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80/130)


80.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2022.06.06.


이든은 잔뜩 눈살을 찌푸린 채 집무실 한편에 있는 소파로 시선을 두었다.

그의 시선의 끝엔 술병이 나서 골골거리는 이슬이 시야 가득 들어찼다.

안색이 창백한 것은 물론이고 10분에 한 번씩 화장실로 직행할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터라 집에서 쉬라고 누누이 이야기했건만.

기어이 출근하더니 결국 소파에 누워 요양 중인 이슬이 못마땅했다.

술병이 날 만큼 술을 마신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거짓말까지 하며 만난 상대가 잘나도 너무 잘난 남자라는 것이 더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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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도하 떨어트려 놓으니까 이젠 하다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양반이야?’

그녀를 두고 싸워야 하는 인물들은 왜 이리 하나같이 스케일이 대단한 걸까.

여전히 눈매에 주름이 진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니터로 시선을 두었다.

자신이 대단한 여자와 연애를 하는 것은 진즉에 알았지만, 요즘 들어 새삼 더 느끼는 중이었다.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던 그는 자조가 섞인 헛웃음을 터트렸다.

언제 검색했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 보면 제정신에 검색한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무의식중에 그를 여간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모니터 화면에 어젯밤 만났던 이슬의 동기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최시원’에 대한 기사와 사진으로 가득 찬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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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있는 거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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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죽겠다.”

다 죽어가는 소리와 함께 힘겹게 돌아눕던 이슬은 에어컨 바람이 추운 듯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탐탁지 않은 듯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지켜보던 이든은 에어컨을 끄더니 슈트 재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걸음, 또 한걸음 그녀에게 다가가던 찰나.

Drrrrr-.

전화벨 소리에 이슬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테이블 위를 더듬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분명 그녀에게 슈트 재킷을 덮어주려 마음먹었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이쁜 그녀의 음성이 목을 긁어대듯 신경을 긁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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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시원아. 그럼 잘 들어갔지.”

눈썹을 사납게 꿈틀거리던 이든은 입매를 비틀어 비릿한 숨을 허공에 흩트리며 슈트 재킷을 툭- 이슬의 얼굴 가까이에 덮어주곤 자리로 돌아갔다.

짜증이 섞인 얼굴로 거칠게 결재 파일을 열어젖혀 서류에 시선을 두었지만, 온 신경은 이슬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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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은 타격감 없이 주섬주섬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슈트 재킷을 내려 이불처럼 덮더니 이윽고 통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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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마워.”

이든은 기가 찬 듯 연신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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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고마워? 대체 뭐가 고마운 건데.’

그 자식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어제 널 데리러 간 것도 나고! 해장국 끓여 받친 사람도 난데.

내가 아니라 왜, 그 자식한테 고맙다는 건데?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동자로 이슬을 뚫어지듯 바라보았지만, 이슬은 지독하리만큼 냉기를 품은 눈빛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선 예나는 소파에 누워 다 죽어가는 이슬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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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안 좋으면 출근을 시키지 말았어야지, 완전 악덕 고용주 아니야?”

이든은 예나의 말에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꾸 없이 그녀가 들고 있던 결재 파일을 홱 낚아 쳐 가져갔다.

평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든을 미심쩍은 듯 바라보던 예나는 힐긋 시계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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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시 지났네. 뉴욕 쪽에선 연락 없어?”

이든은 예나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거칠게 사인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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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QL에 목매달 수는 없으니까, 다른 업체랑 미팅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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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이 심사가 까다롭다는 건 진즉에 알았지만 그래도 거의 반년 가까이 접촉했는데 쉽지 않네.”

이든은 굳은 얼굴로 탁- 소리 나게 파일철을 닫아 예나에게 건넸다.

예나는 이든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 눈매를 좁히며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은 끙끙 앓으면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슬에게 닿았다.

눈동자만 또르르 굴려 이든을 바라보던 예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활활 불타오르다 못해 레이저가 나오기 직전의 강렬한 눈빛.

자칫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정이든 경계 주의보 전조증상이었다.

예나는 재빨리 이든이 건네는 파일철을 품에 꼭 끌어안고 집무실을 벗어났다.

집무실을 나오자마자 참아왔던 숨을 몰아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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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무슨 일이길래 분위기가 살벌해?”

언제나 이슬을 향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던 사랑꾼 정이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먹잇감의 목덜미를 물 기회를 노리는 포식자만 존재할 뿐이었다.

예나가 이든의 집무실 앞에서 꿈적하지 않자, 윤은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 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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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너도 느꼈구나? 정이든 경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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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는 것 좀 있어? 살벌해도 엄청 살벌하던데.”

윤은 예나를 따라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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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슬이가 저녁에 동기 모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동기 모임이 아니라, 동기 한 명이랑 술을 마셨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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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랑 술 마신 건 맞네, 그게 뭐가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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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기가 남자고 기생오라비같이 생겨서.”

예나는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제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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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지금 이슬이가 남자랑 단둘이 술 마셨다고 저러는 거라고?”

어이가 없는 듯 자조적인 미소와 함께 콧방귀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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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지금 정이든이 질투를 한다는 거야?”

평생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일과 거리가 먼 천하의 정이든이 질투라니.

윤은 소파에 털썩 앉아 입술을 매만지며 설핏 입매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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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그래, 정이든 질투의 화신 된 지 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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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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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장, 아니지 ‘류’랑 이슬이랑 둘이 있는 모습 볼 때마다 눈 돌아가던 녀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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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금껏 어떻게 숨기고 살았대?”

예나는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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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는 지금껏 싸움 한번 안 하다 이제 와서 사랑싸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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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그냥 동기가 아니라, 최시원이니까 문제지.”

예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자세를 고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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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최시원? 내가 아는 그 최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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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세계적인 모델이자 배우로 활약 중이신 슈퍼스타 최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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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넌 이 사실을 어떻게 안 거야? 정이든이 순순히 이야기했을 리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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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컨펌받을 거 있어서 집무실 갔었는데 모니터 화면에 최시원 관련 기사가 잔뜩이던데, 그뿐인 줄 알아? 이슬이한테 계속 잔소리하는 터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어.”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양반은 못 되는 이든이었다.

그는 여전히 기분이 언짢은 듯 표정 하나 없는 건조한 얼굴로 예나와 윤을 보며 눈매를 사납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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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에 일은 안 하고, 둘이 모여서 뭐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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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너는 일은 안 하고 왜 왔는데?”

예나가 팔짱을 끼고 이든을 빤히 바라보자, 이든은 얕은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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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에서 투자 승인 떨어졌으니까, 다른 업체 알아볼 필요 없다는 말 전해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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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투자 승인이 떨어져?”

위기에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예나와 윤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자 이든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민 회장이 언젠가 투자를 빌미로 제 숨통을 조일 것을 알았고, 더는 민 회장에게 휘말릴 수 없다는 생각에 거의 반년 가까이 투자회사와 끊임없이 미팅을 진행한 결과 그 노력에 대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든은 픽- 웃음을 지으며 다시 집무실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따르릉-.

공용 사무실 전화벨 소리에 은연중 고개를 돌린 이든은 바로 옆자리에서도 전화벨이 울리자 느릿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에 그치지 않고 빈자리에 있는 전화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도로시 창립 이래로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이든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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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 회사에 투자하고 싶으시다고요?”

전화를 받던 정현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이든을 응시하자, 이번엔 준희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이든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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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이 전화도 투자하고 싶다는 전화인데요.”

소란 아닌 소란에 사무실에서 나온 예나는 정현과 준희의 말을 듣고 눈동자를 굴리며 이든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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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투자 전화가 빗발치는 이 상황은 뭐야?”

윤이 마저 전화를 받느라 난리일 무렵, 예나는 쉴 틈 없이 울려대 휴대폰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이윽고 입이 쩍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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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이든, 큰일 났어!”

예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휴대폰을 들이대자, 이든은 경계심을 놓지 않고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힐긋 스치듯 화면을 응시하자 별다를 것 없는 인별그램 피드였다.

조금 더 자세히 피드를 들여다보자,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 이든의 눈매가 한껏 좁아졌다.

한 모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한 제품은 온통 도로시에서 출시하기로 한 의상과 액세서리였다.

무엇보다 의상을 입은 모델이 어제 이슬과 함께 술을 마셨던 그 기생오라비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든이 말문이 막힌 듯 두 눈만 끔벅이자 휴대폰을 도로 가져간 예나는 쉽사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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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올린 지 5분도 안 됐는데 리그램 수가 수천만이야, 실시간으로 좋아요랑 댓글 수도 장난이 아니고…….”

문득 생각이 든 듯 예나는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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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 샘플 제작도 안 된 이 제품을 최시원은 어디서 구한 걸까?”

이든은 묵직한 숨과 함께 천천히 돌아서서 집무실 창문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쉴 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퀭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슬이 시야 가득 들어찼다.

천정이 빙빙 돌고 바닥이 제게 달려드는 것 같다고 신음하던 그녀가 자신을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이든은 이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예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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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구하긴, 샘플 유포자가 이 안에 있으니까 가능하지.”

그제야 어제 이슬이 눈가까지 붉게 물들만큼 재채기하며 코를 훌쩍이던 것이 이해가 됐다.

자신이 투자자에게 끊임없이 시달리던 그 시각, 이슬은 공장에서 샘플 제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그녀가 공장에 몇 시간을 틀어박혀 샘플을 제작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저벅저벅.

거짓말을 할 리 없는 그녀가 제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기생오라비를 만난 이유는 인별그램의 피드가 설명해주고 있었다.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이슬은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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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정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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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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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민 회장 부녀가 어떤 작당 모의를 한다고 해도 도로시가 위기에 처할 일은 없을 거야.”

이슬은 천천히 한 걸음씩 이든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뺨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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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내 간과 맞바꾼 서프라이즈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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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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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말고 곁에 있어 달라고 했지만,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네 일이면 내 일이기도 한데.”

하아-.

묵직한 숨이 허공에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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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한테 미리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좋잖아?”

그럼 좀생이처럼 굴지 않았을 거 아냐.

그 기생오라비의 첫사랑이 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게 얼마나 심통을 부렸던가.

시기하고 질투했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끔찍한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슬은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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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말하면 분명 ‘네 등 뒤에 숨어서 사업할 생각 없어.’ 이 말밖에 더하겠어?”

이슬이 자신의 말투와 음성을 따라 하며 말하자, 이든은 그녀를 으스러지듯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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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복잡미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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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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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를 첫사랑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남자의 도움을 받은 게.”

쿨럭-.

이슬이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자, 이든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서히 이슬을 품 안에서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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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당황하는 것 보니까 너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

이슬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치자, 이든은 얄궂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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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원이랑 나는 정말 친구야. 게다가 스무 살 푸릇푸릇했을 때 찰나의 감정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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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로 얼버무릴 생각 하지 마.”

이든의 두 팔이 단단히 이슬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연이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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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처음엔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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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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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푸릇푸릇했으면 열일곱은 얼마나 더 푸릇푸릇했을까?”

이슬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자, 이든은 비스듬히 얼굴을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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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한 벌은 받아야지, 오늘 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가 속삭이는 그 한마디에 이슬의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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