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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160화 (160/206)

#   160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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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뜻밖의 제안2021.04.16.

"여기 계실 텐데."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촬영 스튜디오의 로비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지후는 그곳을 두리번거리면서 누군가를 찾는다.

"아, 저기네."

지후가 한 테이블을 가리킨다.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한 수지가 눈을 깜빡인다.

"최명희 선생님?"

수지가 부르자, 명희는 뒤를 돌아본다.

"아, 수지 씨. 수고했어요."

그러고는 인자하게 미소 짓는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수지는 서둘러 명희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내가 모시고 왔어."

지후가 수지의 옆에 앉으면서 대답한다.

수지가 본방 준비를 하는 사이, 지후가 의상실에 가서 명희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관객석 구석에서 수지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사장님께서요?"

수지는 믿기지 않는지, 눈을 깜빡거린다.

대체 왜?

"네가 직접 의상을 만들면서 느낀 걸 선생님께도 들려드리고 싶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지후는 명희에게 시선을 돌린다.

"정말 오길 잘했어요."

명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수지를 똑바로 쳐다본다.

"전에 내가 말했죠? 수지 씨가 직접 옷을 만들어봤으면 한다고."

"아, 네."

"그건 방금 수지 씨가 말한 그 느낌을 알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요즘 한복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생활 한복이나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등장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대중, 특히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명희는 그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수지가 찾아왔을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아이돌에, 모델로서도 인지도가 높아서 한복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주기만을 기대했어요."

그렇기에 수지가 리폼한 디자인을 자신의 의상실에서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리폼이 아닌 제작에 방향성이 잡히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수지 씨가 디자이너의 기분을 좀 알아줬으면 했거든."

한 벌의 의상이 완성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는 사람은 모른다.

모델도 마찬가지다.

모델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수백, 아니, 수천 벌의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다.

그 옷의 이미지를 최대한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능하다.

하지만 패션쇼를 떠나면 그때 입은 의상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즉, 모델에게 있어서 의상은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맞는 말씀이세요."

수지도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도 과거에 입었던 의상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 디자이너가 만들었는지 생각도 한 적 없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까 수지 씨의 소감을 듣고 많이 기뻤어요."

그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건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럼 난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할게요."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명희가 일어서자, 지후도 따라 일어난다.

"아뇨."

명희가 손으로 그를 제지한다.

"지후 씨는 오늘 매니저 역할로 온 거잖아요. 그럼 수지 씨를 혼자 둘 수는 없겠죠?"

자신은 택시를 타고 가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럼 택시 잡아드릴게요."

그러고는 수지를 돌아본다.

"먼저 대기실에 가 있어."

그렇게 말한 지후는 명희를 배웅하러 건물 밖으로 나선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고도 수지는 그 자리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뭔가 생각에 잠겨 있나 싶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카운터로 향한다.

"여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쿠키 종류별로 하나씩 전부 주세요."

"네? …아, 네."

카페 직원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주문받은 걸 준비한다.

계산까지 마치자, 수지는 커피와 쿠키가 든 쟁반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역시 머리를 쓰려면 당분이 필수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커피와 쿠키를 먹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생각하면서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쿠키를 맛보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으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수지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래?"

그 모습을 발견한 지후가 묻는다.

오늘 경연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아 다음 경연에 진출하였다.

기뻐할 줄 알았는데, 반대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아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신경 쓰여서요."

"디자이너의 기분이라고 하신 거?"

"네."

평소라면 별일 아니라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마음에 걸린다.

"과거에 많은 디자이너에게 러브콜을 받아서 패션쇼 런웨이를 걸을 때도 옷을 만든 사람의 기분 같은 건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직접 의상을 만들고 나니까, 그게 눈에 보인다는 말이지?"

수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지후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고 보니, 방송 스튜디오로 갈 때 말인데요."

"응?"

갑자기 화제가 바뀌자, 지후는 의아해한다.

"제가 최명희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을 때요."

"아~. 그거?"

"혹시 사장님은 그분의 심정을 눈치채고 계셨던 거 아닌가요?"

"으음…."

질문을 받자, 지후는 잠시 말을 고른다.

"눈치챘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긴 했어."

"어떻게요?"

"분야는 다르지만, 나도 만들어내는 사람이니까."

아, 그렇네.

그 말에 수지는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지후 역시 대중에게 들려줄 음악을 만들고 있다.

"하긴, 저희가 아무리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해도 사장님이 곡에 담아낸 걸 100%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 너희는 잘하고 있는데…."

그런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니다.

괜한 오해를 산 거 같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최명희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 네가 디자이너의 기분을 알아줘서 기쁘다고."

"그랬죠."

하지만 그걸로 끝일까?

수지의 안에서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 지금 생각난 건데."

지후가 다시 화제를 돌린다.

"경연에서 입었던 네 의상,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거 같아."

"네? 정말요?"

그 말에 수지는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베스트 모델」을 검색해본다.

"에엑~!?"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까 경연에서 입은 의상을 걸친 자신의 사진이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이, 이게 왜 벌써 올라왔지?"

"몰랐어? 기자들이 경연 끝나자마자 바로 기사 쓰는 거."

"전혀 몰랐어요…."

사진은 의상을 입은 채로 복도를 지나갈 때 찍은 듯하다.

설마 기자들이 관객석에 있었을 줄은 몰랐다.

이걸 또 언제 찍었대?

"아니, 그보다 아직 본방송이 나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걸 유출해도 되는 거예요?"

"아, 그건 괜찮아."

지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이미 제작사 측과는 얘기가 됐대. 모든 과정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참가자들이 의상을 입은 사진 한 장은 괜찮다던데."

"그게 뭐예요…?"

그럴 거면 차라리 포토 타임을 따로 준비하던가.

수지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그 기사가 뜨자마자, 최명희 선생님의 의상실 전화기가 불이 났다던데."

기사에는 의상을 만든 건 수지이며, 한복 디자이너인 명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그 의상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 전화가 엄청났다고 한다.

"아까 경연 결과 발표 때, 선생님께서 나한테 연락하셨더라."

"그 의상을 빨리 팔았으면 좋겠다고요?"

"그것도 있고, 괜찮다면 한 번 더 의상을 디자인할 생각이 없냐고 하시던걸."

"하, 한 벌 더요!?"

수지의 눈이 커진다.

설마 그 제안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프로 디자이너가 그렇게 제안할 정도면 너한테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

"놀리지 마세요."

수지는 눈을 흘긴다.

"놀리는 거 아냐."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고 지후는 반박한다.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할 의상을 만들어냈다는 건 대단하잖아."

그건 대단한 재능이라고 지후는 말한다.

그러자 수지는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솔직히 기쁘긴 하다.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받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전문 디자이너도 아닌 제가 그런 걸 해도 되는 걸까요?"

"안 될 건 뭔데?"

지후의 대답에 수지는 그를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넌 네 자신을 너무 낮추는 경향이 있어. 과거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넌 아직 스물도 안 됐다고."

그러니까 뭐든지 할 수 있다.

얼마든지 도전해보라는 말에 수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녀…."

"어서 와!"

숙소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유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긴다.

"뭐, 뭐야?"

"의상 가져왔지? 보여줘!"

유진이 환하게 웃으면서 양손을 내민다.

"하아…."

그럼 그렇지.

경연에 입고 나온 의상이 보고 싶어서 눈이 빠지게 기다린 거구나.

수지는 허탈함을 느끼면서도 종이백을 유진에게 건네준다.

"헤헤. 고마워."

유진은 종이백을 잽싸게 낚아챈다.

그리고 거실로 이동한다.

"왔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혜민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응."

수지는 대답을 하면서 주방을 살핀다.

안에서 하은과 연아가 저녁 준비를 하는 중이다.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거 같다.

그 사이,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씻은 다음, 거실로 내려온다.

"우와! 이게 이번 경연 의상이야?"

유진은 양손으로 경연 의상을 들어 올리면서 환호한다.

"이건 진짜 예쁘네."

평소 패션에는 별 관심이 없는 혜민도 감탄한다.

"진짜 네가 만든 게 맞아?"

"당연하지."

혜민의 의심하는 듯한 발언에 수지도 발끈한다.

그동안 고생하던 보고도 모르나?

"이거라면 나도 한 벌 갖고 싶은데."

"나도."

그래도 혜민과 유진이 의상을 부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기분이 좋아진다.

"다들 식사해."

연아가 주방을 나와서 멤버들을 부른다.

그러다가 유진이 들고 있는 의상을 발견한다.

"예쁜 옷이네. 이게 오늘 입은 거야?"

"응."

"잠깐 줘봐."

유진에게서 의상을 건네받고는 앞뒤로 살펴본다.

"디테일이 꼼꼼한 게 괜찮네. 나중에 판다고 했지?"

"응, 나한테 한복 만드는 걸 알려주신 선생님의 의상실에서 판매할 예정이야."

그러다가 생각이 나서 얘기한다.

"아까 사장님께 들었는데, 한복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나더러 한 벌만 더 디자인해달라고 하셨대."

"진짜!?"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눈에 봐도 수지가 만든 디자인이 괜찮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디자이너에게 그런 제안을 받을 정도일 줄이야.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아직 연락 안 했어."

"왜?"

유진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수지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이번에는 경연 때문에 집중해서 의상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다시 한번 한복 디자인을 한다고 해도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할 자신이 없어."

그 말에 멤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별일이네. 수지가 자신 없다고 하다니."

"진짜."

"뭐야?"

수지의 얼굴에 불쾌감이 드러난다.

사람이 솔직하게 말하는데, 반응이 너무 싸늘한 게 마음에 안 든다.

"네가 못할 게 뭐 있어?"

연아는 수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묻는다.

"그쪽에서도 너한테 같이 일해보자고 하는 거지, 디자인을 혼자 해서 결과물을 달라는 게 아니잖아."

"그야 그렇겠지."

"그럼 망설일 게 뭐 있어? 너 정도면 못 할 일도 아닌데."

연아가 이렇게까지 말할 줄이야.

좀 놀랐다.

그와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거 같아 기쁘다.

"연아 말이 맞아."

혜민이 수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우리 중에서는 네가 가장 패션 감각이 좋잖아. 그러니까 디자인도 문제없을 거야."

"잠깐!"

그때, 유진이 끼어든다.

"전에는 내 패션 감각이 좋다고 하지 않았어?"

"네 센스도 좋긴 하지. 그런데 수지랑 너랑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묻는다면 수지 쪽이 훨씬 위지."

"그게 뭐야!?"

유진이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친다.

"시끄러!"

주방에서 하은이 버럭 화를 낸다.

그러자 멤버들의 몸이 굳어버린다.

"밥 먹으라고 했는데, 왜 거실에서 소란이야? 밥 안 먹어?"

"머, 먹을게요!"

가장 먼저 수지가 주방으로 향한다.

그 뒤를 이어 혜민과 유진이 따라 들어온다.

연아는 미나를 데리러 위층으로 올라간다.

"잘 먹겠습니다."

먼저 식탁 앞에 앉은 세 사람이 식사를 시작한다.

맛있는 밥을 먹다 보니, 이내 수지의 마음도 풀어진다.

한복 디자인, 한 번 해보자.

물론 미숙하겠지만 그것도 다 경험이 될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디자인 공부를 해볼까?

식사하는 와중에도 수지의 머릿속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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