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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6화 (6/95)

00006 <-- 튜토리얼: 던전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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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필드 위에 서 있다.

하늘은 끝도 없이 높고, 땅은 끝도 없이 넓다. 과연 이 필드가 던전 내에 있는 걸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어쩌면 이렇게 광활한 던전도 사람들의 마음을 꺾으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옆에는 조금은 비대해진 텔레르나 씨가 우리 주변을 돌며 설명을 하고 있다.

텔레르나 씨는 몬스터들을 수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고래처럼 생겼는데, 아랫부분에 넥타이와 셔츠 모양이 있어 신사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텔레르나 씨가 말한 걸 요약하면, 게임에서는 [부대지정: 이동]에 해당하는 기능이 수납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수납되는 기분은 어떤가요?”

“아무것도 없는 우주 속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지요, 같이 지목된 부대원들과 함께. 마스터는 느껴보지 못할 기분일 겁니다.”

“음……”

텔레르나 씨가 신사답게 설명하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지금은 텔레르나 씨와 함께 연습하기 위해 내 손위에 나의 네임드 둘이 잡혀 있다.

[수납해제]를 하자, 내 앞에 시엘과 소멜이 나타난다.

“주인님!”

“미야아아!”

[수납해제]가 되자마자 달려드는 두 명.

이 네임드 둘은 나를 사실 귀여움에 죽이려고 태어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미묘하게 달콤한 목소리를 내는 두 명의 목소리의 울림이 기분이 좋지만, 내 종족과 관련 있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수납되는 인원에는 제한이 있나요?”

“부대원들의 크기는 상관이 없지만, 인원수는 제한됩니다. 100명 이하로 말이죠.”

“그러면 큰 던전의 관리는 힘들지 않나요?”

“이 던전에도 5만 마리 이상의 몬스터가 살고 있지만, 갑자기 던전의 구조를 변경하는 일이 발생하면 직접 걸어서 이동한답니다. 물론 운디르나 님께서 그런 일을 저지르시는 일도 없고 말이지요.”

게임상에서도 굳이 만든 지역을 변형시키지 않는 일이 생각났다.

던전 구조를 해제하는 동안에도 DMP가 일부 소모되며, 차라리 던전을 늘리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건 던전의 크기 제한이 있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크기 제한이 없는 던전에서는 차라리 새 지역을 파는 게 훨씬 경제적일 것 같다.

보통 이렇게 낙후된 지역은 도시에서는 골칫거리겠지만, 오히려 던전에서는 저렙 유저들이나 NPC들이 들어와 활동하기에 도움이 된다. 유지비에 비해 벌어들이는 DMP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온 이유가 뭔가요?”

이 광활한 던전 필드 위에서는 용족들이 날아다니며, 아래쪽에는 인간형 몬스터들이 활동 중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의 활발한 모습이 보이지만, 인간이 침입한 흔적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세이나 마스터님의 전략 훈련을 위해서지요. 저희 마스터님께 받으신 DMP는 남아있지요?”

나는 녹색으로 표시된 8500가량의 DMP를 바라본다.

여기까지 오면서 다양한 연습을 하느라 약간의 소모가 더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갑자기 스켈레톤이 10기 정도 소환이 된다.

“엇…… 네임드도 DMP를 소모할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시엘 양과 소멜 양도 당신께 권한을 이행 받으면 가능하겠지요.”

“권한 이행이라……”

“하지만 아직 어린 마스터님은 권한 이행을 하지 않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러면 일단 시작해 볼까요? 당신도 스켈레톤을 뽑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아, 네.”

나는 재빨리 메뉴를 불러온다.

내 앞에 둥둥 떠 있는 홀로그램들을 눌러, 몬스터 소환 메뉴가 떠 있는 공기 중을 문지른다.

그러자 다양한 몬스터 사양이 나오고, 조건에서 가격을 상당히 낮추자, 스켈레톤과 관련된 병사들이 보인다.

“같은 10:10 전투를 생각해 봅시다. 적들은 던전에서 각개격파 당한 뒤, 당신에게 쫓겨 가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스켈레톤을 누르고 수량에 10을 입력한다.

그러자 눈앞에 10기의 스켈레톤 병사들이 푸르게 빛나며 나타난다.

[1500 DMP를 소모하여 스켈레톤 10기 생성]

각자 곤봉이나 녹슨 검 등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지만, 게임상에서는 작은 그래픽 쪼가리로 쉽게 버려지는 몬스터들이다.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방법을 배워 봅시다. 수납과 비슷하게 직접 명령을 하는 방법이 있고, 네임드들을 통해서 하는 간접 명령이 있지요. 어려운 명령은 보통 직속 상관으로 불리는 상급 몬스터일수록 내리기 쉽답니다.”

“상급 몬스터요?”

“스켈레톤이라면 스켈레톤 킹이라던가, 리치라던가, 그런 느낌이지요. 이들은 던전의 생태가 안정화되고, 스켈레톤 사이에도 진화할 포인트가 쌓인 녀석들에게서 자연 발생하는 상급 몬스터, 혹은 네임드들이랍니다.”

하긴, 방금 전 본 메뉴에서도 상위 몬스터라던가, 그런 이름을 가진 몬스터들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 몬스터들은 게임에서도 자연 발생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도망가는 적들을 처치해라!”

나는 끄덕이고는 스켈레톤들에게 도망가는 스켈레톤들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내 쪽의 스켈레톤 10기는 멀뚱멀뚱 선 상태로 내 명령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음…… 그런 명령은 세세한 명령입니다. 주어와 목적어를 명확히 하고, 공격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 스켈레톤들아, 도망치는 스켈레톤을 각개격파하라.”

“……각개격파라는 말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고위 몬스터라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답답하긴 하지만 배우는 처지에서는 불평하면 안 된다.

“스켈레톤들아, 도망치는 스켈레톤을 쫓아 공격하라, 이러면 됩니까?”

내 명령 이후 곧바로 땅이 울리는 소리에 나는 텔레르나 씨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겼다.

10기이긴 하지만, 스켈레톤들이 일시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어찌 보면 장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던전은 보통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기에, 10기 정도면 보통 벽을 꽉 채울 정도. 도망치려 하는 스켈레톤 병사들이 저마다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각자 스켈레톤마다 생각 같은 것이 들어있는지, 스켈레톤을 공격하라는 간단한 명령 속에서도 움직이며, 상대 스켈레톤을 공격한다. 적측 스켈레톤들은 물러서면서 도망가려고도 하고, 저항하기도 한다.

스켈레톤들은 뼈 곤봉을 붕 휘두르기도 하고, 알아서 가드를 올리기도 한다.

왼쪽에는 3:1로, 오른쪽에서는 2:3으로, 저쪽에서도 전투가 일어난다.

던전 배치 이후 방치형 플레이를 했었던 나에겐 직접 전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속에 뭔가 끓어오르는 걸 느끼게도 했다.

“그래, 왼쪽에 있는 스켈레톤아, 더 세게, 더 강하게 휘둘러라!”

내가 지시한 스켈레톤이 명령을 들은 듯, 하던 공격을 그만두고 무게를 실어 원을 크게 그리며 뼈 곤봉을 크게 휘두른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상대 측에겐 약점으로 보였고, 상대 스켈레톤이 저항하며 가슴을 찼다.

그러자 우리측 스켈레톤이 당했다. 쓰러져 마력석을 내뱉는다.

“아아……”

“몬스터들은 마스터의 말을 무조건 따르게 되어있답니다. 네임드가 아니라면 말이죠. 전투 중에 괜한 명령은 내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전략적으로 도망치는 적에 대한 공격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전부 전멸시키고도, 우리 측은 5기의 스켈레톤이 남았고, 그중에서 한 기의 스켈레톤은 무려 5기의 적을 처치했다.

그래서일까, 그 스켈레톤은 주변에 황금빛 빛이 났다.

“설마 했는데, 여기서도 상급 몬스터가 만들어지는군요.”

“이 녀석이 상급 몬스터라고요?”

겉보기에는 큰 차이는 없지만, 황금빛으로 빛나는 스켈레톤의 스탯창을 열어 본다.

등급: E

종족: 스켈레톤 상급 병사

레벨: 5

특수 스킬: 용맹

네임드에겐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등급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렇다면 네임드들은 등급 외적인 존재라는 것인가, 다시 한번 더 귀여운 시엘과 소멜을 바라본다.

그 두 명은 내 옆에서 명령을 내리는 걸 지켜보기만 했었고, 나에게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싸우고 싶었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시엘을 보니, 시엘도 싸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옆에 있는 소멜도 말은 할 수 없지만 마찬가지다.

“그…… 너희들은 위험하니까……”

“위험한 건 조금 전 주인님도 위험했어요! 몬스터들은 싸우며 살아남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요!”

귀여운 시엘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자, 나는 그 기백에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넘어질 뻔하자, 뒤에서는 거대한 텔레르나 씨가 나를 받쳐주었다.

“세이나 마스터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이 세계는 던전에서 살아남는 것이 일차 목적입니다. 몬스터라면 누구든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요.”

시엘과 소멜의 귀여운 외모만 봐서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사실 몬스터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어쩌면 나도 싸우기 위해 이런 몸으로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

약해질지도 모르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텔레르나 씨를 향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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