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_한제희 - 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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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연속적 트러블2021.05.27.
"역시 예상대로라니까."
수지는 옆좌석에 있는 빵 봉투를 바라본다.
"냄새 장난 아니네."
속이 메슥거린다.
환기를 위해 운전석 창문을 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수석에 앉을걸."
혜민은 힘들게 조수석으로 몸을 뺀다.
그리고 그쪽 창을 연다.
"무슨 튀김빵을 샀어?"
지후의 질문에 수지가 봉투를 뒤적거린다.
"오늘 방문한 판매처 중에서 꽈배기 전문점이 있더라고요."
"가격도 싼 편이라, 다 같이 먹으려고 잔뜩 샀어요."
"아하~!"
꽈배기란 말에 지후도 납득한다.
게다가 대량이니, 냄새가 심한 것도 당연하다.
"사장님도 드실 거죠? 그럼 사무실로 가요."
혜민의 말에 지후가 흠칫한다.
이건 곤란하다.
지금 집에서 연아가 점심을 준비하는 중이다.
배도 고픈데….
"아, 혹시 외부에 다른 볼일이 남으신 거예요?"
머뭇거리는 지후 대신 수지가 말을 꺼낸다.
"어, 어…."
수지가 자신을 생각해서 말했다는 걸 겨우 눈치챈 지후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어설픈 반응이라 혜민이 눈치채는 건 아닐까?
"어? 정말요?"
다행히 혜민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죄송해요. 제가 억지만 부렸네요."
오히려 미안해한다.
"아, 아냐. 신경 쓰지 마."
너무 미안해하는 모습에 오히려 지후가 당혹스럽다.
"일단 숙소까지 데려다줄게. 그래도 내 몫의 꽈배기는 남겨줘."
"당연하죠."
그렇게 두 사람을 무사히 숙소에 데려다주고는 사무실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하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차에서 내린 지후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수지가 없었다면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후는 얼른 집으로 향한다.
"오셨어요?"
문 여는 소리를 들은 걸까?
주방에서 연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주방으로 향한다.
앞치마를 입고, 분주하게 식사 준비하는 연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곧 준비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너무 급하게 하지 않아도 돼."
지후는 그 말을 남기고는 작업실로 향한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어라?"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USB는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여기에 넣어두었는데…!
어디에 떨어뜨렸다는 생각에 지후는 서둘러 현관으로 뛰어간다.
"사장님? 어디 가세요?"
지후의 다급한 발소리를 듣고 연아가 주방에서 고개를 내민다.
"아무래도 차에 USB를 두고 온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문을 연다.
"자, 잠깐만요!"
뒤에서 연아가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만약 차 안에 USB가 없으면?
집으로 오는 길에 떨어뜨렸다면?
"제발…!"
초조함을 견디지 못한 지후는 사무실 건물로 달려간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서둘러 운전석 문을 연다.
그리고 주변을 뒤지기 시작한다.
"어딨지? …아."
다 찾아봐도 안 나오던 그때, 브레이크 밑에 있던 USB를 발견한다.
"하아…. 다행이다!"
찾았다.
그 사실에 겨우 안도한다.
이번에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지.
그렇게 다짐하면서 바지 주머니 깊은 곳에 USB를 넣는다.
"돌아갈까?"
갑자기 뛰쳐나오는 바람에 연아가 많이 놀랐을 것이다.
사정을 얘기해줘야 하는데….
"스마트폰도 두고 왔네."
급하게 온 탓에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왔다.
가서 직접 말해주는 수밖에 없겠다.
지후는 건물 밖으로 나온다.
왔을 때 전력 질주한 탓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어? 사장님?"
그때,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그리고 누군지 알아보고는 경악한다.
"혜, 혜민아. 네, 네가 왜 여기에…."
너무 당황한 탓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저요?"
그에 비해, 혜민은 태평하게 비닐봉투를 들어 올린다.
"빵이랑 같이 마실 음료수를 사러 갔다 오는 길이에요."
그러면서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지후를 바라본다.
"그러는 사장님은 어디서 오시는 거예요? 아까는 외부에 볼일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그게…."
당황하는 와중에도 재빨리 머리를 굴린다.
"그, 그거야! 방문한다고 전화했는데, 그쪽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아~. 그런 거였어요?"
이번에도 혜민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인다.
그 모습에 양심에 찔린다.
마치 심장을 콕콕 찔리는 기분이다.
"오늘 일은 끝난 거죠?"
혜민이 지후의 팔을 끌어안는다.
"그럼 숙소에 가서 꽈배기 먹어요."
"어, 어?"
지후는 당혹해하면서 혜민에게 끌려간다.
이건 곤란한데.
집에서 연아가 식사 준비를 다 했을 텐데.
그렇다고 그 말을 혜민에게 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숙소까지 가게 되었다.
"나 왔어."
혜민이 먼저 현관으로 들어선다.
"어서 와. …응?"
거실에서 혜민을 맞이하던 수지는 뒤따라 들어오던 지후를 발견한다.
"왜 혜민이랑 같이 오세요?"
"그게…."
"미팅이 취소됐대. 오는 길에 마주쳐서 내가 모셔왔어."
그 말에 수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후를 쳐다본다.
바보 아니냐고 묻는 듯한 시선에 지후는 눈도 못 마주친다.
"미나는?"
수지의 시선을 눈치 못 챈 혜민은 미나를 찾는다.
거실에는 수지 뿐이다.
"아직 안 불렀어."
"뭐? 내가 음료수 사 오는 동안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
할 수 없다고 말한 혜민은 위층으로 향한다.
그 사이, 지후는 수지에게 다가선다.
"수지야, 스마트폰 좀 빌려줘."
연아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그것도 못 하고 있다.
상황을 전해 들은 수지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연아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나야."
바로 연결이 됐는지, 수지는 용건을 말한다.
"지금 사장님께서 숙소에 오셨거든. 바꿔줄게."
그리고는 지후에게 스마트폰을 건넨다.
"여보세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얼핏 들으면 아주 평온한 목소리다.
하지만 지후는 알 수 있다.
그 밑바닥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말이다.
"USB 찾고 오는 길에 혜민이한테 걸렸어."
그리고 같이 빵 먹자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끌려왔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럼 전 어쩌라고요? 이미 점심 준비 다 했다고요.』
"미안해. 최대한 빨리 갈게."
그때, 위층에서 미나를 데리고 내려오는 혜민을 발견한다.
"나중에 보자."
서둘러 말을 건넨 다음, 수지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준다.
"어? 재료 사는 데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수지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
당연히 혜민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이 상황을 연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물을 수는 없다.
"어, 어…. 저녁이 돼야 올 거 같아? 알았어."
그렇게 몇 마디 더 하고는 통화를 마친다.
"연아야?"
혜민의 질문에 수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레슨 마치고 디저트 재료를 사러 갔는데, 유제품이 아직 안 들어왔대."
"그거 큰일 아냐?"
미나는 소파에 앉으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맞아. 연아가 만든 디저트에는 버터나 생크림 들어가는 게 많으니까."
수지도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튀김빵에 손을 뻗는다.
"사장님도 앉으세요."
혜민이 지후의 어깨를 누르면서 앉힌다.
"양은 많으니까, 마음껏 드세요."
뭐가 그렇게 기쁜지, 혜민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하는 수 없지.
지후는 꽈배기를 하나 집어 든다.
"잘 먹을게."
그리고는 한 입 베어문다.
유명한 맛집 거라 그런가?
일반적인 꽈배기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맛있네."
"그렇죠?"
옆에 앉은 혜민도 꽈배기를 집는다.
"사실 처음에는 세 개만 샀는데요. 그 자리에서 바로 먹으니까, 엄청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많이 샀다는 거야?"
미나가 테이블 위로 시선을 돌린다.
30개도 넘는 꽈배기와 그 이상의 빵을 있다.
대량에 오히려 입맛을 잃었는지, 미나는 손을 대려하지도 않는다.
"연아랑 유진이 몫은?"
"아, 맞다."
혜민은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밀폐용기 두 개를 가지고 온다.
"꽈배기는 몇 개씩 주면 되려나?"
"두 개면 되지 않아? 그 이상 먹으면 물릴 거 같아."
"엥? 겨우 두 개 먹고 질린다고?"
"…수지 네 혀랑 위가 타인과는 다른 건 알아?"
수지를 흘겨보면서도 혜민은 연아와 유진 몫의 빵을 담는다.
"혜민아, 미안한데 내 것도 따로 담아줄 수 있을까?"
"네?"
지후의 부탁이 의외였는지, 혜민이 눈을 깜빡거린다.
"가서 안무단 공연용 곡을 만들어야 해서."
"급한가요?"
"다음 주까지 완성해야 하는 데다가, 태식이 녀석이 추가 의뢰까지 했거든."
"아…."
납득이 가는 얘기라서 그런지, 혜민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주방에서 또 다른 밀폐용기를 가지고 와서는 빵을 꽉꽉 담기 시작한다.
"…너무 많이 담는 거 아냐?"
"그렇지도 않아요."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계속 담으려 한다.
"야, 적당히 해."
보다 못한 수지가 나선다.
"너무 눌려서 호떡이 되어 버리잖아."
"끙…."
혜민의 손이 마지못해 멈춘다.
더 주고 싶은데.
"고마워, 혜민아."
자신에게 맛있는 빵을 잔뜩 주고 싶었다는 걸 눈치챈 지후가 고마워한다.
그 말에 혜민의 얼굴이 밝아진다.
"내일도 사 올게요."
"내, 내일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왜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다.
내일은 혜민의 생일이다.
그걸 위해 연아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거기에 빵을 먹을 수 있을까?
"그래, 내일은 다른 거 먹자. 이틀 연속으로 단 걸 먹었더니, 나도 매운 게 먹고 싶어."
역시 이번에도 수지가 나선다.
"매운 거 먹을 거면 나도 갈래."
미나도 끼어든다.
의외로 미나는 매운 걸 잘 먹는다.
"그 말 들으니까 나도 먹고 싶어지네."
두 사람의 의견에 혜민도 넘어간다.
의외로 혜민은 귀가 얇네.
전혀 몰랐다.
"이 정도면 돼요?"
"충분해."
혜민은 밀폐용기를 종이가방에 넣어 건네준다.
"고마워. 그럼 나중에 보자."
그 말을 남긴 지후는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네."
만에 하나라도 USB에 대해서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지?
스마트폰이 없는 걸 눈치채면 뭐라 변명하지?
혜민에게 들킬까 봐, 내내 조마조마했다.
"혜민이가 눈치 못 채서 다행이야."
"사장님!"
그때, 혜민의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란다.
위쪽에서 들렸는데?
올려다보자, 3층 난간에서 혜민이 팔을 흔들고 있다.
"이따가 저녁 가지고 갈게요!"
그 말에 지후는 애매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 연아가 늦는다고 해서 저녁 못 먹을 걸 걱정한 거겠지.
그래도 이제 좀 봐줬으면 좋겠다.
혜민의 배웅을 받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다.
"안 따라오지?"
오늘 몇 번이나 혜민이 놀라게 한 탓에 불안했다.
혜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다는 걸 몇 번 확인한 지후는 서둘러 귀가한다.
"다녀왔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연아가 현관에 떡하니 모습을 드러낸다.
"오셨어요?"
생글생글 웃고는 있다.
하지만 양팔을 허리에 얹고 있는 모습에서 위압감을 느낀다.
"들고 계신 그건 뭐예요?"
"이거? 나 먹으라고 혜민이가 빵을 싸줬어."
"흐응~."
연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제가 만들어준 밥보다 사 온 빵이 더 입에 맞으신가 보네요?"
"그, 그런 거 아냐!"
지후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오는 길에 혜민에게 걸려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의 기분으로 숙소로 향했다.
간신히 작곡 작업을 핑계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몰아세우니, 지후의 인계심도 한계에 다다른다.
"나도 힘들었다고~!"
지후의 목소리가 커진다.
생각하니까 되게 억울하네.
"다들 나한테 왜 이래?"
"사, 사장님?"
갑자기 지후가 화를 내기 시작하자, 연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지, 진정하세요!"
처음 보는 지후의 모습에 연아가 진정시키려고 한다.
"나도 이제는 안 참아!"
하지만 지후는 조금도 진정할 기색이 없다.
한 번 고삐가 풀리니,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다 덤벼!"
이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하시라고요!"
연아가 지후의 허리를 잡고는 말리려 애쓴다.
그리고 깨닫는다.
성격 좋은 사람이 한 번 빡치면 말릴 수가 없다는 걸.
다음에는 투정도 정도껏 해야지.
지후를 말리는 와중에도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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