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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31화 (31/95)

00031 <-- 타피의 훈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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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분간 충전하는 겸, 코어에 뿌리를 박고 감각 공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육체를 움직인다는 게 이렇게 힘들었는지, 마치 충전 안 된 로봇같이 몸이 움직이지 않아 괴롭다.

아리에타 언니가 말하길, 내 몸에 든 마력이 많기 때문에 충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마스터이기에 워낙 채워야 할 양이 많고 자연회복속도가 더딘지라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도 한 번 완전히 기력을 충전하고 나면 다시 이전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몸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밖에서 먹는 음식보다는 DMP로 만든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받았다.

내 감각 공유의 대상은 시엘과 아리에타 언니. 타피는 이상하게 나를 싫어하는지 감각 공유가 잘 안 된다.

게다가 내가 일부러 접근 금지를 걸어버린지라, 타피는 나를 조금 미워하는 듯 보인다. 그래도 나를 지켜준다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시엘은 평소에는 내 방에 와서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나는 DMP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한다.

시엘과 내가 적당히 먹은 다음엔, 시엘이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간다.

이 음식은 시엘의 감각 공유를 통해 보면, 아리에타 씨와 타피가 훈련하는 데 일부 가져다주고는, 소멜과 함께 나눠 먹는 것 같다.

음식은 보통 인간 시절에 먹었던 피자나 스파게티, 그리고 탕수육과 치킨, 햄버거 등. 보통은 인스턴트 음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주문해 먹는다.

한 끼에 보통 50 DMP씩, 두 끼를 먹으니 100 DMP가 나가고, 지금은 3200 DMP정도 남았으니 벌써 보름 정도 지나가고 있다.

“하으……”

코어 위에서 충전하면서 이리저리 근육이 뭉치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인다.

좀이 쑤실 정도가 아니고서야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고유 스킬은 ‘시간을 다루는 능력’, 정보창을 이리저리 놀려봤을 때, 여태껏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고 하니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건…… 물론 가벼운 꼬리는 이리저리 휘저으며 놀기는 한다.

꼬리의 볼살을 만지면 부들부들한 감각이 특히 기분 좋다.

시엘이 좋아하는 것도 이런 감각이겠지만, 아무래도 남들이 만지면 부끄럽기도 하고 민감해서 기분 나쁘다.

아마 아리에타 언니도 이런 느낌이겠지? 이건 꼬리 없는 종족들은 모르는 감각이다.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 타피에게 감각 공유를 걸지만, 코어에 부딪히는 것처럼 툭 튕겨져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아리에타 언니에게 감각 공유를 걸고 타피의 훈련을 지켜본다.

“타피, 일어나라.”

“으으윽……. 난 너 따위에게 안 져!”

보자마자 보이는 타피의 다친 모습, 그리고 온몸은 피멍투성이가 되어있는 모습.

찢겨진 그림자 날개와 피가 가득한 손톱.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을 탄환처럼 전개하고, 세피아 색 시간 마법까지 쓰면서 공격이 날아와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세이나 마스터님이시군요.’

‘어, 어라……. 어떻게 알았어요?’

‘감입니다.’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아리에타의 목소리에 몰래 훔쳐보려다 들킨 것 같아 무서웠다.

아리에타 언니는 꿈 마법을 전개한 뒤에, 날개로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혈액 탄환을 피한다.

타피는 정말로 언니를 죽일 듯이 공격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아무리 시간 마법의 힘을 빌려도 아리에타 언니에게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간단하게, 꿈 마법으로 만들어진 보랏빛 채찍에 타피의 허벅지가 갈겨진다.

“크아아앗!”

“전투 중에 한눈팔지 말아라. 상대는 너의 약점을 파고든다.”

“으으……. 싫어…… 내가 어째서…… 너 따위에게……”

“마스터가 보고 계신다. 그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건가?”

“분해…… 싫어, 너 죽일 거야!”

다시 날아오는 혈액과 그림자의 탄환들.

아리에타 언니는 전개해 둔 꿈 마법, 그러니까 보랏빛 구름으로 혈액의 속도를 늦추고 바닥으로 확 끌어당겨 모두 무효화시킨다.

그리고 꿈 마법으로 타피의 손발을 묶어 공중에 고정시킨다.

“으아아악! 싫어,”

“언니가 좋은 기술 하나 알려줄까?”

‘무섭대잖아요!’

나도 모르게 소리 질러버렸다. 아무래도 아리에타 언니는 엄청난 두통을 안아버린 것 같다.

그 두통이 나까지 괴롭힌다. 이래서 선배님께선 소리 지르지 말라고 하셨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마스터……. 소리를 죽여주시길, 이건 훈련일 뿐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언니.’

언니가 아픈 틈을 타서, 타피는 꿈 마법으로 만들어진 끈을 끊고 와서 언니를 덮친다.

마운트 자세로 손톱과 날카로운 송곳니로 언니의 몸을 마구 물어뜯는다.

하지만 언니는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타피는 어떤 피해도 끼치지 못한다.

그만큼 수준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타피, 그런 식으로 야만적이게 공격하면 상대의 보호막 하나 뚫지 못한단다.”

“으으으그으으!”

짐승처럼 폭주한 타피, 눈은 흰자까지 벌겋게 불타오르고,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며 늑대 같은 귀가 자라난다.

그림자는 마구 찢어지듯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터져 나온 혈액을 모두 아리에타 언니에게 집중한다.

그걸 1인칭으로 당하는 나는 굉장히 무서웠지만, 아리에타 언니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게 오히려 더 두려웠다.

“폭주하지 마라.”

언니가 한 말 한마디에, 타피는 순식간에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부여잡고 짐승처럼 마구 소리 지른다.

‘무슨…… 일이에요?’

‘타피에게 정신 기술을 걸었을 뿐입니다. 마스터도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타피는 지금 정확성과 집중력이 매우 부족하니, 그쪽으로 훈련하고 있답니다.’

‘음…… 알겠어요.’

나는 직접 싸울 일도 없고, 던전을 그저 꾸미는 입장이니 모르겠지만, 진짜 전투원인 타피의 모습은 정말 피아구별을 못하고 주변을 초토화시킬 법한, 피의 광란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타피를 단순한 마법만으로 제정신으로 돌린 아리에타 언니.

타피는 폭주한 탓에 지쳐 쓰러졌고, 아리에타 언니는 타피에게 다가가 피투성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인공호흡을 한다.

나도 미미하게 타피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껴, 무심코 입술에 손을 대고 닦았다.

타피는 곧바로 캑캑거리며 일어났고, 나를 멍하니, 그러니까 언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큭…… 대체 왜 난 너를 이길 수 없는 거야!”

“타피, 인정해라. 수준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편. 마스터를 지키는 네임드일 뿐이다.”

“싫어, 싫어, 시러! 인정할 수 없어! 어째서 당신같이 파렴치한 서큐버스가 우리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스터를 지킨다는 거야!”

“마스터도 서큐버스이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음큼한 생각을 하는 분인데 타피는 모르고 있었구나.”

‘잠깐, 저는 그런 생각 품은 적 없는데요?’

일부러 서큐버스의 훈련이라면서 각성시킨 분이 누군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라고 소리 지를 뻔했지만, 억지로 입을 눌러 참았다. 그러면 둘 다 머리가 아파 터질 것 같았으니까.

‘후후, 마스터, 돌아가서 우리끼리 이것저것 할까요?’

‘꿈에서 한 이야기 하지 말고요. 생각하기도 싫으니까.’

“무…… 무슨 소리야, 우리 마스터는 그럴 리가 없어!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겠지!”

타피는 나를 믿어주다니, 감동의 눈물이 나온다.

아리에타 언니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 감각 공유는 정말로 감각만 공유할 뿐, 속마음까지는 공유하지 않으므로 무슨 생각을 품는지는 모른다.

“자, 타피. 그러면 다시 일어나서 훈련이다.”

“흐읏…… 이번엔 절대로 지지 않는다! 너 따위에게.”

“언니라고 부르라 그랬지? 시엘에게는 언니라고 부르면서, 나에게는 싫다는 거니?”

“파렴치한 서큐버스는 싫어. 마스터 빼고 다 싫어.”

타피는 다시 일어나 아리에타 언니에게 달려든다.

아리에타 언니는 여유롭게 타피의 공격을 튕겨내며 방어한다.

두 사람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건, 마치 1인칭 게임에서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프로게이머의 화면을 보는 듯한 어지러움이 느껴져 감각 공유를 그만두고, 다시 시엘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미야아아!”

“하하, 소멜, 간지러워!”

“미야아아?”

소멜이 시엘의 황금 눈동자를 보고 갸우뚱한다.

소멜은 메로우라 그런지 감각이 남다르다. 아니, 인간이랑 비슷하게 생긴 아인종이라고 분류되는 종족과는 달리 뭔가 다른 감각을 가진 것 같다.

소멜에게 감각 공유는 걸어본 적이 없지만, 소멜은 계속해서 푸른 눈동자를 가진 얼굴을 갸우뚱거리며 시엘을 바라본다.

“소멜, 뭐라고 있니?”

“미야아아!”

아이 같이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시엘을 놀리는 것 같다.

시엘은 뭔가 자신에게 묻은 건 없는지 이리저리 자신의 몸을 살펴본다.

그리고 시엘은 준 적도 없었던 푸른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감각 공유를 끊었다.

“으……. 누가 줬는지 알 것 같지만……”

아직까지 나는 아이들의 노출도 있는 복장을 바라볼 수 없다.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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