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55화 (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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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코어를 보여주는데 운디르나 선배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그건 내가 리림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고, 리림은 아무리 봐도 내 코어를 보자마자 코어를 덮쳐 내 마력을 빼앗을 만큼 분별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 마치 명절에 만나는 어린 사촌 동생 같은 느낌이라서, 혹시나 보호자인 선배님께 여쭤본다.

“세이나, 맵! 빨리 맵을 보여줘!”

“응, 알았어 리림.”

나는 유리바닥 위까지 리림을 데리고 와서 아래쪽으로 감각 공유를 내보낸다.

과연, 이게 잘하는 일인가 생각도 들지만, 리림이 보채는 성격은 나까지도 급하게 만든다.

바닥으로 내려보내, 코어에 닿은 감각 공유가 그대로 튕겨져 나와 맵의 형태로 공중에 떠오른다.

이 방은 일부러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 빛이 통과하도록 만든 구조다. 내 코어를 숨기면서도 볼 수 있게 만든 회심의 구조지만, 리림은 그다지 놀라거나 하지 않는다.

“으음-“

아이 같은 괴력소녀 리림이 내 던전 맵을 보고 이런 때만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리림이 보는 쪽은 운디르나 선배님이 만드신 물의 필드 부분.

내가 만든 흙 필드는 관심이 없는 건지, 선배님이 만든 부분만, 세로 동공의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심히 봐서 속이 상한다.

“오~ 잘 만들었네.”

“내가 만든 건 이쪽이거든? 거기는 선배님께서 만들어주신 거야.”

“언니가? 응, 여기 필드도 잘 만들었어, 아기자기한 게 좋아.”

“아기자기…….”

왠지 속상하다. 나쁘다. 그저 DMP가 부족했을 뿐이다.

리림의 판단은 어떤 악의가 담겨있지도 않은 판단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상한다.

리림은 생글생글 웃으며 내 맵 위를 손가락으로 건들기 시작한다.

“응……?”

“아하하, 친구에게 주는 선물!”

리림이 손을 대는 부분에서, 붉은 빛깔의 필드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선배님이나 내가 DMP에 쪼들려 만든 흙 필드처럼 미로 구조라기보다는, 큼직한 방 세 개가 좁은 문으로 이어진 듯한 구조.

리림의 성격이 단순무식…… 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고는 있었지만, 정말 그런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는 방이다.

첫 방은 용암 동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굴 형태를 띠고 있다. 들어가면 더울 것 같다.

중간 방에는 마그마가 흐르는 동굴, 더 더워 보이며 양쪽에 있는 마그마에 들어가면 정말 녹을 것 같다.

마지막 방은 아슬아슬한 철골 구조물 아래, 용암이 부글부글 끓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용암 필드는 물 필드에서 흙 필드로 가는 반대 방향으로 가면 있는 다른 쪽의 2층으로 연결된다.

“가자! 내 아이들을 보여줄게!”

“응…… 무슨 소리를……?”

“나도 언니처럼 데려왔거든! 이건 다 세이나가 친구라서 주는 거야!”

리림처럼 골칫덩어리들은 아닐까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리림이 왠지 내 생각까지 읽는 능력이 있을 것 같다 고개를 빠르게 휘저어 그런 생각을 날려 보낸다.

“알았어, 조금 천천히 가자……”

“빨리 가자! 빨리, 흐흥”

리림은 정말 힘이 세고 강하다.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세다.

나는 용암 필드로 가는 중간부터 질질 끌려가듯 끌려갔고, 해변 필드를 지나는 동안 운디르나 언니가 생글생글 우리를 보며 웃는 장면을 보았다.

이거, 일부러 운디르나 언니가 리림의 신경을 나에게 돌리게 하려고 친구가 되게 한 것 같다.

전화 같은 거라도 있으면 나중에 꼭 물어볼 거다. 아니, 나중에 따로 만날 일이 있어도 꼭 물어봐야겠다.

아무리 외모 나이가 비슷하다지만, 너무 어리고 강한 리림에게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뭐, 나중에 내 마력이 회복되면 마력 자체는 비슷해지겠지만, 싸우기 싫은 상대는 싸우기 싫은 상대다. 뭣보다 리림쪽에서 나를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고.

괴력소녀 리림과 함께 용암 필드의 첫 번째 방에 도착하자마자 리림에게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진다.

리림은 나와 팔짱을 낀 채로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자신의 정수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여기서까지 성격을 드러내는 건지, 한 번에 엄청난 정수가 빠져 온다.

불같이 빠져 온 리림의 정수는 곧바로 끊어진다.

레드 드래곤이라 당연히 정수가 붉은색이라 생각했지만, 뜨거운 걸 보니 정말 불의 정수였다.

붉게 타는 액체를 바라보니 두근두근 움직이는 걸 보니 네임드를 뽑기 위한 의식이라는 것까지 알았다.

“세이나! 우리 우정의 증표로 만들어야지.”

“응? 아…… 나는 지금 휴식기라……”

“괜찮아! 나도 코어를 만들자마자 네임드를 만들었었어! 어떻게 기다리려고 그래, 세이나?”

리림이 내 양손을 맞잡고 세로동공의 용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눈을 바라본다.

막무가내로 정수를 냈다가, 저번에 타락시켰던 때처럼 기절할 것 같아 다시는 안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리림의 눈을 바라보면 어쩔 수 없는 구석에 몰린 듯하다. 뭐, 밖에는 운디르나 선배님도 있고, 나의 네임드들도 역병 사건으로부터 회복은 많이 한 상태라 보호는 충분히 해주겠지만 말이다.

“그치만, 리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네임드 뽑을 기회를……”

“괜찮아! 나중에 세이나의 아이를 받아갈 테니까.”

아이라니,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 하기에 얼굴이 붉어진다.

뭐 네임드를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걸 대놓고 마스터끼리 하는 게 오히려 이 세상의 법칙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운디르나 선배님은 ‘네임드’라는 말을 가르쳐주신 만큼 이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아니, 맞아야만 한다.

네임드의 표현에 대해 헷갈리는 동안, 리림과 맞잡은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게 느껴진다.

주변의 공기도 조금 흐려지는 듯하고, 몸 자체가 데워지며 고양되는 느낌이 든다.

리림이 눈을 감고 내 손을 너무 아프지는 않게 꽉 잡는다.

“세이나, 이제는 괜찮겠지? 세이나의 정수를 내는 거야. 세이나는 약하니까 선물해 주는 거라고?”

찡긋, 한쪽 눈을 깜박이는 리림이 귀엽다.

하지만 괴력을 생각하면 귀엽다기보단 내가 귀여움받는 쪽일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왠지 내 마력이 차오르는 듯해서 다른 때와는 달리 정수를 내도 버틸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리림에게 시간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꿈 정수만을 낸다.

평소보다 내 몸에서 많은 양의 정수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이 마력을 전부 리림이 준 것일지, 아니면 내 마력통이 커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보랏빛의 내 정수가 나오는 동안, 세피아 색의 정수가 안 나오게 노력했다. 그래도 약간은 나온 것 같다. 보이지는 않게 바로 혼합 정수에 섞어버린다.

“리림, 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

“응, 우리 용족은 남들에게 마력을 줄 수 있거든. 세이나는 몽마니까 마력을 받는데 특화되어있지? 그렇지?”

“아…… 그런 것 같기도……”

어렴풋이 게임 속에선 그런 설정도 있었다는 느낌이다.

리림의 반짝이는 세로 동공 눈동자를 보는 건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돌리고 정수를 바라본다.

정수가 모인 장소에서 점점 맥동하는 액체의 흐름, 그리고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 신기하다. 이번으로 네임드 소환을 보는 건 네 번째나 된다.

처음엔 소멜, 그다음부터 시엘, 타피, 그리고 이번 네임드까지.

과연 어떤 아이가 나타날지 가슴이 없지만 두근거린다.

꿀렁거리는 붉은 액체, 그리고 거기서 점점 형태를 잡아나가는 모습.

이번에는 과연 어떤 아이가 나올지 생각하다가, 내가 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걸 깨달았다.

“아아……”

“어떤 아이가 나올까? 궁금해!”

부끄러운 소리를 하는 리림은 아무런 자각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무튼, 정수에서 나오는 아이는 역시나, 내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만든 만큼 내 외모나이 또래의 여자애가 나오기 시작한다.

꼬리는 불타오르고, 붉고 노란빛의 귀가 머리 위에 달려있다.

“응? 불여우? 와아- 세이나를 닮았어!”

“그, 그런가……”

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정수에 로리 성분을 넣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꼭 생각하면서 만들자고 생각한다. 아직 1년하고도 2달은 넘게 남았다.

나타난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우리를 바라본다.

“세이나, 세이나 어서 저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줘!”

“응……”

일단 저 아이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이름: 없음

종족: 꿈의 불여우

레벨: 40

특수 스킬: 화염 구슬, 꿈의 판단, 화염의 시선

“레벨은 대체 왜 40이야?”

“아, 세이나는 그거 몰랐어? 우리는 네임드를 만들 때 레벨을 올릴 수 있어!”

하이텐션의 리림의 말이 맞는 듯하다.

그래도 갑자기 소환한 네임드의 이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불여우가 천천히 다가와 나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나의 주인인가?”

“응, 네 이름은……”

저 아이의 이름은…… 뭐로 하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리림(릴리도르무)은 전생슬의 미림 나바에게서 모티브가 되어 만든 캐릭입니다.

다만 거기만큼 뒷이야기가 있다거나 세계관 최강자는 아니고, 성격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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