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 선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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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각 공유를 잠시 끊고는 코어를 통해 던전 입구에 들어온 인간들을 살펴보았다.
던전의 전체 구조가 나올 때는 붉은 점으로 보이던 인간들이, 확대하자 그 모습이 홀로그램 형태로 보인다. 붉은 색 점으로 나타나니 정말 인간들이 적대 세력으로 보인다.
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전략 게임이나 고급 디펜스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인간들과의 전투는 두 번째 실전이지만, 첫 번째는 얼떨떨한 가운데 벌어졌던 전투라면 이번엔 다르다.
입구 주변에는 스켈레톤 킹에게 홀드를 시켜두었기 때문에 별다른 명령은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최대한 스켈레톤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아끼며, 마력석을 인간들에게 빼앗기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직접 전투를 하는 타피쪽에 감각 공유를 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튕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리에타 언니에게 걸었다.
‘타피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 가장 전망 좋은 곳에서 보여드릴게요’
‘응응, 고마워요, 언니.’
“인간들을 죽이지 말고 괴롭혀라, 타피.”
“언니, 이미 알고 있다고요!”
앞서서 의욕적으로 날아가는 타피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리에타 언니는 이번엔 뒤에 빠져서 지켜볼 생각인 것 같다. 내가 어지럼증을 느끼는 걸 아는지 이번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을 생각인 것 같고, 인간들도 그렇게 강한 사람들은 아니다.
다시 한번 DMP에 대해 떠올리면, 인간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절망과 같은 강렬한 감정을 뽑아내는 게 주목적이다. 그렇기에 무자비한 살육보다 오히려 짜증 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타피는 매우 의욕적으로 달려가 인간들이 시야에 보일 때쯤 멈춰서 기다린다. 상대의 수준을 알기 위해 멀리서 정찰하는 것도 아리에타 언니에게 배워서 아는 것이다.
인간들은 입구 복도를 지나 한번 꺾으면 있는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방에 다다라 스켈레톤 3기와 대적한다.
아리에타 언니는 기다리는 타피를 내버려 두고, 은신 마법으로 인간들의 사이로 들어온다.
‘응? 왜 인간들의 사이로 들어온 거예요?’
‘이쪽이 타피의 활약을 보기 쉬울 거에요.’
‘그…… 어지럽잖아요! 멀리서 봐 주세요.’
‘후후, 알겠습니다. 마스터님, 그래도 제가 직접 전투하는 건 아니니 괜찮아요.’
‘그래도 무서운데……’
설마 절망을 직접 겪을 인간들의 측에서 구경시켜줄 줄은 몰랐다.
타피의 공격은 시각적으로 정말 화려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꽤 심한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다.
아리에타 언니가 인간들의 사이로 들어오니, 인간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바로 느껴진다.
다시 감각 공유를 끊은 채로 홀로그램을 바라보니 인간들은 전위 셋에 후위 둘이라는, 전형적인 던전 공략 파티 조합으로 보인다.
물론 전형적이라는 건, 게임 기준의 이야기.
던전 공략측 유저들은 다섯이라는 파티 숫자를 만들 수 있고, 이들을 각각 컨트롤하여 공략하는 게 던전 공략의 주된 공략 방식이었다.
미묘하게 게임 세상과 같고도 다른 세상이기에 기억하고 있지만, 보통은 탱커가 리더가 되고, 딜러 셋, 힐러 하나라는 조합으로 던전을 공략한다.
처음에 이 세상에 왔을 때는 던전을 직접 운영하는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억이 애매했지만, 지금 보니 다섯이라는 파티의 숫자가 상당히 익숙해 보인다.
게임 지식이나 이들이 입은 아이템 등으로 미루어보면, 아마 탱커 하나, 근딜 둘, 원딜 하나, 힐러 하나의 조합으로 온 것 같다.
왠지 다섯 파티를 상대하니, 게임 속에서 NPC가 아닌 유저를 상대하는 기분이 든다.
다시 감각 공유를 걸었다. 그래도 던전 공략 측 pv로 절망을 겪는 걸 지켜보는 건 무섭기는 하지만 기대도 된다.
“리더님, 정말 저 스켈레톤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힐러님. 정 어렵다면 [턴 언데드]로 처리하시면 된답니다.”
“…… 그거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써요.”
“그러면 여러 날에 걸쳐서 던전을 공략하면 된답니다. 던전의 회복성은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까요. 이 던전은 처음이니만큼 저희 파티가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정보는 많겠지요. 부귀영화가 기다린답니다.”
“으으…… 신의 가호가 있기를.”
의욕적이지만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나 장비의 수준으로 보아 수준 자체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던전이 열렸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온 선발대겠지.
힐러는 프리스트 쪽 클래스로 보인다. 뭐 복장을 보니 소매 넓은 옷에, 사제 모자를 쓴. 완벽한 사제 복장을 한 프리스트 클레스다.
파티에서 유일하게 여성인데, 푸른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트리고, 얼굴은 아기자기해서 아름다워 보인다.
과연 여기는 현실이기 때문에 인간을 테이밍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게임에서는 인간을 타락시킬 수도 있었고, 이 과정에서 DMP의 획득량은 상당했다.
한번 다크 프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생포해 보자고 생각했다.
‘아리에타 언니, 프리스트만 살려줄 수 있나요?’
‘아아, 원래는 다들 살려놓으려고 했는데, 마스터는 전멸을 원하셨던 건가요?’
‘나머지는 관심 없어요.’
‘마스터는 백합을 좋아하나요? 하긴 네임드들도 전부 소녀들에……’
‘아, 아니라니까요읍.’
소리를 지를 뻔하다가 다시 입을 막았다.
감각 공유 상태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인간 측 파티가 스켈레톤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모험가 다섯 조합이라는 파티이지만, 선발대치고는 상당히 약한 편인 것 같다.
그런데 도굴꾼들이 아니라 왜 모험가들이 먼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신생 던전의 메리트는 거대한 것 같다.
“핫, 죽어라!”
워리어 클래스로 보이는 이가 검으로 스켈레톤을 밀쳐내고, 탱커 클래스가 방패로 기절시킨다.
파티 자체가 결성된 지 얼마 안 된 듯, 전투 하나하나가 연속되어 일어나기보단 그저 막공 형식으로 결성되어 각자의 힘으로 싸우는 파티인 것 같다.
유저로 치면, 막 파티를 모집해 오토로 돌려놓고 싸우는 느낌. 캐릭터들의 능력이 던전에 비해 강력하면 모르겠지만, 저들은 아무리 봐도 스켈레톤 킹까지 공략하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타피가 씩씩거리며 대기하고 있다. 절대로 저들은 첫 방 이상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야압!”
아, 스켈레톤 킹에게 분명히 피하라고 전했는데, 스켈레톤이 워리어의 공격을 맞고 쓰러진다.
쓰러진 스켈레톤의 위에, 어쌔신 클래스로 보이는 이가 마무리 일격을 집어넣는다.
파티의 연계 자체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험가라는 이름을 걸 만한 이들이다.
“죽어!”
아, 마법사는 죽어버린 스켈레톤의 위에 파이어볼을 처박는다.
공격의 낭비까지 이뤄지는 파티에 한숨을 쉬었지만, 아리에타는 오히려 다른 의견을 낸다.
‘마스터, 저들이 어리숙한 파티로 보이시나요?’
‘으응…… 방금 낭비한 파이어볼은……’
‘아뇨, 오히려 정상입니다. 인간들은, 특히 저들은 미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확실하게 마력석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하거든요.’
‘음……’
‘뭐, 살려둔다면 성장이 기대되는 파티인 것 같지만, 아쉽게도 타피가 곧 나타날 것 같네요.’
“하, 하아…… 프리스트님, 턴 언데드는 아끼셨지요?”
“네, 마나는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켈레톤 셋은 다소 난잡하게, 같은 방식으로 파티에게 처리되었다.
그 와중에 워리어와 어쌔신은 경상을, 마법사는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 방으로 나아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캠핑?”
“얼마 싸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캠핑이라니…… 내가 그렇게 힘들어 보이나?”
마법사는 상당히 젊어 보인다. 게다가 의욕적이다.
그렇기에 더 몰아붙이고, 싸우다가 묻은 흙이 튄 마나 포션을 가방에서 뚝 꺼내 닦아내고 꿀꺽꿀꺽 마신다.
“그래, 파티는 마법사가 중심이니, 게일 씨가 괜찮다면 나아갑시다. 힐러님, [회복]과 [재생] 위주로 근딜들을 회복하면서 [턴 언데드]용 마나를 아껴 두십시오. 힐러님은 마나 포션을 먹으면 괴로울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문득 저 형광빛으로 빛나는 푸른 약의 맛이 어떻길래 저런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음 방, 아니 다음 방도 아니고 다음 복도로 나아가자마자 꺾는 곳에는 타피가 숨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나타날 파멸도 알아채지 못한 채, 너무나도 의욕적으로 정비를 완료하는 대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