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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가 되었습니다-205화 (205/850)

205화. 화이트 크리스마스

“The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

[이 밤의 산은 눈에 덮여 하얗게 빛나고~]

얼음왕국의 최대 명장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걷던 와중 해방감에 사로잡혀 처음으로 마음껏 힘을 발산하는 엘사.

노래를 부르며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장난 아니네.’

정말이지 영상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앞선 전개 흐름을 따라가다 보는 명장면은 차원이 달랐다.

과거의 의기소침했던 엘사와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었으니까.

감상하는 관객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지금껏 달려온 느낌이라 해야 하나.’

연두도 홀린 듯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엘사의 모습에 반쯤 입을 벌린 채로.

영상미 못지않게 중요한 음악도 훌륭하게 어우러졌다.

‘얼음왕국 수록곡 중 가장 유명한 음악이니까.’

나처럼 얼음왕국을 안 본 사람은 있을 수 있었다.

허나 이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나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만큼 엄청나게 흥행했던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왕국을 건설하며 감정을 분출하는 엘사와 함께.

“Let it go~ Let it go~ ♪”

이 부분이 명장면 중에서도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

전과 달리 이 부분을 보고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이 존재했다.

‘연두가 생겼으니까.’

왜 내가 전에 엘사를 보면서 연두를 떠올렸던 걸까.

솔직히 외관상으로는 그렇게 닮은 느낌도 아닌데.

당시로서는 곰곰이 생각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명장면을 보고 나니 알 거 같았다.

‘비슷해.’

얼굴은 달라도 연두는 엘사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둘 다 공주님이라는 건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내가 생각한 건 바로 상황이었다.

‘상처받은 과거가 있고.’

그로 인해 의기소침하거나 감정표현에 서투른 면이 보이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때의 연두의 모습은 분명히 그랬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밝아지고 감정도 잘 표현하는 연두였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조금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안다. 과거의 상처가 단번에 사라질 수는 없다는 거.

‘화면 속의 엘사도 그렇겠지.’

연두의 상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실은 픽션을 뛰어넘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 말은 연두의 과거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현실이라 믿기에는 너무 아픈 과거를 가진 연두였으니까.

‘내가 먼저 꺼내지도 않지만.’

지금껏 한 번도 연두는 내게 직접적으로 과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왜일까. 바뀐 일상에 적응해서 과거를 잊어버린 걸까.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 그렇지 않아.’

그렇게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과거가 아니었다.

실제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는 계속 드러나고 있었다.

남은 음식을 먹은 걸 얘기했던 때나, 동물원에서 배 부른 건 무섭지 않다고 얘기했을 때.

그런 사소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화들에서 과거는 고개를 내밀었다.

‘술병과 담배에 보이는 트라우마 반응도 그렇고.’

다른 여러 상황 속에서도 느껴졌다. 과거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럼 왜 연두는 과거를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드러내지 않는 걸까.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유는 알 수 있었다.

‘무서운 거야.’

자신의 과거인 만큼 헤집었을 때 가장 아픈 것도 연두일 터였다.

굳이 아픈 과거를 꺼내서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어쩌면 도피성 심리로 마음 깊숙이 기억을 가둬둔 걸지도 모른다.

‘우습지만 나도 그러니까.’

내가 연두에게 과거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아파하는 연두를 보는 게 무서웠으니까.

그리고 나도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 과거가 존재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

종종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생각을 떨쳐내곤 했다.

그렇기에 어떤 심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결코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음속 깊숙이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으니까.

‘연두도 그렇겠지.’

따라서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과거를 지우지는 못해도 현재의 감정만큼은 전부 표현하기를 원했다.

스크린 속의 엘사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쩌면.’

이것도 과한 욕심일지도 몰랐다.

허나 다른 건 몰라도 나는 한 가지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연두의 곁을 지킬 자신이.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연두도 엘사처럼 감정을 전부 드러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쩌다 보니 개인적인 감상에 젖어버렸네.

조금 오글거렸던 거 같기도 하고.

‘.. 뭐 어때.’

주위에 늘어놓은 것도 아니고 혼자 생각한 거뿐인데.

슥. 슥.

“크흠..”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괜히 헛기침을 내뱉으며 양옆을 살폈다.

서지혜와 연두는 미동없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이러니까 꼭 눈치라도 보는 거 같네.

‘연두한테는 엘사처럼 눈치 보지 말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했으면서.’

부모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아빠였다.

그런 생각에 피식 웃으며 스크린을 바라봤다.

어느새 명장면과 함께 노래가 끝난 상태.

톡. 톡.

왼쪽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내 왼쪽에 앉은 건 연두였다.

역시나 고개를 돌리니 연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아..”

“응, 연두야.”

“연두 팔 이상해여..”

“이상하다고? 뭐가?”

“막 간지러어요. 왜 그러지..?”

아리송한 표정을 한 채 양손으로 팔을 감싸는 연두.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딱 보니 어떤 상태인지 알 거 같았다.

‘소름이 돋았나 보네.’

명장면을 보고 닭살이 돋은 모양이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이상함을 느낀 걸 테고.

나는 연두의 팔을 주물러주며 설명해줬다.

“너무 멋있는 장면을 봐서 그래. 그럼 그렇게 피부가 간지럽거든. 소름이 돋는 거지.”

“아! 그럼 연두 소름 도든 거에요..?”

“그렇지.”

“우아.. 소름...”

“푸흡.”

아니, 영화관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예상치 못한 연두의 대사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다행히 소리를 낮춰 주위에 피해가 가지는 않은 듯했다.

나는 가까스로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이제 보자, 연두야. 엘사가 어떻게 하는지.”

“네에..!”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이후 영화는 빠르게 전개됐다.

동생 안나가 찾아오지만 거절하고 돌려보내는 엘사.

“푸하하!”

“크크, 쟤 말하는 거 봐.”

“너무 귀엽다..”

중간에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당근 모양의 코를 가진 눈사람, 신스틸러 ‘올라프’가 등장했으니까.

사실상 겨울왕국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다.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

생김새부터 코믹스럽긴 했다.

하는 말과 행동은 더더욱 보는 관객을 웃음짓게 만들었고.

그런 올라프를 보며 연두도 꺄르르 웃음지었다.

‘그런 와중에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위기에 처한 안나를 구하고 악역을 추방하고 돌아가서 왕국을 구한다.

역시 예상대로 해피엔딩이었다.

짧게 축약하긴 했지만 짜임새 있는 연출과 구성이 일품이었다.

‘보러 오길 잘했네.’

연두와 첫 영화관의 영화가 겨울왕국이라 다행이었다.

영화가 막이 내리고 하나둘씩 일어서는 관객들.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밌게 봤어, 연두야?”

“네에.. 진짜……”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졌다.

아직 진한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그런 와중 서지혜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혜씨는 어땠어요, 영화?”

“오빠는요?”

“저는 엄청 재밌게 봤어요. 사실 애니메이션 영화라서 그렇게 기대 안 했는데, 유치하지도 않고 재밌더라구요.”

“크크, 맞아요. 진짜 잘 만든 영화같아요. 다시 봐도 재밌……”

응? 방금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말을 끊고 얼어붙은 듯한 서지혜.

뭐라 묻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이었다.

“다시 봐도 재밌다, 명장면.. 유투브로 봤거든요.”

“아. 지혜씨도 그랬어요?

“네. 그, 그렇죠! 유투브에 없는 게 없잖아요.”

뭔가 미소가 어색한 거 같긴 한데.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만 해도 명장면은 유투브로 보고 다시 본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다시 보니까.”

그렇게 감상을 마치고 우리는 영화관을 나섰다.

나는 연두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영화관은 어땠어, 연두야?”

“진짜 조아써요.. 화면도 크고 노래도 크고……”

“하하, 그럼 커서 좋았던 거야?”

“네! 그리고.. 엘사랑 안나 마니 예뻐써요.. 아, 올라푸도!”

“다행이다. 다음에 또 보러 오자.”

연두가 부푼 표정으로 물었다.

“또 올 꺼에요..?”

“당연하지. 연두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헤헤..”

옆에서 미소짓던 서지혜가 입을 열었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계획 있어요, 오빠?”

“음.. 지혜씨는요?”

“저는 가족이랑 보낼 거 같아요.”

“가족……”

내게는 꽤 의미깊은 단어였다.

자연스레 처음에 연두를 만났을 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연두는 혹시 싫어? 우리 가족 되는 거.’

분명히 이렇게 질문했었지.

질문하자마자 ‘시러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었다.

다행히 오해에서 비롯된 대답이긴 했지만.

‘이제는 걱정없이 말할 수 있겠네.’

가족. 그때와 달리 오해없이 입밖에 낼 수 있는 단어였다.

서지혜의 말에 나는 연두를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그리고선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가족이랑 보낼 거 같네요.”

내 품에 안긴 채 배시시 웃음짓는 연두.

어쩌다 보니 또 꽁냥대는 모습을 보여줘 버렸네.

서지혜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보니까 그 단어가 떠오르네요.”

“.. 어떤 단어요?”

“딸바보. 오빠 진짜 딸바보 같아요.”

딸 바보라. 맞는 말인데 듣고 보니 새삼 놀라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딸 바보’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런데 그 순간 자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여, 연두 아빠 바보 아닌데……”

“아냐, 연두야.”

“으응..?”

“지혜언니 말이 맞아. 아빠 바보야.”

“아니에요! 아빠 바보 아니야..!”

“맞는데?”

“으으...”

큰일이다. ‘화 난 연두’가 등장하려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바보인지 아닌지 논쟁이 붙은 나와 연두였다.

서지혜는 옆에서 세상 재밌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결국 내가 먼저 꼬리를 내렸다.

“알겠어, 연두야. 아빠 바보 아니야.”

그제야 ‘웃는 연두’로 서서히 돌아가는 연두의 표정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오늘은 12월 23일,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밤이었다.

영화관에 갔던 날, 서지혜와 나눴던 대화가 있었다.

먼저 그 얘기를 꺼낸 건 서지혜였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말 그래도 하얀 크리스마스였다.

눈이 잔뜩 내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크리스마스.

서지혜는 감상에 젖은 듯 말을 이었다.

“요즘은 진짜 보기 힘든 거 같아요. 작년에도 그랬고.”

“작년 크리스마스요? 어땠는데요?”

“기억 안 나세요? 완전 최악이었는데..”

기억이라. 아마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확실한 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다.

‘그게 최악인 이유는 아닐 테고.’

굳이 따지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거였다.

그러니 눈이 오지 않았다는 건 크리스마스가 최악인 이유가 될 수 없었다.

뒤에 이어지는 서지혜의 말에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화이트크리스마스는 커녕 미세먼지 크리스마스였거든요.”

“아.. 그랬나요?”

“네.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심했어요.”

생각해 보니 당시에 그런 뉴스를 봤던 거 같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눈이 아닌 미세먼지가 뒤덮었다는 뉴스.

나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최근에는 미세먼지는 안 심해서.”

“그러니까요.”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관한 짧은 대화가 끝났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대는 1도 하지 않았다.

올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일 거라는 기대는.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12월 24일 새벽에 상당한 눈이 올 거라는 예보가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알다시피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만약 쌓일 정도로 눈이 온다면.’

그리고 그 눈이 크리스마스까지 녹지 않는다면.

자연히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게 자명했다.

물론 예보가 맞아떨어진다는 게 먼저긴 하지만.

‘.. 맞아떨어진다면.’

연두와 함께하는 첫 크리스마스를 하얗게 보내게 되겠지.

그 사실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제발 내려라. 이렇게 눈이 오길 간절히 바란 적은 없었다.

“아빠...”

연두가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선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연두 졸려여……”

방에 있다가도 졸리면 꼭 이렇게 내 방으로 오는 연두였다.

사실상 취침 시간만큼은 내 방이 연두 방이었다.

항상 내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으니까. 이사 오기 전처럼.

‘아, 참.’

아직 연두에게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괜히 기대감을 심어줬다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실망할 테니.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연두를 향해 대답했다.

“졸리구나. 그럼 아빠랑 같이 잘까?”

“네, 아빠..! 그런데……”

“그런데?”

“아빠 그림 안 그려도 대여..?”

“응, 괜찮아. 많이 그렸거든. 연두 이모티콘.”

“연두티콘..!”

졸린 목소리로 소리를 내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아, 연두티콘.”

“연두 언제 보여줄 꺼에요..?”

“완성하면 바로 보여줄게. 자, 아빠한테 와, 연두야.”

연두가 총총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 자세로 연두를 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조심스레 내려놨다.

“히히.”

“아빠도 눕는다?”

“네에..!”

그렇게 나는 연두의 옆에 누웠다.

오늘은 이렇게 편히 잠에 빠져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어차피.’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운명에 맡겨야 했다.

새벽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다고 안 올 눈이 내리는 게 아니니까.

자고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포옥.

연두가 내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나는 그런 연두의 등을 손으로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숨소리.

새근. 새근.

많이 졸렸는지 빠르게 잠에 드는 연두였다.

곤히 잠에 든 연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새삼 놀랍다. 이 아이가 내 딸이라니.

그렇게 한참 생각하다가,

스르륵.

그대로 눈이 감겼다.

***

번쩍.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옅은 햇빛.

오늘따라 일어난 직후인데도 정신이 생생했다.

‘잠을 잘 잤나 보네.’

연두는 아직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방을 나서서 부엌으로 이동했다.

그리고선 냉수 한 잔을 따라 한 번에 들이켰다.

‘생생하다고 생각했는데.’

냉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말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 바랐던 것.

‘..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걸 떠올린 나는 곧바로 거실 창문 앞으로 이동했다.

과연 내 바람이 이루어졌을까.

그렇게 창 앞에 선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

바깥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연두를 깨워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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