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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14화 (14/95)

00014 <-- 물의 도시 - 운디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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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내 의지대로 멈추지 않고 흔들리는 내 꼬리.

여기에 장난치기 위해 향하는 두 개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인간들이 너무 많았고, 시엘과 소멜은 지금 당장이라도 DMP를 쓸어 담기 위해 인간들을 학살하려는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억지로 두 네임드를 뜯어말리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서 있는 줄 뒤에 섰다.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줄이다.

줄이 길어서 오랫동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나눠 콜로세움에 입장하게 한다. 전 세상의 콜로세움도 같은 원리라고는 수업시간에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장관이다.

“야, 거기. 꼬마는 여기 입장 불가인데 말이지.”

“아- 괜찮아요. 겉모습만 이럴 뿐이니까요.”

“흠…… 그래 이거 불어 봐.”

경비인지 모르는 사람이 마치 음주 측정기같이 생긴 마법 도구를 내 앞에 갖다 댄다.

부는 쪽이 새카매서 더럽게 느껴져, 싫다는 표정을 지으니 위에 흰 천을 덧대 준다.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후 불었다.

“삐---“

“음, 그래. 약하게 봤더니 실력자시군요. 다음부터는 로브 따위로 얼굴을 가리고 오시죠. 뒤쪽 엘프님은 나이를 묻지 않겠습니다.”

대체 무슨 수치가 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난폭한 관중들 사이에서 깔려 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경비가 줄의 뒤쪽으로 간다.

시엘은 내가 무시당한 게 상당히 기분 나쁜 듯, 볼을 잔뜩 부풀리고 으슬으슬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시엘, 참아.”

“주인님, 주인님은 혹시 인간을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냐. 여기 주변에는 실력자가 많으니 문제를 일으키면 우리가 죽을지도 모르니까.”

“DMP를 효율적으로 쓸어 담을 수 있겠네요.”

“그건 나중에 던전을 만들면 훨씬 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 참으렴.”

“우우…….”

“미야아아……!”

싸우고 싶다는 소멜까지 가세한다. 둘을 억지로 뜯어말리고 줄을 통과해 콜로세움의 전투가 잘 보이는 관객석까지 올라왔다.

관객석은 다양한 종족들이 오기 때문인지 상당히 넓었고, 게다가 공짜다. 시설관리비용은 어떻게 대는 걸까 둘러보니 상인들이 음식 따위를 팔고 있었다.

“여기 팝콘 하나요.”

“예, 여기 있습니다.”

어째서 시키자마자 팝콘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통만큼이나 커다란 팝콘을 받아 들었다.

자리에 돌아오자, 시무룩한 시엘과 소멜이 나를 원망스러운 듯 바라본다.

나는 팝콘을 한 아름 떠다 시엘에게 나눠주었다. 먹어보니 버터 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게 기분이 좋다.

곧바로 관객이 가득 들어차고, 함성보다는 웅성거림이 엄청나게 심하게 들린다.

인구수 50만의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생활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은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자, 오늘의 첫 차례는 디펜딩 챔피언 쿠르투스와 도전자이자 신참 모험가 오르키투스!”

“”와아아아!””

인간들이 지르는 함성이 너무 커서 귀를 막아버렸다.

이렇게 많은 수의 인간들이 열중할 수 있는 인간들의 전투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던전이 있고 냉병기과 마법의 세계이니만큼, 화려한 전투가 기대되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린다.

거대한 원형 경기장 안으로, 딱 보기에도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쿠르투스라는 사람이 나온다.

겉모습은 RPG 풍의 마검사 느낌. 들고 있는 무기는 운디르나 선배님이 보여주었던 불타는 무기처럼 강렬해 보이고 전반적으로 두른 은빛 갑옷과 보석이 인상적이다.

그에 반해 반대편에서는 오르키투스라는 사람이 허름한 옷인 채로 나타난다. 불쌍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초보자 복장. 게다가 장비는 그저 나무 둔기.

아무리 봐도 일방적인 학살극이 벌어질 예정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했다.

일방적인 유희를 바라보니, 가장 잔혹한 건 인간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꽉 죄이는, 마치 마력이 빨리는 환상통이 느껴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들어 올려지는 깃발을 바라본다.

“시작!”

챔피언은 도전자의 곤봉을 받아들이며, 일부러 화려한 마법으로 흘려낸다.

딱 보기에도 봐준다는 느낌이고, 관객들에게서 환호를 이끌어내기 위해 눈속임 마법으로 강렬함을 과시한다.

그럴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는 인간들의 전투를 보고 싶었지만, 일방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상대하는 그 전투에 어떤 점도 배울 수 없었으니까.

챔피언이 내뿜는 검기는 점점 화려해지고, 도전자는 맞지 않는 허공에 곤봉질하며 서서히 체력이 떨어져 간다.

필사적으로 챔피언에게 맞추기 위해 휘두르지만, 레벨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결국,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깃발이 내려온다.

“승자, 챔피언 쿠르투스!”

“”와아아아아!””

몬스터와 인간의 전투도 레벨 차이가 심하면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

패배자의 주변에는 회복 마법사들이 다가와 각종 마법을 걸며 실려 나간다.

비슷한 일은 모의전에서 몇 번이고 겪었었다. 사실 이 세상은 강자가 일방적으로 약자를 학살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침울한 마음에 옆에 있는 시엘을 껴안으려고 하니, 빈자리만 남아있다.

“응……?”

소멜은 다행히도 그 자리에 있어 내 품에 안겼지만, 팝콘을 같이 뜯고 있던 시엘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엘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네 다음 차례는 디펜딩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도전자인데요, 아름다운 익명의 금발의 엘프 마법사입니다!”

또다시 들리는 엄청나게 큰 함성 소리.

아무리 봐도 검은 가면을 쓰고 롱소드 하나만 든 채, 원피스를 입고 도전자 측에서 나타난 건 시엘이다.

내가 챔피언에게 착잡한 마음을 느끼긴 했지만, 시엘이 나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시엘이 다치면, 오히려 내 마음이 더 아프다. 시엘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수납]을 해 보지만 거리가 멀어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들리지 않을 만큼 경기장이 멀리 있었기에, 둘이 뭔가 말을 주고받는 것 같지만 들리지 않아 답답하다.

“시에에에엘!”

시간을 되돌리려고 주변을 세피아 색으로 물들이려 해도, 조금 전에 꼬리 사건으로 쓴 탓인지 머리가 아파온다.

두통을 꾹 참은 채, 소멜이라도 나가지 못하게끔 품에 꼭 껴안았다.

“미야아아! (걱정 마요!)”

“……”

침울하게 소멜을 꽉 껴안는 와중에 깃발이 오르고, 전투는 시작된다.

챔피언은 딱 보기에도 봐주는 듯 일부러 검을 흘리며 마력을 담는다.

자신의 주 속성 따위가 있을 텐데도, 일부러 검기에 화려한 불꽃이나 냉기, 바람 따위가 달린다.

시엘은 이리저리 뛰며 간단한 바람 마법만을 쓴다. 그래도 엘프는 엘프다.

불꽃을 담은 챔피언의 검기가 일부러 시엘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자, 시엘은 웃으며 롱소드로 받아낸다.

하얀 바람 마법과 불꽃 마법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나타난 업화가 주변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챔피언은 당황한 듯 보이고, 시엘은 가면 사이로 보이는 입으로 씨익 웃는 듯 보인다.

챔피언은 이제는 얼음 마법을 사용해 정면으로 찌른다.

시엘은 가볍게 검을 위쪽으로 흘리고, 바람 마법을 날려 챔피언의 복부를 강타한다.

주변에서 챔피언에 대한 야유가 울리기 시작한다.

“우우우-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어린애라고 봐 주기냐! 엘프는 다들 늙었다고!”

“안돼 나 챔피언한테 걸었단 말이야, 지면 안 된다고!”

그러는 와중에도 챔피언은 일어나 돌진한다.

시엘은 세피아 색의 시간 마법과 흰색의 바람 마법이 어우러진 마법을 쓰고 맞서 돌진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두 명 다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잠시 후 챔피언이 입은 옷이 8개 방향으로 치즈 잘리듯 잘리고, 시엘은 롱소드를 허리에 걸었다.

챔피언은 완전히 발가벗겨지고,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는 얼굴이 붉어져서 몸을 가린다.

“스스, 승자…… 익명의 엘프!”

“”우우우-“”

아무래도 챔피언 쪽에 걸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도박은 못 보았는데, 그런 사업도 벌어지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이상하게 내 주변으로 황금빛 가루가 모이는 것 같아 메뉴를 빠르게 열어보니 DMP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부 다 회수하고 나니 어느덧 37000 가까이 DMP가 쌓여있었다.

“승자는- 의문의 도전자 씨.”

“에헤헤, 이겼다!”

시끄러운 와중에, 시엘의 말이 직접 머릿속에 울렸다.

그제야 시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무대에서 내려오게 했다.

시엘은 포상금을 잔뜩 받고는 내려오고, 분노한 민중 사이로 숨어들었다.

재빨리 시엘을 낚아채 수납하고는, 폭동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인간들의 사이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숨이 찰 정도로 달려서 사람들이 거의 없는 거리까지 도망 왔다.

아무도 보지 않을 지점에서 시엘을 다시 [수납해제]하고, 앞으로는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시엘, 앞으로는 그렇게 개인행동 하지 말아 줘,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히히, 죄송해요. 주인님.”

오늘 고유 스킬을 많이 쓴 탓인지 머리가 아파온다. 시엘은 헤실헤실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웃기만 한다.

그래도 귀여우니 너무 밉지만은 않다.

========== 작품 후기 ==========

오늘 주인공이 독립하는 장면까지 쓰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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