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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가 되었습니다-281화 (282/850)

281화. A컷

한동안 나와 연두는 쭉 불꽃놀이를 바라봤다.

불꽃이 전부 사그라들 때까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내 시선은 하늘이 아닌 어딘가를 더 많이 향했다.

왼쪽 아래.

바로 연두가 서 있는 위치였다.

팡! 파방!

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눈이 부실 정도로.

그러나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연두.’

정확히는 넋을 놓고 터지는 불꽃들을 바라보는 연두의 모습.

미동 없는 자세와 하늘 위에 고정된 시선, 그리고 터지는 불꽃을 받아 더더욱 빛나는 눈.

반짝거리는 해변의 모래와 찰랑이는 파도 배경이 그림처럼 맞물렸다.

그게 내 시선의 방향을 바꾼 이유였다.

그 동화적인 장면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언제든 볼 수 있는 불꽃놀이와 달리 두 번은 보기 힘든 장면일 거 같아서.

‘다행히.’

중간쯤에는 카메라로도 그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문득 느껴진 특이점이라면 하나였다.

알다시피 평소의 연두는 무척 리액션이 빠르고 생생한 편에 속했다.

말로든 표정으로든.

‘기쁜 건 바로 드러나고.’

그 반대인 슬픔도 티 내려 하지 않아도 표정에 묻어나니까.

시각적인 요소도 마찬가지.

예쁜 걸 보면 바로 말로 표현하고 무서운 걸 볼 때면 공포심이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연두의 입에서 틈만 나면 들을 수 있는 단어였다.

‘예쁘다, 무섭다 등.’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

연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불꽃놀이를 바라봤다.

심지어 짧은 감탄사조차 내뱉지 않고.

놀라지 않아서일까. 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겠지.

‘너무 놀라서.’

예상치 못하게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리액션도 못하고 얼어붙을 정도로 감탄한 게 틀림없었다.

그게 맞다는 걸 확신한 건 불꽃놀이가 전부 사그라든 후였다.

풀썩.

다리가 풀린 걸까.

쪼그린 채로 바닥에 주저앉은 연두가 중얼거렸다.

“하늘..”

“응?”

“가득 차써요.. 하늘에 별이……”

아직 지나간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다.

그나저나 하늘에 별이 가득 찼다니.

‘그렇게 보인 건가.’

하기야 불꽃놀이를 처음 본 연두였다.

시작하기 전에 딱히 내가 언질을 주지도 않았고.

그걸 고려하면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었다.

폭죽이 터지며 생기는 각양각색의 무수한 점들은 마치 별처럼 보였으니까.

잠깐 어두운 하늘을 빛내고 사라지는 별.

곱씹을수록 무척 시적인 표현이다. 하늘에 별이 가득 찼다니.

나는 쪼그려앉은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불꽃놀이라는 거야, 연두야.”

뒤늦게나마 설명을 위해 말을 꺼냈다.

연두는 놀란 듯 대답했다.

“불꽃노리..?”

“응. 전에 들은 적 있지?”

사실 보러 가기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새해인지라 불꽃놀이가 아닌 해돋이로 노선을 틀었지만.

기억이 나는지 연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네! 들은 적 이써요.”

“기억나는구나. 방금 본 게 불꽃놀이야.”

“불꽃노리...”

연두는 중얼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불꽃노리는 진짜 예쁜 거네요!”

“푸흣.”

새삼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이미 표정으로 티 다 났는데.

문득 궁금해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연두야.”

“네에.”

“저번에 아빠랑 언니오빠들이랑 본 해돋이랑 방금 본 불꽃놀이. 둘 중에 뭐가 더 좋았어?”

어느 정도는 답변을 예상하고 한 질문이었다.

물론 해돋이와 불꽃놀이 둘 다 예뻤다.

‘다만.’

화려함에 있어서는 비할 바가 못 됐다. 땅끝마을같은 곳에서 보는 해돋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불꽃놀이는 화려함 하나를 위해 기획하는 행사 아닌가.

연두의 눈에도 훨씬 예뻐 보였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끙.

대답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연두의 표정.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하다.

착각이었던 건가. 내 생각 이상으로 연두의 눈에 해돋이가 예뻤던 건가.

“.. 그랬어?”

결국 그 의문을 표출했다.

또다시 연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예상치 못한 말.

“따뜨태서..”

“응?”

“해도지 볼 때.. 뒤에서 아빠가 연두 꼭 껴안고 이써서...”

바로 기억났다.

해돋이를 봤던 날. 1월 1일 새 해 아침.

바람도 강하고 살을 에는 기분이 들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그 자세를 취했지.’

연인들이 많이 하는 백허그 자세.

나 역시 그러고 나서 무척 따뜻해졌던 기억이 있었다.

연두의 체온이 전해져서였겠지.

그 상태로 새해 첫날의 태양이 떠오르는 걸 지켜봤고.

‘그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건가.’

연두의 말에 의하면 그랬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 예뻤던 불꽃놀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단순히 해돋이가 아닌 나와의 기억이 그랬단 거다.

“하하..”

자연스레 웃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얼마간 그렇게 웃다가 말했다.

“연두야.”

“네에.”

“불꽃놀이는 말이야. 연두처럼 어릴 때 볼 때랑, 아빠처럼 커서 볼 때랑 느낌이 다르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연두가 되묻는다.

“어떠케요..?”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왜여?”

“직접 커서 봐야만 알 수 있거든. 그러니까……”

곧바로 본론을 던졌다.

“연두가 큰 다음에 또 불꽃놀이 보러 오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여기로.”

“.. 이 바다에여?”

“응, 이 바다에.”

연두는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몇 빰 자야 대요..?”

“응?”

“연두가 크려면.. 아빠랑 또 불꽃노리 보러 오려면.. 몇 빰 자야 대요..?”

“하하,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가 적정 기간인지.

몇 살이 돼야 연두가 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학생? 고등학생? 아니면 성인?

아직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언젠가 있을 그 날에 여기서 보는 불꽃놀이는 지금과 느낌이 확연히 다를 거라고.

꼭 연두와 단둘이 다시 이 하늘을 보고 싶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

길었던 하루의 끝.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향한 곳은 욕실이었다.

“흐으...”

“따뜨태...”

욕조 속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운전으로 시작해서 배낚시와 불꽃놀이 감상까지.

고단했던 하루가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느낌이다.

“오늘 재밌었어, 연두야?”

“네! 진짜……”

힐링의 시간 속에 연두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대체로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간에 진땀을 빼게 만드는 질문이 하나 있긴 했지만.

“아빠! 연두랑 아빠가 잡은 가자미는 어디 이써요..?”

차마 배 속에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물쩍 넘기는 게 최선이었다.

툭. 툭.

목욕이 끝나고 욕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챙겨 온 잠옷은 꺼내지 않았다.

화장실 앞에 위치한 장롱을 열자 보이는 게 있었으니까.

‘가운.’

베이지색 목욕 가운이었다.

씻고 난 뒤 입고 자기 편하게 만들어진.

크기를 보니 성인용과 아동용이 둘 다 있는 거 같다.

스윽.

입는 법은 간단했다.

팔을 끼워서 걸친 후 기다란 끈으로 허리를 둘러 매듭을 지으면 끝.

부드러운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통풍이 잘 되면서도 전신을 감싸서 포근한 느낌.

‘역시 호텔인가.’

옆을 보니 연두가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고 있다.

뒤이어 자그맣게 흘러나오는 감탄사.

“우아...”

아까 불꽃놀이 때는 듣지 못했던 감탄사인데.

“왜 그래, 연두야?”

“머쪄서.. 아빠 왕자님 가타요..!”

“하하, 그래?”

몇 발자국 걸어가 전신 거울을 바라봤다.

발목 선에 맞춰 멋스럽게 떨어지는 가운.

‘.. 진짜 드문데.’

정말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거울 속의 내가 평소와 달리 되게 괜찮아 보일 때.

기분이 상쾌해서인지, 방금 연두의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딱 그때였다.

‘부끄럽네.’

그리고 그 기분은 항상 부끄러운 감정과 함께 찾아왔다.

자아도취에 빠진 기분이 들어서.

휙. 휙.

고개를 저어 떨쳐내고는 작은 가운을 옷걸이에서 빼냈다.

입어보고 느낌을 알았으니 이제는 연두에게 입혀줄 차례였다.

눈으로 맞춰보면 조금 클 거 같긴 하지만.

‘뭐, 그것도 그거대로 좋지.’

아이들은 원래 크게 입혀야 더 귀엽다.

연두는 뭘 입혀도 귀엽고.

마음속으로 주접을 떨며 연두에게 가운을 걸쳐줬다.

“자, 팔 넣어 봐, 연두야.”

“네에.”

슥.

우습지만 연두의 역할은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 내가 매듭만 지어주면 됐다.

스륵.

앙증맞은 리본 매듭.

그에 따라 가운이 연두의 몸을 감쌌다.

‘역시 크네.’

예상대로 가운은 연두에게 컸다.

소매는 한 뼘 정도가 더 길어 보이고, 기장도 길어서 바닥을 끌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중요치 않았다.

“와.. 연두야.”

“으응..?”

“연두 너 진짜..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이제는 말하면 새삼스러워진 귀엽다는 말.

그런데 달리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귀여운 걸 굳이 영어로 바꿔서 큐트하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마치.’

주체가 뒤바뀐 거 같았다.

연두가 가운을 입은 게 아니라 가운이 연두를 입은 느낌.

가운에 쏙 들어갔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을 듯하다.

“헤헤..”

방금 내 말로 인해 떠오른 수줍은 미소까지 그림처럼 맞물린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도저히 안 찍고는 못 배길 거 같았으니까.

찰칵.

찰칵. 찰칵.

다각도로 몇 차례에 걸친 셔터 세례.

가만히 있을 연두가 아니었다.

“아빠도!”

그렇게 말하고선 어딘가로 달려가는 연두.

쏙.

내 가방을 뒤지더니 물건 하나를 꺼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물건이었다.

그걸 손에 들고 연두가 말한다.

“연두가 찍어줄께요!”

그래. 그 물건은 바로 연두색 카메라였다.

크리스마스 때의 메인 선물이었던.

“그래 줄래?”

낯간지럽긴 하지만 나는 카메라 렌즈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까 말했듯이 흔히 오지 않았다.

내가 ‘그냥’도 아니고 ‘되게’ 괜찮아 보이는 날은.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찍겠어.’

게다가 숙련도가 상당히 쌓인 연두의 사진 실력이었다.

어쩌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미소를 짓는 순간.

찰칵.

눈앞이 반짝였다.

동시에 보이는 연두의 환한 웃음.

이제는 기습 사진 찍기도 연마한 연두였다.

***

베이지색 커플 가운을 입고 연두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워낙 여행에 집중해서인지.’

오늘 하루 동안 거의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를 제외하고는.

먼저 들어간 건 원스타그램이었다.

‘아침에 올렸는데.’

버스정류장의 생일 축하 광고판을 보고 찍은 인증샷.

시간이 흐른 만큼 수많은 반응이 달려 있었다.

-연두야,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 :하트1:

┖다섯번째 생일을 축하해, 연두야.. 꽃길만 걷자! ㅎㅎ

┖꽃길은 우리가 준비할겡. 플라워 카펫... 헤헿.

생일 당일인 만큼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유투브 댓글창을 봐도 똑같겠지.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거 봐, 연두야. 연두 생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연두와는 처음부터 함께 댓글창을 보고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 글자를 읽는 것도 가능해진 연두이고.

그래서일까.

“...”

굉장히 벅차오르는 표정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고 있다는 사실에.

물론 생일축하 이외에 다른 내용의 댓글도 보였다.

-그래서.. 여행은 어디로 가셨나용 ㅎㅎ

┖동해? 아니면 서해??

┖아까 연두랑 초록님이랑 같이 배 타고 낚시했다는 사람 있던데. 어그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와.. 만약 진짜면 ㄹㅇ 계 탔네 ㅋㅋㅋㅋ

┖여행 간 거뿐인데 초특급 구독자 이벤트 당첨 ㅋㅋㅋㅋㅋ

함께 배를 탄 일행 중 한 명이 댓글을 쓴 모양이다.

사실이긴 하지만 긴가민가 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아직 여행과 관련된 영상은 물론이고 사진 한 장도 올리지 않았으니.

-초록님. 너무 즐기고만 계신 건 아니겠죠? ㅎㅎ

┖저희도 생각하고 계실 거라 믿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I believe~ ♪

┖사진 한 장만 던져주세요. 제발 ㅠㅠㅠㅠㅠ

┖그리구 여행 영상은 시리즈가 국룰인 거 아시죵?

┖에이, 설마.. 초록님이 그걸 모르실 리가 없죠.. 크크.

┖영상은 시리즈로, 사진은 따따따블로. ㅇㅈ?

요즘은 히읗에서 더 진화했다.

댓글의 어투 자체가 다각도로 으스스해졌다고 해야 하나.

한편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댓글.

-아! 초록님! 여행 중이라고 ‘최고의 한 끼’ 보는 거 빼먹으시면 안 돼요!!

┖저도 그거 목 빠지게 기다리는즁... ㅠㅠ

┖그럴 수밖에 없지. 저번 게 너무 레전드여서 ㅋㅋㅋ

┖더군다나 이번 회차는 연두랑 초록님이 메인 게스트 ㄷㄷ

┖시청률 폭발각이다. 내 심장도 폭발하고....

최고의 한 끼 방영은 내일 밤.

아무래도 절대로 잊어버리거나 놓치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랬다가는 엄청난 뭇매를 맞게 될 듯하니까.

‘슬슬 잘 시간인데.’

여행 관련 업로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영상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노트북이 있긴 하지만 이 상황에 벌떡 일어나서 영상편집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이럴 때는 사진이지.’

편집이 필요하지 않은 사진 업로드.

오늘만 해도 촬영한 엄청난 수의 사진이 있었다.

이것도 나름 곤혹이다.

‘모르겠단 말이지.’

어떤 사진을 업로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

사진이 하나같이 너무 예쁘다.

다 별로인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전부 A컷인 것도 고르는 데에는 애를 먹는다.

끙.

고민하던 나는 결국 결정했다.

방금 찍은 가운컷을 업로드하기로.

이유는 간단했다.

‘말할 필요 없이 A컷이고.’

자기 전 시간인데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나머지 사진은 나중에 천천히 보며 업로드할 사진을 고를 예정이었다.

물론 마지막 절차는 필요했다.

“괜찮아, 연두야?”

모델인 연두의 마음에 드는지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다행히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조아요!”

다만 조건이 이어졌다.

“.. 아빠도.”

“응?

“연두 주세요. 핸드폰...”

핸드폰을 손에 든 연두가 사진을 휙휙 넘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춘 손.

화면에 떠오른 건 다름아닌 가운을 입은 내 사진이었다.

연두가 찍은 내 사진.

“가치 올려요! 연두 사지니랑, 아빠 사진...”

“그, 그러고 싶어, 연두야?”

“네!”

연두가 고른 건 당연하지만 내 독사진이었다.

‘처음인데.’

함께 찍은 사진은 많이 올렸지만.

지금껏 내 독사진을 원스타에 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걱정이 됐다.

‘뭐.. 괜찮겠지.’

사진 자체는 무척 잘 나왔다.

그걸 떠나서도 연두가 원하는 거니까.

“그래. 같이 올리자.”

환한 웃음이 번지는 연두의 입가.

독사진이라 해서 게시물을 따로 올리는 건 아니다.

하나의 게시물에 두 개의 사진을 넣는 거지.

‘메인 사진을 연두 사진으로 하고.’

두 번째에 내 사진을 배치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툭.

그렇게 나는 사진 두 장을 원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옆에서 연두가 쏙 고개를 들며 묻는다.

“올려써요, 아빠..?”

“응.”

“히히.”

기분이 무척 좋아보인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고단했지만 즐거웠던 하루를 끝낼 필요가 있을 듯했다.

잠에 들 시간이라는 뜻이다.

“연두야. 슬슬……”

불을 끄고 자자고 말하려는 순간.

띠링.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화면에 떠오른 알람을 확인했다.

“.. 어?”

깜빡 잊고 있던 사람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연락이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보낼 줄은 몰랐는데.

메신저 알람에 떠올라 있는 이름.

-김윤호

그는 다름아닌 외삼촌 김윤호였다.

띠링. 띠링. 띠링.

뒤이어 계속 울리는 몇 차례의 알람.

무음처리를 해 두지 않아 알람 소리가 반복됐다.

그나저나 외삼촌. 알람이 울리는 간격을 보니 채팅이 무척 빠른 모양이다.

채팅이 멎고 난 뒤, 메신저를 열어 보낸 내용을 확인했다.

-미안. 일 하느라 톡을 늦게 봤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일의 특성상 핸드폰을 오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으니까.

아래로 몇 개의 채팅이 줄지어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연락 줘서 고맙다.

-연두티콘 선물도 고맙고. 잘 쓸게.

-그리고 오늘이 그 아이 생일이라고 하던데. 내가 축하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축하한다.

역시 김윤호답게 담백한 어조의 채팅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진 채팅을 보는데.

“... 어?”

절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언가가 보였다.

₩1,000,000(신세대 백화점)

받으면 쓸 수 있는 백만원권의 백화점 상품권.

그 아래로 이어진 채팅.

-생일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안 떠오르더라.

-아빠인 네가 골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돈은 많겠지만 그냥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줘. 나도 이번에 회사에서 선물로 받은 거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살 것도 없거든.

-그럼 여행 재밌게 즐기고 쉬어라(이모티콘)

눈에 띄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보내온 선물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0을 하나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했으니까.

‘백만원권이라니.’

백만원권을 보내 놓고 부담 갖지 말란 것부터 말이 안 맞는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받은 거라니.

어떤 회사길래 백만원권을 선물로 준다는 거지.

‘엘리트란 건 들었는데.’

그 와중에 채팅에 ‘돈은 많겠지만’을 슬쩍 붙인 것도 포인트다.

그러나 그 임팩트가 마지막에 비할 수는 없었다.

외삼촌이 이모티콘을 썼으니까.

연두티콘 중에서 ‘작별인사’ 콘.

보내면서도 한 번도 안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로 나한테 활용할 줄이야.

미안한 얘기지만 외삼촌이랑 귀여운 연두티콘이 너무 매치가 안 돼서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날이 밝으면 연락을 취해야겠다.

이런 선물을 그냥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한 마디.

“누구에여, 아빠..?”

연두의 물음이었다.

나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전에도 얘기했듯 연두에게 외삼촌은 좋지 않은 기억일 수 있으니.

‘슬쩍 얘기해 볼까 한 적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중으로 미룬 기억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외삼촌이 선물을 보내온 상태.

고민 끝에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연두야.”

“네, 아빠.”

“혹시 기억해? 아빠 처음 만났던 날에...”

최대한 예민한 단어를 피해서.

“연두 손 잡고 왔던 아저씨.”

내 생각에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관건은 하나였다.

연두의 기억 속에 김윤호는 어떤 사람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추측이긴 하지만.’

김윤호가 한 말에 따르면 좋지 않은 이미지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의도적으로 매몰차게 대했다고 했으니.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 실수였나.’

괜히 얘기를 꺼낸 건가.

그런 불안감 속에 연두를 바라보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연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네, 기억해요.. 차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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