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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188화 (188/206)

#   188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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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오전 집안일2021.05.14.

"먼저 빨래부터 할까?"

거실에서 세 사람과 마주한 하은이 말한다.

"에엑?"

혜민의 표정에 싫은 티가 팍팍 느껴진다.

하은은 단순히 빨래라고 했지만, 단순히 세탁기 돌리는 게 아니다.

그 뒷정리까지 포함해서 말했다.

다 마른 빨래를 걷어서 다림질하고, 그걸 각에 맞춰서 접는다.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모른다.

"혜민이 너 표정이 왜 그래?"

하은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묻는다.

"하기 싫어?"

"네? 그, 그게…."

아니라곤 못 하겠다.

세탁을 마친 옷 정리는 혜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니까.

"그럼 다림질은 네가 해."

"네에!?"

망했다.

다림질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데.

혜민이 고개와 어깨를 푹 숙인다.

그러자 수지가 안 됐다는 듯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기다려 봐."

하은은 세탁실로 향한다.

그리고 양손 가득 세탁을 마친 옷을 들고 온다.

"뭐, 뭐 이리 많아요?"

기겁한 혜민이 묻는다.

수지와 미나도 말은 안 하지만, 보기에도 질렸다는 시선이다.

"이게 하루에 나오는 양이야."

"지, 진짜요?"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이 나온다고?

"뭘 그리 놀래?"

하은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 너희가 세탁기에 넣은 거잖아. 특히 혜민이랑 수지!"

하은의 지목에 두 사람이 깜짝 놀란다.

"너희 세탁물이 많은 건 알긴 알아?"

"윽!"

반박할 수가 없다.

춤 연습을 하는 혜민과 조깅과 요가를 자주 하는 수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마주 보니 많긴 하다.

"혜민이 넌 창고에 가서 다리미랑 다림판을 챙겨와."

"네."

지시에 따라 혜민은 창고로 향한다.

거기서 다리미가 담긴 상자와 다림판을 챙겨온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는데, 상당히 버겁다.

"좀 도와줘."

결국 SOS 요청을 한다.

수지가 와서 다림판을 들어준다.

그리고 적당한 곳에 놓아준다.

"그런데 다림질하려면 분무기로 물 뿌려야 하지 않아요?"

"그거 스팀다리미라서 분무기는 필요 없어."

"스팀다리미?"

일반 다리미랑 뭐가 다르지?

혜민은 들고 있던 다리미 상자 겉면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눈썹을 찌푸린다.

"요즘 다리미는 이렇게 나와?"

다리미보다는 미니 청소기라는 느낌이다.

"그 말은 혜민이 너."

하은의 말에 혜민의 몸이 흠칫거린다.

"다리미 다룰 줄 모른다는 거네."

"네…."

순순히 인정한다.

애초에 하은이 말하지 않았다면, 창고에 다리미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하긴 요즘 세탁한 건 연아가 전담했으니까."

요즘 하은이 수지를 케어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던 연아가 세탁한 옷 정리를 도맡아 했다.

"이걸 연아 혼자서 했다고요?"

혜민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거실 바닥을 둘러본다.

많은 옷, 다리미와 다림판.

이걸 혼자 하다니.

새삼 연아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일단 다림질은 시범으로 보여줄게."

하은이 바지 하나를 다림판 위에 펼친다.

"아, 맞다."

다리미 코드를 연결한 하은이 고개를 든다.

"누가 주방에 가서 컵에 물 좀 담아와."

"네."

이번에는 미나가 주방으로 향한다.

유리잔에 물을 들고 와서는 하은에게 건넨다.

그걸 받아든 하은은 다리미 내부, 빈 통에 물을 담는다.

빈 컵을 미나에게 다시 주고는 전원을 넣는다.

"이러고 예열되기를 기다리는 거야."

1분도 안 돼, 예열 완료등에 불이 켜진다.

그러자 하은은 능숙하게 웃을 다리기 시작한다.

"여길 누르면 스팀이 나오게 되어 있어."

손잡이 바깥쪽에 달린 작은 버튼을 누르자, 다리미에서 수증기가 나온다.

"우와!"

그걸 본 혜민이 깜짝 놀란다.

요즘 다리미는 잘 만들어졌네.

"이걸로 끝."

눈 깜짝할 사이에 다림질이 끝났다.

이 정도면 할 수 있으려나?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다.

"절대 오래 누르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럼요."

그랬다가는 옷이 탄다는 것 정도는 혜민도 알고 있다.

"한 번 해봐."

하은이 다리미를 받침대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자리에 혜민이 앉는다.

옆에 있던 미나의 블라우스를 다림판 위에 올려놓는다.

"그건 옷감이 얇은 거니까 더 신경 써야 해."

"네."

세 사람, 특히 옷 주인인 미나가 혜민의 다림질을 주시한다.

무척 부담스럽네.

혜민은 무거운 기분으로 다림질을 시작한다.

아까 하은이 한 대로 블라우스의 주름을 펴간다.

"좋아, 잘하고 있어."

하은의 말에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도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그 정도면 된 거 같은데. 이리 줘 봐."

전체적으로 다림질이 끝나자, 하은이 손을 내민다.

혜민이 블라우스를 건넨다.

"흐음~."

하은이 블라우스를 양손에 들고 꼼꼼히 살핀다.

"응, 아주 잘 했어."

"정말이요? 헤헤."

잘했다는 칭찬에 혜민은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돼."

"네."

"그럼 혜민이는 계속 다림질하고, 수지랑 미나는 다림질할 필요가 없는 티셔츠랑 청바지를 골라내서 개도록 해."

그러자 수지와 미나는 쌓인 옷 중에서 티셔츠와 청바지를 골라내기 시작한다.

혜민 역시 남은 옷 중에 하나를 들고 다시 다림질을 시작한다.

그렇게 다림질을 마치면, 수지나 미나가 깔끔하게 접는다.

그 사이, 하은은 세탁기를 돌린다.

다 돌아갈 때가 되자, 세 사람의 일도 끝났다.

"이것 좀 널어."

자구니에 잔뜩 담긴 옷가지를 보면서 셋은 할 말을 잃었다.

"다녀왔어요."

오후 1시, 연아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왔어?"

거실에서 하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그런데 얘들 얼굴이 왜 이래요?"

식탁 앞에 혜민과 수지, 미나가 앉아 있었다.

식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들 지친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점심 식사 준비 좀 시켰더니 이 꼴이네."

하은이 한심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연아의 코에 익숙한 냄새가 닿는다.

"카레 만드셨어요?"

"응."

그래서 양파와 감자, 당근을 씻어서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먹기 좋게 깍둑썰기까지 시켰다고 하은이 말한다.

"고작 그것 좀 시켰는데 뻗어버리다니, 기가 막혀서."

하은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연아는 아무 말 없이 멤버들을 바라본다.

평소에 식사 준비를 거들지 않던 애들이다.

힘들어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좀 한심하기도 하지만.

"넉넉하게 하셨죠?"

"그럼. 사장님 몫도 있어."

그 말에 연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사무실로 갈 거야?"

"으음…. 그게 좋을 거 같아요."

원래는 어제 만든 케이크 시트에 크림을 얹어 케이크를 완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레 향이 진동하는 지금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

이따가 저녁에 해야지.

"준비는 했어."

하은이 엄지로 싱크대 위를 가리킨다.

거기에는 평소 쓰던 도시락통과 카레를 따로 담을 수 있게 스테인리스 물통이 놓여있다.

"고맙습니다."

우선 위층으로 올라간다.

방에 가방을 두고 간단히 세수한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현관에서 기다리던 하은이 전용 가방에 넣은 도시락을 건네준다.

"사장님 잘 도와드려."

"네, 다녀올게요."

연아가 현관문을 나선다.

그녀를 배웅한 하은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선다.

"그럼 너희도 점심 먹어야지."

"네."

점심이란 말에 수지가 고개를 번쩍 든다.

밥 얘기가 나오자, 정신이 든 모양이다.

"전 나중에 먹을래요."

"저도요."

혜민과 미나는 밥 생각이 없다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아침을 10시에 먹었다.

아직 소화 중이랄까?

아무튼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

"알았어. 그럼 너희 둘은 심부름해."

"네!?"

그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들고 하은을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은은 지시를 내린다.

"미나 넌 세탁소에 가서 맡겼던 세탁물을 찾아와. 그리고 혜민이는…."

하은이 갑자기 말을 끊더니, 주방을 나선다.

잠시 후에 돌아와서는 혜민에게 쪽지를 건넨다.

"저녁 재료 사와."

쪽지에는 식자재가 잔뜩 적혀 있다.

새우, 버터, 마늘….

"아, 오늘 저녁은 갈릭버터 새우구이인가 보네."

옆에서 쪽지를 들여다본 수지가 유추해낸다.

그러더니 입맛을 다신다.

"벌써 저녁 준비를 한다고요…?"

혜민이 허망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그런데 벌써 저녁 재료를 사 오라니.

"그야 낮에는 더 바쁠 테니까, 미리 사 오는 게 낫지."

하은이 양손을 허리에 얹으면서 말한다.

"바, 바빠요?"

그러자 세 사람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뭘 시키려고 이래?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대청소를 해야 하니까."

"대, 대청소!?"

세 사람의 표정에 경악이 드러난다.

그러다가 혜민이 벌떡 일어나서는 주방을 뛰쳐나간다.

하지만 곧 하은에게 붙잡히고 만다.

"어딜 가려고?"

"놔요!"

혜민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면서 저항한다.

"차라리 사장님을 도울래요!"

진짜 지후를 돕는 게 이보다는 낫겠다 싶다.

"너는 듣는 것밖에 못 하잖아!"

발버둥 치는 혜민을 하은이 꽉 붙잡는다.

"심부름 도중에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

순간 혜민의 움직임이 멈춘다.

맞아, 그 방법도 있었지.

왜 생각 못 했을까?

"할 수 없지."

하은은 혜민의 손에 들린 쪽지를 빼앗는다.

"심부름은 수지 네가 가."

"어? 정말요?"

수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평소에 자신에게 심부름을 거의 안 시켰는데.

"아니다. 미나 네가 식자재 사 오고, 수지 넌 세탁소에 갔다 와."

"에이…."

수지는 바로 실망감을 드러낸다.

그러다 하은이 바로 한마디 한다.

"널 마트에 보냈다가는 두 시간도 넘게 걸리잖아."

그 말에 수지는 멋쩍은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마트에는 수지를 유혹하는 게 아주 많다,

간식으로 먹을 과자 중에서 뭘 먹을까?

고르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혜민이 넌 위층 거실을 청소해."

"싫어요!"

한계에 다다른 탓일까?

평소 하은에게 대든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구잡이로 거부한다.

"너 진짜!"

참다못한 하은이 혜민의 머리를 살짝 때린다.

"아야!"

말이 살짝이지, 눈앞에 별이 반짝인다.

혜민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하은은 거실 소파에 던져버린다.

"미나 너부터 다녀와."

"네, 넷!"

늦게 움직였다가는 혜민 꼴이 날 게 뻔하다.

미나는 얼른 위층 방으로 외출 준비하러 올라간다.

"혜민아, 괜찮아?"

혜민이 걱정된 수지가 상태를 살핀다.

"으에에…."

혜민의 고개가 양옆으로 크게 흔들린다.

초점도 안 맞는 것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눈치다.

"이것 참."

수지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집안일이 참 무섭다니까."

"그러게…."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혜민이 맞장구친다.

역시 집안일은 자신의 적성에 안 맞는다.

그렇게 생각한 건 덤이다.

그 사이, 미나가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내려온다.

"여기."

하은이 카드와 장바구니를 건넨다.

"서점에 들를 생각하지 말고 바로 와."

"네, 다녀올게요."

카드와 장바구니를 챙긴 미나는 바로 숙소를 나선다.

"쟤도 어지간히 겁먹었나 봐."

허둥지둥 나가는 미나를 보고 수지가 중얼거린다.

뭐, 하은에게 맞는 거라면 자신도 사양이긴 하다.

"수지 너도 얼른 밥 먹어."

"네."

하은의 지시에 수지는 바로 주방으로 향한다.

혜민과 같은 꼴이 되는 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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