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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가 되었습니다-450화 (451/850)

450화. 동건이의 고민

“.. 여보세요.”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동건이의 목소리.

파악이 어려웠다.

축 처진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들뜬 목소리도 아니었으니까.

결국 물어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시험은 끝난 거지?”

“네.”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설사 안 좋은 얘기를 듣게 되더라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니까.

연두도 많이 긴장한 건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킨다.

조심스레 나는 재차 입을 뗐다.

“시험은.. 어땠어?”

사실 아직 정확히는 얘기하기 어려울 터였다.

이제 막 시험이 끝났을 뿐이고 가채점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답지가 뜨는 것도 꽤나 시간이 걸리고.

그러니 내가 물어보는 건, 순전히 시험을 끝낸 동건이의 후기였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시험은...”

쉽사리 이어지지 않는 말.

아까와는 달리 알 수 있었다.

평소 동건이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축 처진 목소리였으니까.

‘.. 못 봤구나.’

눈을 질끈 감았다.

감은 눈을 살짝 뜨니 분위기를 감지한 건지 연두의 어두운 표정이 들어온다.

그럴 만도 했다.

손수 초콜릿을 만들어 전해주기도 했고, 근 얼마간 틈만 나면 했던 얘기도 있으니까.

‘언니오빠들.. 다 수능 잘 봤으면 좋겠다...’

그중에는 물론 동건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만히 연두를 바라보다가 휙휙 고개를 저었다.

침묵이 길어지는 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전혀 염두에 안 두고 전화한 건 아닌 만큼 최선의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으로 입을 열려는데,

“잘 봤어요.”

“...?”

뭐지. 방금 분명히 잘 봤다고 하지 않았나?

한 글자가 잘못된 거 같은데.

실망감이 큰 나머지 말이 반대로 나온 건가.

연두도 깜짝 놀란 표정이다.

“.. 뭐라고, 동건아?”

“흐흡.”

이번에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짜 뭐지.

실성한 게 아닌가 걱정하는 와중 들려오는 말.

“잘 봤다구요, 행님!”

“수능을?”

“네.”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잘 봤다고 한다면 아까 그 목소리는 뭔데.

그건 누가 들어도 명백하게 힘없이 처진 목소리였다.

그때 스치는 생각.

“잠깐만. 동건이 너 설마……”

“흐흐, 죄송해요.”

당했다. 장난이었구나.

몸에 긴장이 풀리며 터져나오는 한숨.

그와 함께 나는 내뱉었다.

“하아.. 동건이 너 진짜……”

그제야 녀석도 조금 심각해진다.

“.. 마, 많이 걱정하셨습니까, 행님?”

“당연하지. 오버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의 부모의 마음이었다고.”

“행님……”

이번에는 녀석의 목소리에 감동이 어린다.

그때였다.

자그마한 목소리가 옆에서 새어나온다.

“.. 나빠.”

“응?”

“그런 장난하면 나빠여! 동거니오빠..!”

그래.

그냥 훈훈하게 넘어가기에는 철렁한 심장한테 미안해서 안 되지.

그나저나 연두도 정말 많이 놀란 모양이다.

‘쉽지 않은데.’

보기 어려웠다.

나쁘다는 말을 입에 담는 연두를 보는 건.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가에는 눈물까지 살짝 맺혀있다.

핸드폰을 통해 들어오는 말.

“헉...”

사실 별 일 아니었다.

동건이는 그냥 얘기하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해서 사소한 장난을 쳤을 뿐이니까.

그저 우리가 걱정이 컸던 만큼 크게 받아들인 거다.

“미안해, 연두야..”

사과 이후 들려오는 동건이의 말.

다소 격한 뉘앙스였다.

“에라이, 이깟 정답지! 시험 잘 보면 뭐해! 연두를 놀라게 만든 못난 오빠인데!”

말하는 것만 봐서는 정답지를 찢어버릴 기세다.

그럼 안 되는데.

찢더라도 가채점은 해야지.

막상 연두도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져서 말한다.

“아, 아니에요!”

“응?”

“동거니오빠 못나지 않았어요! 연두가.. 연두가 못난 동생이에요...”

이어지는 동건이의 말이 내 심정을 대변했다.

“자, 잠깐만, 연두야. 왜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돼?”

고개를 떨구고 연두는 답했다.

“.. 아닌데.”

“응?”

“동거니오빠는 진짜진짜 착한데.. 연두가 나쁘다고 말했으니까... 연두는 못난 동생이에요...”

진심이다.

표정과 말투에서 100%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 말에 동건이는 얘기했다.

“아니야, 연두야.”

이어서 동건이는 말했다.

“연두가 못난 동생일리가 없잖아. 오늘 오빠가 수능을 잘 본 것도 연두 덕분인데.”

“.. 왜여?”

“초콜릿 먹었거든.”

녀석은 웃으며 얘기했다.

“시험 보기 전에 한 개, 국어시험 보고 한 개, 수학 보고 한 개……”

“.. 연두랑 아빠가 만든 초콜릿요?”

“응. 신기하게 어려운 문제도 잘 풀리더라. 막 답이 보이는 거 같고.”

연두가 입을 헤 벌린다.

마치 ‘초콜릿에 그런 효능이 있었다니!’라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아직 동건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오빠가 생각해 봤거든? 왜 그렇게 잘 풀린 건지. 생각해서 나온 답이 뭐일 거 같아?”

“모르겠어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연두가 답한다.

그러자 들려오는 한 단어.

“마음.”

“.. 네?”

“연두가 그랬잖아. 예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마음을 잔뜩 담았다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동건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가 아닐까?”

“...”

“연두가 초콜릿에 담아준 내가 시험을 잘 봤으면 하는 마음이 시험 때 빛을 발한 거지.”

핸드폰을 든 연두의 손이 자그맣게 떨린다.

어떤 마음인 걸까.

확실한 건 나쁜 기분은 아닐 거 같았다.

나는 장난스레 핸드폰에 대고 입을 열었다.

“.. 좀 서운한데?”

“예?”

“징그러울 수 있지만 나도 잔뜩 담았거든. 마음.”

녀석은 낄낄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알죠, 행님! 초콜릿 먹는 순간 바로 느껴지던데요?”

“흐흐, 그래?”

“그럼요! 명색이 오른팔인데 행님 마음도 눈치 못 채겠습니까?”

그렇게 장난을 주고받다가 동건이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그럼.. 용서해 주는 건가?”

“으응?”

“오빠가 장난친 거. 용서해 주는 거야, 연두야?”

연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옛날에 용서했어요..!”

“푸흣.”

불과 조금 전 일인데 옛날은 뭔데.

그만큼 지난 일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나 보다.

이어지는 연두의 말.

“동거니오빠도.. 용서해 줄 꺼에요..?”

“응?”

“연두가 나쁘다고 거짓말한 거.”

그걸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질 뻔했다.

얼마나 마음에 없는 소리였다는 걸 얘기하고 싶으면.

동건이는 대답했다.

“당연하지. 오빠는 옛날 옛날에 용서했어.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 호랑이랑 곶감이랑 싸울 때?”

“오우, 정확해.”

이렇게 마무리된 다소 우스꽝스러운 둘의 화해.

전화를 끊기 전, 녀석은 말했다.

“이래 놓고 가채점해 보니까 망했으면 진짜 개망신인데……”

확실히 그랬다.

가채점 전에는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한 가지.

‘물수능이 아니었어.’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이번 수능은 어려웠다.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었다.

물수능은 작은 실수 하나가 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불수능의 경우는 그게 덜하니까.

‘게다가.’

그 어려운 시험을 동건이는 잘 봤다고 느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최소한 나쁜 결과를 얻지는 않겠지.

그러니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동건아. 그리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수고했다.”

***

서울의 한 고깃집.

벌써 수능이 끝난지도 열흘가량이 흘렀다.

가채점은 모두 끝난 상태고, 대학 지원만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다.

“행님!”

“어, 왔어?”

동건이와 함께 한 무리가 줄줄이 들어온다.

“연두야!”

“꺄아! 보고 싶었어, 연두야...”

주연이와 예림이는 오자마자 연두 양쪽에 달라붙는다.

그에 따라 미간을 찡그리며 구석으로 자리를 피하는 녀석.

다름아닌 우영이였다.

“오오, 우영쿤! 히사시부리!”

“히사.. 뭐?”

동건이 이 녀석은 우영이만 만나면 일본인 컨셉을 잡는단 말이지.

“오랜만이라는 뜻이야!”

“.. 그래.”

“수능 잘 본 거 축하하고~”

이미 단톡방을 통해 성적을 어느 정도 공유한 상태였다.

가채점 결과를.

동건이는 예상대로였다.

아니, 굳이 따지면 생각 이상의 성적이었지.

어지간한 대학은 정시로 전부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정시 지원까지는 아직 꽤 기간이 남은 상태.

오늘 얘기해볼 생각이었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할 생각인지.

우영이는 건조하게 답했다.

“고맙다.”

한편 우영이는 이번 시험으로 대학 진학을 확실시한 상태였다.

홍원대 미대와 한국대 미대.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두 학교 중 홍원대의 경우는 이미 조건을 충족했으니까.

동건이가 자리에 앉으며 묻는다.

“그럼 넌 홍원대 가는 거야?”

“아마도.”

“한국대는?”

“지원하면 붙기야 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어서.”

하긴 그랬다.

집에서 홍원대가 더 가까운 데다가 입결도 비슷하니 굳이 한국대를 지원할 이유는 없다.

이미 합격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그래서 과거에 나도 홍원대를 지망했었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탄사.

“와..”

예림이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살짝 돌려 반응하는 우영이를 향해 예림이는 말했다.

“너 진짜 대박이다..”

“뭐가?”

“자신감. 지원하면 붙기야 할 텐데.. 우와.. 다른 대학도 아니고 한국대인데...”

딱히 우영이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걸 본 동건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얘기한다.

“나도 고민중이야. 지원하면 어디든 붙을 텐데, 으하하!”

“와...”

이번에는 주연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조금 느낌은 달랐지만.

동건이가 슥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왜? 좀 멋있었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연이가 대답했다.

“아니, 신기해서 그래.”

“뭐가?”

“같은 말을 하는데 그렇게 없어보일 수 있다는 게.”

“.. 뭐라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웃음.

덩달아 나와 연두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사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다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범재도 예림이도.’

동건이만큼은 아니지만 기대치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주연이.

수능이 끝나고 전화가 연결되는 동시에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오빠.’

‘응, 주연아.’

‘저 대학 포기했어요. 헤헤.’

너무 해맑게 말해서 실소가 나왔지.

대학 포기의 이유가 꼭 수능을 망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망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원래 고민이 많았으니까.’

꽤나 전부터 주연이는 대학 진학 여부를 고민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 와중 결정됐다.

내년 진행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도저히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못할 거 같더라구요.’

‘그렇구나.’

‘그럴 바에는 깔끔히 포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 대상이 꼭 대학이 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주연이같은 경우는 더더욱.

‘응원할게, 주연아.’

오히려 그 선택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름 좋은 결과와 함께 이 곳에 모인 다섯명의 녀석들이었다.

이윽고 등장한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와..”

“색깔 봐. 미쳤다...”

“왜 벌써 행복하지?”

역시 한우라 그런지 때깔이 다르다.

바로 집게를 들었다.

한우와 함께하는 본격적인 수능 뒤풀이 시작이었다.

***

“흐아아..”

“뭐야, 이거. 입에서 녹아.”

“아, 조동건! 두 개씩 먹지 말라고!”

진심으로 화내는 걸 보니 우리 범재, 고기에 진심인 타입이구나.

한우의 맛은 엄청났다.

사실 아직 한 점도 안 먹었는데 녀석들의 반응만 봐도 그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부족하면 더 시켜줄 테니까 마음껏 먹어.”

금전적으로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삼시세끼 고급 음식을 먹는 건 아니었다.

따라서 오늘은 특별했다. 나랑 연두에게도.

“우아...”

연두도 진심으로 감동받은 표정이다.

입가에 번지는 웃음.

연두는 물론이고 녀석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니 흐뭇함이 일었다.

쏙.

그런 와중 내 입에 들어오는 고기 한 조각.

“..!”

씹는 순간 터져나오는 육즙.

입 안의 미각세포가 전부 터지는 느낌이다.

잠깐이나마 고장이 나 버릴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

“헤헤.. 맛있어요, 아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연두가 생긋 웃음짓는다.

한동안 우리는 식사에 열중했다.

추가 주문을 하고 배가 어느 정도 찬 뒤에야 나오는 말.

동건이의 목소리였다.

“야, 하주연.”

“왜.”

“너 그럼 그거 확정된 거냐?”

“뭐?”

“그 있잖아. 101명 나와서 오디션 하는 거.”

허공에 둔 시선.

괜히 무심한 척 물어보는 게 귀엽다.

주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거의 그렇다고 봐야지.”

범재가 툭 끼어들어 말한다.

“꼴찌는 하지 마라, 부끄러우니까.”

“뭐래. 꼴찌를 해도 내가 하는데 니가 왜 부끄럽냐?”

“어디든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고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악마의 편집을 조심하란 말이야. 어? 방송사는 잔인해서 주원이형이랑 다르다고.”

부끄럽다 어쩐다 하더니 결국은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네.

주연이는 낯간지러운 건지 괜히 툴툴대듯 말한다.

“오지랖은. 우리 회사 이사님도 그런 말은 안 해.”

“이제 하시겠지.”

옆에서 동건이도 말을 보탠다.

“가서 예쁜 애들 많다고 기죽지 말고. 기죽으면 될 것도 안 되는 거야.”

“아니, 쌍으로 왜 이래?”

“하주연 네가 아무리 잘 봐줘도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못난 얼굴도 아니니까. 괜히 그런 거로 기죽지 말라는 거지.”

“기 안 죽어! 그리고 너한테 외모로 그런 소리 듣고 싶진 않거든?”

오늘도 어김없이 불이 붙는 두 녀석이다.

그러자 연두가 말했다.

“예쁜데..”

“응?”

“주여니언니 예뻐요...”

연두의 말에 예림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친다.

“맞아! 우리 쭈연이가 얼마나 예쁜데! 그쵸, 오빠?”

“당연하지.”

찐하게 감동받은 표정.

“나 눈물 나올 거 같아...”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주연이는 말했다.

“아, 맞다.”

“응?”

“오빠. 저 작곡하는 거 알죠?”

모를 수가 없지.

저번에 주연이가 작곡한 노래를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으니까.

제목도 떠오른다.

울컥.

슬픈 가사와 멜로디로 나를 울컥하게 만든 노래.

그걸 계기로 알게 됐지.

노래 실력과 더불어 작곡 능력 역시 주연이의 내세울 무기 중 하나라는 거.

‘흔치 않으니까.’

아무리 연습생이라도 작곡 능력을 겸비한 경우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아마 오디션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자 주연이가 말한다.

“사실.. 최근에 만들고 있는 곡이 있거든요.”

“아, 정말?”

“네. 그런데 그 곡이.. 연두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에요.”

깜짝 놀란 나는 물었다.

“연두를?”

“네. 아직 미완성이긴 한데 완성되면 제일 먼저 들려드릴게요.”

“그래. 진짜 들어보고 싶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연두도..”

“응?”

“연두도 진짜 들어보고 싶어요...”

주연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꼭 들려줄게.”

***

즐거웠던 뒤풀이가 끝나고 나는 한 명씩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줬다.

우영이, 예림이, 주연이, 범재.

마지막은 동건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까 못한 얘기를 꺼냈다.

“동건아.”

“네, 행님.”

“그래서 넌 어디 갈 생각이야? 어디든 넣어볼 만한 성적이잖아.”

사실 그 정도가 아니다.

넣기만 하면 어지간한 곳은 소위 말해 문 부수고 들어갈 정도의 성적이니까.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동건이의 얼굴.

왜인지 조금 씁쓸한 미소가 흐른다.

이윽고 입에서 흘러나왔다.

“형.”

“응, 동건아.”

너무 자연스러워서 행님이 아닌 형이라 한 것도 뒤늦게 눈치챘다.

동건이는 얘기했다.

“혹시 기억하세요?”

“뭘?”

“제가 예전에 했던 말이요.”

주어는 없었다.

아직 자세한 얘기를 듣기도 전인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젠가 동건이가 스치듯 했던 꿈 얘기가.

“.. 선생님.”

흠칫 몸을 떨더니 동건이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역시 행님.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랬다.

전에 들은 동건이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동시에 떠올랐다.

스치듯 얘기했다가 왜인지 말을 흐리던 동건이의 모습이.

‘알 거 같아.’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동건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 꿈이 맞는 건지, 부모님 꿈이 맞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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