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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10화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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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의 정보창을 켜 놓은 채로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도시 중앙에서 나는 빛과 함께, 숫자는 매우 빠르게 상승한다.

운디르나 선배님은 낮잠을 자듯 새근새근 숨을 쉬다가, 그 빛을 보고는 입술을 깨문다.

수치는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최후엔 끝자리수 6과 7을 오갔다.

그 사람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죽기도 살기도 한 사람이라는 건가……?

도시 이름: 물의 도시 - 운디르나

도시 연도: 2181년

도시 인구: 513,476명

도시의 등급: S

초기 상태에 가까운 수치, 51만 명이라는 숫자의 사람들로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은 수해에 쓸려나간 물건들을 챙겨 와 다시 간판을 세우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아까의 침울하고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약간의 절망감 같은 검은 감정이 가슴을 채운다.

“설마…… 전부 부활한 건가요?”

“그래, 그래도 뭐 DMP를 얻었으니 된 거지.”

“선배님, 그렇게 큰 마법을 썼는데 몸은 괜찮아요?”

아무래도 해일을 일으키며 다량의 에너지를 쏟아낸 탓인지, 선배님이 조금 나른해 보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선배님은 설명을 천천히 이어가신다.

“그래, 나는 괜찮아. 그리고 이 세상의 죽음에 대해 설명할 때가 된 것 같네.”

“…….”

“왜 그런 표정이니? 그래, 이 세상에서 죽은 인간은 죽은 직후에는 부활 마법으로 살려낼 수 있어. 바퀴벌레 같은 녀석들이지.”

“그럼 몬스터는요……?”

“아, 우리도 마찬가지란다. 심장, 그러니까 마력석에서 에너지가 다량으로 뽑히기 전까지는 부활 마법으로 살려낼 수 있어. 인간들은 우리들에게서 과하게 에너지를 빼 내는 식으로 죽이지.”

운디르나 선배님은 물을 훌훌 털고 일어나신다. 그리고 나에게 손을 내미셨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얼마나 생명력을 뽑아내느냐에 따라 죽음이 결정되는 거야. 인간도 단순히 숨이 끊어지거나 심장이 멈춘다고 죽지 않아. 물론 그 상태로 오래 내버려 두면 부활할 수 없을 정도가 되겠지만 말이야. 벌레들은 그것도 모르고 마력석을 가진 우리들을 사냥하는 거지.”

“…… 그것도 모르고 다 죽이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운디르나 선배님은 다시 생긋생긋 웃는다.

아름다운 선배님이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지는 기분이 든다.

“세이나는 인간을 생각하는 거니? 박멸해야 할 녀석들은 박멸해야 한단다.”

“무섭게 웃으면서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요.”

“하하, 세이나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도 귀여워, 그럼 이제 네임드들을 내지 않을래? 그 귀여운 아이들도 보고 싶거든.”

“…… 알았어요.”

[수납해제]를 하니, 아이들이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튀어나온다.

눈을 비비고, 내가 마음고생을 하는 동안 푸근하게 자고 일어난 녀석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푸근해지는 느낌이다.

“저기, 그런데 선배님, 얘들은 환혹의 돌이 없으면…….”

“괜찮아, 괜찮아. 아인종들은 인간 측에서도 섞여 사니까 말이지.”

“소멜은 아인종이라고 하긴 멀지 않아요?”

“응? 귀여운 몬스터는 애완동물도 기르는 사람이 많으니까 괜찮아.”

운디르나 선배님의 비약은 너무 심해서 가끔은 내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을 다 쓸어버릴 거야!’ 하던 선배님이, 갑자기 인간 세상에서 별 탈 없이 섞여 들어가는 모습도 그 비약 중 하나다.

시엘은 소멜을 인형처럼 안은 채 고개를 갸우뚱한다.

“주인님, 우리 뭐 하는 시간이야? 아하, 인간들이 많은 걸 보니 학살할 시간인가?”

“봐봐,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

“……”

나는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운디르나 선배님이 시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고, 시엘은 기분 좋은 듯 물살에 뺨을 비비적거린다. 소멜도 어머니뻘 되는 운디르나 선배가 좋은지 품에 안긴다.

“그대로 인간 세상에 가 볼까? 시엘, 이번엔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 가는 게 아니야.”

“응? 그런데 이 흔적을 보면 운디르나 마스터님의 흔적이 많은걸요?”

그래, 시엘, 내가 궁금했던 게 그거야.

하지만 운디르나 선배님께선 잠시 기절한 듯 멈추시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씀하신다.

“응, 한번 쓸어버렸지만, 두 번 죽이면 아무래도 부활하기 힘들겠지? 마음 같아선 삶의 터까지 완전히 다 쓸어버리고 싶지만 말이야.”

“다 쓸어버려요!”

“그래도 인간들은 저런 도시를 쌓아 올린단다. 던전에서 아무리 군단을 끌고 나와서 인간들을 뿌리째 뽑아버려도, 인간들은 어떻게든 돌아오거든. 던전 옆에 도시가 자라는 건 마치 감자를 기르면 이파리가 생기는 것과 같아.”

“어려워요…… 운디르나 마스터님. 그냥 다 쓸어 담으면 안 될까요?”

그러다가 다시 시엘의 말에 운디르나 선배님께서 발걸음을 멈추셨다.

이번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살펴보니 품에서 인간들이 쓰는 금화가 나온다.

아무래도 던전에서 죽은 인간들의 통화인 것 같은데, 그 금화로 근처 포장마차에 가서 붕어빵을 사 오신다. 한 봉지에 3개가 들었다.

“이거 먹고 가자, 무기점에 가서 설명할 게 있거든.”

나와 소멜, 그리고 시엘은 입에 모두 붕어빵을 물고 운디르나 선배님을 뒤따랐다.

그런데 소멜은 인어처럼 생겼는데 정말 붕어빵을 먹어도 되는 걸까……?

그런 세세한 점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우리는 무기점이 늘어선 곳으로 향했다.

홍수가 한바탕 지나간 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기점 근처에는 다양한 무기상들과 모험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무기상들은 대부분 드워프 들이 많지만, 세세한 마법을 새기는 마법 봉 제작에는 푸른 피부의 종족들도 많았다.

푸른 피부의 종족은 대체 뭘지 궁금했지만, 정보를 살펴보려 했으나 소유물이 아니어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인간들의 무기를 우리가 쓸 수 있나요?”

역시 궁금한 건 바로바로 선배님께 여쭤본다.

선배님은 그때마다 잠시 멈추어 알려주신다. 너무 친절하신 분이다.

“응, 쓸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 손이 없는 아이들에게 인간들이 쓰는 무기를 들려주면 안 되겠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옆에 있던 마법 검을 드신다.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모습이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신이 보인다.

“이걸 살게.”

“케케, 감사합니다.”

운디르나님이 금전을 띵 소리를 내며 던지자, 그 검을 팔던 드워프는 냉큼 받아 품에 집어넣고,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검은 전체적으로 길어서 나나 시엘이 쓰기엔 무리고, 소멜은 손이라고 할 부위가 너무 작아 쓸 수 없다.

“이제 공터로 가 볼까? 아우, 여긴 벌레들이 많아서 싫네.”

“네……”

내 몸집이 작아서인지, 이 거리가 좁아서인지, 어깨를 치고 지나가면서 사과 하나 하지 않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

그때마다 인간은 벌레라고 생각되며, 닿은 부위가 너무 더러워지는 듯하여 기분 나빴다.

시엘은 내가 지나가는 인간들에게 부딪혀 움찔거릴 때마다 마법을 쏘아붙이려고 했지만, 내가 일부러 손으로 막았다.

아마 운디르나 선배님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대로 무기점이 늘어선 거리에서 나와 어느 하수구 뚜껑이 있는 지점까지 도착했다.

“여긴 어디예요?”

“던전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

“…….? 인간들의 물건은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요?”

“아니, 인간들이 만든 물건은 괜찮아. 그 녀석들이 싫은 것뿐이지. 그럼 다시 공터로 가 볼까?”

“네에에에-“

대답을 하던 중, 바닥이 사라지며 우리는 아래쪽으로 끌려들어 갔다.

한없이 떨어지는 그 감각에 무의식적으로 날개를 파닥이게 되고, 시엘과 소멜은 먼 위쪽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떨어져 내려간다.

바닥에 닿을 땐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운디르나 선배님께서 매트 모양으로 변신하시더니 우리를 받아주었다.

“후, 후, 하…… 다음부터는 제발 알려주고 떨어트려 줘요.”

“흐흐 그래, 그래. 세이나는 반응이 너무 좋다니까.”

대체 내 반응이 어떻다는 건지, 옆을 바라보니 시엘과 소멜은 운디르나 선배님의 몸을 트램블린처럼 이용하며 놀다가 떨어진다.

“자, 일단 무기를 쓰려면 가장 기본적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서 여기로 왔어. 다시 올라갈 거니까 걱정 말렴.”

“별로 걱정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은 이미 다 닳았는걸요…….”

운디르나 선배님은 내 말을 듣지 못한 듯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뼈 곤봉을 버리게 하는 명령을 내리고, 인간의 마법 검을 들려준다.

“자, 무기의 등급을 보렴. D등급이지?”

“음…… 그렇네요.”

솔직히 말해 아직도 떨어진 충격 때문에 정보창을 열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인간의 무기들도 등급이 있어서, 두 단계 이상 차이가 나면 몬스터들이 쓸 수 없단다. 이처럼 말이지.”

운디르나 선배님이 품에서 불타오르는 강철 검이 나타났다. 그런데 물 정령이신데 저런 이글이글 타는 검을 들고 계셔도 괜찮은 걸까……?

그 검을 스켈레톤에게 수여하니, 스켈레톤은 들자마자 뼈째로 바짝 타버려 재가 되었다.

그 불길은 스켈레톤에게서 마법석 하나도 담기지 않고 모두 태워버렸다.

“이처럼 말이지. 그러니까 능력이 좋은 인간들의 물건을 처리할 땐,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섞어야 해. 뭐 어차피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아니라면 처리하기 힘들겠지만 말이야.”

“아…….”

타버린 검은 스켈레톤에게 애도를 표하고, 다시금 지식을 머릿속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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