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화. 투명인간
“진짜 피아노 콩쿠르를.”
심장이 벅차오르는 기분에 연두가 몸을 들썩였다.
그럴 만도 했다.
화면 속의 콩쿠르도 그렇게 멋졌는데 실제로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윽고 연두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보고 시퍼써요..”
예상한 대답에 이은경은 말했다.
“보러 갈래?”
“진짜 피아노 콩쿠르요..?”
“응.”
이은경은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키링을 제외하고 전부 다 선물로 주려 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방금 연두의 연주를 보고 느낀 미묘한 설렘.
둘 다 유형의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값진 선물이었다.
‘돌려줘야지.’
스승이 제자에게 받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브 앤 테이크. 받은 선물에 합당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어떤 게 있을지 생각하자마자 떠오른 게 바로 콩쿠르였다.
“선생님이 참여하기로 한 콩쿠르가 있거든.”
물론 참가자로서 참여하는 게 아니었다.
지인으로부터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제안에 응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
‘더 수준 높은 콩쿠르를 보러 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언제든 가능하다.
우선은 연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손에 닿을 수 있는 목표를.
한편 주어를 빼먹어서인지 연두는 토끼눈이 되어 되물었다.
“.. 선생니미요?”
이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근데 참가자가 아니라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거야.”
“아!”
익숙한 단어에 연두는 생긋 웃으며 덧붙였다.
“연두 아라요! 심사위언..!”
“그래.”
이은경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심사위원으로, 연두는 관객으로 콩쿠르를 보러 가는 거지.”
“관객..”
“아마 연두보다 좀 더 나이가 많은 언니오빠들의 무대일 거야.”
초등학생 대상 콩쿠르인 건 확실한데 정확한 나이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학년이라고 했나?
뭐,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니까.
이윽고 귀에 들어오는 연두의 목소리.
“…… 시퍼요..”
“응?”
“보고 시퍼요. 언니오빠들 콩쿠르..”
“그럼 보러 가자.”
심사위원 자격으로 충분히 관객은 초청할 수 있었다.
옆에 앉아서 보긴 어렵겠지만.
그때 연두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연두야.”
“가치 가도 대요? 아빠랑.”
마침 그 얘기를 하려는 참이었는데.
확실히 보호자는 필요했다.
레나도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날 남편은 일정으로 인해 함께 갈 수 없었으니까.
연두 아버지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물론이지. 근데 연두랑 레나가 가면...”
빠질 수 없는 멤버가 있었다.
끝말을 늘이자 뒷말은 바로 따라왔다.
“.. 시으니도!”
그럼 그렇지. 연시레는 하나니까.
스케일이 조금 커질 거 같긴 하지만 괜찮았다.
그 편이 더 즐거울 거 같으니.
“그래.”
“헤헤, 선생님.. 고마어요...”
“..!”
곤란하네.
레나 말고 이렇게 심쿵하게 만드는 아이가 생기다니.
실없이 웃음이 나올 거 같지만, 수업 중인 만큼 스승으로서 최소한의 위엄은 지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판단한 이은경은 말했다.
“대신, 오늘 수업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알겠지?”
“네!”
“연두가 집에서 혼자 할 새로운 연습 방법도 가르쳐 줄 거고. 어려울 텐데 괜찮겠어?”
“갠차나요!”
오히려 좋아하는 듯한 모습에 결국 웃음이 나왔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네, 선생님!”
그렇게 시작됐다.
돈 주고도 받을 수 없는 값진 수업이.
***
“하하..”
입 밖에 흘러나오는 실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전부 매진됐어.’
말 그대로 전부였다.
굿즈 출시 후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더는 구매가 불가능했다.
어떤 굿즈도 말이다.
‘적게 잡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수량을 적게 잡은 것도 아니었다.
동화책을 출시할 때와 달리 ‘소환숲’을 달고 나오는 굿즈였기에 그 파급력을 고려해서 결정한 수량이니까.
허나 역부족이었다.
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매진될 줄이야.
눈앞에는 굿즈 판매 사이트의 댓글창이 떠올라 있었다.
-오늘 출시했는데 품절 뭐냐고!
┖사고 싶은데 살 수가 없어.. ㅠㅠ
┖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연두 팬미팅 티케팅 급 확률 아니냐?
┖ㄴㄴ 그건 로또보다 가능성 낮음. 신의 연두부들임.
-사진으로 본 거긴 한데 에코백 개이쁘다. 베이지색에 파스텔톤 소환숲 배경 분위기 오지네.
┖윗부분 여백으로 남겨둔 거에서 센스가 느껴짐.
┖진짜 못하는 게 뭐냐고, 초록! 그림도 잘 그리고, 고무줄총도 잘 만들고, 이제는 굿즈까지.. 하아... 세상은 불공평해.
┖하나도 거를 타선이 없다. 다 가지고 싶은데 다 품절이야, 흑흑.
┖초록님도 당황했을 듯 ㅋㅋ 뭐, 이 정도면 바로 다시 팔겠죠.
┖.. 그렇겠죠?
┖ㅇㅇ 근데 나는 이미 주문함 ㅋㅋㅋㅋㅋ
뒤에는 다소 거친 말이 있어 생략했다.
품절이 된 것과 반응을 보자마자 담당자 최지철과 통화를 나눴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대한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거친 말의 대상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최지철 역시 당황한 목소리였다.
‘바로 추가 제작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어디까지나 내 역할은 디자인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이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괜히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건 연두튜브였다.
[연두의 소환숲 굿즈 사랑!(feat. 특혜!?)]
특혜의 의미는 간단했다.
아빠가 제작자이다 보니 좀 더 빨리 굿즈를 사용하게 된 걸 나름 유쾌하게 표현하려 한 거다.
그 의도가 전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겠지.’
굿즈 출시에 맞춰 업로드한 영상이다 보니 댓글 반응은 비슷할 거 같았다.
실눈을 뜨고 본 댓글창.
역시나 예상한 댓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소환숲 굿즈? 이건 못 참치! 바로 사러간다...
┖ㅋㅋㅋ 지금 못 삼. 다 품절임.
┖ㅁㅊ 진짜네. 와.. 어떻게 하루도 안 돼서 다 품절되냐.
┖판매 사이트에서 연두부 정모중 ㅋㅋㅋㅋㅋ
┖하긴, 구독자가 거의 천만인데 그걸 다 어떻게 감당해.
┖소환숲 굿즈가 이 정돈데 연두 굿즈라도 팔았으면 사이트 다 터졌을 듯 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그렇듯 존버한다.. 존버는 끝내 승리한다...
솔직히 두렵다.
최대한 많은 수량을 추가제작한다고 듣긴 했지만 그걸로 감당이 가능할지.
침을 꼴깍 삼키며 나는 시선을 내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영상에 관한 댓글이었다.
-아니, 근데 다 떠나서 그냥 너무 예쁜데?
┖ㄹㅇ 영상으로 보니까 더 예쁘네. 개인적으로 나비가 캐리한 듯.
┖키링 종류별로 다 삼 ㅋㅋㅋ
┖에코백이 그냥 선 넘었음. 굿즈 수준을 넘어서서 진짜 디자이너가 만든 거 같음.
┖아들내미가 주드 가방 갖고 싶다고 난리인데.. 품절이네요 ㅠㅠ
┖조금만 기다리세요 ㅎㅎ 곧 사실 수 있을 거임.
내 마음이 다 아프네.
개인적으로라도 보내주고 싶은 기분이다.
막상 내 수중에도 여분의 굿즈가 하나도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하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실소를 흘리며 다음 댓글을 바라봤다.
-연두랑 소환숲 조합은.. 그냥 말이 안 나온다.
┖나비 키링이 제일 마음에 드나 보네 ㅎㅎ 계속 들고 있는 거 보면
┖이 정도면 율이가 책 찢고 나온 수준 아니냐고 ㅠㅠ
┖나비도 쬐끄매가지고 싱크로율 미쳤음 ㅋㅋㅋㅋㅋ
-연두 컵 쓰는 거에서 진짜 빵터졌네 ㅋㅋ
┖아 ㅋㅋ 판타지 세계냐고. 물맛 20% 증가! 냉각 효과 30%!
┖연두가 쓰는 컵이면 충분히 그럴 만하죠. 연두 자체가 판타지인데 ㅎㅎ
┖다음 이든 촬영에서 기대해도 되는 거겠죠? 소환숲 굿즈 콜라보.
┖와.. 연시레 × 소환숲,,, 벌써부터 마음이 웅장해진다.
마침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다음 촬영을 진행하게 되면 소환숲 굿즈를 활용하는 게 어떨까 하고.
댓글을 보니 더 확고해진 느낌이다.
‘좋아.’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가능한 한 많은 수량이 추가제작 돼서 판매가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것뿐.
아직 현재진행형이니 말이다. 소환숲 열풍은.
***
“도착했다, 연두야, 시은아.”
차에서 내리니 노란 계열의 외벽으로 지어진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다원예술학교.
오늘 피아노 콩쿠르가 개최된다는 장소였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초대받았으니까.’
며칠 전,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온 연두가 세상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응, 연두야.’
‘선생니미 선물 줘써요...’
그 선물이 다름 아닌 콩쿠르 티켓이었다.
따로 티켓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입장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셈이다.
이은경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고 했지.
‘뭐, 당연한가.’
커리어만 봐도 넘사벽이라 심사위원이든 뭐든 여기저기서 모셔 가려 할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국대 교수이기도 하고.
알아본 결과, 오늘 보게 될 콩쿠르는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콩쿠르였다.
그런 만큼 아무나 참가할 수는 없다.
잘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자격을 얻은 학생들만 설 수 있는 무대라 들었지.
이제 초등학생인데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불가능하니까.’
초등학생 대상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이은경이 참여한 것도 어찌 보면 엄청난 일이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지.
다른 심사위원도 그녀의 커리어를 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름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일 터였다.
그들을 모아놓고 최소한의 수준에 못 미치는 무대까지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림만 해도 그렇지.’
같은 예술 분야지만 그림과 피아노는 분명히 달랐다.
무대 하나를 보는 데 몇 분이 소요되는 피아노와 달리, 정적인 그림은 감상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준 높은 작품 두 개를 비교하는 거면 모를까.
허나 그럼에도 모든 그림을 심사위원이 보고 평가하지는 않았다.
‘낭비라는 거지.’
고급 인력에게 그건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였다.
콩쿠르 역시 나름의 엄선된 무대만을 두고 평가하는 일종의 대회이니 말이다.
‘재밌겠어.’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공존할 거 같았다.
CD를 통해 본 과거의 콩쿠르와 지금의 콩쿠르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는 표정의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들어가자.”
“.. 네!”
“네, 아저씨.”
관객 세 명 입장이었다.
***
콩쿨장에 입성하자마자 우리는 이은경을 찾았다.
“연두야! 시으나!”
“.. 레나야!”
언제나처럼 반가움을 주체 못 하는 세 아이.
미리 부탁받은 게 있었다.
심사를 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 달라는 것.
‘바로 수락했지.’
무료 콩쿠르 티켓을 받았는데 그 정도 부탁이 대수겠는가.
연시레 보호자를 맡는 건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말씀하신 아이는 어디 있나요?”
부탁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맡아줄 아이는 연시레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공교롭게도 나이가 연두와 같은 여섯 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성별도 여자라 했지.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심사위원이라 했으니까.’
이은경에게 심사를 봐 달라고 부탁한 일면식 없는 지인.
그 지인도 함께 심사를 본다는 모양이었다.
자연히 그 딸의 보호자 역할도 내가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금방 올 거예요.”
“그렇군요.”
“죄송하네요. 너무 떠넘기는 거 같아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뭘요.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연시레를 컨트롤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걸리는 건 그 아이지.
왜냐고? 듣기로는 조금 특이한 구석이 있다고 했으니까.
‘정확히는...’
아니다.
아무리 들은 얘기라고는 해도 괜히 선입견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여섯 살 애인데 얼마나 다르겠어.
민우도 어머님한테 장난이 심하고 짓궂은 아이라 들었지만, 막상 보니까 귀여운 구석이 더 많은 아이였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이은경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후에 가만히 서 있는 와중 들려온다.
“잠깐만.. 저기 이은경 아니야?”
“어디? 어디?”
“와, 진짜네? 대박.. 이은경이 초등학생 콩쿠르에 왜 왔지?”
“심사하러 온 거 아니야?”
“오늘 연주하는 애들 완전 계 탔네. 이은경 심사를 받게 되다니...”
“글쎄.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
한 무리가 숙덕이는 소리.
역시 콩쿨장이다 보니 이은경은 단번에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 그녀는 완전히 스타 중의 스타일 테니.
문제는 우리에게도 그 화살이 향한다는 점이었다.
“여, 연두다!”
“헐, 대박. 이은경 따라서 콩쿠르 보러 왔나 보네.”
“와, 진짜 예쁘다...”
“시은이랑 레나도 있어. 잠깐만, 설마……”
“왜, 왜.”
“콩쿠르 끝나고 단비음악대 특별공연하는 각 아니냐, 이거?”
“... 미친. 너 천재냐?”
못 들은 척 나는 눈만 끔뻑였다.
어쩌지.
당신들 굉장히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해줘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가 내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이은경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니까.
“어, 저기 왔네요.”
얼마 뒤에 그녀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연히 향한 시선.
누가 봐도 모녀로 보이는 한 여자와 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뭐지? 낯이 익은데……’
어머니 쪽이 왜인지 낯이 익었다.
그게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건 연두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 나비!”
깜짝 놀란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응한다.
“응?”
“나비 연주한 언니에요, 아빠..!”
확신하는 말투였다.
다시 여자의 얼굴을 본 내 입이 작게 벌어졌다.
두 가지 이유에서 놀라웠다.
CD에서 본 마지막 연주를 한 그녀가 맞다는 것과, 연두가 그걸 단번에 알아봤다는 것.
이은경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연두야?”
뒤이어 그녀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내가 연두한테 보여줬거든.”
“뭘?”
“초등학생 때 주아 너랑 내가 같이 참가했던 콩쿠르.”
“아.”
그녀는 옅은 미소를 입가에 띠며 말했다.
“그걸 봤구나, 연두야.”
“네에.”
“아마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널 이겼던 때였지?”
이은경은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 뭘 새삼스럽게. 너랑 나는 가는 길이 달랐던 거지.”
“후흣.”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은경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한 게 CD 속에서 놀라운 연주를 펼치고 1위를 차지한 은주아라는 걸.
그리고 둘은 지금 꽤나 친한 사이인 거 같았다.
“우아..”
연두는 연예인 보는 듯한 표정이다.
은주아가 반응했다.
“왜 그러니?”
“신기해요.. 나비 연주한 언니...”
“호호, 그러니? 이 나이 먹고 여섯 살 아이한테 언니 소리를 다 들어보네.”
화면 속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연두는 호칭을 정한 거 같았다.
뒤늦게 눈에 들어온 아이.
말없이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아이를 향해 나는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
“...”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상하네. 분명히 인사할 때 눈이 마주친 거 같았는데.
잠깐, 설마.. 나 무시당한 건가?
‘아냐.’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는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음성으로 말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
착각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한 아이에게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