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57화 (57/95)

00057 <-- 신입 던전 마스터와 신입 모험가 조합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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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가 있는 유리 바닥 위쪽에서 뒹굴뒹굴, 지도를 열고 누워서 눈을 깜박인다.

리파는 불 필드에서 콕 박혀서 나오지 않고, 소멜도 최근엔 아리에타 언니와 함께 해변 필드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꿈 필드는 작지만, 타피가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최근엔 옷 만들기에 취미가 있어 콕 박힌 채로 나오지 않는다.

옆에 있는 건 르테아 언니와 시엘, 요즘 시엘은 자주 나에게 이것저것 조언하지만 역시 DMP 자체를 먹는 걸 제외하고는 쓰지 않으니 할 말도 딱히 없는 듯하다.

“주인님, 왜 인간들이 오지 않을까요?”

“나 같아도 역병이 돌았던 저주받은 땅에는 안 올 것 같아.”

“아흐……. 죄송해요.”

“이상하네요, 이 부근은 곡창지대였어요. 인간들이라면 침을 흘리고 올 텐데 말이에요. 던전도 있으니 공략하면서 마력석으로 에너지도 얻고……”

“그러게.”

지금 가지고 있는 DMP는 67518, 리파에게도 DMP 음식을 돌려야 하므로 최근엔 일당 200 DMP쯤은 날리고 있다. 리림이 오고부터는 80일째다.

입은 7개인데, 하루 2끼. 10 DMP에 대략 2인분 정도 되는 양인데, 20인분이나 먹는 건, 대식가 둘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인지는 프라이버시니 밝히지 않겠지만, 여기까지 던전이 커왔던 걸 기억한다면 누구인지 알 것이다.

“시엘, 자연 필드를 만드는 건 어떨까?”

“……. 주인님, 제 필드를 만들어주시는 건 좋지만, 아직 인간들이 오지 않지요? 저는 참을 수 있답니다.”

“응…….”

인간들이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던전 경보가 너무 잠잠하다.

최근에는 자주 시엘을 보내 밖을 관찰하게 시키지만, 인간들은커녕 동물, 개미 한 마리도 던전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밖에서 뭔가 통통 튀기는 소리가 들리길래 노려보니, 어쩌다 이 방까지 내려온 쁘띠 블루 슬라임이었다. 한숨을 쉬고 다시 올려보내고, 느긋하게 누워서 지도를 바라보다가 경보가 울리며 등골이 싸늘해진다.

코어를 심고 나서는 벌써 8개월째,

다음 네임드를 소환해 빨리 이 경보를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읏……?”

“인간인가요?”

“그러네…….”

빠르게 입구 지형을 확대하여 바라본다.

거기에 있는 건 장비 레벨로 치면 120 이상쯤 돼 보이는 한 여성을 리더로 한 10인 파티.

축소 맵에서 붉은 원이 상당히 거대했던 걸 보면 이들도 꽤나 강한 집단인 것으로 확인된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되었지만, 해변 필드에서 불 필드로 가는 길은 상당히 상냥하게 소개된 것에 비하면 해변 필드에서 이쪽으로 오는 건 매우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

물 필드나 불 필드. 둘 다 레벨 150대가 넘는 보스가 대기 중이고,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땀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순식간에 첫 번째 방의 좀비와 스켈레톤을 격파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고, 우리 측 몬스터의 마력석이 털린다.

‘타피, 쉽게 나가지 마. 상대는 상당히 강하다.’

‘마스터, 알았어.’

이번 기회에 네임드들이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다.

모험가 10인 파티는 함정들을 처리하며, 길가에서 기다리던 스켈레톤 상급 병사 3기까지 처리해버린다.

“아아…….”

“주인님, 이건 큰일인데요?”

“그, 그렇지……”

이런 속도라면 저 파티가 흙 필드를 주파하는 건 2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다. 아니, 최소 30분이면 끝날지도 모른다.

그들은 함정을 꼼꼼히 살피며, 날아오는 쇠뇌는 다 피하고 떨어지는 함정은 한 발짝 전에 모두 알아채고 피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도끼는 부숴버린다.

상당히 강한 모험가 파티라고는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장비로는 어떤 직업군인지조차 모르겠다.

사역마를 다루는 인간이 있고, 리더의 레벨이 특히 높다는 점만 빼면……?

그리고 리더도 상당히 젊어 보인다. 빠르게 아리에타 언니에게 감각 공유를 걸었다.

‘언니, 저들의 상태를 보여줄 수 있나요?’

‘세이나 마스터님, 이건 무리. 저 리더와 나는 수준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저 사이에 헤집고 들어갈 수 없어.’

‘무슨……?’

뇌리에 용사니 뭐니 한 녀석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간의 용사는 아직 걸음마도 못 떼서 나타나지 않겠지만, 다른 던전 마스터에 해당하는 용사라면 가능성 있는 일이다.

잘못하다간 내 던전은 둘째치고, 나의 네임드를 몰살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엘, 르테아 언니, 전부 해변 필드에 불러모아서 상대하자.”

“알았어요.”

“네.”

우리가 네임드들을 정비하는 동안에도 모험가 파티는 순식간에 스켈레톤 메이지 2기와 스켈레톤 5기로 이뤄진 방을 주파한다.

다음 방부터는 스켈레톤 상급 병사와 메이지가 조합된 방이지만, 이들이 던전을 주파하는 속도를 보아선 너무 간단하게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 네임드들만 모아서 상대할 수 있을지, 일단 던전의 보스들을 한데 모아 한 번에 싸우면 승산은 있어 보이기는 하다.

너무 급작스러운 침입과 돌파 속도에, 나는 너무 긴장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이가 딱딱 소리를 낼 정도로 덜덜 떨린다.

어차피 누워있기는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붉은 홀로그램들이 푸른 홀로그램 속에서 꿈틀거리며 해치우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 네임드들과 보스들이 해변 필드에 모이자, 스켈레톤 킹이 있는 방이 전부 정리된다.

중간중간에 있었던 보물 상자들도 대부분 털렸고, 쁘띠 미믹과 고블린, 임프가 있는 막다른 길은 어째서인지 화를 면했다.

“제발……”

‘주인님, 다 모였어. 해룡과 용용이까지.’

‘응……’

시엘과 감각 공유를 하며 방으로 내려오는 이들을 바라본다.

모험가 파티, 그들은 해변 필드로 내려오자마자 긴장하지만,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몬스터 무리를 보고는 두 손을 들고 무기를 버린다.

‘응?’

“뭐 하는 거지? 왜 갑자기 항복하는 거냐?”

레벨 120 이상의 장비를 입고 있지만, 홀로그램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작아 보인다.

키는 우리와 비슷한 정도…… 드워프인가 생각했지만, 전반적으로 어린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말을 하자 굉장히 연륜이 있어 보인다.

“항복……. 이라기보단, 이 던전의 코어, 던전 마스터와 이야기하고 싶네요.”

“무슨 소리야! 너희들이 죽인 1층의 몬스터들은 그러면 어떻게 해!”

“시엘, 저 여자는…… 조용히 해.”

“왜요! 저 사람들 때문에 스켈레톤이 전부 죽었잖아!”

르테아 언니가 시엘을 말리자, 시엘이 모두가 생각하는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더는 상대의 비위를 건드리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시점에 리더, 소녀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무릎을 꿇는다.

르테아 씨로 시점을 전환하고, 저 파티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 여자에 대해 알고 있나요?’

‘네…… 모험가 등급 A인 리더, 엘타리스 씨의 파티입니다. 모험가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그런 사람이 여긴 왜…….’

모험가 등급 A라면 160레벨이 넘는다는 소리다.

입고 있는 장비는 120레벨대로 보이지만, 힘을 억누르고 숨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더를 포함한 파티원 다섯, 이 사람들은 정말 강해 보이긴 하지만, 곁에 있는 다섯 명은 타피 한 명이 상대해도 될 정도로 약해 보이기는 한다.

과연 내가 나서도 될지, 르테아 씨를 통해 이야기했다.

‘무기를 전부 버리라고 말하세요.’

‘알…… 알았어요.’

“마스터님이 모두 무기를 버리라고 명했어요. 한 발짝 더 다가오면 쏩니다.”

르테아 언니가 위협하자, 그들은 모두 무기를 버린다.

앞으로 조금 더 튀어나온, 외모는 어린 리더 엘타리스를 제외하고는 다들 전투 의지가 없어 보인다. 과연 방금 전 흙 필드를 30분만에 주파하고 온 패기 있는 녀석들이 맞냐고 묻고 싶은 정도이다.

리더는 보기에는 나와 키가 비슷하거나 더 작고, 드워프도 아니고 엘프도 아니고, 푸른 피부의 종족도 아니다. 인간처럼 보인다.

근육도 전사치고는 작은 편이고, 길게 땋은 분홍색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가 눈에 띈다.

‘마법 봉인을 걸어도 되나요? 아리에타 언니가 걸어줄 거예요.’

“마법 봉인을 걸어도 되겠습니까?”

시엘은 그들을 노려보고 있고, 나의 네임드들은 다들 르테아 언니의 입을 빌려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가만히 있었다.

왜 마법 봉인을 전사에게 거는지, 그건 그저 이 세상의 전사 클래스들도 마나를 이용해 육체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논하지 않고 모험가를 하게 되면 큰 힘의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물론 전성기 나잇대가 있기는 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마법 봉인을 당하면 달라진다. 딱 보기에도 얼마 근육이 보이지 않는 소녀, 엘타리스 씨는 일반인 소녀와 같은 존재로 격하된다. 물론 마법 봉인을 거는 자에 비해 레벨이 높으면 봉인을 뚫고 마법을 쓸 수 있겠지만, 그건 술자와의 레벨 차이가 50 이상 날 때의 이야기다.

르테아 언니의 말을 듣고, 리더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리에타 언니, 걸어주세요.”

“인간들, 그렇게까지 우리 귀여운 마스터를 만나고 싶은 걸까?”

“……”

엘타리스 씨는 말없이 마법 봉인진 위에 올라가 뺨에 마법 봉인 문신을 새긴다.

임시적으로 생긴 문신이지만, 정말 피부가 붉게 타서 검어져 아파 보인다.

‘석굴로 오세요, 시엘도, 나머지는 기다리세요.’

“이쪽으로. 다른 사람들은 오지 마세요, 시엘 양만 따라오시길.”

르테아 언니의 안내에 따라, 작은 엘타리스 씨는 순순히 내가 있는 방으로 내려온다.

두 명과 리더가 내려와도, 인간들은 전투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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