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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38화 (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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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 언니의 눈으로 바라보는 르테아 씨의 타락 장면은 화려했다.

보랏빛 꿈의 정수를 마시자, 르테아 씨의 모습이 점점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달콤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눈을 살포시 감고 마시는 모습에 나도 꿀꺽 삼킬 뻔했다.

프리스트가 다크 프리스트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 다시금 타락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타락이라는 몬스터를 늘리는 방법은 당연히 유저의 캐릭터를 뺏을 수 없으니 NPC들에게만 통하는 방법이었지만, 이 세상은 모두가 실제로 살아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몬스터 측의 의미가 확장되어 네임드도 있다.

확실히 던전 온라인은 던전 공략 측 편의를 많이 봐 주던 게임이었던 만큼, 나는 던전 운영 측의 편의를 봐주는 지금의 시스템이 더 마음에 든다.

르테아 씨의 청초하고 흰 피부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르테아 씨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챈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놀란다.

하지만 너무나도 달콤하게, 꿈의 정수를 모두 들이키고 남은 한 방울까지 꿀꺽 마셔버린다.

그렇게 빠르고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르테아 씨의 몸은 발끝, 손끝부터 점점 보랏빛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건……”

이미 꺾여버린 마음에 오히려 달콤한 힘이 솟는다는 건, 르테아 씨에게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아리에타 언니는 르테아 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이제 당신은 다크 프리스트가 되는 거예요.”

“…… 그런가요? 이제 저는 몬스터가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 던전의 일원이 되는 거지요.”

“……”

르테아 씨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아리에타 언니는 르테아 씨의 몸의 변화가 끝나는 시점까지 앞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어떤 당혹감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것이 전해져 온다.

‘언니, 타락은 원래 이렇게 순순히 진행되는 건가요?’

‘아니…… 그래서 놀랍습니다……’

‘음…… 설마 저를 만난다고 죽이진 않겠지요?’

‘잠깐, 이쪽으로 오시면 안 됩니다.’

나는 감각 공유를 끊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크 프리스트로 변한 르테아 씨를 만나고 싶어졌다.

강인한 아리에타 언니의 앞에선 보통 다들 겁먹으니까, 르테아 씨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저 나에게 잘 해줄 거라는 미미한 믿음 같은 게 있었을 뿐이다.

“주인님, 또 코어에서 나가시는 건가요? 제가 봐 드릴 테니까 쉬고 계세요.”

“시엘, 너도 같이 가자.”

“흐음…… 아리에타 언니가 주인님은 코어 옆에서 쉬는 게 좋다고 했어요. 아까도 이상한 수염 달린 남자를 처리하러 나가셨으면서.”

“아, 그러면 같이 갈까?”

“하으…… 안 되는데……”

“히야아아! 언니, 마스터랑 같이 해변에서 놀자!”

아이 같은 모습의 소멜이 내 품으로 달려든다.

팔를 벌려 메로우 폼일 때처럼 안으면 몸에 딱 안긴다.

내 몸이 이전처럼 조금 컸다면 아이 모습의 소멜도 안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푹신푹신한 소녀 서큐버스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나의 네임드들과 친해질 겨를도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시엘과 소멜의 성화에 못 이기고 같이 밖으로 나왔다.

해변 필드를 천천히 걸으며, 인공적으로 부는 던전의 바람을 느낀다.

인간들과 싸웠던 건 언제였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던전이다.

뭐, 던전 공략 측의 인간으로 왔다면 죽음의 해변이겠지만 말이다.

멀리서 불가사리 형 몬스터와 해파리 형 몬스터가 보인다.

그리고 해변가 근처에서 노는 쁘띠 블루 슬라임들도 있다.

시엘과 소멜이 항상 놀러 오기에 쁘띠 블루 슬라임들은 길고양이처럼 와서 달려든다.

“아하하, 얘들아 나중에 올게.”

“오늘은 마스터님과 산책하는 시간이야.”

그게 어째서 산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병마에 시달리며 병석에 누워있는 병약 히로인 같은 이미지가 된 것 같다.

머리카락도 부스스한 흰색이고, 피부도 병적으로 하얀 편이니까 정말 병 걸린 걸지도 모른다.

심장도 없고……

“주인님! 저기 저 아이는 돌을 던지며 놀아주면 좋아해!”

“저기 있는 복어 몬스터는 찌르면 아야 해.”

“어인 아저씨들도 재미있어. 저 바닷속에 마을이 있다고 하거든.”

100마리의 몬스터들은 상당히 많은 종이 왔었다.

그중에서 전투원인 어인만 70기, 다른 종이 30기 정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다 필드로 만들어진 이 큰 해변가 방과, 다른 해변가 분위기의 방 다섯 개는 상당히 아름다운 수족관 같은 분위기도 난다.

과연 감정 치료라는 게 나 같은 마스터 서큐버스에게도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분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놓이는 무언가가 있다.

나긋나긋, 아이들과 꿈 필드까지 걸어간다.

역시 시엘과 소멜은 꿈 필드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듯 보인다.

당장 보기에도 안개 같은 게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무섭게 보이니까 말이다.

“주인님, 아무래도 거기는 조금……”

“맞아요! 거기는 히이이 하고 무서운 언니가 나온다고요!”

소멜의 머릿속에는 아리에타 언니가 무서운 언니로 각인된 것 같다.

뭐 눈매도 날카로우신 편이니까…… 나도 무섭기는 하다.

“그러면 여기서 다들 쉴래?”

“아니…… 저는 주인님을 지킬 거예요.”

“히야아…… 저도 주인님을 지킬 거예요……!”

소멜은 부들부들 떨다가 몸이 빛나고 다시 메로우 폼으로 돌아왔다.

꿈 필드로 들어오면서 잠깐 기절한 것처럼 보인다. 시엘은 메로우 폼으로 변한 푸른 인형 같은 소멜을 품에 안고 다가온다.

“주인님은 내가 지켜요!”

“고마워, 시엘.”

시엘을 향해 활짝 웃고, 꿈 필드 깊숙이 들어간다.

꿈 필드에 들어서자, 방금 전에 타락이 끝난 다크 프리스트 르테아 씨와 아리에타 언니가 있었다. 던전의 자연 회복에 의해 어쌔신의 시체는 사라진 것 같다.

르테아 씨의 복장은 흰색과 푸른 계열이 섞인 초급 사제복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한 건지 옷도 검고 금색 기조로 된 다크 프리스트의 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임드는 DMP를 이용해 꾸며야 하는데, 설마 네임드가 되지 않은 걸까?

“언니, 르테아 씨는 어떤가요?”

“아아, 아무래도 보시다시피 네임드 개체로의 진화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제 정수가 필요한 건가요?”

“아니, 주인님! 정수를 내면 위험하다고요!”

나는 혹시나 해서 르테아 씨의 정보창을 열어본다.

아리에타 언니의 휘하, 즉 나의 아래에 있는 권속이기 때문에 내 몬스터처럼 정보를 열 수 있었다.

등급: B

종족: 다크 프리스트

레벨: 45

특수 스킬: 어둠의 치유, 어둠의 권능, 턴 라이프

“음…… 등급이 B라.”

“보통 타락에서는 본체의 등급에 따라가니까요. 제 정수를 먹여도 저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언니, 고마워요. 그리고 감각 공유할 때 키스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리에타 언니는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그래, 언니는 일부러 한 거였어.

“그런데 이름만 있으면 네임드가 되는 게 아니었나…… 르테아 씨.”

하지만 르테아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름 자체가 자신의 것이라고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임드는 마스터 개체에게만 종속되고, 그만큼 강렬한 힘을 지니는 걸까?

나는 두 손을 들어 몸에 든 힘을 빼내어 정수를 뽑아낸다. 왼손 위에는 세피아 색 액체, 오른손 위에는 보라색 액체가 공중에 각각 모이기 시작한다.

“주인님!”

“마스터님!”

두 네임드가 동시에 나를 향해 소리친다.

그래도 코어에서 많이 회복하느라 정수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심하게 뽑는 건 아니고, 시간의 정수는 페트병 하나, 꿈의 정수는 페트병 세 개 정도의 정수밖에 뽑지 않았다.

“위험해요! 기절할 수 있다니까요! 일 년 반 동안 네임드를 소환하지 말라는 건 정수를 뽑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할 시기라고요!”

아리에타 언니가 시끄럽게 잔소리를 하지만, 나는 르테아 씨를 네임드로 만들고 싶다.

천천히 두 액체를 섞어서, 천천히 다가가 르테아 씨에게 건넸다.

“르테아 씨, 이름을 되찾을 시간이지요?”

“세이나님……”

어째서 내 이름을 아는 건지, 부끄럽지만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해도 청초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름다운 푸른색 머리카락이 희게 변해서 나와 비슷한 머리색이 된 건 아쉽다.

르테아 씨는 내가 섞은 정수를 받아들어 꿀꺽꿀꺽 마신다.

그러자 이번엔 보라색 피부가 희게 돌아오고, 하얗게 새었던 머리카락이 푸른 빛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래도 입고 있는 검고 금빛의 줄로 장식된 복장은 변하지 않는다.

“응? 다크 프리스트가 아니야?”

“하, 마스터님. 이제 절대로 네임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알았어요……. 언니.”

르테아 씨가 점점 원래 모습으로 변하더니, 신성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정말 신성하다기보다는…… 음, 몬스터 기준으로 신성하다고 해야 하는지,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궁금해서 르테아 씨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이름: 르테아

종족: 시간의 다크 프리스트

레벨: 45

특수 스킬: 어둠의 치유, 어둠의 권능, 턴 라이프, 시간 감속

시간의 정수에서 태어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시간에 관련된 능력은 가장 쉬운 시간 감속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르테아 씨는 네임드가 되었다. 그것도 다크 프리스트로?

아리에타 언니도 처음 보는 현상인 듯, 어깨를 들썩인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세이나 마스터님이 원하는 대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내가 강력하게 원한 건, 파티에서 보았던 초보자 프리스트 언니의 편하고 안길 수 있을 법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원하는 방향이 강하게 작용하여 아리에타 언니와는 분위기가 다른, 순수하고 청초한 네임드로 변한 것 같다.

“안녕하세요, 세이나님, 저를 타락시켜 주어 감사합니다.”

“타락이라고 말하기는……”

분명 꿈의 정수를 주입했는데, 그 어떤 어둠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정화되는 느낌……

“주인님! 정화되면 안 돼요! 정화는 저희 마력이 사라지는 거라고요오오!”

“시엘! 세이나 마스터님을 데리고 코어 옆으로, 이러다가 소멸하시겠어!”

“아아, 저도 도와드릴까요? 언니? 그리고 시엘 양?”

“그, 그러니까, 당분간은 접근하지 말아 주세요, 르테아 씨!”

나는 왠지 나의 네임드들에게 실려 코어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날의 기억은 더는 나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8kb 5연참이랑 11kb 5연참은 달라요

여름이면 이거 못써요 힘들어서..

오늘 안톤11 루크5 돌리고 와서 쓰느라 다른 소설은 손도 못 댔네요..

0시 잠깐 기준이지만 판무 투베에 두 작품 올라와있네요. 실제로 저랬으면 좋겠다.

리테아 → 르테아로 이름 바뀌었습니다.

이번화 쓰면서 들은 노래는 Lv99 - rerulili

일어나서 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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