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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119화 (119/206)

#   119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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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짧은 회의2021.02.28.

"나 뭘 하면 좋을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TV를 보면서 인형 옷의 패턴대로 천을 자르던 유진이 묻는다.

그 말에 연아와 혜민, 미나의 시선이 모인다.

참고로 지후는 식사를 마치고 바로 돌아갔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혜민이 이해 못 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희는 각자 할 일을 찾아가는데, 나만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잖아."

그 말에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이럴 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뭐야."

어렵게 입을 연 건 혜민이다.

"넌 하고 싶은 거 뭐 없어? 배우고 싶은 거라든지."

전에 자신도 비슷한 고민을 할 때, 지후가 그렇게 물었다.

그걸 계기로 안무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유진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물었지만, 유진은 고개를 젓는다.

"아까 사장님도 똑같이 물어보셨는데, 답이 전혀 안 나오더라."

"아, 그래…?"

할 말 없게 만드네.

혜민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인형 옷 만들기로 뭘 할 생각은 없어?"

연아가 묻는다.

테이블 위에는 유진이 만들려는 인형 옷 재료가 잔뜩 놓여 있다.

"맞아, 이것도 좋은 방법이네."

미나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에이, 이건 안되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역시 지후에게 했던 대답이 그대로 나온다.

이쯤 되면 유진도 고민하게 된다.

내가 까다로운 게 아닐까?

"어떤 걸 하고 싶어?"

미나가 묻는다.

"아까 말했잖아. 답이…."

"그걸 묻는 게 아니라, 넌 어떤 형식으로 활동하고 싶냐는 거지."

방송 활동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결과물로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나?

그 말에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으음~. 역시 방송이 났지. 결과물만 보이는 건 그다지 재미가 없으니까."

원래 유진은 타인과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기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에도 시간을 내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곤 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어."

그 말에 세 사람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 조건이 까다로운 거 아니야?"

혜민이 눈을 가늘게 뜬다.

이래서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거 같다.

"아, 그럼 이건 어때?"

연아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검지를 세운다.

"전부 해보는 거야."

"응? 무슨 얘기야?"

유진뿐만 아니라, 혜민과 미나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면, 차라리 이것저것 해보면 되지 않아?"

그러다 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에 혜민과 미나도 납득하는 눈치다.

"그것도 좋네. 이거다 싶은 게 없을 때는 그런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

"우웅~."

유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저게 좋은 방법일까?

그 대답이 옳은 건지 자신은 잘 모르겠다.

"그럼 인터넷 방송으로 만드는 게 좋겠네."

"그러게. 그쪽이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이쪽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계획을 세우네.

유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무시하는 건지, 눈치 못 챘는지, 세 사람은 말을 이어간다.

"그러려면 촬영해줄 사람이 따로 있어야겠는걸."

"연아 너, 요즘 시간 괜찮지?"

그 말에 연아는 미나를 노려본다.

"시간이 넉넉하니까 나보고 카메라 들고 다니라는 거야?"

"네가 아니면, 사장님께서 해주셔야 하는데?"

그 말에 연아는 물론, 유진도 눈이 반짝거린다.

"아, 맞다. 사장님께 전화해야지."

유진이 스마트폰을 꺼내는데, 연아가 갑자기 낚아챈다.

"그 사람한테 왜?"

"그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셨으니까."

만약 아무 연락도 없으면 무척 걱정할 거라고 말을 덧붙인다.

그러자 연아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럼 내가 해야지."

미나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화를 건다.

연아가 말리려고 하기도 전에 연결된다.

『여보세요? 미나야?』

"네. 지금 댁이세요?"

『막 도착했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유진이 일인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진이 스마트폰을 뺏는다.

그리고 스피커폰으로 바꾼다.

"사장님, 전데요."

『어, 그래. …그런데 왜 네가 전화하지 않은 거야?』

"그러려고 했는데, 연아가 스마트폰을 빼앗아버려서요."

"야!"

연아가 버럭 소리친다.

그런 얘기를 왜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 수화기 너머로 커다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연아야, 내가…. 하아….』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 않겠다.

말끝의 한숨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아도 뭐라 하지 못하고 울상만 짓는다.

아이, 고소해.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진은 말을 이어간다.

"저요, 인터넷 방송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래? 콘셉트는 바꿀 거야?』

"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

『무슨 뜻이야?』

지후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묻는다.

그러자 유진은 아까 세 사람이 낸 의견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흥미로운 걸 찾을 때까지 여러 가지에 도전하고 싶다는 거지?』

"네."

"그래서 촬영해줄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흐음~.』

생각에 잠겼는지, 지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말이 나오기 기다리면서 유진은 작은 기대감을 가진다.

지후라면 당연히 자신이 하겠다고 말하겠지?

『그럼 촬영할 카메라맨을 구하는 게 좋겠어.』

하지만 지후의 반응은 예상과는 다르다.

"진심이세요?"

혜민도 놀랐는지, 바로 되묻는다.

『예전이라면 내가 도와줬겠지만, 지금은 개별 활동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현재 지후는 많이 바쁘다.

늘 미나의 영화 촬영에 동행해야 하고, 그 길에 혜민도 신경 써야 한다.

하은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모델 오디션 방송에 출연 중인 수지의 케어에 정신이 없다.

『미안해, 유진아.』

"아니에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지후에게 있어서 자신은 우선순위에도 못 드는 걸까?

몹시 분하다.

"새로 사람 구하시려고요?"

연아는 다소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마 스텔라의 멤버들은 평범한 소녀들이 아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정상까지 오른 과거의 소유자들이다.

여태까지 소속사에 다른 스태프를 구하지 않은 건 그 비밀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 유진이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단순히 촬영만 하는 거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자 다들 뭐라 반박하지 못한다.

특히 유진은 지후가 이렇게까지 밀어준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아까 토라진 게 조금은 미안해질 정도다.

『유진아. 뭘 언제 할지는 생각해서 나한테 얘기해 줘. 그때 사람 찾아줄 테니까.』

"알겠어요."

그렇게 지후와의 통화가 끝난다.

"후우…. 어째 일이 커졌네."

혜민이 소파에 몸을 기대면서 한숨을 내쉰다.

언젠가 소속사에 스태프가 늘어난다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유진의 인터넷 방송을 돕기 위한 이유로 뽑을 줄이야.

"듣기로는 카메라맨 한 사람만 들어올 예정이잖아. 그 정도면 큰 문제는 없겠지."

연아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한다.

촬영을 지후가 도맡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 눈치다.

"뭐, 나머지는 유진이 너 하기 나름이지."

미나의 말에 유진은 숙연해진다.

어찌 됐건, 자신이 저지른 일이다.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할 거야."

유진은 연아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고는 위층으로 향한다.

유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남은 세 사람은 위층으로 시선을 보낸다.

"의욕이 나는가 봐."

"다행이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유진은 분위기메이커인 만큼, 그녀의 기분에 따라서 숙소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이왕이면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나저나 뭐부터 할까?"

미나의 질문에 연아와 혜민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진의 행동은 도통 예측할 수가 없다.

그나마 예능 방송의 게스트로 나오는 게 마음에 안 들 거란 생각을 하긴 했다.

설마 며칠밖에 못 갈 줄이야.

"다들 들어봐~!"

그때, 유진이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온다.

"올라간 지 십 분도 안 됐잖아. 그럴 거면 왜 올라간 거야?"

혜민이 타박하지만, 유진은 무시한 채로 들고 있는 종이를 펄럭인다.

"그게 뭔데?"

연아가 묻자, 유진은 아무 말 없이 종이를 건넨다.

"카페 주인, 유치원 선생님, 큐레이터, 프로게이머…. 이게 다 뭐야?"

"내가 해보고 싶은 직업을 적어봤어. 생각해 보니까, 직업 체험을 하면 어떨까 해서."

그 말에 세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유진을 바라본다.

"종이 좀 줘봐."

혜민이 종이를 건네받아 그 내용을 훑어본다.

오십 개 가까운 직업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이걸 다 하겠다고?"

"물론 아니지."

유진이 고개를 젓는다.

본인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는 사실에 셋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몇 개 고르려고."

"흐음~."

그러자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종이를 들여다본다.

"유진이라면 유치원 선생님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요즘 뉴스 안 봤어? 툭하면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 폭행한다고 하잖아."

그런 와중에 직업 체험을 하겠다고 하면 어린이집이나 그 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터다.

미나의 분석에 혜민도 납득한다.

"큐레이터도 전문직이니까 안 되겠고, 프로게이머는 그나마 낫지 않을까?"

"어려울걸.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게임을 통한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직업이니까."

"이렇게 보면 어떤 직업도 쉽게 할 건 아니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진을 돌아본다.

"그나마 카페 주인이 되는 게 낫겠어."

"왜 너희가 결론을 내리는 건데!?"

유진은 분하다는 듯이 양손을 위아래로 흔든다.

"이렇게 하고 싶은 목록을 써서 가져왔다는 건 조언 좀 해달라, 그런 뜻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결론을 내달라고 한 건 아닌데.

유진이 입을 삐쭉거린다.

"싫으면 그만두던가."

연아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래, 우리가 옆에서 말해도 본인이 싫으면 끝인걸."

미나 역시 관심을 잃었는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우우…."

다들 더 이상 관여하기 싫다는 반응에 유진은 울상짓는다.

그 모습에 혜민이 다시 입을 연다.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는 카페 일이 해볼 만하다고 결론 내렸어. 나머지는 네 선택이야."

그리고는 어떻게 할 거냐는 듯이 빤히 쳐다본다.

유진은 아무 말 없이 테이블 위에 있던 종이를 집어 든다.

아까는 신이 나서 마구 써댔지만, 냉정을 되찾은 지금은 이걸 다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너희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러자 TV를 쳐다보던 연아와 미나가 유진을 올려다본다.

"그래?"

"응, 그러니까 다음에도 조언 좀 해줘."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도 유진은 싱긋 웃는다.

역시 같은 멤버라니까.

결국은 자신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런데 카페 차리는 것도 엄청난 일 아니야?"

미나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말을 꺼낸다.

"직업 체험으로 하는 건데 굳이 차릴 필요는 없잖아. 그냥 적당한 카페를 잠깐 빌리면 되지 않아?"

"그것도 어려울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얼씨구나 하고 카페를 내어주겠어?"

"그런가?"

다들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유진이 손뼉을 친다.

"아, 맞다."

유진이 손뼉을 치고는 현관으로 달려나간다.

"야, 어디 가?"

"근처 카페에 가서 얘기 좀 하고 올게."

"뭐, 잠깐!"

혜민이 다급하게 부르지만, 이미 유진은 현관문을 나선 뒤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내버려 둬."

혜민이 툴툴거리는데, 연아가 한마디 한다.

"그 사람이 스태프를 구한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대충해선 안된다는 걸 유진이도 알고 있을 거야."

"그럴까?"

"게다가 유진이가 어느 정도 준비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알아서 하라고 두는 쪽이 낫다.

연아의 말에 혜민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보다 드라마 시작한다."

그 말에 혜민은 TV에 시선을 돌린다.

지난 주에 재밌는 장면에서 끝나는 바람에 이 시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세 사람은 드라마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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