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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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카페 답사2021.03.01.
"카페?"
지후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본다.
"네, 카페 차리는 걸 꿈꾸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래서 첫 영상으로 어떨까 싶어요."
"흐음."
지후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보낸다.
혜민을 안무단 사무실까지 데려다주고, 방송국으로 향하는 길이다.
참고로 미나는 오늘 촬영이 없어서 숙소에서 늦잠을 자는 중이다.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잘 할 수 있겠어?"
좀 걱정이다.
자세히 모르지만, 카페 운영은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힘든 일을 단순히 인터넷 방송에 보인다는 이유로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안 될까요?"
지후가 말이 없는 게 불안한지, 유진이 운전석 쪽으로 고개를 내민다.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아, 혹시 제가 일만 벌리고 뒷수습도 제대로 못 할까 봐 그러세요?"
그 말에 뜨끔한다.
맞다, 얘도 한 눈치 하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유진이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친다.
"전 한 번 하기로 마음먹은 건 끝까지 해내니까요. 아시잖아요?"
"알지."
맞는 말이다.
유진은 자주 투정을 부리기는 한다.
하지만 본인이 하기로 한 건 책임감을 가지고 완벽하게 해낸다.
인터넷 방송도, 공식 굿즈 인형 때도 그랬다.
하지만 카페 얘기는 다르다.
이제까지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계획은 있어?"
그러자 유진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죠. 저희 숙소 건물 뒷골목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요. 조만간 폐업한대요. 그래서 문 닫기 전에 딱 한 달만 운영해보고 싶은데요."
유진이 말한 그 카페는 테이블이 세 개 있는 아담한 곳으로, 여성 혼자서 운영하고 있었다.
매출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이번에 주인이 세계 일주를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폐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유진은 한 달간 그곳의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면서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이미 카페 주인에게 얘기했는데 확답을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으니 며칠 동안 설득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 폐업 얘기는 누구한테서 들었어?"
"수지요. 거기서 파는 스콘을 자주 사러 가거든요."
그 카페의 플레인 스콘은 요즘 수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러 가면서 카페 주인과 친해졌다고 한다.
단골이었기에 폐업 얘기도 직접 전해 들었다.
"수지가 엄청 아쉬워하던데요."
"그렇겠네."
마음에 든 스콘을 이제 곧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수지가 실망할 만하다.
"그럼 스콘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하면 되지 않아?"
"아, 그렇네요."
유진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손을 마주친다.
"카페를 하려면 커피랑 사이드 메뉴가 있어야 하니까요."
"…아예 관둔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이쯤 되면 지후도 말릴 수가 없다.
저 멀리 목적지인 방송국이 보인다.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방송에 집중하라고요? 당연하죠!"
추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유진을 데리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촬영이 이루어질 스튜디오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후우…."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숨이 나온다.
뭐부터 해야 하나?
스마트폰을 켜서 어디론가로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이 흐르자마자, 바로 연결된다.
『여보세요?』
"어, 연아야. 지금 통화 괜찮아?"
『사장님 전화라면 최우선인걸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혹시 유진이가 카페 운영하고 싶다는 얘기 알고 있어?"
『네, 어젯밤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다음에 근처 카페에 얘기한다고 나갔었는데요.』
아까 유진이 말한 그대로다.
"혹시 그 카페가 어딘지 알아?"
『알아요. 저도 한 번 가본 적이 있거든요.』
"그럼 지금 숙소 앞으로 갈 테니까, 그 카페 위치 좀 알려줘."
그렇게 말하면서 지후는 차에 시동을 건다.
"굳이 네가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
숙소의 뒷골목으로 들어오면서 지후가 한마디 한다.
"무슨 말씀이세요?"
못마땅한지, 연아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유진이랑 같은 멤버인 이상,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미리 인사드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말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지후는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심으로 도울 생각이면 유진이 스마트폰을 뺏지 마."
"…네."
변명도 할 수 없는지, 연아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거 같으니 그 얘기는 더 하지 말자.
"아, 저기예요."
연아가 앞쪽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헤에~. 분위기가 괜찮네."
귀여운 걸 좋아하는 유진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하다.
그렇다고 남성이 들어가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다.
영업 중인지 카페 로고가 들어간 입간판이 밖에 세워져 있다.
"카페 폴라리스, 북극성이란 뜻이네."
이름에 맞게 카페의 커다란 유리창은 여러 별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카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면서, 주방에 있던 여성이 이쪽을 쳐다본다.
나이는 지후와 비슷해 보이는, 몸집이 작은 여성이다.
"안녕하세요."
연아가 인사를 하자, 여성이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뜬다.
"어머, 연아 씨네요. 오랜만이에요."
카페 주인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단골인 수지와 유진에 비해, 연아는 이 카페에 방문한 게 딱 한 번이다.
오히려 연아 얼굴을 알아보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어젯밤에 유진이가 오지 않았나요?"
"아, 네. 한 달간 카페 영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녀는 곤란한 미소를 짓는다.
하긴 어처구니가 없는 건 당연하다.
갑자기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말이다.
"그런데 옆의 분은…."
카페 주인은 지후를 힐끔 쳐다보면서 묻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후는 여성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전 프리마 스텔라의 소속사 사장이자, 이 애들의 보호자인 문지후라고 합니다."
"아, 그러셨구나. 전 김진경이라고 해요.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진경은 눈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연아의 표정이 굳어진다.
"유진이 얘기로 잠시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예, 그럼요. 잠시만 앉아 계세요. 마실 걸 내어 드릴게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진경은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지.
지후와 연아는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잠시 후, 진경이 두 개의 잔을 들고 와서 두 사람 앞에 하나씩 놓아주고는 지후의 맞은 편에 앉는다.
"감사합니다."
진경이 내어준 건 시원한 오렌지 주스다.
이제 5월도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더워지던 차라 반갑다.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지후가 먼저 말을 꺼낸다.
"유진이에게 들었습니다만, 세계 일주를 준비하신다고요?"
"네, 예전부터 그럴 생각으로 쭉 준비를 해왔거든요."
지금 진경은 서른이다.
아직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때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세계 일주란 꿈을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언제 출발할 예정입니까?"
"두 달 뒤요."
"그렇다면 카페 폐업은 그 안에 해야 하겠네요."
"네. 그렇죠."
원래는 미리 여행 준비를 위해 카페를 닫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보증금 문제가 생겼다.
"여기 건물주가 자금에 여유가 없다면서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거예요."
"난감하시겠네요."
생각을 잘해야 한다.
원래 유진의 계획은 카페가 폐업하기 전, 한 달 동안 영업을 하면서 촬영을 겸하는 거다.
하지만 진경 입장에서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보증금을 받아서 여행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쪽에서 보증금을 제게 주시고, 나중에 세입자가 들어오게 되면 건물주에게서 돈을 받으시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경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역시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증금과 월세는 얼마입니까?"
"2000에 150이요."
"여기 매출은 어떻죠?"
"좋아요, 월세랑 각종 세금 내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니까요."
지후는 팔짱을 끼면서 생각에 잠긴다.
진경의 제안은 괜찮다.
하지만 한 달 안에 또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쪽이 골치 아프게 된다.
"일단은 생각할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도저히 이 자리에서는 대답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유진과 다시 한번 얘기할 필요가 있다.
"잠깐만요."
진경은 일어나서 카운터로 향한다.
그리고 명함을 지후에게 건넨다.
"오시기 전에 연락 주세요."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카페를 나선다.
"후우…."
카페에서 떨어진 모퉁이를 돌자마자, 지후는 한숨을 내쉰다.
"생각보다 일이 크네요."
"그러게."
그 길로 숙소로 향한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자, 연아가 커피를 타서 내어준다.
"사장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연아는 지후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말을 꺼낸다.
"유진이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도와주실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해주고 싶어."
"한 달 안에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게 문제지."
지후는 소파에 몸을 파묻는다.
잘못했다가는 엄청난 부담을 껴안게 되는 거니까.
"차라리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연아가 검지를 세운다.
"아예 저희 쪽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거죠."
"뭐, 그럼 그걸 누가 담당해?"
"당연히 유진이죠. 걔가 말을 꺼낸 거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유진은 카페 운영 체험담을 방송하고 싶은 거지, 진짜로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게 아니다.
본인도 방송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얘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뻔하다.
"그 부분은 제가 얘기해 볼게요."
연아가 걱정하지 말라 한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이 되려 불안하다.
"혹시 유진이에게 협박하거나 압박을 주려는 건 아니지?"
"절 뭐로 보시는 거예요?"
그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연아가 화를 낸다.
"뭐긴."
지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애로 보지."
"윽!"
연아는 할 말을 잃는다.
반박하기에는 찔리는 게 너무 많다.
그래도 상냥하게 대해주면 좀 좋아?
연아가 침울해지자, 지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좀 심했나?
"연아야."
지후의 부름에 연아가 고개를 든다.
"혜민이랑 유진이 데리러 나갈 건데, 아직 시간이 남았거든. 그동안 바람이라도 쐬러 갈까?"
"정말요!?"
그 말에 연아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리고 지후의 팔을 잡아당긴다.
"얼른 가요. 어제 TV에서 장미꽃 축제를 한다던데 꼭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더니 외출 준비를 하겠다면서 위층으로 뛰어올라간다.
"넘어지겠어!"
"괜찮아요!"
위층의 방문이 시끄럽게 여닫는 소리를 내자, 지후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꽉 누른다.
나, 괜한 소리 한 거 아냐?
그 고민은 예쁘게 차려입은 연아가 내려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때요?"
옅은 파란색의 원피스를 입은 연아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돈다.
"잘 어울리네."
"정말요?"
지후의 칭찬에 연아는 수줍게 웃는다.
무척 기쁜 모양이다.
"빨리 가요."
"잠깐만, 미나한테 얘기해야 하지 않아?"
지후가 위층을 올려다 본다.
미나는 아직 자고 있는지, 아래층으로 내려올 기미가 없다.
"에이, 괜한 걱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미나도 어린애가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연아는 말한다.
"다른 사람이면 모르지만, 상대는 미나잖아."
워낙 엉뚱한 구석이 있는 미나를 혼자 둬도 될지 걱정이다.
"어휴!"
연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다시 위층으로 향하더니, 미나의 방문을 열어젖힌다.
"야, 일어나!"
그리고 미나를 깨운다.
잠시 후, 부시시한 얼굴을 한 미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응? 사장님? 왜 여기에 계세요?"
"잠깐 근처에 볼일이 있었거든."
"혜민이랑 유진이 데리러 가시기 전에 나랑 시간을 보내주신다는데, 자고 있는 너 혼자 남기는 게 뭐하다고 하시잖아."
"그래서 깨웠어?"
미나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하품을 한다.
"그럼 미나도 일어났으니까 가요."
연아가 팔을 잡아당긴다.
"어, 그래."
그대로 현관으로 향한다.
"사장님, 오시는 길에 간식 좀 사다주세요."
미나가 현관 앞에 서서 손을 흔든다.
"그 정도는 네가 직접 사먹어!"
연아가 한마디 하고는 숙소 문을 쾅 닫는다.
그러더니 지후를 보면서 싱긋 웃는다.
표정이 금방 바뀌네.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연아에게 붙들린 채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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