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6 <-- 선발대 -->
=========================================================================
타피의 이간질로 분열된 모험가 파티, 그리고 어둠 속에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유린극은 인간들에게서 DMP를 극적으로 끌어낸다.
한 번 나쁜 짓을 할 때마다 거의 30-40 DMP가 쏟아지며, 나중에는 분노한 나머지 단순히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DMP가 오르기 시작한다.
“젠장…… 이 던전은 대체 뭐야……! 등급이 B는 되는 건가!”
어쌔신은 라이트가 꺼져서 어둠 속에 점점 미치광이 되어가는 파티원들에게서 은신을 쓴 채로 도망친다.
“꺄아아아악!”
“어쌔신 씨, 어디 있어요~”
“@#[email protected]$!”
프리스트는 광기에 시달리고, 워리어는 각종 저주를 달아 정말 트롤과 비슷한 모습으로 어쌔신에게 사랑을 외치고 있으며, 마법사는 외계어를 말하기 시작한다.
“으아아얍!”
리더는 차분한 마음을 먹고 싶어도, 더는 미치광이가 된 파티원들을 어찌하지 못해 방패로 쳐서 기절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 방패는 너무 시원스럽게 막힌다. 타피가 두 손가락으로 집어 막았다.
“뭘 하려는 거지?”
타피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보인다. 박쥐 떼들이 마구 모여들어 리더를 쪼고, 리더는 탱커 스킬로 어떻게든 박쥐 떼를 막아보려 애쓴다.
“[실드], [파워 실드], 제발……!”
“무슨 쪼잘쪼잘 말만 많아서, 나는 너 같은 녀석이 제일 싫어.”
“흐읏……”
리더는 갑자기 주변에 켜진 촛불에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던 방패가 너무 간단히, 종잇조각처럼 뚫린 모습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빛에 너무나도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를 가진 타피의 모습도.
무서운 몬스터도 몇 번이고 만나본 탱커 리더이지만, 그 타피의 모습은 강인한 마음을 꺾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후, 후퇴에에에!”
“끄아아앗!”
“#@[email protected]!”
온 던전의 벽이 붉다. 타피의 피로 물든 탄환이 빗발치며, 리더는 공포에 떨며 도망치려 애쓴다.
하지만 타피는 죽음을 선물하지 않고, 리더의 다리를 자른다. 리더는 타피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타피는 리더를 정말 죽이지는 않는다.
“제발…… 살려주…… 잘못했습니다……”
“감히 잔챙이 파티 따위가 우리 던전에 들어오다니.”
어쌔신은 도망치다가 너무 공포스러움에 발을 옮기지 못해서, 은신 상태로 타피를 지켜본다.
타피는 여태껏 자신의 급으로는 본 적 없는 몬스터다. 괴물이다.
은신 상태로 다가가 뒤를 찌른다 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의 존재임을 깨닫는다.
등급은 A인지, S인지, 그의 이해 바깥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존재에 어쌔신은 걸음아 날 살려라 파티에서 가장 먼저 도망친다.
“후우, 거기 자기, 자네는 우리 마스터가 보고 싶다는데 말이지.”
“히이잇……!”
내 눈앞에, 아니 감각 공유를 하는 아리에타 언니의 눈앞에 서 있는 어쌔신의 바지가 축축해진다. 그대로 무릎에 힘이 빠진 듯 쓰러진다.
아리에타 언니가 은신을 푼 것 같다. 날개가 펼쳐진 느낌에 나도 무심코 작은 날개를 펼쳐버렸다.
“타피,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이 녀석은 데려간다. 그리고 거기 프리스트도.”
“히이잇……! 살려…… 주쎄요……”
“언니, 그러면 마스터가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하래?”
“DMP를 적당히 뽑아내고, 생명력이 다하기 직전에 내보내던가, 스켈레톤에 알아서 죽던가 하겠지.”
“흐흐, 그럼 그거 내가 해도 돼?”
타피가 잔혹한 웃음을 짓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인간이었다면 정말 무섭지 않았을까 싶은 그 표정이.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게 보였다.
나도 인간 시절보다 상당히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타피의 저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했다는 판단이 들자 너무 기쁘다는 게 조금은 위화감이 든다.
“그래, 나는 먼저 마스터님께 간다. 타피. 그리고 감각 공유 통로도 열어둬. 세이나 마스터님께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니?”
“아, 알겠어요……”
두 명의 교환에, 프리스트와 어쌔신은 손발이 묶인 채 바비큐처럼 막대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끌려가고, 남은 세 명은 알 수 없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타피에게 맡겨진다.
나는 아리에타 씨와의 감각 공유를 끊고, 홀로그램 상으로 타피가 하는 행동을 바라본다. 타피는 아무도 없는 빈방으로 데려가 트롤 워리어와 공포에 찬 리더 탱커, 그리고 마법사를 각종 유치한 저주를 걸며 절망을 이끌어낸다.
이럴 테면 차라리 고문실을 만들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타피의 교육에 좋지 않다.
뭐, 타피의 교육은 아리에타 언니가 맡았지만, 아리에타 언니가 가르치지 않았던 이상한 장난까지 저지르고 있다.
이번에 DMP를 맘껏 뽑아내고 난 다음엔 조금 더 많은 모험가를 유치하고 유한 방식을 써보고 싶다.
타피에게 이번에 정신 공유를 걸자, 이번에는 신호를 받아들인다.
오랜만에 맛보는 뱀파이어 타피의 감각은 여전히 예민하다.
‘마, 마스터님……?’
‘하, 타피도 들은 거니? 이미 저 녀석들은 폐인이 될 것 같으니 DMP가 나오지 않는다 싶으면 그대로 내보내렴.’
‘알겠습니다, 마스터님!’
타피는 활짝 웃으며, 최대한 밝게 웃는다.
뱀파이어가 행복하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그램에서 붉은 점 두 개가 이쪽으로 다가오기에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간다.
“세이나 마스터님, 어머, 시엘, 소멜. 너희들도 대기하고 있었구나.”
“이, 인간들을 왜 데리고 오신 거예요!”
“히야아앗! 죽여버려요! 나쁜 녀석들!”
프리스트는 완전히 기절했고, 어쌔신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앞을 거의 못 보는 것 같다.
나는 유리 바닥을 뚫고 나와 이 녀석들을 바라본다.
“아리에타 언니, 프리스트는 타락시켜서 몬스터로 만들고, 어쌔신은 내가 죽여도 되지?”
“네, 그러십시오, 제가 타락시킬까요?”
“그래, 알아서 해 줘. 시엘, 소멜,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니까 따라오지는 말렴.”
“네……? 주인님 그럼 저희는……”
“히이잉……”
“시엘과 소멜은 대기, 타피가 싸우고 올 거니까 타피를 보살펴 주렴.”
“알겠습니다! 주인님!”
시엘이 밝게 대답한다. 나는 어쌔신을 마법으로 들어 올려 1층으로 올라간다.
내가 가는 곳은 꿈 필드, 해변가에 안개가 으슬으슬 껴 있는 그곳이다.
여기라면 남들에게 들킬 일도 없고, 흔적이 남아도 타피와 아리에타 언니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일어나.”
“너, 너는 대체 뭐냐! 감히 나에게 손을 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겠지……. 후후.”
이 녀석은 대체 분수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 하긴 내 모습은 어린 소녀 서큐버스고, 힘 자체는 별로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날 도발하다니, 넌 끔찍한 방법으로 죽여줄 테다.
“네가 뭐라고 말했을까?”
“헤헤, 그래, 너를 인질로 삼으면 나는 나갈 수 있어.”
어쌔신은 빠른 속도로 도움닫기를 하여 나와 거리를 좁힌다.
하지만 나는 당해주고 싶지 않다. 바로 꿈 마법의 보랏빛 구름을 불러와 어쌔신의 손발을 붙잡아 공중에 묶는다.
“큭…… 이건 대체 무슨 힘이지?”
“죽을 녀석에게 알려주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생긋 웃으면서 돌려주었다.
그제야 어쌔신은 분수를 파악한 건지, 벌벌 떨며 나를 노려본다.
“이…… 이자식이…… 어서 이걸 놔라!”
“하, 멍청하게 자기가 한 말도 모르지, 나에게 ‘이따위’ 던전이라고 했지? 나의 소중한 던전을?”
“칫, 겨우 그따위 말로 도발되어 나오는 코어라, 이 던전은 B등급밖에 안 되겠군.”
“시끄러워.”
내 분노에 찬 꿈 마법이 어쌔신의 양팔을 싹둑 잘라낸다.
어쌔신은 순간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보였지만, 곧바로 깨끗하게 잘려나간 부위에서 피가 쏟아지자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그래, 그 입이 문제지? 네 더러운 성격을 죽기 전에 고쳐줄 테니까. 너는 죽어서 스켈레톤이 될까, 살덩이 골렘이 될까?”
“으아아악! 무슨 짓이냐! 내 팔, 내 팔!”
녀석의 다리도 잘라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몸뚱이만 남은 녀석의 더러운 턱수염을 잡아당긴다.
어쌔신, 이제는 몸뚱어리만 남은 불쌍한 영혼의 눈에 내 붉은 눈동자가 비친다.
“내가 코어인 건 어떻게 알았지?”
“…….”
이 녀석이 혀를 깨문 건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독한 녀석이다. 나는 이 녀석의 혀에 흐르는 혈관에 시간 정지를 건다.
피가 나오다 멈춘 걸 안건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노려본다.
“무슨 짓을……!”
“대답해”
“그, 다다 당연히 아는 것을, 아까 그 녀석들보다 더 강하니까. 그, 그저 도발일 뿐이었다.”
“겨우 그런 일로? 하, 하하. 재미있는 인간이구나, 너.”
생명의 위기를 겪은 탓인지, 어쌔신은 드디어 괜찮은 목소리를 낸다.
공포에 찬 부들부들 떨리는 가여운 목소리……
“하하, 내가 좀 재미있지.”
“그럼 죽어.”
꿈 마법, 아니 꿈 마법이라기보단 그저 마력의 덩어리를 녀석의 머리에 날려 산산조각내어 죽인다.
주변엔 살덩이가 흩어져버리고, 죽은 녀석은 부활할 수조차 없게 꿈 마법으로 도려내어 소멸시켜버린다.
잔혹하게 죽였지만, 고통을 겪은 시각이 얼마 되지 않아 DMP는 얼마 얻지 않았지만, 조금 전에 분노했던 내 마음만큼은 조금 낫는 기분이 든다.
“하아……”
그래도 내가 죽인, 그것도 완전한 죽음이라 불리는 소멸을 시킨 첫 인간이다.
조금은 싱숭생숭한 느낌이 들지만, DMP 정리와 함께 포획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결산하러 다시 스위트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