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환의 고리 >
된다!
된다!
태호는 삽시간에 브라만의 힘까지 손에 넣고, 그림자를 빠져나왔다.
이제 전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이게 옳은 선택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상위 신들은 어차피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승산이 있는 것은 놀랍게도 태호 자신, 그리고 판타로스였다.
[재미있는... 짓거리를... 하는구나... 크크크... 어쩌면... 나는... 외통수에... 몰려 버린 것... 같군...]
판타로스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 이, 이런 미친 놈들...]
아후라가 경악했다.
콰지직!
그런 아후라가 부처의 손에 심장부를 꿰뚫렸다.
[어으윽!]
아후라는 심장을 단숨에 도난당한 채, 그대로 허망하게 서서 판타로스를 보았다. 이내, 부처와 그를 번갈아 보다 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왜... 이, 이렇게... 허망한... 것에...]
풀썩!
아후라가 쓰러졌다. 동시에 태호도 움직였다. 목표물은 남은 하나의 상위 신, 둠 제네울이다.
둠 제네울은 다급히 몸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빌어먹을...!]
그가 두 개의 거대한 나비의 날개를 움직여 빛처럼 움직였다. 허나, 그러나 마나 어차피 부처님 손바닥 위!
파파파파파팍!
부처가 삽시간에 둠 제네울의 심장까지 먹어 치웠다.
태호는 그 공격 동선과 시간을 정확히 체크했다.
째깍-
째깍-
다시 시간이 역순으로 돌기 시작했다. 머리가 핑핑 돌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두 눈 가득 독기를 품은 태호는, 시간을 계속해서 뒤로 돌렸다.
뚝-
다시 시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아후라에게 쇄도하는 부처의 공격!
태호가 아후라의 옆구리를 향해 ‘강화된 어둠의 명령 15연발’을 작렬시켰다.
[컥?]
아후라가 휘청!
푸푸푸푹!
그때 날아든 부처의 공격이 아후라를 사선으로 관통했다. 심장을 빗겨나간 공격! 공격에 관통당한 아후라가 반으로 잘려나가,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노닐었다.
그 사이, 태호가 아후라에게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으어어어어!]
아후라의 심장이 태호의 것이 되었다. 아후라는 볼썽사납게 고꾸라져 입만 뻐끔거리다 최후를 맞았다.
콰지지직!
그 사이, 태호는 둠 제네울에게 분신 셋을 보냈다.
[이이이익!]
둠 제네울은 부처의 공세를 피해 도망치다가, 태호의 분신체가 소환한 흑룡의 파괴광선을 맞았다.
우직!
날개 한쪽에 작렬한 광선이 강렬한 타격을 주었다. 부처와의 접전에서 힘을 죄다 빼 버린 둠 제네울이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콰콰콰콰콰콱!
그 위를 부처의 공격이 뒤덮었다. 허나, 부처의 공격 일부는 태호의 분신체 하나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허, 헉?]
둠 제네울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
지이이잉-
구세주였던 분신체가 사납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폭이다.
콰아아아아앙!
이어 분신체들이 냅다 달려들어 저마다 자폭을 시작했다.
둠 제네울이 기겁하며 몸을 빼내다가, 부처의 공격에 치명타를 허용했다.
콰득!
심장을 빼앗겼다.
“젠장.”
태호가 이를 악물었다.
째깍-
시간이 돌아간다.
불과 3초 전!
쐐애액!
다시 날아드는 부처의 공격을, 태호의 분신체 하나가 몸을 던졌다.
와드득!
분신체가 단숨에 아작이 났다. 허나, 날아드는 팔의 궤도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푸욱!
공격이 둠 제네울의 머리를 작살냈다. 그 사이, 태호의 본체가 둠 제네울의 심장 강탈에 성공했다.
그대로 그림자 속에 숨은 태호는, 다시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동시에 두 개!
아후라의 창조,파괴의 신화력!
둠 제네울의 태고의 신화력!
그것들을 포함한 각 권능, 그리고 힘이 흡수되는 것은 뇌가 타버릴 정도의 고통을 만들어낸 것이다.
“크아아아아앗!”
-버텨라 카이저.
볼카노스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 퍼졌다. 태호는 이를 꽉 다물고, 두 주먹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으드득-
우드득-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기어코 참아 낸다.
어차피 죽을 고비 몇 번 넘기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와서 다른 생각 하기엔 이미 늦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
태호의 두 눈이 독기를 품었다.
곧.
[천상의 권좌의 신, ‘아후라’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창조, 파괴의 신화력’ 을 얻었습니다.]
[천상의 권좌의 신, ‘둠 제네울’ 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패시브 스킬 : 태고의 신화력’ 을 얻었습니다.]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된다. 이게 돼?’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대체 수호자의 힘의 한계란 어디까지란 말인가?
온 몸이 덜덜덜 떨려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태호는 무려 네 개의 신화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보유한 힘 ‘신비력(어둠)’ 에 창조, 파괴의 신화력의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현재 보유한 힘 ‘신비력(어둠)’ 에 태고의 신화력의 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이어진 메시지들을 보며 태호는 다시 움직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날리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쑤욱-
다시 그림자 위로 나서자, 부처와 판타로스의 정면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쿠아아아아아!
부처의 황금빛 신화력. 그리고, 판타로스의 혼돈의 힘이 대 격돌을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두 개의 힘은 서로가 서로의 힘을 흡수하고, 다시 흡수하며 소리 없는 고요한 전쟁을 시작했다.
‘혼돈의 힘...’
태호는 솔직히 새삼 놀라웠다.
판타로스는 엄밀히 따져 무력 자체로 치면 부처보다 열세였다.
하지만, 부처와의 힘겨루기에서는 한치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대체 왜?
문득 깨닫는다.
‘상성이구나.’
그렇다.
데칼은 이렇게 말 했었다.
-부처, 그는... 비정상적일 만큼 철저히 힘을 숨긴 채 성장을 거듭해 왔다... 모든 것... 모든 것의 흑막이... 분명하다... 그가 좌우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직접 행한... 이중맹약... 그리고... 완성된 혼돈의 힘 뿐...!
판타로스의 혼돈의 힘은 태호가 완성시켰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판타로스를 이용해 부처를 막아내려는 계획은 일부분은 성공한 셈이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은, 부처의 무력이었다.
‘상위 신들을 압도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 그러나...’
태호는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네 명의 상위 신!
각 차원의 창조신이라고도 불리우는 그 존재들을 일격에 끔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저 부처다. 그 정도까지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던게 일종의 패착중 하나다.
그렇다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부처가 가진 수호자의 힘!
그 힘은 수치로만 보면 월등히 높았으나, 판타로스의 혼돈의 힘을 압도하진 못 한다.
하지만 태호는?
‘뭔가 달라.’
태호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의 수호자의 힘은 부처의 것과는 다르다. 표면적으론 어느정도 유사성이 있으나, 본질 자체가 다르다.
‘내 쪽이 훨씬 더 급이 높은 것 같은 느낌...’
여태까지의 행동을 보았을 때, 부처는 지금 모종의 꿍꿍이가 있다.
그게 대체 뭘까?
마치 이 상황은, 부처가 태호에게 일종의 용납을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쑥쑥 커라.
왜?
의문은 점점 더 솟구치고.
어느 순간!
격렬히 대립하던 부처와 판타로스의 힘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서로 흡수와 흡수를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거대한 블랙홀처럼 변해 버렸다.
쏴아아아아아-
온 사방으로 그 힘들이 퍼져 나갔다. 마치 낮과 밤처럼, 해와 달처럼, 물과 기름처럼!
상반됐지만 묘하게 비슷한 그 두 개의 힘이 세상을 뒤덮는다.
[부처... 너... 너는... 설마...]
판타로스의 침음이 들려왔다. 부처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해지며 판타로스를 압박해 왔다. 황금빛 물결이 치는 것 같았다.
판타로스는 질 세라 대응했으나, 온 사방은 점점 더 기묘하게 변해 갈 뿐이다.
판타로스가 당황한 듯 외쳤다.
[예상하지... 못 했군...]
예상하지 못 했다고?
[당했다...]
판타로스의 그 목소리가 들려오고.
싸아아-
어느 순간.
태호는 거대한 공간에 도달해 있음을 깨달았다. 온 사방은 수호자의 힘, 그리고 혼돈의 힘이 뒤섞여 있었다.
흐른다.
마치 물이 흐르듯, 그 공간에서는 힘들이 끝없이 순환하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순환의 고리?’
순환의 고리 한복판이라는 생각이 들 때 쯤.
콰아아아!
그 거대한 공간에 두 존재가 나란히 맞서는 것이 보였다. 한 쪽은 수천 개의 팔을 움직이는 부처였다.
다른 한 쪽은 당연하게도 판타로스!
판타로스는 부처와 맞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어, 이, 이건 설마...
로만이 경악했다.
“뭔데?”
-으아... 이건... 당했다!
당했다고?
[부처... 네 목적이 설마...]
판타로스의 끓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호가 고개를 젖혀 그들을 바라보았다.
[네 본신을... 네 힘을... 그리고 나를... 희생시켜... 순환의 고리를...]
판타로스는 분하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이 작은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후후후.]
부처는 웃을 뿐이다.
쿠구궁-
태호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이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그 어떤 힘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 한다. 젠장, 여긴 순환의 고리 속이다! 두 힘의 파동이, 작은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버린 셈이다. 우린 그 속에 있는 거라고!
‘뭐?’
말 그대로였다.
아우슈리네의 권능 역시 이 공간에서는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가장 까다롭던 당신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너 역시... 이 작은... 영원한... 순환의 고리 속...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희생... 남는 것은... 의념 뿐... 대체... 어찌하여...]
[정말 그럴까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처, 그리고 판타로스!
두 존재의 신형이 점점 더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데칼과의 전투에서, 저는 그의 기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필사적으로 이 순환의 고리에서 빼낸 수호자의 힘으로는, 극히 일부일 뿐이었지만요...]
부처가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그 곳에서 깨닫고야 말았지요... 순환의 고리 그 자체. 어쩌면, 순환의 고리의 기원에 해당하는 수호자의 힘이 있다는 것을...]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시나요, 판타로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답니다.]
시간!
태호는 불현 듯 깨달았다.
수호자의 힘, 그 중 아우슈리네의 권능!
[잘 가셔요, 판타로스. 나는 이제 그 기원의 힘을 보유한 몸을... 손에 넣어, 진공가향의 길을 열겠습니다.]
“이런 시부럴!”
태호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전 차원은 모두, 나의... 무생노모(無生老母)의 비호 아래, 진공가향(眞空家鄕)의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부처의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일시적으로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된 태호의 몸에 기묘한 감각이 깃들기 시작했다.
< 순환의 고리 > 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