

[볼카노스의 상위 힘]

[등급 : ???급]

[쿨타임 : 1,000초][숙련도 : 0][소모 마력 : 2,000]

[스킬명 : 마신(魔神)]

[마신을 소환해, 마신의 모든 힘을 고스란히 사용한다.]

“......!”

마신강림은 이전에도 유용하게 사용하던 스킬이었으나, 이제는 그 마신 자체를 소환해 온전한 힘을 사용한다는 말이었다.

[볼카노스의 상위 힘]

[등급 : ???급]

[쿨타임 : 1,000초][숙련도 : 0][소모 마력 : 2,000]

[스킬명 : 흑룡(黑龍)]

[흑룡을 소환한다. 흑룡의 모든 힘을 개방한다.]

“볼카노스 님. 마신과 흑룡이란... 무엇입니까?”

-내 충실한 종들이라고 보면 된다.

볼카노스의 말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현듯 떠오른 것은 아스가르드의 펜리르와 요르문간드였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

[볼카노스의 상위 힘]

[등급 : ???급]

[쿨타임 : 1,000초][숙련도 : 0][소모마력 : 2,000]

[스킬명 : 어둠의 검]

[어둠의 검을 소환하여, 일대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어둠의 검은 어둠의 신화력을 뿜어내, 일대의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미친다.]

“......”

뭔가 하나하나 죄다 섬뜩한 스킬들이었다.

아직 볼카노스가 보유한 권능들은 절반가량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아직 개방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

마지막으로, 태호는 신화력을 확인했다.

[어둠의 신화력]

[설명 : 신화적 힘을 발휘하는 어둠의 응집된 기운입니다.]

“......”

설명은 굉장히 단촐했다.

그리고.

[현재 보유한 힘 ‘신비력(어둠)’에 어둠의 신화력의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즉.

-이제 네가 가진 신비력에는 어둠의 신화력의 속성이 추가되었다.

“맙소사.”

이 신비력이라는 놈이 어찌나 소름 끼치는지, 뭐든지 다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태호가 새로 얻은 힘과 스킬들을 한동안 둘러볼 때였다.

“......”

로만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쿠구궁- 구구궁-

세계 전체적으로 기묘한 떨림이 오고 있는 것이다. 태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전이라면 볼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태호는 세상 만물의 움직임을 다 볼 수 있었다.

“이건.....”

바로, 리얼 포스의 대지에서 거대한 힘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저 하늘로 사라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풀과 나무, 물과 지상의 생명체들. 그것들에게서 마치 생체 에너지가 빨리듯, 점차 저 멀리의 하늘로 피어올라 가고 있었다.

-음... 벌써? 아직 시간이 남았을 텐데...

“무, 무슨 뜻입니까?”

문득.

태호는 이 상황을 한 번 본 적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젠장.”

로만이 이를 갈았다

그렇다.

저 로만이 만들어 낸 ‘블러드 아일랜드’의 혼돈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계에서 말이다.

그 결계에서 생체 에너지가 빨려 들어가, 힘을 강화한 것은 이미 본 적 있는 일!

로만이 다급히 태호를 보며 외쳤다.

“카이저. 일이 급해졌다.”

로만은 싸늘한 어조로 덧붙였다.

“혼돈의 권좌로 가는 문이 열린 것 같다.”

“......”

덜덜덜-

문득 태호는 로만이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태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헤파이돈 따위가 아니구나.”

대장군 헤파이돈 따위에게 두려움을 느낄 리가 없다. 로만의 저 공포심 깊은 곳에는, 심연의 주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혼돈의 권좌, 그곳의 제왕 판타로스가.

“카, 카, 카이저.”

로만이 태호를 보았다.

“나, 나, 나와의 약속... 기, 기억하고 있느냐.”

태호는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죽여 주랴?”

“아, 아, 아직이다... 개, 개새끼야...”

로만이 자신의 양 뺨을 사정없이 때리더니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이건 판타로스 님이 권좌의 문을 비집고 지상에 강림한다는 징조다. 그, 그나마 우리에게 있어선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군.”

“희소식?”

“그래. 권좌의 문을 비집고 나온다는 것은, 나올 타이밍이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나온다는 것. 즉, 그만큼의 패널티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약해진 상태로 나타날 테니, 우리에겐 이득이다.”

일리 있었다.

문득.

저 하늘 너머, 한복판에 거대한 혼돈의 힘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태양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본래 태양이 있어야 할진대, 회색 구체가 혼돈의 힘을 온 사방에 흩뿌리고 있었다.

빛이 사라졌다.

어둠이 생겨나고, 별이 총총히 박힌 이 세계의 하늘에 뜬 달!

그 달 역시 혼돈의 힘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세상은 낮과 밤이 공존하는 기괴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어느새.

그 반반으로 나뉜 세계가, 갈라진다!

지진이 일 듯 땅이 반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쿠구궁- 쿠구궁-!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진동과 함께 세상이 요동쳤다. 반으로 갈라진 땅 저 바닥에서,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혼돈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익... 키이익-]

까마득하게 깊이 갈라진 저 땅속에서,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은 새카맣게 많은 혼돈의 마물들!

“......!”

동시에 온 하늘에서 회색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 아 아 아 아 -!

비를 맞은 몬스터들이 변형을 일으킨다. 잡몹부터 보스급 몬스터까지!

두둑- 두두둑-

덩치가 두 배는 커지고, 두 눈이 섬뜩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속보입니다.]

일순간.

현실 세계의 모든 매스컴이 동시에 모든 뉴스를 끊고, 한 가지 보도를 시작했다.

[‘가상현실 광풍’, ‘리얼 포스’ 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속보입니다! 리얼 포스, 공지 없는 대규모 이벤트? 혹은 확장팩?]

대부분의 TV 채널에서 리얼 포스를 다루고 있었다.

리포터들은 다급히 말을 이어 가며, 화면에서는 리얼 포스의 현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상이 반으로 나뉜 것처럼!

거대한 균열이 일어난 본대륙! 그리고 어마어마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모든 범선과 무역선을 삼키는 바다의 재앙!

하늘은 또 어떤가!

회색으로 물든 태양, 그리고 달!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계!

[이 현상에 대하여 ‘팀 아스라이’는 언제나처럼 묵묵부답..]

[갈라진 틈 속, 몬스터들이 기어오르고 있다는 소식...]

“어 씨벌, 뭐야!”

“뭐야, 뭔 일인데?”

가상현실 게임방에서도 유저들이 하나둘 깨어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죽었는데 로그아웃 돼 버리는데? 재접속이 안 돼.”

“너도 그래?”

두 남자가 욕지거리를 내뱉자, 옆자리의 유저도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하죠? 레이드 하다 죽어서 튕긴 것 같은데.”

“지금 레이드가 문제가 아니에요.”

가상현실 게임방 사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이씨!”

“미치겠네.”

“몹이 왜 이렇게 세진 거야!”

몬스터가 족히 두 배는 강해졌다. 가상현실 게임방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하나둘 고글을 내팽개치며 일어서고 있었다.

* * *

“맙소사군.”

태호는 광휘의 궁전 꼭대기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침음을 흘렸다.

이건 최종 확장팩, 멸망한 세계가 시작될 때의 증상이었다.

“......”

최종 확장팩 명, ‘멸망한 세계’.

과거 리얼 포스를 무너뜨리고, 현실로 튀어나온 판타로스가 지구 멸망을 하게 될 확장팩이다.

허나, 이번 회차에서는 사뭇 다르게 진행될 것 같았다.

두두두두두둑-

리얼 포스의 하늘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마을의 유저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봐! 대체 저게 뭘까?

쩍-

마치 깨끗한 유리에 금이 가듯, 하늘에 금이 갔다. 한 줄기 금이었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유저들은 전혀 알 방법이 없지만, 태호는 안다.

“이중 맹약이 깨지고 있군.”

“그렇겠지.”

로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깨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대략, 이쯤이면 일주일 정도.”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만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잘 들어라, 카이저. 이번 회차에서는 일이 좀 다르게 흘러갈 거다. 우선, 판타로스 님은 깨어나자마자 네 현실을 덮칠 거다. 이중 맹약이 거의 깨져 가는 현 상황이니, 거리낄 게 없다.”

맞는 말이었다.

“문지기들이 현실로 향하는 문을 열 거고, 그곳으로 쏟아져 나간 혼돈의 존재들은 네 현실을 금세 초토화할 거다. 우선, 그것부터 막아야 한다.”

막는다.

태호는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반문했다.

“답은 하나뿐이겠군?”

“......그래.”

이 사태를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딱 하나뿐이다.

“대사제 데칼을 상위 신들의 결계 속에서 빼내야 한다.”

그때.

팟!

태호의 눈앞에, 익숙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지독히 피곤한 얼굴을 했지만, 한쪽에 숨은 장난기를 모두 가두지는 못했다.

“오랜만.”

“카실론 님.”

그는 광휘의 궁전 꼭대기에 안착해, 태호와 로만을 보며 빙긋 웃었다.

“지금부터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 온 거사를 치러 볼까 하는데, 어때?”

로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정말 별수 없게 됐군. 카이저, 내 주박을 풀어라.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최종전까지 갈 수밖에 없다. 우선 상위 신들과 판타로스 님과의 관계에 불신을 심어 두어야 한다. 내가 혼돈의 힘을 뿌리며 신 몇 놈을 아작 내면, 충분히 교란할 수 있을 거다.”

태호는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인벤토리창 속에 있던 혼돈의 유산들을 살폈다.

혼돈의 유산은 총 세 개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건네자, 로만은 유산들을 받아 든 뒤 입을 열었다.

“아직 지상에 남아 있는 유산이 좀 된다. 그것들까지 수거해 돌아오마.”

태호는 로만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칫.”

로만은 혀를 차며 땅을 박차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제 태호와 카실론이 남았다.

“지금부터 대사제 데칼 님을 구출하러 갈 생각이야.”

카실론의 말에 태호는 빙긋 웃었다.

“이하 동문입니다.”

쿵- 쿵- 쿵-

심장은 불길하게 뛰었다.

태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길한 마음을 가득 안고, 청명한 하늘 저편에.

쩌적-

금이 가고 있었다.

서서히 이번 회차, 리얼 포스의 최종장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 멸망한 세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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