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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전설-184화 (184/194)

< 되냐? >

그렇다.

수호자의 힘만이 그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투과할 수 있다.

“......”

그렇다면, 부처는 어쩌면 ‘수호자의 힘’을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수호자의 힘.

-부처는 이상한 놈이다. 놈은, 신화력을 뛰어넘는 힘에 가까워진 것이 분명하다. 놈은 우리 중 그 누구와도 상성이 맞지 않는다......

다우징에서 봤던 정보가 떠올랐다.

상위 신들조차 부처의 전력을 모르고, 정확히 어떤 힘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 한다.

그리고 부처의 신화력이 담긴 보구는 다른 신화력의 천옥에 말 그대로 고속도로를 만들어 내는 파괴력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이 수호자의 힘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일으키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부처가 수호자의 힘을 손에 넣었다면?

태호의 수호자의 힘이 모든 것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것처럼, 부처 역시 그러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볼카노스.

메타트론.

빛의 힘, 어둠의 힘.

-메타트론의 힘은 빛의 신화력. 어둠의 신화력을 온전히 깨운 볼카노스는 그와의 상성을 만들어낸다. 두 힘은 상성이 아주 좋으며, 강력한 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우징에서 이런 극비도 보았다.

‘만약에 빛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어쩌면 부처는 의도적으로 볼카노스를 탈옥시켜 준 것이 아닐까?

쿵- 쿵- 쿵-

심장이 불길하게 뛰었다.

돌아와서.

우선, 데칼을 구해야 한다.

구해야 하는 것 까지는 맞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태호가 냉정한 눈을 하자, 관음보살이 물었다.

[무엇을 망설이시는지요?]

저건 악마의 유혹이다.

깨우면, 부처의 바람대로 된다. 그 바람이 무엇인지, 아직 태호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일이 벌어진다.

“이 분을 깨우면 어떻게 됩니까?”

[데칼 님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실 것이고, 그분이 잠에서 깨어나게 되면 이중맹약은 자연히 힘을 되찾을 것입니다.]

-진실.

“판타로스는 현실로 강림하지 못 하겠군요?”

[그럴 겁니다.]

태호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부처께서도 판타로스의 온전한 힘은 두려우신 모양이군요.”

[후훗...]

관음보살이 대답하지 않고 웃음으로 흘렸다.

생각해라.

놈이 판타로스를 깨우고 싶지 않아하는 것은, 현재의 상위 신들과 대적할 수는 있어도 판타로스가 온전한 힘을 갖고 튀어나왔을 때엔 밀리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그렇지. 현실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은 문지기들인데...’

-문지기들, 그들은 상위 신들의 하수인이다.

과거 데칼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역시 기묘하다.

‘판타로스가 현실로 가지 못 하게 하는 건, 어쩌면 꽤 간단한 일인 것 같은데?’

부처와 메타트론이 합세해서 현재의 상위 신들과 대등한 힘을 내고 있으니, 문지기들을 막는 것도 어찌 보면 쉬운 일 아닌가?

그렇다면?

‘데칼 님을 내가 깨우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구나.’

태호의 두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부처가 수호자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면, 데칼 님을 스스로 깨워도 됐을 거야. 그런데 그러지 않고 굳이 나를 이용한다는 건, 둘 중 하나.’

고오오오오-

사방은 적막에 감돌고 있었다.

카실론, 로키는 숨죽인 채 관음보살과 태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데칼 님을 깨우는 행위에 큰 의미가 있거나, 아니면 부처의 힘이 반쪽짜리라 깨울 수 없거나.’

그러나, 놈들의 의도가 어떻든 현재는 중요했다.

‘부처를 막으려면, 판타로스가 필요해.’

문득, 수 하나를 떠올렸다.

‘야.’

로만을 부른다.

-듣고 있다.

로만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놈은 현재 주박으로 묶여 태호에게 속해 있는 상태.

‘판타로스가 문지기를 통하지 않고서도 원상태로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냐?’

문지기를 통해 현실로 빠져나가, 지구를 멸망시켜 힘을 회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것을 선택하게 되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

기껏 회귀까지 해서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다.

-......

로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한 가지 있긴 하다.

‘뭔데?’

-압도적인 힘을 가진 소유자가, 판타로스 님과 계약하여 그에게 힘을 보태어 주는 거지.

‘......’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여러 가지 변수가 떠오르고, 사라졌다.

-카이저, 그건 위험하다.

볼카노스가 말했다.

-위험하지,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네 현실이 직접타격 받지 않고 끝낼 수 있는 방법이 그 뿐이다. 선택해라, 카이저. 비교적 안전하게 부처를 막느냐, 아니면 목숨을 걸고 부처를 막아 보느냐. 희생은 어차피 타인들의 몫일 뿐!

지극히 판타로스의 사념체 다운 발상!

허나, 태호는 이를 덜덜덜 떨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

태호에게는 아직 한 가지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균형의 수호자, 그 단계가 남아 있어.’

혼돈의 대장군은 하나 남아 있고, 장군급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균형의 수호자의 힘은 두 단계, 혹은 그 이상의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선택!

태어나서 이토록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적이 있던가?

하지만 지금 선택해야 한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

태호는 결정을 내렸다.

‘시팔, 내가 언제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 나는 네게 내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지.

볼카노스가 조용히 대답했다.

-후... 좋다, 나 역시. 어차피 파토나면 다 같이 뒈질 거, 나랑 한 약속이나 지킬 생각 해라.

로만도 대답했다.

-시부럴, 정말 미친 놈들 세상엔 미친 놈들 뿐이군.

로키가 태호에게 말했다. 허나, 그의 표정은 흥미로 가득 차 있었다.

-난 미친 놈들이 좋아. 어쩌면, 나도 미친 놈일 지도!

로키가 카실론에게 시선을 보냈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듯 했다. 곧, 카실론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겠군...]

[음?]

관음보살이 카실론을 보았다.

카실론이 씩 웃고 있었다.

[미안하군요, 관음보살.]

[......당신들, 설마...]

[그 설마요. 만약 억울하다면, 나중에 사과드리죠. 아시다시피 상황이 급박해서,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긴 힘든지라.]

후우우웅-!

카실론이 양 주먹을 불끈 쥐자, 사방으로 무기들이 쫘악 만들어져 관음보살을 겨누었다.

[저, 저, 저를 공격하시겠다는...?]

태호는 카실론의 능력은 처음 보았다. 그의 힘은.

‘저 무기들... 죄다 에픽이잖아?’

리얼포스의 에픽 아이템들을 다루는 힘 같아 보였다.

-네메데스님의 힘은, 에픽 아이템들의 힘을 일부 빌려오는 것이다.

지이이이잉-!

카실론이 부리는 에픽 무기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났다. 태호가 보유 하고 있는 ‘군자의 지팡이’ 도 보였다. 즉, 자신이 이름을 짓고 등록한 에픽 아이템들의 ‘일부’ 의 힘을 빌어올 수 있는 능력 같았다.

로키의 좌우에서도 기괴한 힘 두 개가 아른거렸다. 하나는 펜리르가 연상되는 야수의 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요르문간드가 연상되는 뱀의 힘이었다.

촤라라락-!

또한 로키의 사방으로 풍경이 바뀌었다. 어느새 이 곳의 풍경은, 한가로운 아스가르드의 사방이 되었다.

허나.

촤아악-!

그 풍경이 삽시간에 종이접기하듯 접혀 사라졌다.

[칫, 역시 천옥은 강력하군.]

로키가 말을 마친 채 한쪽 눈을 찡긋이며 관음보살에게 두 개의 힘을 쏟아냈다.

[합!]

관음보살이 양 손을 내밀었다.

[카이저, 틀어 막아!]

관음보살이 다급히 열린 차원틈을 타고 부처의 천옥으로 향하려는 것을, 태호가 틀어 막았다.

부처의 천옥으로 향한다면, 부처의 힘이 가득한 세상에 접어드는 셈. 그렇게 되면 관음보살을 제압하기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

삽시간에 분신체들이 관음보살의 앞을 틀어막고.

쿠구궁-

15겹의 나락의 절대구역이 출로를 막아냈다.

[이, 이익!]

관음보살은 다시 ‘진공가향의 길’을 발동시켰으나.

턱-!

신화력으로 만들어진 천옥의 틈새도 뚫던 그 아이템은 태호의 절대구역을 뚫지 못 했다. 정확히는, 진공가향의 길이 태호의 절대구역과 용해되듯 천천히 맞물려 대립하고 있었다.

그간 그 어떤 힘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동질감이 강렬하게 들기 시작했다.

‘역시.’

태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건 수호자의 힘의 일종이다.’

[이런...!]

관음보살이 낭패라는 듯 눈썹을 구겼다.

‘내가 독자적인 힘을 만들어, 신비력을 얻었듯... 부처 역시 비슷한 거야!’

콰콰콰콰콰콰콱!

카실론이 만들어낸 에픽 무기들이 사정없이 날아들어 관음보살의 사방을 공격해 왔다.

[후회하게 될 겁니다!]

관음보살이 노한 목소리로 외치며 신력을 개방하려고 할 때.

콰지지지지지직!

온 사방에서 쏟아지는 절대구역의 어둠의창! 그가 두들겨 맞는 와중, 태호의 분신체들이 하나같이 두 눈을 빛냈다.

‘최후의 수호자 발동.’

지이이이잉!

10배의 힘을 발휘하는 최후의 수호자가 가동되고, 그들이 저마다 쏟아낸 나락의 절대구역 15연발들!

[이...런.]

우지지지지직!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한 소리가 이어지고, 관음보살이 신력을 모조리 뿜어 내 그것들을 틀어 막았다. 거대한 보살의 상이 나타나고-?

와자작!

허나, 카실론이 그것을 단숨에 부수었다. 에픽 무기들이 쇄도하며 다시 관음보살을 다져 놓았다.

“......세상에!”

태호조차 저렇게 많은 에픽 무기가 존재했음을 몰랐다. 각종 병장비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힘을 쏟아내고, 옵션을 발동시키고 있자 그 위력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콰드드득!

관음보살이 재차 만들어낸 보살의 상도 카실론이 일격에 두들겨 부수어 버렸다.

와직!

그대로 관음보살이 크게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지금!]

카실론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태호가 신의 주박술을 발동했다.

촤라라라락-!

[크읍!]

관음보살이 저항하였으나, 이미 어둠의 신화력과 신비력이 융화된 태호에게는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 했다.

샤아악-

주박이 성공했다.

관음보살의 온 몸에서 풍기던 신력이 완전히 소멸하듯 사라졌고, 광채도 사라졌다.

[다, 다, 당신들... 정말 후회할 겁니다... 어찌... 제게 이런 수모를...]

관음보살의 그 말을 보며 태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하게 됐군요.”

펑!

그를 구슬로 만든 뒤, 그가 사용하던 ‘진공가향의 길’을 쥐었다.

진공가향의 길은 기본적으로 두루마리였다. 펼치자, 그 곳에 복잡한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동시에.

구-웅!

거대한 신화력이 느껴졌다. 허나, 그 신화력은 태호를 밀어내지 않았다.

“이건 수호자의 힘이 포함된 신화력입니다. 부처는 수호자의 힘을 손에 넣은 것 같아요.”

[맙소사.]

카실론이 이마를 짚었다. 허나, 지체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미 부처의 천옥에서 청동과 철로 만들어진 보살상들이 삐걱거리며 일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잉-!

데칼의 몸을 부축해 일으킨 로키가 소리쳤다.

[일단 튀자!]

태호가 진공가향의 길을 발동시켰다.

지이이잉-!

눈 앞에 길쭉한 황금길이 생겨났다. 그 곳에 서서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그야말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천옥을 빠져나오자, 저 바깥에는 이미 전투가 무르익어 있었다.

쾅! 쾅! 콰아아앙!

천상의 권좌의 결계 너머로 들려오는 거대한 파열음! 세상 모든 것이 분자 단위로 나뉘고, 재결합되는 기현상들! 마치 세상의 끝,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세계를 보는 기분!

태호는 천상의 권좌 구석에 분신체 하나를 던졌다. 분신체가 그림자 속에 숨고, 태호 일행이 그대로 권좌의 결계를 향해 달렸다.

‘메타트론은 어딨지?’

메타트론 역시 저들의 싸움에 동참한 듯 했다. 빛이 번쩍이고, 세상에 재앙이 펼쳐지고 있었다.

‘되냐?’

다시 진공가향의 길을 발동한다.

쑤욱-!

된다.

결계가 열리고, 일행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도망쳤다.

< 되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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