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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가 되었습니다-312화 (313/850)

312화. 갤러리

“괜찮아?”

전신거울 앞에 선 채로 묻는 신세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꽤나 피로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왜냐고? 벌써 같은 패턴의 문답이 몇 번이나 반복된 상태니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상하네.. 왜 오늘따라 별로인 거 같지?”

유독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 애용하던 흰색 블라우스도, 레이스가 달린 연노란색 원피스도.

그런 탓에 벌써 몇 번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결국 시은이가 입을 열었다.

“안 이상해.”

“응?”

“옷은 안 이상해. 엄마가 이상해.”

간만에 나온 시은이의 일침이었다.

괜히 신세연은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얘기했다.

“으응? 무슨 소리야. 엄마가 이상하다니.”

허나 아직 본론은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시은이는 바로 돌직구를 꽂았다.

“아저씨 때문이지.”

“...?”

놀란 탓에 혀까지 꼬여 대답이 나갔다.

“무.. 뭐?”

“맞잖아. 아저씨 때문이잖아.”

“아냐!”

과거부터 현재까지 긴 역사를 거쳐 변하지 않는 사실.

강한 부정은 긍정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시은이는 그 이치를 깨닫고 있었다.

“흣.”

“시은이 너.. 그 웃음 뭐야? 진짜 아니래도!”

“그럼 왜 그렇게 신경써?”

“딱히 신경쓴 거 아냐. 전시회에 그림 감상하러 가는 거니까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가려는 거지. 시은이도 이든 옷으로 예쁘게 입었잖아.”

세상 진지한 표정의 엄마와 상반되게 시은이는 영혼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알겠어.”

“엄마 말 알아들은 거 맞지?”

“응.”

수긍은 하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덧붙였다.

“혹시나 괜히 오해하거나 하면 안 된다?”

“안 해.”

이 대답은 진심이었다.

오해라고 1도 생각 안 하고 있으니까.

그걸 모르는 엄마의 표정에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이 떠오른다.

시은이는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시은아.”

“고민 안 해도 돼. 엄마는 뭘 입어도 예뻐.”

시은이의 입에서는 일침과 돌직구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때때로 이런 심쿵 멘트가 튀어나오곤 했다.

잔뜩 감동한 표정으로 신세연이 입을 열었다.

“시은아...”

비록 그 감동이 바로 깨지긴 했지만.

“그러니까 빨리 가자. 연두 보고 싶어.”

“.. 잠깐만. 연두 보고 싶어서 마음에도 없는 얘기 한 거 아니야?”

“아니야.”

이 대답 역시 진심이었다.

엄마는 뭘 입어도 예쁜 것도 맞고, 지금 연두가 엄청 보고 싶은 것도 맞으니까.

이상하게 다른 한 사람도 보고 싶긴 했지만.

“.. 아저씨 그림도 보고 싶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쑥스러워 살짝 돌려서 얘기했다.

역시 신세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치. 엄마도 그래. 알겠어, 진짜 마지막!”

마지막으로 신세연이 빼어든 옷은 다름아닌 네이비색 계열의 브이넥 꽈배기 니트였다.

긴 고민의 종착역이라기에는 다소 심심한 의상이었다.

시은이 말대로 모델이 살리긴 했지만.

‘이게 제일 나은 거 같기도..’

확실히 제일 깔끔해 보이긴 했다.

원래 길게 고민한다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지금의 신세연의 딱 그 예시였다.

“휴우..”

그 모습을 본 시은이는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발을 움직였다.

길게 고민한 엄마를 더 빛나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습게도 그 생각과 동시에 떠오른 건 아저씨였다.

“이 옷에는.. 이게 되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든 촬영을 할 때마다 듣는 말이었다.

그 말과 함께 아저씨는 각종 액세서리를 챙겨주곤 했다.

“그럼 갈까, 시은아?”

“잠깐만.”

슥.

바구니에 손을 넣은 시은이는 기다란 액세서리 하나를 꺼냈다.

행성 모양을 한 금색 목걸이.

아저씨라면 저런 니트에는 이런 목걸이를 걸어줬을 거 같았다.

“응?”

“이거 해 봐, 엄마.”

“목걸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은이.

이윽고 신세연이 목걸이를 착용했다.

찰랑.

“됐다.”

시은이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잘 어울려, 엄마.”

“.. 그래?”

“응. 아저씨도 예쁘다고 생각할 거야.”

“다행... 어..?”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려다 신세연은 말을 멈췄다.

“시, 시은이 너 진짜! 혼난다?”

“히히.”

그렇게 길었던 신세연의 코디가 끝이 났다.

한편 다른 장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때? 잘 어울려?”

“응, 완전.”

주진아가 엄지를 추켜세우며 얘기했다.

“내가 본 지혜 중에 지금이 제일 예뻐.”

“진짜야? 장난 아니고?”

“당연하지.”

다름아닌 서지혜의 패션쇼 현장이었다.

주진아는 오늘 전시회에 함께 가기로 한 서지혜의 대학교 친구였다.

한글 학습지를 함께 제작한 교육봉사 동아리의 일원이기도 하고.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근데 우리 지혜씌~”

“왜, 진아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경을 쓰실까? 평소에 옷 고민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혹씌……”

흠칫하는 서지혜를 향해 주진아가 말을 이었다.

“지금 갈 곳에 잘 보여야 할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하는 굉장히 강한 의심이 드네?”

“뭐, 뭐래!”

역시 강한 부정이었다.

뒤에 이어지는 말도 신세연과 같았다.

“미술 전시회니까 예의상 깔끔하게 입고 가려는 거지. 지인들도 있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주진아가 중얼거렸다.

“흠. 과연……”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이제 가자.”

“.. 잠깐. 혹씌 그 오빠들인가?”

“그 오빠들?”

“연두네 집들이 갔을 때 봤다던 초록님 친구 세 분. 오늘 오실 거 같은데 설마 그중에 한 분 아니야?”

헛다리를 짚어도 거하게 짚은 주진아.

황당함에 서지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주진아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니면 설마……”

“.. 또 뭐.”

“한 명이 아닌 거 아니야? F4에서 초록님 빼서 F3. 금잔... 아니 서지혜 전용 명예소방관??”

1절에 2절을 넘어 이 정도면 뇌절이었다.

“뚜뚜뚜뚜!!”

“그만해라.”

“크크, 장난이고. 혹시 그런 거면 이 언니한테 이름만 슬쩍 말해. 간만에 큐피드 역할 한 번 제대로 할 테니까.”

능청스레 한 마디를 덧붙인다.

“참고로 이 언니 화살 적중률은 백퍼센트다?”

서지혜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필요 없거든요?”

“에잉, 재미없게……”

“그 화살은 미래 네 남친한테나 실컷 쏘세요~”

“헐...”

금세 침울해진 표정으로 주진아가 말했다.

“나 갑자기 슬퍼졌어..”

장난을 주고받은 뒤 방을 나서며 서지혜가 당부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가서 이상한 말 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암요, 암요.”

영락없는 찐친(진짜 친구)의 대화였다.

***

부우웅.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붕붕이.

뒷좌석에는 카시트 위에 연두, 그리고 그 옆에 우영이가 타고 있었다.

여기에 한 사람을 더 태워서 가야 했다.

‘선생님은 따로 오신다고 했고.’

친구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불한당 트리오답게 준수 차를 타고 같이 오기로 했으니까.

다른 지인들도 각자 오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였다.

남은 사람은 하나였다.

‘할머니.’

우영이 할머니가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오게 된 이유도 역시 연두에 의해서였다.

통화하는 와중 신나서 얘기했으니까.

“할모니! 연두 아빠 일등 상 바다써요!”

“뭔 일등 상.”

“그림그리기 대회 일등 상이요!”

그 소식을 전해들은 할머니는 내게 말했다.

“이 놈의 조대새끼! 상을 타 놓고 할미한테 입도 뻥끗 안 해?”

굳이 말은 안 하겠지만 뒤에는 화목한 대화가 길게 오갔다.

손주 상 받은 얘기를 듣고 칭찬이 아니라 욕을 하시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예쁜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 칭찬을 해 주지 등등.

‘양호한 편이지, 뭐.’

평소의 할머니와 나를 고려하면 그 정도는 화목한 축에 속했다.

아무튼 그렇게 할머니도 오시게 됐다.

모시러 가는 지금 시점에서 걱정되는 바는 하나였다.

‘우영이.’

할머니와 우영이가 함께 차에 타게 된다는 것.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할머니와 우영이는 내가 볼 때 상극이었다.

“…… 알겠지, 우영아?”

결국 다시 한 번 넌지시 얘기했다.

할머니가 성격이 불같은 면이 있으니 염두에 두라는 말을.

아까와 마찬가지로 우영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그리고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걱정 마요, 형. 저도 할머니가 있는데.”

그래, 누가 그걸 모르니.

너희 할머니랑 우리 할머니랑 많이 다르신 게 문제지.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히 전해지긴 했을 터였다.

끼익.

얼마 후 목적지에 정차했다.

할머니는 이미 선 채로 기다리고 계셨다.

“할머니!”

내 목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걸어와 조수석에 착석했다.

그나마 우영이랑 옆자리가 아닌 게 다행이네.

“빨리도 온다, 요 조대새끼.”

미안하지만 이제 이 말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그냥 이름 부르는 거 같다.

생각해 보니 슬프네. 스스로 조대라는 걸 인정한 기분이라.

“오래 기다리셨어요?”

“몰러. 한 3분 기다렸나.”

“뭐야. 얼마 안 기다리셨네요? 빨리도 온 게 아니라 빨리 온 거네!”

“시끄러! 할미를 기다리게 한 거 자체가 잘못된 거야!”

“...”

부글부글 끓는구만.

열을 식히는 건 역시 연두의 목소리였다.

“할머니이..”

이번에는 어눌한 발음 때문이 아니다.

애교가 섞인 말투였다.

그 목소리에 할머니가 휙 고개를 돌렸다.

“요 년은 왜 또 보자마자 실없이 웃고 그래?”

“보고 시퍼써서...”

“...?”

표정에서 당황한 게 느껴진다.

역시 이런 돌직구에는 천하의 할머니도 당황하는 모양이다.

그치지 않고 연두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할머니는요?”

“.. 뭐?”

“할머니도 연두 보고 시퍼써요...?”

“까, 까불고 있어!”

괜히 할머니는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불똥은 엄한 우영이를 향했다.

“이 핏덩이는 뭐야?”

“안녕하세요.”

의외로 우영이는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

뒤에 말이 이어졌다는 게 문제지만.

“핏덩이는 아니고 선우영입니다.”

“어쭈? 뺀질하게 생긴 게 요 녀석을 아주 빼다 박았네.”

뭐야. 갑자기 왜 또 나야.

그나저나 나름 공격하려고 한 이야기 같은데.

우영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받아쳤다.

“칭찬 감사합니다.”

“뭐시?”

“주원이형 닮았다고 하신 거잖아요. 칭찬하신 거 아닌가요?”

정말이지 대단한 녀석이다.

이런 유형은 처음 보는 건지 할머니의 눈에도 당혹감이 떠오른다.

연두는 어떤 분위기인지 감이 안 오는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극은 상극인 거 같은데 예상했던 느낌은 아니야.’

그와 별개로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전시회에 가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을 듯했다.

부릉.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엑셀을 밟았다.

***

생각한 것보다는 별 일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따금 불꽃이 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영이의 애칭이 생겨났다.

뺀질이.

가만 보면 할머니는 몇몇을 이름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부르곤 했다.

그에 따르면 나는 조대새끼고, 연두는 쥐방울이지.

차 안에서 자연스레 우영이는 뺀질이로 정해졌다.

‘그럼 들어가 볼까.’

일찍 온 탓에 아직 도착한 지인은 없는 거 같았다.

굳이 밖에서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전시되어 있는 그림은 많을 테니, 보면서 일행을 기다리면 되겠지.

스르륵.

문이 열리고 갤러리 내부로 들어갔다.

입구에 놓인 잡지 형태의 리플릿.

갤러리의 구조와 추천 관람 순서 등을 소개하는 리플릿이었다.

“자, 연두야.”

하나를 빼서 연두의 손에 쥐어줬다.

“어디부터 보면 되는지 알려줄래?”

내 물음에 연두가 리플릿을 펼쳤다.

마침 첫 페이지에 관람 순서 항목이 쓰여 있었다.

“지하 일층부터.. 차래로 위로 올라가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는 연두.

지하 일층부터 한 층씩 올라가며 감상하라는 뜻이었다.

좋아. 그러다 보면 내 작품도 나오겠지.

“잘 했어, 연두야.”

“헤헤..”

내 작품만을 보러 온 건 아니었다.

리플릿을 읽으면 위치를 바로 알 수 있긴 하겠지만 그건 따분하니까.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다가 순간 등장한 내 작품을 보는 게 묘미지.

스르륵.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삐빅.

문이 열리자마자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한 복도와 하얀 바탕의 벽에 붙은 여러 작품들이.

***

복도의 벽에 전시된 그림들.

전시회답게 작품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자주 갔었으니까.’

그룹전은 물론이고 개인전, 그리고 작가전도 여러번 가 본 경험이 있었다.

전시된 내 작품을 보러 간 적도 여러번 있고.

미술을 그만둔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이지만 말이다.

[과거로의 동행]

오늘 전시회의 첫 그림이었다.

“유화네요.”

옆에서 들려오는 우영이의 목소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네. 어떤 거 같아?”

“화려한 원색으로 추상적으로 그린 게 재밌네요.”

“맞아. 흑백으로 표현했을 법 한데.”

첫 위치에 전시해 둔 이유가 짐작이 갔다.

그만큼 뛰어난 그림이었으니까.

잘 떠오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상상과 현실 사이를 오묘하게 걸친 실루엣같은 현상으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알 거 같아.’

나 또한 그런 과거의 장면들이 있었다.

따라서 알 거 같았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그림을 그린 건지.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무척 재미있었다.

“연두가 보기에는 어때, 이 그림?”

“알록달로캐요..”

“하하, 알록달록?”

연두다운 감상이었다.

할머니한테는 묻기도 전에 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너 그림은 어딨어?”

다른 그림 감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보다 보면 나올 거에요.”

“쯧.”

혀를 차는 할머니.

그런 와중 옆에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이 작품은……”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남자.

해당 그림을 그린 작가임이 틀림없었다.

감상 외에 그룹전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가 있었다.

‘판매.’

그건 바로 감상하러 온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 판매였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작품을 판매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까.

판매를 더 원활히 하기 위해 저런 식으로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설명을 하기도 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작가가 판매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존재했다.

우선 나부터 그랬다.

판매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그 날의 감정’은.

[몰입]

[청소하는 아이]

[망초꽃]

계속해서 나는 작품을 감상했다.

꽃 하나하나의 음영의 차이까지 그려넣은 모습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연두가 보기에 예쁜 그림들도 자주 등장했다.

툭.

그렇게 감상하다 보니 자연히 원위치로 돌아왔다.

지하 1층의 모든 작품을 다 봤다는 의미였다.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위이잉.

그와 동시에 울리는 핸드폰 진동.

-도착했다.

짧은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다름아닌 홍수찬선생님이 보낸 메시지였다.

딱 타이밍 맞춰서 오셨네.

“선생님 오셨대.”

“수찬쌤이요?”

“응.”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 건 기분 탓인가.

아무튼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윽고 문이 열렸다.

“주원아.”

역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뒤따라 나타났으니까.

나보다 먼저 반응한 건 다름아닌 우영이였다.

“.. 최정윤선생님?”

또 다른 미술선생님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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