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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46화 (46/95)

00046 <-- 용병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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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아무도 가지 않는 막다른 길이나, 아늑한 함정 속이라고도 대답할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무래도 코어 근처일 것이다.

나는 곧바로 코어가 있는 2층 석굴로 내려갔고,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를 챈 것 같다.

코어에 숨는 건 던전 마스터에게 내제된 본능이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석굴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고 기다리고 있으니, 르테아 언니가 내려왔다.

너무 당황스럽고, 떨려서 등골이 얼어붙는 것 같다.

뛰어와서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을 것 같지만, 미묘하게 남은 육체의 피로를 제외하면 심장이 없기에 혈압이 올라서 뛰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세이나님, 괜찮으세요?”

“어, 어어…… 그래요, 언니.”

“아리에타 언니와 타피가 나갔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놀랐으면 조금 쉬세요.”

“그래…… 그래요……”

갑작스럽게 침입한 탓에, 마음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침입 신호를 받아 화들짝 놀랐다.

베테랑 던전 마스터라면 수많은 인간이 침입할 텐데, 놀라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거기 담당이 네임드이기 때문이다. 이번 건도 놀란 건 흙 필드의 권한이 나에게 있어서 그렇다.

이 필드에 맞는 건 르테아 언니지만, 르테아 언니는 다른 필드를 주고 싶어서 내버려 두고 있었다.

권한 자체를 포기해 침입 신호를 끊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침입한 인간들을 발견하기가 너무 힘들다.

“후, 후……”

“네, 그렇게 심호흡하세요, 세이나님. 가슴이 떨리지는 않는데, 역시 심장이 없어서겠죠? [침착] 마법이라도 써 드릴게요.”

고개를 끄덕이자, 등 뒤에서 어둠 마법의 기운이 느껴진다.

다크 프리스트 르테아 언니의 [침착] 마법을 받고 조금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든다.

정말 이러다가 수명이 짧아지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지만, 운디르나 선배님을 보면 2천 살 넘게도 살아있으니 수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스로 하는 [명상] 대신에 받은 [침착]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마음을 놓고, 메뉴를 열고 동시에 코어에 감각 공유를 건다. 그러면 바로 눈앞에 지도가 펼쳐지고, 재빨리 확대해 입구 쪽을 살펴보았다.

날개 달린 푸른 형체와 그림자를 이용하는 박쥐 형태의 네임드. 아리에타 언니와 타피가 가장 먼저 달려들고 있었고, 뒤쪽에는 시엘과 소멜이 흙 필드에서 헤매고 있다.

그래도 함정은 어떻게 아는지, 아니면 함정이 아이들에게 발동하지 않는 건지 요리조리 피해서 입구 쪽으로 나간다.

바로 아리에타 언니에게 감각 공유를 걸었다.

‘언니.’

‘놀라서 꼬리를 바짝 세우고 뛰어서 도망치는 모습. 귀여웠어요, 마스터.”

‘…… 언니 나빠요.’

‘그래서, 이번엔 고삐 풀린 타피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까요? 마스터가 놀란 모습을 보고 분노한 것 같은데 말이죠.’

‘아아…… 안 그래도 보이네요.’

용병 넷은 좀비가 된 동료들을 보고 분노와 절망, 그리고 좌절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좀비들은 구별도 하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달려든다.

근육이 끊어져도 모르는 좀비들이 용병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피해라!”

“이 자식이…… 우리를 배신하기냐?”

“우어어어…….”

좀비는 애석하게도 인간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청각 세포도 썩었을 테니까, 보이는 건 그저 적과 아군뿐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완전히 여유를 되찾고,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며 아리에타 언니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병들은 이를 악물고 동료와 대적한다.

“친구야, 제발 시체라도 가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전쟁은 안 끝나지만, 이걸로 되었다고!”

“몬스터가 됐으면 니가 그렇게 원하던 한탕이라도 가져오던가!”

열심히 외치는 인간들이 불쌍하고도 가소롭다.

나를 놀라게 한 벌은 좀비들을 쓰러트리자, 타피가 불러온 검은 구름이 그들을 덮치며 시작된다.

‘아, 시작되었네요. 타피의 주특기죠.’

‘이 구름은 뭐예요? 엄청 매워 보이는데.’

‘[죽음의 구름], 그저 여기에 덮쳐진 항마력 낮은 인간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는 병이죠. 뭐 우리도 조금 맵게 느끼기는 하지만요.’

“콜록, 콜록, 이게 뭐야!”

“아악…… 목이 탄다! 물…… 좀!”

“읏……”

용병 넷은 각자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엄청난 갈증을 호소한다.

타피는 붉은 눈을 어둠 속에서 빛내며, 그들이 가져온 횃불을 짓밟는다.

완전한 어둠 속에 갇히자, 그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감히 우리 파티를 방해해? 우리 마스터를 괴롭혀?”

“읏…… 너희들이 잘못한 게 아니냐……”

“가만히 있는 던전에 인간들이 온 게 잘못이지.”

뭐, 사실은 내가 인간들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기는 하다.

다양한 보물과 보석들을 대기시켜놓고 있지만, 네임드들이 방어해서 거기까지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는 있다.

코어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이며, 인간들이 너무 적게 와서 극한으로 DMP를 뽑아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쉽지만, 이번 용병단도 전멸할 것 같다.

“시끄러워.”

타피의 그 말에 용병단들의 얼굴이 납빛이 된다. 검은 구름을 마시고 죽어가면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다.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죽을 뿐. 타피는 그들의 고통에 생긋 웃고 천천히 돌아온다.

‘타피를 너무 이상한 애로 만든 거 아니에요?’

‘마스터에겐 여전히 귀여운 아이인걸요, 나쁜 녀석들에겐 나쁘게 행동하도록 가르쳤을 뿐입니다.’

‘…… 그러면 나머지도 좀비로 만들어 주세요.’

열심히 스켈레톤들과 싸우던 용병단은 그날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력석은 회수하여 절반 수치의 DMP로 돌려받았고, 입구 방은 조금 늘려서 좀비 7기와 스켈레톤 3기가 지키게 했다.

좀비도 100 DMP 정도로 치는지, 그들의 심장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스켈레톤과 비슷하다.

그날은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몸을 씻어내고, 파티를 마무리했다.

순식간에 벌어들인 대략 8000 DMP에, 이것저것 뒷정리를 하고 난 뒤에 남은 건 17560 DMP 정도.

그래도 인간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건 아니기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르테아 언니와 시엘과 이것저것 상의해본 결과, 에크렌스 왕국의 전쟁 마법사들을 몰살시키는 쪽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

“음음, 그래, 다들 케이크는 먹었지?”

““네!””

“미야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들어줘. 르테아 언니. 지금 인간들의 상황을 알려주세요.”

“아아, 네. 알겠습니다. 세이나님. 지금 북서쪽에는 프란시아 왕국이, 남동쪽에는 에크렌스 왕국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답니다.”

“질문! 왜 인간들의 상황을 우리가 알아야 하나요?”

시엘이 손을 번쩍 들며 물어본다.

이건 일부러 내 의도를 묻기 위해 하는, 짜고 치는 질문이다.

“그래 시엘, 그 이유는 여기는 전장이지? 그래서 인간들이 찾아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르테아 언니, 계속해서 왜 전쟁이 끝나지 않는지 알려주세요.”

르테아 언니를 바라보고, 계속 재촉했다.

언니는 활짝 웃고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선생님 어투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네, 지금은 에크렌스 왕국의 왕세자가 전쟁 반대파이고, 왕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그러면 왕을 죽이면 돼?”

타피의 다소 단순한 말에 소멜이 까르륵 웃었다.

소멜이 아니라 다른 네임드였다면, 타피는 주먹이 먼저 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타피, 그렇게 되면 인간들의 정예병이 우리에게 오지 않겠니?”

“다 해치울 수 있어!”

“타피 네 레벨이 몇이지?”

재빨리 타피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이름: 타피

종족: 시간의 뱀파이어

레벨: 67

특수 스킬: 빛 내성, 시간 감속, 시간 가속, 시간 정지, 혈액 조종, 불굴, 죽음의 구름

그때에 비해서 3밖에 오르지 않은 레벨.

하지만 인간들의 정예병은 아리에타 언니와 견줄 정도로 강하다. 두 명만 와도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67이요, 마스터님.”

“르테아 언니, 인간 정예병의 레벨은요?”

“아…… 그, 그게, 사람마다 다르고 소속된 곳에 따라 다르겠지만, 왕국 정예병이라면 보통 150 이상은 돼야 한답니다.”

“들었지, 타피?”

“아으…… 높다……”

타피는 그 수치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도 어렴풋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레벨과 직접 관련이 있는 네임드들이라면 어떻게 느낄지는 뻔하다.

“그래서, 시엘, 우리 전략은 어떻게 될까?”

“에크렌스 왕국의 왕태자는 사실 며칠 전에 즉위했답니다. 르테아 언니는 1달 전의 기억으로 말씀하셨지만, 용병들이 말하기로는 에크렌스 왕국의 전쟁 마법사들이 너무 많아서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다고 해요. 그렇죠, 아리에타 언니?”

아리에타 언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보고 결국 네임드들을 출격시키는 거냐고 되묻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우리는 에크렌스 왕국의 전쟁 마법사들을 살짝 줄일 거랍니다.”

“어떻게요?”

타피의 그 질문은 내가 가장 기다리던 질문이다.

“암살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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