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금, 너에게 간다.2021.10.29.
도하가 소파 등받이에 옆으로 기댄 채 현관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서준은 두 눈을 끔벅이며 도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뭐, 출근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컨셉이야? 누구 올 사람도 없는데 문은 왜 쳐다보는 거야?”
도하의 오랜 친구 서준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잘게 고개를 저었다. 도하가 무안한 듯 헛기침하며 자세를 고쳐앉자 서준은 그를 꿰뚫어 볼 기세로 빤히 응시했다.
“같은 아파트 살면 뭐 해. 밥 먹자고 전화해도 못 들은 척하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연락도 안 했는데 왔어?”
“너랑 내가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야?”
서준은 묵직한 숨을 흩트리며 도하를 살폈다.
“걱정 많이 했어. 어머님 돌아가시고 너 붓도 제대로 못 들고…….”
그림과 어머니. 도하의 인생에 전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붓을 쥐면 숨이 턱 막혀와 자연스레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했었다. 화가가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지 못한다는 것. 너무나 가혹한 벌이었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래도 지금은 카페라도 나가니까 마음이 놓인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에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상담 치료를 받았었다. 의사가 그림 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 권유하길래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마음껏 맡자 싶어 카페를 열었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좋아하는 커피 냄새마저 맡으니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도하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이 없자 서준은 연이어 목소리를 냈다.
“너 일 년 가까이 어머님 간호한다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이참에 여행도 다니면서…….”
“서준아, 나 다시 그림 그려볼까 봐.”
서준은 픽-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림이야 언제든 그리면 되지.”
도하는 매만지던 머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나, 어쩌면 다시 그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무리 좋아하는 커피 냄새를 마음껏 맡은 다 한들 공허했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고 삶 역시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차가운 인상과 날 선 말투에 가려진 상처받기 쉬운 여린 영혼이 꼭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를 만난 후, 공연히 미소를 짓는 날이 늘었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강하게 끌렸던 적이 있던가. 나조차 모르는 내 새로운 모습에 신기해 감탄했다. 그녀는 모를 테다.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편의점 앞을 몇 번이나 서성거렸는지. 며칠 전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후로는 하염없이 창밖에 시선을 둔 채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오늘은 그녀가 또 어떤 표정을 지어 자신을 설레게 만들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그녀를 웃게 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 하릴없는 기다림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새로운 자극을 일깨워주는 그녀 덕분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쩌면 다시 붓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마저 들었다. * * * 다음 날. 도하는 턱을 괸 채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벽엔 분명 부슬부슬 내렸는데 출근 시간이 되자 바람까지 불며 빗줄기가 굵어졌다. 어제 하염없이 서준의 집 현관문을 바라보며 언제쯤 그녀가 들어올까 기다리다 어김없이 편의점을 서성였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 어디서도 이슬을 마주치지 못했다.
“우연을 다 쓴 건가?”
그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린 스치기도 어려운 건가? 정말 그런 거라면 너무 가혹하다. 답답한 마음에 깊게 한숨을 내쉬던 도하의 미간에 순식간에 주름이 일었다. 놀란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생각할 틈도 없이 출입문으로 향하며 입을 뗐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비를 맞으면 어떡해요.”
이슬은 젖은 머리칼을 손끝으로 툭툭 털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차에서 내릴 땐 우산 있었어요. 못쓰게 돼서 그렇지.”
이슬은 바람에 뒤집혀 너덜너덜해진 우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슬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스며들었다.
“있어 봐요.”
도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곁을 떠나자, 이슬은 살짝 젖은 옷을 털어냈다. 비스듬히 시선을 떨군 채 옷을 털어내느라 여념이 없을 무렵, 포근한 향이 그녀를 감쌌다. 이슬은 얼어붙은 채 두 눈동자만 끔벅거렸다. 도하가 가디건을 가져와 자신의 어깨에 걸쳐 준 것이었다. 그는 그에 그치지 않고 직접 수건으로 이슬의 젖은 머리칼을 말려주기까지 했다.
“연락하지 그랬어요. 같은 동네 주민은 배달도 가능한데. 우리 한남동 이웃이잖아요. 아, 내 번호를 모르나? 번호 알려줄까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이슬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괜찮아요. 두면 알아서 마르겠죠.”
이슬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이윽고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건넸다. 마지못해 가디건을 돌려받은 도하는 멋쩍은 듯 웃었다. 자그마한 호의마저 부담스러워하는 그녀를 두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스며들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슬만 보면 굳은 다짐이 무색할 만큼 조급해졌다. 이슬은 힐긋 도하를 보며 카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커피 맛이 훌륭한데 커피 맛집이 아니라, 사장님 맛집으로 소문 난 이유가 있네요.”
“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어요? 난, 그런 말 처음 듣는데.”
“아마도 사장님이 친절해서 또 방문하고 싶다는 의미로 사장님 맛집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요?”
이슬은 진심으로 ‘사장님 맛집’이라는 의미를 알지 못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도하는 입매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내가 친절한가? 나 하나도 안 친절한데.”
도하는 분쇄한 원두를 포터 필터에 담으며 이슬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아이스로 마실 거죠?”
“아뇨. 비오니까 따뜻한 커피요.”
도하는 그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곱씹듯 되뇌었다.
“비 오는 날엔 따뜻한 커피.”
커피가 추출되길 기다리던 도하는 힐긋 이슬을 살피며 입을 뗐다.
“그래서, 나한테 빚진 맥주는 언제 갚을 거예요?”
“언제든 말만 해요.”
“그럼, 이야기 나온 김에 오늘 어때요?”
이슬은 곤란한 듯 코를 찡긋거렸다.
“아,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미안해요.”
도하는 아쉬운 듯 미련을 놓지 못했다.
“그래요. 나랑 밥 먹기 싫은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
커피를 텀블러에 담은 도하는 입꼬리를 한쪽만 길게 늘어트렸다.
“비 많이 오는데, 우산 빌려줄까요?”
처음엔 우산을 돌려받을 핑계로 한 번이라도 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슬은 장맛비 같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묵직한 숨을 토했다.
“그래 줄 수 있어요? 신세 진 건 꼭 갚을게요.”
도하는 흔쾌히 우산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네다가 멈칫했다. 그저, 한 번 더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욕심이 스며들었다.
“아, 이거 빌려주면 내가 쓰고 갈 우산이 없네.”
이슬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도하를 빤히 바라보다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침 레몬이 딱 떨어져서 사러 가야 하는 길이었는데. 회사까지 데려다줄게요.”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
“그래요.”
그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도하는 설레는 마음을 숨긴 채 함께 카페를 나섰다. 그는 이슬에게 단 한 방울의 빗방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얼굴로 우산을 씌어주었다. 그 때문에 비록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다 젖을지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옷자락이 스치지도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도, 그녀와 발맞춰 걷는 것에 행복했다.
“여기 물웅덩이…….”
도하가 조심하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슬은 폴짝 뛰어 물웅덩이를 피했다. 그의 입꼬리가 끝없이 말려 올라갔다.
“저기 물웅덩이는 조금 더 큰데, 넘을 수 있겠어요?”
이슬은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까짓것 못 넘을 것도 없죠.”
도하의 도발에 이슬은 쓸데없는 승부욕이 발동하고 말았다. 호기롭게 폴짝 뛰어넘었으나 착지가 불안해 반사적으로 도하의 손을 잡았다. 물웅덩이를 가볍게 넘고 착지까지, 이슬은 묘한 쾌감에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봤어요? 지금 봤냐구. 와, 내가 생각해도 좀 대단했어.”
이슬이 활짝 웃으며 감탄을 연발하자, 도하는 제 손에 스며든 그녀의 온기에 미소가 번졌다. * * * 그 시각, 주차를 마친 이든이 차에서 내리려다 이슬을 발견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녀와 함께 있는 남자의 모습에 숨죽인 채 두 사람을 응시했다. 환하게 웃는 그녀를 발견하고 문득 가슴이 텅 빈 듯 공허했다. 언제나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던 그녀였는데, 이젠 그녀를 웃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의 예쁜 미소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의 심장을 처참하게 짓눌렀다. 현실은 매번 참혹한 얼굴로 다가왔다. 씁쓸한 마음에 시선을 돌리던 때, 이슬이 곁에 선 남자의 손을 잡은 모습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한참을 멍한 시선으로 이슬과 남자를 바라보던 이든의 두 뺨에 자잘하게 경련이 일었다. 이슬이 건물로 들어가고, 그녀 곁에 있던 남자도 떠난 지 오래됐음에도 이든은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핸들을 힘껏 움켜쥔 그의 눈매가 검게 짙어졌다. 나는 웃게 할 수 없는 그녀를 웃게 한 당신은 누구일까. 오랜 생각 끝에도 쉽사리 답을 얻을 수 없던 그는 상념에 젖은 얼굴로 회사로 들어섰다.
“카페 사장님이 디자이너님 우산 씌어주시는데 디자이너님 보시는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니까요. 딱!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이었다고요.”
정현의 말에 사무실로 들어서던 이든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사무실 입구에 선 이든을 발견한 예나는 재빨리 화제전환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했다.
“정현아, 하하. 날씨가 참 좋지?”
“네? 비가 이렇게 오는데요?”
이슬의 곁에 있던 남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 저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란 사실에 이든은 묵직한 숨을 토하며 굳은 얼굴로 집무실로 향했다. 텅 빈 시선으로 슈트 재킷을 옷걸이에 걸 무렵, 윤이 인기척을 내며 들어왔다.
“주차한 지 꽤 되었는데 안 들어와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슬이 본 모양이네.”
윤은 평소 일찍 오는 이든이 출근 시간이 늦어지자 빗길에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 창문 앞에 서서 이든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그의 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통화를 거두려던 때, 이든이 넋 놓은 채 한 곳을 응시하는 것이 보였다. 이든의 시선을 따라가니 우산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이슬과 어떤 남자가 함께 우산을 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도 짙은 상념에 젖은 이든의 모습만으로 정현의 목격담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꼴이 되었다. 이든은 윤의 물음에 대꾸 없이 자리에 앉아 보고서로 손을 뻗었다. 윤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이든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까, 이슬이랑 그 남자 꽤 다정해 보이던데 이슬이가 새로 만나는 사람인가?”
그저, 이든을 자극하기 위한 말이었다. 윤은 이슬과 그 남자가 정말 다정해 보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번 기회에 이든이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바랐다. 앞뒤 따지지 않고, 그저 한 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던져본 말일 뿐인데. 윤이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이든을 제대로 자극했다. 보고서를 집어 들던 이든의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윤은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숨기며 연이어 목소리를 냈다.
“회사 옆 카페 사장이라던데, 카페 갈 때마다 보니까 꽤 좋은 사람 같더라.”
윤의 말에 이든의 두 눈동자가 처량하게 흔들렸다. 분명 이슬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잘된 일인데. 지금껏 그것만을 바라왔는데 왜 자신의 마음이 이토록 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든은 눈앞에 환하게 웃던 이슬의 모습이 아른거려 숨이 탁 막혔다. 그 모습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발치로 툭-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저 두 사람 잘돼도 괜찮겠어?”
윤의 묵직한 한마디에 이든의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렸다. 허공을 헤매던 손이 힘없이 툭 책상으로 떨어졌다. 사랑한다면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떠나, 너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길 바랐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난 너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난 네게 갈 수가 없다. 널 사랑한다면서 네게 비수를 꽂은 내가 널 욕심 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저 너가 행복하길 바랐다.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정이든. 네 눈앞에서 이슬이가 다른 남자랑 행복한 거 너 지켜볼 수 있겠어?”
윤이 최후의 한방으로 던진 한마디에 정처 없이 흔들리던 이든의 눈동자가 검게 짙어졌다. 그 마음은 결코 변함없을 거라 믿었고, 그래야만 했는데. 지금은 제 마음 하나조차 확연하게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이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슬의 작업실을 응시했다. 윤이 건넨 말이 연신 귓가를 맴돌았다.
‘저 두 사람 잘돼도 괜찮겠어?’
‘정이든. 네 눈앞에서 이슬이가 다른 남자랑 행복한 거 너 지켜볼 수 있겠어?’
그 말을 곱씹듯 되뇔 무렵, 이슬이 카페 사장이라는 그 녀석의 손을 잡은 것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아니, 안 괜찮아. 난 여전히 이슬이를 사랑해. 놓을 수 없어.’
이젠 내가 널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더는 내 상황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날 옥죄던 어둠이 다 걷혔으니 이젠 내 어둠에 네가 물들 리 없지 않을까? 3년 전 그녀를 떠나보낼 때 수없이 했던 질문을 다시금 꺼내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내게 기회를 준다면 죽는 순간까지 네 손 놓지 않을 자신 있는데. 두 번 다시 네게 상처 주지 않을 자신 있는데. 널 처음 사랑하던 때도, 이별을 고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난 여전히 이기적이지만 내가 네게 다가가도 될까? 끝없이 자신에게 되묻던 이든은 마음을 정한 듯 눈빛이 검게 짙어졌다. 윤은 이든이 이슬을 뚫어지듯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입술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말했다.
“아주, 망부석이 따로 없네. 따로 없어. 이럴 거면 고백을 해라 고백을 해.”
“윤아.”
무겁게 내려앉은 이든의 음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나, 오늘부터 개자식이다.”
“개자식?”
윤은 이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며칠 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스치며 의문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내가 어떻게 이슬이를 욕심내. 욕심내면 개자식이지.’
그가 개자식이 되겠다는 것, 그 말인즉슨 앞으로 거침없이 이슬에게 다가가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