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국적 분식생활-154화 (154/210)

154. 류승주의 과거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심플하게 가요. 정성순대, 정성어묵 이렇게 가요.”

“너무 심심하잖아.”

“원래 클래식은 심심한 겁니다. 그래야 오래가는 거고요.”

“두 분 생각도 일치하세요?”

“뭐, 깔끔한 거 같긴 합니다만.”

“괜찮은 거 같습니다.”

나참, 내 감각이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건가. 아직 나를 받아 주기엔 세상이 느린 거 같다.

“그렇게 하시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삐지셨어요?”

“안 삐졌는데?”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에이, 삐지셨는데…….”

잠시 뜸을 들이다,

“아냐, 안 삐졌다고!”라며 소리라도 칠까 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나름 쿨해 보이도록 노력하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겠지.”

말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소심한 오너처럼 보일 뻔했다.

* * *

집 앞에 라탄 바구니가 보였다.

‘또 왔네…….’

최민서가 반찬을 해서 놓은 것이다. 꽃무늬 패턴의 헝겊을 걷어 내자, 다양한 크기의 밀폐용기가 보였다.

“왜 늦었어요?”

“아 깜짝이야!”

어둠 속에서 최민서가 나타났다.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하고선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뭘 그리 놀라요? 죄 지은 사람처럼.”

“갑자기 그렇게 튀어나오면 누구라도…….”

“주말은 같이 밥 먹기로 했잖아요.”

맞다, 그랬었지.

“깜빡했어요.”

“어머? 왜 또 존댓말이래?”

“아, 그래. 깜빡했다. 미안.”

아무래도 존댓말이 편하다. 거리를 두기도 좋고.

“그거나 먹어요. 다 식었겠네…….”

최민서는 팔짱을 끼고 턱짓으로 바구니를 가리켰다.

“계속 여기 계단에 앉아서 기다린 거야?”

솔직히 고마운 것보다 부담스럽다.

“아뇨? 제가 왜요?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불이 켜지길래.”

복도식 아파트도 아니고,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두 집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나가다 들렸다고?

“아무튼 잘 먹을게.”

내 말에 최민서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그… 인터뷰는 잘 봤어요.”

묘한 표정을 짓네.

“그랬어? 난 아직 확인 안 해 봤네.”

“아오!”

깜짝아, 얘가 왜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지? 옆집 사람 놀랐겠네.

“조용히 해. 그거 민폐야.”

“얄미워!”

그러곤 틱틱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뭐야, 쟤… 왜 저래.

* * *

오늘은 황금 같은 일요일이다. 류승주 사장의 어머니 기일을 맞아 함께 절로 향했다. 미리 예정된 약속이라서 군말없이 따라나섰다.

“후딱 다녀오자!”

신나 보이는 류승주 사장.

“사장님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오원식 비서가 불편한 듯 안절부절이다. 그럴 수밖에, 사장이 운전을 하고 비서가 뒷좌석에 앉았으니.

“아냐, 됐어. 오늘은 주말이잖아. 너 거기서 편히 쉬고 있으면 돼.”

“저도 뒷자리에 앉을 걸 그랬네요.”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너는 거기가 적당해. 이 새끼가, 사장님이 운전하는데 상석에 처앉으려고!”

뭐야, 이 양반. 오원식한테는 뒤에 앉으라고 해 놓고선. 나한테만 업무의 연장이야?

“저 그럼 자도 됩니까.”

“이게 싸가지없게시리… 상사가 운전 중인데 짬도 안 되는 새끼가 잠을 자겠다고?”

괜히 또 불편한 상황 만들려고 하시네.

“업무 중이 아니지 않습니까. 피 같은 주말인데.”

“너 어차피 쉬는 날이라고 해 봐야 분식집 갈 거잖아.”

“그게 저한텐 쉬는 겁니다.”

“어이구… 재미없는 새끼. 왜 그러고 살아?”

혀를 끌끌 차는 류승주 사장.

“운전에 집중해 주세요.”

잔소리 듣기 싫다.

“이 차는 새꺄, 방탄차거든. 포크레인 와서 꼬라박아도 안 죽어. 그나저나 너 이제 그… 비서 필요하지 않겠냐?”

“비서요? 안내해 주는 비서 있잖습니까.”

“거 말고 인마, 수행비서.”

수행비서라, 있으면 편하겠지만 굳이 필요할 거 같진 않은데.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래? 그럼 말어 인마! 크크큭.”

뭐지, 술이라도 자셨나? 괜히 안전벨트를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분식집 너무 열심히 하지 말어. 직원들 많이 부리고 너는 적당히 사장 행세하면서 몸은 쓰지 말라는 말이야. 알아들어?”

또 시작이다.

“뭐, 껌이라도 드려요?”

이쯤이면 말을 돌리는 게 제일이다.

“거, 보면 글로브 박스에 있어. 동그란 통.”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케이스에 든 껌이었다.

“외국 거네요. 몇 개 드립니까.”

“6개. 너도 먹어, 이거 진짜 맛있어.”

졸음 방지 껌 같은데, 그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나.

껌을 건넸다. 류승주가 받아 들고 주먹을 쥔 채 핸들을 감았다. 곧 톨게이트로 접어든다.

“원식이도 줘. 6개.”

뒤에 앉은 오원식 비서에게 껌을 건넸다. 원래 6개씩은 먹어야 하는 껌인가 보다.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원식아 이 껌 맛있지 않냐?”

“네, 그렇습니다.”

처음 보는 껌인데, 맛이 제법 괜찮은 모양이다.

“이 껌은 하나 먹으면 별로입니까.”

“그거는 왕창 먹어서 와작와작 씹어야 맛있어.”

류승주는 운전 때문에 아직도 손에 쥐고만 있었다.

“그럼 어디…….”

나도 껌을 6개 집어서 입에 털어 넣었다.

‘으응?’

처음엔 살짝 치약맛이 났다.

‘멘솔향인가.’

계속 씹었다. 침이 고이더니, 치약은 물파스로 변질됐다.

“우욱!”

끝내 물파스맛은 와사비향을 잔뜩 내뿜었다. 입안에서 불이 붙은 느낌이었다.

“이, 이거…….”

옆을 보니 류승주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만면에 웃음이 퍼졌다.

“으캬캬캬캬!”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뭐, 뭡니까? 이거 맛 왜 이래요!”

혀의 미각을 마비시키고 물파스가 스며든 침이 뜨거웠다. 불쾌한 강렬함에 미간이 좁혀졌다.

“그거 인마 엄청 센 졸음껌이야. 하나만 먹어도 효과 완빵인데!”

“아니, 그럼…….”

그 순간 뒷자리에 앉은 오원식 비서가 아직도 껌을 손에 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류승주는 말할 것도 없고.

“원식이, 나이스!”

엄지를 치켜세우는 류승주.

내가 당한 것이다. 이런 시덥잖인 짓거리를 팀플로 꾸미다니.

“아 진짜!”

눈물콧물 다 나온다.

“너무 그러지 마~ 원식이도 예전에 겪은 일이야. 풉!”

나이 먹고 이딴 일이 즐거운지, 류승주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 * *

“잘 계셨어요?”

불상이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그 아래에서 류승주가 무릎을 꿇고 엄마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넓은 법당을 통째로 사용하는 납골당이다. 잘 관리된 법당이라 먼지 하나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류승주가 일어나 사진 아래에 향을 꽂았다.

“애들 좀 데려왔어요.”

우리는 고인을 기리기 위해 절을 했다. 주위 모든 게 고요했다.

절을 하고 류승주는 방석 위에 앉아 멍하니 고인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그냥요, 혼자 오기 좀 심심하니까.”

나직한 목소리였다. 상상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나와 오원식도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올해는 날짜 맞추기가 좀 어려웠어요. 그래도 일은 잘되고 있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올해는… 좀 더 잘해 보려고요.”

류승주가 어깨를 구부정하게 움츠렸다. 어머니 앞에선 아이처럼 말투가 바뀌는 게 신기했다.

“하아…….”

향 연기가 올라가는 궤적이 보였다. 향 내음은 사람을 체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기분이 묘하네.’

법당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처럼 다가와,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당했던 건 다 갚아야죠.”

류승주는 결연한 말투로 돌변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턱을 가슴에 파묻었다.

“그리고 저… 포기하지 않아요. 어머니가 거기서 좀 도와주세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오원식과 나는 조용히 방석을 정리해 두고 법당을 나왔다.

밖에서 낮은 자세로 쭈구려 앉은 류승주 사장을 봤다.

‘그래도 어머니와 추억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

간직할 만한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매년 함께 오십니까.”

“제작년부터일 겁니다. 그전에는 계속 사장님 혼자서 오셨겠죠.”

“그렇군요.”

한동안 류승주는 일어나지 않고 계속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나는 돌계단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제 가야겠다. 또 올게요…….”

류승주가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어머니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계단을 내려왔다.

“말씀은 잘 나누셨습니까.”

“그냥…….”

류승주는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었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었다.

‘매년 오는데도 계속 슬픈가 보네.’

좀 신기했다. 저 나이 먹도록 아직도 감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산이라 좀 쌀쌀합니다.”

오원식은 말없이 류승주의 재킷을 입혀 주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류승주가 크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가자.”

* * *

근처 선술집에 왔다.

류승주 사장은 연거푸 술을 따라 마셨다.

“됐어, 내가 따라 마실게.”

술을 따라 드리려 했는데 한사코 거절한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려는 사람처럼 계속 쉬지 않고 술을 들이켰다.

“캬아! 술맛이 아주 쓰네, 써.”

오원식 비서가 운전을 하기로 하고 나는 나름 적당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안주 좀 더 시킬까요?”

“그래, 배불리 먹어야지!”

류승주가 손을 뻗어 직원을 불렀다.

메뉴판의 좌측 상단을 손으로 짚고 우측 하단까지 쭈욱 내리 그었다.

“여기서 여기까지 안주 하나씩 다 줘요.”

“이걸 다요?”

놀란 직원은 재차 확인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잔해라.”

짠.

“근데 여기는 삼진주류 취급 안 하나?”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자 기질이 발휘된다.

“메뉴판에 보면 없는 거 같습니다.”

“에이 씨불랄! 거기 괜찮은데… 그치 않냐?”

어쨌든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앞으로 더 괜찮게 만들어야죠.”

이제 대국푸드 소속의 회사인데 괜찮아야지.

“야, 수찬아… 기억나? 우리 엄마 장례식에 너 혼자 왔다.”

“네.”

벌써 8년 전 일이다.

“이게 말이나 되냐고. 씨벌, 대국 그룹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임직원만 해도 100명이 넘을 텐데… 너 하나 왔어. 딱, 너 하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의 류승주는 회사에서 부장급이었다. 회장의 직계 가족인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가 서자라는 사실이다. 당시, 그의 형 류기주가 대국푸드의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더구나 대국 그룹은 승계구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형제끼리 옥신각신 지분을 두고 싸우는 입장이라 회장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을 거다.

누구도 장례식에 갈 수 없는 분위기였고 장례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넌 그때 왜 왔다고 했더라…….”

“그야, 당시에도 제 상사셨으니까요.”

나는 류승주의 부서 말단 직원이었다. 대리를 단 직후라서 사내 정치에서는 제외된 입장이었다. 그때 회사 인트로넷에도 올라오지 않은 정보를 내 사수인 과장이 알려 주었다.

“류승주 부장님 어머니 돌아가셨대.”

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참석할 수 없었다. 류승주가 낙하산이라고 소문이 파다했고 조금 회사를 다니다 그만둘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거기다 류기주 이사가 참석하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는 소문이 회사 내에 돌았다.

“근데 넌 그때 왜 왔냐?”

“제 상사셨으니까요.”

상관없었다. 대국푸드에 뼈를 묻을 생각도 없었고 내 능력 정도면 다른 회사에 얼마든지 다시 취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걸론 이해가 안 되는데? 류기주 그 새끼가 개지랄을 떨었을 텐데, 누구 하나 안 왔어. 근데 너만 왔다고. 그게 말이 돼?”

“경사라면 안 갔겠지만 장례식이잖습니까. 슬픔을 기리는 자리인데, 안 간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런 일조차 막는 회사라면 다닐 생각이 없었습니다.”

솔직한 심정이다. 류기주 이사보다는 살 맞대고 일해 온 류승주 부장이 나한테는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가 서자든 아니든 나한텐 관계가 없었다. 회사? 짤리면 말지 뭐. 어차피 다른 회사 들어갔어도 초반에만 고생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아이고… 그래… 네가 싸가지는 없어도 예의는 있어. 그래서 내가 널 못 버린다…….”

이미 많이 취해 보였다.

“나 사실 외국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거든. 회사 일에는 관심도 없었어. 근데 어머니가 아프니까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더라. 우리 엄마한테 자식은 나 하나잖냐.”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어릴 적부터 류승주는 경영권에서는 배척된 상태였다. 두 번째 마누라에게서 얻은 자식을 좋아할 만한 재벌가는 없었다. 더구나 류승주의 어머니는 일반인이었다.

“어머니 그렇게 되고 나서 눈이 번쩍 뜨이더라. 솔직히 처음에는 엄마 곁에서 병간호나 하면서 지내려고 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개씨벌넘들, 어떻게 한 번을 안 와? 어? 우리 엄마 3년 동안 누워 계셨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회사 새끼들도 한 번을 안 비치더라. 그때 결심했어. 어떻게든 대국 이 개 양아치새끼들… 내가 가만 안 두겠다고.”

어머니가 아프고 나서 1년 정도 지난 후에야 류승주는 정신을 차리고 대국기업에 입사했다. 물론, 낙하산으로 들어왔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때부터였을 거야. 악착같이 대국그룹에서 버티기 시작한 게. 아버지고, 형이고, 다 말리더라. 심지어는 일면식 한번 없는 친척 새끼들도 나한테 욕지거리를 하면서 겁주더만. 회사에 뜻이 있냐며 경계부터 하던데? 븅신 새끼들……. 다행히 아버지는 나한테 미안한 게 좀 있었던지, 입사를 허락하더라.”

그 당시의 류승주는 눈에 불을 켜고 살았다.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짐승처럼 보였다.

“다들 놀라던데? 내가 망나니처럼 살아서 회사에 적응 못할 줄 알았나 봐. 심지어 아버지도 나를 다르게 보더라? 나참…….”

그는 재벌가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씻고 누구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 내가 알기론, 회사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고 들었다.

“류기주가 대국푸드를 떠나니까 그제서야 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어. 그 새끼는 원래 돈만 쫓는 인간이라서 다 망해 가는 대국푸드에 미련이 없었겠지. 에휴, 씨부랄… 아버지한테 빌었다. 대국푸드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그때 알지? 회사가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었어. 그러니 아버지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냐? 내가 회사를 살리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냥 처분하면 됐으니까. 어차피 건설, 생명, 중공업이 캐시카우니까 거기다 호텔도 무난했고… 대국푸드 하나 없어져 봐야 크게 무리되는 상황도 아니었잖아.”

오원식 비서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실 내가 미치도록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류승주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무렵, 나 역시 미친놈처럼 일했다.

“근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 줄 아냐?”

“뭡니까.”

복수심 아니었을까.

“네가 있어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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