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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132화 (132/206)

#   132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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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소녀가 쓰고픈 동화2021.03.14.

"동화?"

케이크를 먹던 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니까 미나 네가 이야기를 만들고, 오늘 소개받은 동화 작가가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다는 거지?"

"응."

미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닭강정을 집어 먹는다.

매우면서도 달콤하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더 매우려나?

미나의 손이 물이 잠긴 잔을 집어든다.

"사장님도 대단하세요."

연아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한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여러 방면에 지인이 많으시네요."

"뭐, 나름 연예인으로 생활한 게 길었으니까."

지후는 멋쩍게 웃고는 잔을 들어 올린다.

"그런데 전예진이란 사람은 사장님의 팬이라고 하셨잖아요?"

"어? 진짜?"

옆에 있던 혜민이 놀라 지후를 쳐다본다.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된 거예요?"

"내가 아직 프리모 퀸텟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을 때, 예진 씨가 손편지를 보내준 적이 있거든."

문자나 SNS가 활발해진 지금도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손편지를 보내는 팬이 있다.

예진도 그중 하나였다.

"편지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서 보내줬는데, 실력이 대단하더라."

프로 뺨치는 그림에 예진의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가 팬사인회 때, 예진이 만나러 왔다.

"내가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무척 기뻐하더라."

그리고 그림이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그 뒤로도 예진은 종종 편지를 보냈다.

대부분은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지후에게 칭찬받은 그림 실력을 올리려고 노력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걸 안 지후는 SNS를 통해서 예진을 응원해주었다.

"그 결과, 동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어."

작업 대부분은 외주로 받은 거지만, 예진 스스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지후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동화 작가로 부른다.

"정말이지, 사장님의 영향력은 너무 크다니까요."

얘기를 들은 수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가?

지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을 본 소녀들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알고 보니, 사장님께 응원받아서 정치가가 됐다고 하는 사람도 나오는 거 아니야?"

"있을 법하네. 연예 기획사를 세운 사장님을 도우려고 로비할지도 몰라."

"아하하!"

소녀들이 웃음꽃을 피운다.

그와는 반대로 지후의 어깨는 축 처진다.

얘들이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물론 팬 중에서 정치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로비는 안 할 것이다.

…안 하겠지?

"그래서?"

유진이 미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어떤 동화를 쓸 생각이야?"

"으음…."

미나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다.

하긴, 동화를 만들라고 한 게 몇 시간 전이다.

바로 생각날 리가 없다.

"거의 먹은 거 같으니까, 슬슬 뒷정리할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먹다 보니, 미나의 생일상 위에 있던 음식이 대부분 사라졌다.

내일 스케줄을 위해서, 오늘은 마무리 짓기로 한다.

버릴 건 버리고, 빈 그릇은 주방 싱크대에 갔다 놓는다.

"오늘 설거지 당번, 누구야?"

"수지 아니야?"

"에이, 귀찮은데."

"투덜거릴 시간이 있으면 빨리 끝내버려."

수지가 설거지하러 식당으로 향한다.

그 외에 전부 정리했다고 판단한 지후는 돌아가기로 한다.

"그럼 난 갈게."

지후가 현관으로 나오자, 소녀들이 줄줄이 배웅해준다.

"연아야, 내일부터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알지?"

"그럼요."

"그런고로 유진아, 내일부터 연아가 카페 일을 못 도와줄 거야."

"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 말에 지후가 싱긋 웃는다.

"그럼 내일 보자."

"조심히 들어가세요."

모두의 배웅을 받으면서 숙소를 나온다.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누군가가 다급하게 부른다.

"사장님, 잠깐만요."

"응?"

지후가 돌아본다.

그러자 미나가 자신을 뒤따라나온 걸 알아차린다.

"왜? 급한 용무라도 있어?"

"용무까지는 아니지만, 상담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상담?"

미나가 상담을 요청하는 날이 다 있네.

어쩐지 감격스럽다.

"그럼 사무실로 갈까?"

지후는 미나를 데리고 사무실로 향한다.

"오랜만이네요. 사무실 가는 거."

"그런가?"

생각해보니, 미나가 영화 촬영을 시작하게 되면서 직접 숙소로 데리러 갔다.

올 때도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미나가 사무실에 올 이유가 없었다.

"들어와."

지후가 사무실 문을 열면서 불을 밝힌다.

"마실 거 줄까?"

"아뇨, 금방 끝날 테니까요."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마주 본다.

"그래서 상담하고 싶은 게 뭔데?"

"그게요…."

미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지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나의 말을 기다린다.

"동화 얘기인데요."

미나가 천천히 말을 꺼낸다.

"어제 제가 했던 얘기 기억하세요?"

"무슨 얘기였더라?"

"옛날에 읽었던 동화 얘기요."

"아, 그거? 당연히 기억하지."

어제 영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미나가 말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건 어릴 때 읽은 동화책이라고.

거기서 구름이 낀 항구도시의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이다.

"저, 그 장면을 써서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요."

그 말에 지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잘 할 수 있겠어?"

솔직히 지후 입장에서는 찬성하기가 어렵다.

어두운 분위기의 동화가 나올 거 같다.

"저도 밝은 분위기의 동화를 써볼까 했어요. 하지만 의미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아무리 밝은 내용을 쓴다고 해도 그건 자신의 진심이 담기지 않는다.

그저 허울뿐인, 겉보기만 좋을 뿐인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좀 어둡더라도 저만이 쓸 수 있는 걸 쓰고 싶은데요. …안 될까요?"

그리고는 조심스레 지후의 안색을 살핀다.

이번에 내기로 한 동화책은 지후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하다.

즉, 지후가 반대하면 동화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걸 미나도 알기에 지후의 눈치를 보는 거다.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미나답지 않게 눈치 보는 모습에 지후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번 일은 네 생일 선물로 해주는 거니까, 네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돼."

개인적으로는 밝은 내용이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욕심이다.

미나가 쓰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지지해주는 게 옳다.

"정말요?"

미나가 밝아진 얼굴로 묻는다.

지후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그 장면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거든."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미나가 본 동화의 내용을 알아내는 건 무척 어렵다.

그래도 미나라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고맙습니다!"

미나가 환하게 웃는다.

만에 하나라도 지후가 안된다고 할까 봐 걱정한 모양이다.

"동화도 좋지만, 영화 촬영이 우선인 건 알지?"

"물론이죠! 그럼 전 갈게요."

지금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 기세에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연다.

"아, 사장님."

잊어버릴 뻔했다면서 미나가 돌아본다.

"사장님께도 문자로 상담해도 되죠?"

"물론이지. 그래도 잘 때는 봐줘."

"네~!"

힘차게 대답한 미나가 사무실을 나선다.

의욕이 가득찬 모습을 보면서 지후는 약간 걱정이 된다.

"잠은 제대로 자려나 모르겠네."

일단 보험은 들어둬야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연아야, 지금 통화 괜찮아?"

『그럼요!』

지후가 전화해준 게 기쁜지, 연아의 목소리가 밝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미나 일로 부탁할 게 있어서."

『아, 네….』

목소리에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껏 전화해서는 다른 사람이 관련됐다고 하니, 맥이 빠지는 모양이다.

"어, 그러니까…."

연아의 풀이 죽은 목소리에 지후도 당황한다.

어쩌지?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용건부터 말한다.

"미나가 동화 쓰는 일로 의욕이 굉장하더라. 그래도 내일 영화 촬영도 있는데, 제대로 자지 않을까 걱정이야."

『방금까지 미나랑 같이 계셨던 거예요?』

그렇게 묻는 연아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마음에 안 들기는 해도, 다른 멤버가 지후에게 상담하는 걸 막을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그, 그래서 말인데 네가 내일 아침에 미나 좀 챙겨줬으면 해서."

내일부터는 연아도 미나와 같이 영화 촬영에 참가한다.

어차피 같이 나올 거, 조금만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말하자,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화났나?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수화기 저편에서 작은 한숨이 들린다.

『알겠어요.』

다 포기했다는 말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저기, 연아야."

지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이번 영화 촬영이 끝나면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네?』

연아가 놀란다.

『데리고 가주실 거예요?』

"요즘 네가 고생 많이 했잖아."

카페에서 팔 디저트도 만들고, 오후에는 일도 도와줬다.

말은 안 했지만, 많이 지쳤을 터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말해줘. 같이 가자."

『정말이죠? 나중에 무르기 없기에요.』

"당연하지."

그럴 거면 처음부터 얘기도 안 꺼내지.

그 말을 덧붙이자, 연아가 기쁘게 웃는다.

『미나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챙길 테니까요.』

"부탁해. 그럼 끊을게."

『네, 안녕히 주무세요.』

"너도 잘자."

그렇게 연아와의 통화를 마친다.

"이걸로 오케이."

연아에게 맡기면 문제없다.

슬슬 집에 가볼까?

지후도 사무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온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뒷문을 통해 차에 올라탄 소녀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미나야, 정신 차려."

연아가 미나의 등을 밀면서 차에 태우려 한다.

"졸려…."

미나는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린다.

어젯밤에 동화 쓴다고 밤이라도 샌 건가?

"그래서 내가 일찍 자라고 했잖아?"

연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한다.

먼저 올라탄 혜민과 수지가 미나의 팔을 붙잡고 끌어올린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미나는 바로 눈을 감는다.

"어휴!"

미나의 옆에 앉은 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연아 너, 오늘 고생 좀 하게 생겼다."

수지가 돌아보면서 말한다.

그 말에 연아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지후를 노려본다.

"전부 사장님 탓이에요."

"나? 내가 뭘…. 아."

자기가 뭘 어쨌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문다.

연아 말이 맞다.

미나가 밤을 샌 건, 지후가 동화 쓰기란 의욕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상을 톡톡히 받아낼 거예요."

"그, 그래…."

지후가 어깨를 움츠린다.

유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다 탄 걸 확인한 하은이 뒷문을 닫는다.

그리고 조수석에 올라탄다.

"사장님, 가시죠."

"아, 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차를 출발시킨다.

지후는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있는 미나를 바라본다.

푹 잠들었는지, 미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으응…."

꿈이라도 꾸는지, 잠꼬대까지 한다.

"나 참."

옆에서 보고 있던 연아가 기막혀한다.

"자기 챙겨주는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나 보네."

"미나에게 뭘 기대했어?"

혜민이 한마디 한다.

"원래 한 번 꽂히면 돌격하는 성격인 거, 너도 잘 알잖아."

"알긴 하지만, 그래도…. 어휴!"

차라리 말을 말자면서 연아는 한숨을 내쉰다.

그런 연아의 모습에 지후는 미안해진다.

괜한 짐을 늘려준 꼴이다.

"그건 그렇고, 미나 얘가 이 정도로 의욕을 보이는 건 드문데."

수지가 과자봉지를 뜯으면서 말한다.

"그러게. 드라마 얘기할 때보다도 열정적이던걸."

혜민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했던 거야."

그렇게 말한 연아는 미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꿈이라도 꾸는지 미나는 살짝 미소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도 기대되는데, 미나의 동화."

"나도."

수지와 혜민이 마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내용일까?

대화를 듣고 있던 지후도 기대감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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