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 흘러가는 시간이고 싶다. (28/130)

29. 흘러가는 시간이고 싶다.2021.12.10.

이든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이슬이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짓자 눈매에 웃음기가 스며들었다. 이슬은 그의 집에서 아무 일도 없었을뿐더러 옷을 놓고 옷 것이 사실이었지만 괜스레 사람들에게 오해의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든이 하려던 말보다 그녀가 이든의 입을 틀어막은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이든은 아련한 눈동자로 이슬을 눈에 담았다. 여전하구나. 당황할 때마다 여전히 넌 그 표정을 짓는구나. 이렇게 널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목구멍에 가시가 돋친 듯 따끔하다. 내가 너에게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16548619344855.jpg‘언제나 난 너에게 흘러가는 시간이 되고 싶다.’

이든은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이슬의 손을 가볍게 거두었다.

16548619344855.jpg“워크숍에서 돌아오던 날, 제 차에 놓고 내리신 게 있다는 말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실수했나요?”

이든이 얄궂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속삭이듯 말하자 이슬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눈매를 좁혔다. 집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든과 달리 그를 따라 걷는 이슬의 걸음은 그가 못마땅해 죽겠다는 듯 쿵쿵- 힘주어 걸음을 내디뎠다.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이슬은 힘껏 말아쥐었던 두 주먹을 펴며 말했다.

16548619344865.jpg“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든은 책상에 기대어 서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만 갸웃거렸다.

16548619344855.jpg“제가 뭐 실수했습니까?”

16548619344865.jpg“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런데 왜 사람들 앞에서 무슨 일 있었던 것처럼 말을 해.”

16548619344855.jpg“그런 빌미를 제공하기도 전에 너한테 저지당했던 것 같은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이슬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묵직한 숨을 토해냈다. 이든은 책상 위에 놓인 쇼핑백을 들고 이슬과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그녀의 앞에 다다른 그는 말없이 이슬의 손에 쇼핑백을 쥐여주었다.

16548619344855.jpg“그래, 네 말대로 우리 아무 일도 없었는데 뭘 그렇게 반응을 해? 더 놀리고 싶게.”

16548619344865.jpg“정이든.”

이든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삐뚜름하게 숙인 채 말을 이었다.

16548619344855.jpg“오늘 퇴근하고 뭐해. 밥 먹을까?”

16548619344865.jpg“…….”

이슬이 대꾸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자, 쌍심지를 켜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재이와 시선이 얽혔다. 이슬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든에게 시선을 돌렸다.

16548619344865.jpg“조금 떨어지지 그래? 네 와이프 되고 싶어 하는 여자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이든은 말없이 책상 위에서 리모컨을 집어 들어 블라인드를 작동시켰다. 완벽히 시야가 차단되자 이든은 픽- 바람이 새는 소리와 함께 미소를 머금었다.

16548619344855.jpg“지금, 질투하는 건가?”

16548619344865.jpg“뭐? 질투?”

질투라니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라며 반발을 하려던 때. 웃음기를 말끔히 지워버린 이든은 이슬에게 바짝 다가가 말했다.

16548619344855.jpg“내가 말했던 것 같은데 나한테 여자는 너 하나라고.”

반걸음, 이든과 이슬의 사이 벌어진 간극은 딱 반걸음이었다. 그는 그 자그마한 간극이 큰 격차처럼 느껴진 듯 반걸음을 마저 좁혔다. 동요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이든을 응시하던 이슬은 그가 제 귓가에 나지막이 무어라 속삭이자 그제야 눈매를 좁혔다.

16548619344855.jpg“네가 내 입을 틀어막으니까 사람들이 엄청나게 궁금해하던 눈치인데, 시선까지 차단했으니 더 궁금해하겠지?”

16548619344865.jpg“…….”

16548619344855.jpg“때론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니까.”

이슬은 한쪽 입매만 끌어올려 실소를 터트렸다.

16548619344865.jpg“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너랑 내가 로맨스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지.”

이든의 입매가 설핏 말리자, 이슬은 당장이라도 사정없이 목덜미를 물것 같은 맹수의 눈빛을 했다.

16548619344865.jpg“이런 같잖은 장난할 생각 하는 거 보니까 이젠 살만한가 보다?”

주말 내내 미열이 있던 그를 혼자 남겨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시답지 않은 장난을 펼치는 그를 보고 있으니 모든 게 덧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16548619344855.jpg“아프다고 하면 곁에 있어 줄 건가?”

16548619344865.jpg“.......”

16548619344855.jpg“그럼 지금이라도 아프고.”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이슬은 한심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집무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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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든의 집무실에서 나온 이슬은 씩씩거리며 카페 봄날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슴 속 치밀어오르는 뜨거운 분노를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진압할 생각이었다.

16548619344865.jpg‘주말 내내 널 빗속에 홀로 남겨두고 온 걸 후회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지.’

괜히 쓸데없이 감정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16548619344865.jpg‘내가 다시는 너를 상종하나 봐라.’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그 흔한 동정심으로라도 널 대하지 않을 것이다. 널 두고 난 멀리, 아주 멀리 걸어갈 생각이었다. 이젠 더 이상 너와 내가 헤어진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린, 이제 다시는 맞닿을 수 없는 인연이었으니까. 그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가 날 떠난 이유가 있다고 해도. 더는 흘러간 인연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슬이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도하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스며들었다.

16548619400942.jpg“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긴 하지만, 표정 보니까 아이스네. 맞죠?”

16548619344865.jpg“네. 머리가 깨지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차가운 아이스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씩씩거리는 이슬이 귀여웠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그가 말했다.

16548619400942.jpg“오늘, 퇴근하고 잊지 않았죠?”

16548619344865.jpg“그럼요. 어제 설레서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이슬이 진심이라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그의 입매에 미소가 깃들었다.

16548619400942.jpg“그렇게 류가 좋아요?”

이슬은 공허한 얼굴을 하더니 입을 뗐다.

16548619344865.jpg“사람이 힘들 땐 곁을 떠나는 게 아니래요.”

3년 전 더는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던 그 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큼 사랑했던 이는 제 곁을 떠나갔지만. ‘류’의 그림은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유일한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그래서 더욱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류’의 그림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그림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듯 처절했고 모순이었다. 이대로 잠들면 눈 뜨고 싶지 않다고 더는 살아갈 희망이 없다고 버릇처럼 되뇌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누구보다 살고 싶었다. 버릇처럼 되뇌던 것은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었다. 심장을 옥죄는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외치는 발악. 그림 속 고요한 외침에서 이슬은 자신을 발견했다.

16548619344865.jpg“류 그림은 어떤 순간에도 날 떠나지 않았거든요.”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날 떠났던 누군가와 다르게.

16548619344865.jpg“힘든 시간을 함께 겪었으니 돈독해진 기분이랄까? 흔히 말하는 전우애?”

그녀가 찰떡같은 비유였다고 어깨를 으쓱이자 도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16548619344865.jpg“도하 씨가 내 전우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 내가 맛있는 저녁 대접할게요.”

16548619400942.jpg“그렇다면 사양하지는 않을게요.”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사람이니 부담을 느끼지 않게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신세 지기 싫어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젠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어도 철저하게 선을 지키는 것은.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굳센 의지가 아닐까.

16548619400942.jpg‘난 당신한테 상처 주지 않을 자신 있는데.’

당신이 내 손을 잡아 준다면 난 당신이 상처받는 일은 만들지 않을 텐데.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텀블러에 담던 도하는 힐긋 이슬을 보며 말을 이었다.

16548619400942.jpg“퇴근할 때쯤 회사 앞으로 갈까요?”

16548619344865.jpg“아, 오후에 외근 나갔다가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면 시간이 안 맞을 것 같아요. 아틀리에 근처에서 만나는 거 어때요?”

16548619400942.jpg“난 다 좋아요.”

16548619344865.jpg“그래요. 그럼, 이따가 봐요.”

이슬이 미소를 지으며 카페를 나서자, 도하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놓치지 못했다.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자 그제야 픽- 힘없는 미소가 입술 틈으로 흘러나왔다.

16548619400942.jpg“닿고 싶다. 당신한테 어떻게든 닿고 싶어 미치겠다.”

차마 그녀에게 닿으면 부담스러워 멀어질까 봐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둔 말이 비집고 나왔다. 켜켜이 쌓여가는 감정과 비례해 나날이 커지는 불안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진심을 만들어갔다. * * * 서류 속에 파묻혀있던 이든은 집무실로 들어온 예나를 본체만체했다. 예나는 그와 대각선으로 시선이 교차하는 소파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노골적이다 못해 불타오르자 이든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16548619344855.jpg“넌 어떻게 대표인 나보다 한가할 수 있지?”

예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16548619455633.jpg“헤이- 브라더.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하시면 안 될 텐데?”

예나가 잔뜩 거만한 표정을 짓자, 이든은 턱을 괸 채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16548619344855.jpg“유부남 누명 벗겨준 거 고맙다고 했고, 위스키 30년산으로 보답하기로 한 것 같은데?”

말이 보답이지 강탈이나 마찬가지인 거래였다. 이슬과 풀어갈 수많은 오해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첫걸음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니 기꺼이 불합리한 거래에 응할 생각이었다. 반짝이는 예나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또 사고 친 것은 아닌지 불안이 엄습했다. 이든은 그녀가 두 눈을 반짝일 때마다 부르는 별명으로 그녀를 불렀다.

16548619344855.jpg“어이, 하이에나! 난 너가 그런 표정 지을 때 제일 불안하거든? 말로 하지?”

16548619455633.jpg“넌 지금, 다카포에 급한 볼일이 있다.”

16548619344855.jpg“뭐?”

최면을 거는 것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예나를 무시하려 돌린 시선에 텅 빈 이슬의 작업실이 들어왔다.

16548619455633.jpg“이제라도 알았으면 버스 떠나기 전에 달려가지?”

그제야 기괴했던 예나의 행동이 속속 이해되어 슈트 재킷과 휴대폰을 챙겨서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도 없이 재킷에 팔을 끼워 넣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이슬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발견한 그는 거친 숨을 삭이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녀의 차 조수석에 올랐다. 이제 막 안전벨트를 매던 이슬은 조수석에 올라탄 이든을 말없이 빤히 응시했다. 정적으로 가득 찼던 공간에 차갑게 내려앉은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16548619344865.jpg“내려.”

침묵을 깨트린 음산한 음성에 이든은 굴복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매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16548619344855.jpg“다카포 가는 거 아니었어? 같이 가자. 나도 볼일 있어.”

16548619344865.jpg“네 잘난 차 타고 가면 되잖아.”

16548619344855.jpg“거기 주차도 복잡하고 아아, 어차피 갈 건데 같이 좀 가자.”

16548619344865.jpg“나 약속 있어서 현장에서 바로 퇴근할 거야. 그러니까…….”

16548619344855.jpg“너 가는 길까지만 가면 되잖아. 같이 가자.”

이든이 대화 중간에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마른기침을 하자 이슬의 얼굴에 미묘한 동요가 일었다. 기침 소리 한 번에 사납게 치솟았던 이슬의 눈썹이 제 자리를 되찾았다. 어김없이 찾아온 죄책감이 그를 매몰차게 밀어내지 못하게 막아섰다. 이슬은 입매를 비틀어 지독하리만큼 차가운 냉소를 흩트리며 말했다.

16548619344865.jpg“인적 드문 곳에 버리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이윽고 거칠게 핸들을 꺾어 주차장을 벗어나자 이든은 입가에 스며드는 미소를 떨쳐낼 수 없었다.

16548619344855.jpg‘마음 약한 건 여전하네. 단이슬.’

그녀가 무엇에 약한지, 어떻게 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빠삭했다. 함께한 10년이라는 시간은 섣부르게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으니. 이든은 유치하게도 꾀병을 부리면서까지 그녀의 눈에 들려고 했다. 계속 그녀의 눈에 들면 언젠가 마음에도 들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 . . 원단회사인 다카포로 가는 동안 입이라도 뻥긋하면 그 자리에 놓고 간다는 이슬의 엄포에 이든은 말없이 이슬을 바라보며 간간이 마른기침만 했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던 이슬은 이든의 마른기침 소리에 연신 마음이 무거운 듯 묵직한 숨을 내쉬었다. 다카포에 도착하자, 업체 직원은 지난번에 원단을 보여줬던 쇼룸 대신 지하창고로 그들을 안내하며 말했다.

16548619482883.jpg“지난번에 말씀 주셨던 대로 오간자 원단과 레이스 원단을 뽑아봤는데 괜찮으신지 직접 확인해 주시죠.”

지하창고는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터라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16548619482883.jpg“많이 소란스럽죠? 월말이라 다들 재고 조사 겸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습니다.”

이슬은 잠잠히 끄덕이곤 태블릿 PC 화면을 응시하자 이든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16548619344855.jpg“여기 너무 어둡고 턱도 많으니까 태블릿 넣어두고 주변 좀 살피면서 걷지?”

이슬은 이든의 말이라면 반대로만 행동하고 싶었다. 어김없이 그의 말에 들은 척하지 않고 태블릿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복도를 거닐었다. 그때였다.

16548619344865.jpg“어어!”

이슬이 다급한 고함을 따라 시선을 돌렸을 땐 높게 쌓아놓은 박스가 자신 쪽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피해야 한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발이 땅에 붙어 있기라도 한 듯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드리우는 공포에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따스한 온기가 자신을 감싼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스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적막이 흘렀다. 타격감이 있어야 할 몸에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눈꺼풀을 말아 올렸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 외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을 꼭 끌어안은 이든의 모습이 시야 가득 들어찼다.

16548619482883.jpg“대…… 대표님!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대표님 괜찮으세요?”

직원의 부름에 이든은 미동조차 없었다. 이슬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현실을 부정하며 이든을 흔들어 깨웠다.

16548619344865.jpg“정…… 정이든, 정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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