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뚫었다 >
째깍-
째깍-
째깍-
시간이 역순으로 돌아간다.
시간 되돌리기, 바로 아우슈리네의 힘이다.
아우슈리네의 권능은 처음 얻었을 때 15초 회귀. 그게 1단계 업그레이드를 통해 1분.
지금은 무려 10분에 달한다.
10분!
이 시간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해 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와서 이것은 천금같은 기회가 되었다. 이 전투에서 10분이란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가치를 가졌다.
째깍-
째깍-
반토막난 라의 몸이 하나로 붙으며 부처의 공격이 역순으로 돌아간다.
‘그만.’
뚝-
어느 순간.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촤악-
부처의 공격이 라를 향한다.
팟!
태호 역시 땅을 차며 달렸다.
부처의 공격이 라를 포박한다. 라가 저항하려 애써 보지만, 소용 없다.
[캬아아아악!]
라가 비명을 지르며 놈의 공격에 반토막나는 그 시점.
샤악-
태호가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두두두둑-
라의 몸이 토막나고, 불길이 사그라들 그 무렵. 태호의 두 눈에 라의 심장이 들어왔다.
부처의 손이 심장을 강탈해 가기 직전!
태호가 한수 더 빨랐다.
태호는 냉큼 라의 심장을 쥔 채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쭈욱, 움직여 판타로스의 뒤로 빠져나왔다.
이것은 대체 뭘까?
허나.
그것이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로 만들어져 있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런...!]
부처가 낭패라는 듯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처는 이것을 먹어 치우고, 라의 힘을 고스란히 사용했다.
그렇다면 이 쪽도.
촤아아악-
태호가 그것의 힘을 받아들이자, 라의 심장은 액체처럼 변해 태호의 몸으로 스며들어왔다.
쿵-
쿵-
쿵-
심장이 요동치며 새로운 힘을 받아들였다. 후끈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판타로스, 나를 지켜라!”
[크르르...]
판타로스는 이를 갈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별 수 없음을 눈치챘다.
촤라라라락!
부처의 공격이 판타로스에게 이어졌다. 판타로스가 질 세라 촉수를 뿜어내 두 괴물의 공격이 격돌했다.
콰아아아아!
그 사이, 태호는 라의 거대한 힘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었다. 온 몸이 용암불에 불타오르는 충격이 이어졌으나, 의외로 버틸 만 했다.
그 뿐인가?
라의 힘이 서서히 태호의 신비력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렇구나.’
태호가 가진 수호자의 힘은 이제 최종단계에 돌입했다.
부처의 힘은 수호자의 힘, 무한포식.
허나 수호자의 힘은 그 자체가 모든 힘과 융합이 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처가 가진 힘 역시 그러하겠지만, 조금 더 수월하게 다른 신들의 힘을 먹어 치울 수 있는 것이 무한포식인 모양이다.
‘크으아아아-’
온 몸이 조각나고 재합성되는 고통이 이어졌다. 판타로스가 부처와 필사적으로 격돌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천상의 권좌의 신, ‘라’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태양의 신화력’ 을 얻었습니다.]
[천상의 권좌의 신, ‘라’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엑티브 스킬 : 지옥의 겁화’ 를 얻었습니다.]
...라의 권능들이 하나 둘 스며들기 시작했다. 두 눈이 핑글핑글 돌 정도로 엄청난 힘들이었다.
그중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바로 신화력이었다.
[태양의 신화력]
[설명 : 신화적 힘을 발휘하는 태양의 응집된 기운입니다.]
[현재 보유한 힘 ‘신비력(어둠)’ 에 태양의 신화력의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그렇다.
이제 신비력에는 두 가지의 신화력이 추가되었다.
어둠의 신화력, 태양의 신화력!
태호가 신비력을 뿜어내자, 정순한 신비력에서 라의 불꽃이 가미되었다.
[라, 라의 힘을 흡수...하였다니? 저것이 바로 소문 속의 회귀자란 말인가!]
브라만이 비명을 질렀다.
태호는 냉철하게 상황을 살폈다.
‘어차피 힘의 균형은 무너진다.’
상위 신 놈들은 어차피 부처 앞에 맥없이 죽어나갈 뿐이다. 이 전투에 개입한다고 한들, 큰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팟!
태호는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순환의 고리로 가는 길을 통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적어도, 결전의 날 까지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혹은... 상성에 맞는 상대를 흡수하거나. 또한... 신화력을 이용해야만 대사제 데칼을 틀어 막는 것이 가능하다.
태호의 머릿속에는 다우징이 제시했던 정보들이 천천히 재생돼 가고 있었다.
‘상성, 흡수.’
포인트는 두 개의 단어다.
라의 신화력과 상성이 좋은 다음 신, 브라만이다.
일례로 라와 브라만은 신화력의 정수를 만들 때도 자석처럼 달라붙었던 적이 있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지금의 태호는 수호자의 힘 최종단계를 달성한 상태! 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촤아아악-!
[이, 이런 빌어먹을 대체 이게 어떻게 돼 가는...]
브라만이 외쳤다.
[회, 회귀자가 부처의 편에 선 건가! 이런 쥐새끼 같은 놈!]
아후라도 고함을 질렀다.
[조심해라 아후라! 부처를 대비하는 것이 먼저다!]
태호는 그림자 속에 숨어 부처의 동태를 살폈다.
‘평온한걸.’
지금의 태호는 부처의 힘만 봐도 감정을 대강 읽을 수 있었다. 헌데, 부처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양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상쩍군. 부처 놈에게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로만이 말했다. 이하 동문이었다.
촤촤촤촤촥!
부처의 공세는 변함없다. 상위 신들과 판타로스는 그것을 틀어 막는게 고작.
-하지만 우선, 이것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군.
볼카노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 상황으론 어차피 답이 없었다.
-저 깜둥이 말이 맞다. 우선 죄다 먹어 치우자.
촤아아아악!
부처의 공세가 더욱 가중되었다. 당초에 네 상위 신으로도 버거웠던 공세는, 라가 빠짐으로서 삽시간에 밀리게 되었다.
태호는 전장의 한쪽에 분신 하나를 소환했다. 분신이 소환되자 브라만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놈의 시선에 욕망과 절망이 얽혀 일렁이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라와 브라만의 신화력은 상성에 맞는다.
즉, 서로 흡수가 가능하다. 상위 신들은 서로의 힘을 흡수하면 훨씬 더 강해지니, 브라만이 그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이이이익! 이노오옴!]
브라만이 전선에서 이탈했다.
[아, 안돼!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
아후라가 비명을 지르며 온 신화력을 끌어냈다. 브라만이 자신의 신화력을 태호에게 쏟아내며 덤벼들었다.
[이런 쥐새끼같은 놈! 당장 라의 힘을 내놓아라!]
분신체가 단숨에 ‘최후의 수호자’를 사용한 뒤, 지팡이를 겨눈 채 스킬을 만들어냈다.
쿠구구궁-
일순 온 사방이 어둠에 물드는 것 같았다. 어둠에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용 한 마리였다.
볼카노스의 권능 ‘흑룡’ 이다.
[볼카노스의 상위 힘]
[등급 : ???급]
[쿨타임 : 1000초][숙련도 : 0][소모마력 : 2000]
[스킬명 : 흑룡(黑龍)]
[흑룡을 소환한다. 흑룡의 모든 힘을 개방시킨다.]
캬르르르릉!
소환된 흑룡이 모든 힘을 개방하며 브라만에게 맞섰다.
[흑룡...! 이노옴! 네놈은 볼카노스의 힘 역시 보유하고 있구나!]
브라만이 전력을 다 뿜어내 분신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온 사방에 별자리가 만들어지고, 은하수가 쏟아져 내려왔다.
흑룡이 아가리를 쩍 벌린 뒤 파괴광선을 쏟아냈다. 브라만의 힘이 주춤하더니, 일순 대치상태를 만들었다.
허나.
[죽어라!]
코앞에 도달한 브라만의 주먹이 분신체의 명치를 가격했다. 그 직전, 분신체가 스킬을 사용했다.
‘수호의 벽.’
모든 방어능력이 10배 상승하며, 1분간 지속되는 수호의 벽이었다.
콰지지직!
어마어마한 충격!
본신인 태호가 휘청할 정도로 엄청난 타격이었다. 허나, 지금의 태호는 이미 여러 장비들과 신의 권능, 거기에 수호자의 힘과 스킬까지 모조리 얻은 상태!
무려 생명력 대비 2600%의 보호막!
그리고.
[대미지를 반사합니다.]
그걸 되돌려 준다.
콰지지지직!
[크아악!]
브라만이 당황한 듯 고통에 몸부림칠 때, 분신체가 브라만을 덮쳐 왔다. 모드는 자폭이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발이 이어지고. 브라만은 문득, 자신이 그림자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림자...?]
촤아아악-!
어느새 그림자의 세계의 사방엔 태호의 분신체들이 즐비하게 서서 섬뜩한 신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이제 거리낄 게 없다.
라의 신화력, 어둠의 신화력, 그리고 더 없이 정순해진 신비력. 판타로스를 충전시켜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태호는 수호자의 힘의 끝에 도달했다.
그의 분신체가 저마다 ‘최후의 수호자’를 발동시킨 뒤 흑룡을 소환해 낸 것이다.
그 뿐인가?
촤아아악-!
분신체들의 몸 위로 마신이 깃들었다.
[마, 마, 마신...?]
촤아아악-
마치 기관총이 난사되듯 흑룡들이 파괴광선을 뿜어냈다. 브라만이 정신없이 그것들을 틀어 막았다.
‘대미지가... 있다?’
하나 하나가 치명타까진 아니어도 대미지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노오오오옴!]
이내 포효하며 사방으로 자신의 힘을 뿜어냈다.
분신체들이 그 공격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얻어 맞았다.
파파파파팍!
그리고.
[대미지를 반사합니다.]
고스란히 돌려받게 되었다. 총 일곱의 분신체가 반사한 대미지를 얻어맞으니, 일곱 배의 대미지가 들어온 셈.
[어어어어억!]
그 뿐인가?
지이이잉-
분신체들이 하나 하나 섬뜩한 힘을 머금은 채 자폭하러 달려오는 것은, 브라만의 생에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끔찍한 기억이 될 터였다.
콰콰콰콰콰아아앙!
그리고 그 속, 유일한 본체 태호가 아이템을 개방했다.
‘파괴의 쇄도.’
[등급 : 에픽(신화력 부여 : 파괴의 신화력)]
[종류 : 장착(캐릭터에 장착귀속됨)]
[이름 : 파괴의 쇄도]
[옵션 : 파괴의 신화력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정하는 것을 파괴한다. 공격력,마법공격력,방어력,마법방어력 의 합산과 비례하는 대미지를 가한다.]
지이이이이잉!
태호의 손에 섬뜩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바로, 앙그라마이뉴의 파괴의 쇄도다.
지정된 곳은 브라만의 심장부.
일곱 분신체들의 자폭으로 정신을 쏙 빼 놓고, 굉장한 타격을 받은 브라만에게 아이템이 발동되었다.
콰아아아앗!
우지직!
[크어어억!]
브라만의 비명.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빛처럼 빠르게 움직인 태호의 손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
‘뚫었다.’
방금 태호는, 상위 신 공략에 성공했다.
우지지지직!
[커으아아악!]
브라만의 등을 뚫고, 심장에 도달했다. 태호의 손이 그의 심장을 빨아들였다.
촤아악-
[아, 아, 아, 안돼!]
저항해 보았으나,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 브라만이 휘청휘청거렸다.
어느새 심장은 모조리 태호에게 스며든 뒤다.
[어, 어, 어어...?]
심장을 잃은 브라만이 천천히 태호를 보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걸었다.
[어... 으... 으아...]
풀썩!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브라만이 허망한 얼굴을 한 채 쓰러져 입을 뻐끔거렸다.
“크으윽...”
태호는 온 몸을 짓이기는 것 같은 브라만의 힘을 느끼면서도 히죽 웃었다.
[천상의 권좌의 신, ‘브라만’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우주의 신화력’ 을 얻었습니다.]
[천상의 권좌의 신, ‘브라만’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
...연이은 메시지들!
[현재 보유한 힘 ‘신비력(어둠)’ 에 우주의 신화력의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 뚫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