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61화 (61/95)

00061 <-- 신입 던전 마스터와 신입 모험가 조합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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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타리스가 찾아와서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고 간 건, 어제 있었던 일이다.

인간 시절의 성격을 그대로 담으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쪽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인간들에 대한 충성심을 나에게 완전히 돌린 건 괜찮았지만, 종족명까지 저렇게 바뀐 걸 보면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모든 던전의 구조를 바꾸는 건 힘든지라, 자연 필드를 1층으로 올리고, 다른 쪽으로 연결하여 또 다른 입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흙 필드에 대한 보강을 진행했다. DMP는 엘타리스가 준 마력석에서 회수할 수 있었고, 스켈레톤 50기를 소환해낼 양이 나왔다.

그들끼리 배틀로얄을 시키자 스켈레톤 킹이 한 기, 스켈레톤 메이지가 세 기, 스켈레톤 상급 병사가 다섯 기 나왔다. 저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합성한다는 느낌처럼 너무 간단하게 진행되어 놀랐다.

다시 내 DMP를 활용해 스켈레톤을 20기 소환해 흙 필드 몬스터의 빈틈을 채웠다.

그러고 나니, 또다시 경보가 울린다. 엘타리스다.

“마스터, 어디 있나요?”

이번에도 흙 필드 쪽 입구로 찾아왔다. 막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있던 참에 던전 경보가 울려 놀랐다.

나의 네임드들이 드나드는 정보는 그나마 편한 편이지만, 엘타리스는 새로운 네임드라 그런지 경보 자극이 적응이 안 된다.

“여기 있잖아. 그리고 자연 필드는 다른 입구로 연결해 뒀어.”

흙 필드 쪽에서 연결해 자연 필드를 입구 쪽으로 연결했다.

하는 김에, 불 필드의 용암동굴 방 쪽으로 코어와 석굴을 옮긴 뒤 가장 안쪽 방으로 옮겼다.

지금 던전 구조는 흙, 자연 - 해변 - 불 - 석굴 - 코어의 4층 구조로 바꾸었다.

하는 김에, 순간이동 장치도 만들었더니 지금 남은 건 16845 DMP.

엘타리스와 석굴로 천천히 내려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음부터는 여기 있는 이 순간이동 장치로 올 것. 자꾸만 경보가 울리니까 싫어.”

“마스터가 싫으시다면, 이 흙 필드는 제게 주시는 게……”

“안 돼. 너는 인간을 맡으라고, 던전 필드는 다른 애들한테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깍듯이 대하는 엘타리스의 행동은 어디서 온 건지, 도저히 뇌 근육 전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분홍 머리 소녀고, 나와 외모나이는 비슷해 보이고……

저주에 걸린 이전 모습이 궁금하긴 하지만 꽤 나이 든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종잡을 수 없기는 하다.

“마스터, 오늘도 귀여우시네요.”

“엘타리스, 작업 그만. 나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너 말고도 많으니까.”

“저를 위한 자리도 남겨두시죠, 공주님.”

“싫-어. 내가 왜? 그리고 공주니 뭐니 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느끼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엘타리스에게 딱 잘라 거절한다. 아리에타 언니에게 들었던 그 부끄러운 말은 똑똑히 말해 하지 못하게 한다.

엘타리스의 선명한 보랏빛 눈동자로 느끼한 표정을 지으니 솔직히 말해 부담스럽다.

거절당하자 침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알겠습니다. 저는…… 인간들이나 맡겠습니다.”

“DMP 요리나 먹고 가지 않을래?”

“마스터께서 주시는 거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석굴까지 도착하자, 시엘이 반겨주러 나오다가 엘타리스를 보고 떫은 표정을 짓는다.

엘타리스는 시엘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난 그녀를 탁상에 앉혔다.

마주 보며 앉는 김에 던전 맵을 키고, 메뉴를 열어, 언제나처럼 피자를 주문해 탁자 위에 올려둔다.

엘타리스가 얼마나 먹을지는 모르지만, 피자 뚜껑을 여니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뭔가요?”

“먹어봐.”

“마스터가 명령하신다면…… 벌레라도 먹긴 하겠습니다만.”

피자를 벌레에 비유하다니, 대체 이 세상에서 피자라는 이미지는 뭘까?

나도 입이 심심해서 한 조각 들어먹으니, 그제서야 엘타리스가 따라서 한 조각을 든다.

오물오물 입안에 한입 넣고 씹는 모습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지 조금은 두렵기도,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순순히 타락되었던 르테아 언니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음……! 맛있습니다.”

“그래, 다 먹으렴.”

“그래도 되나요……?”

엘타리스도 먹을 것 앞에선 약해지는지 한입 먹자마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마치 황송하다는 듯 피자 판을 받아, 먹기 시작한다.

타피나 르테아 언니처럼 많이 먹지는 못하고 결국 남기기는 하지만, 평화롭게 먹는 모습을 보면 다른 아이들처럼 순수한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옆에 시엘의 싸늘한 눈이 다가와 포커페이스로 바꾸었다.

시엘은 무섭다. 요즘 따라 더 나에게 집착이 강해진 것 같다.

“인간들은 어떻게 하고 왔어?”

“음냠냠, 그, 자연 필드에서 나무를 캐라고 명령을 내리고- 왔으니까, 괜찮습니다. 스읍-“

“콜라도 마셔. 맛있으니까.”

엘타리스는 콜라를 따서 먹다가 처음엔 따끔해서 놀랐지만, 곧이어 콜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다.

나는 입이 따끔해서 못 먹지만, 다시 콜라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맛있는 콜라를 김이 다 빠지고 나서야 먹을 수 있었으니, 그것도 괴로워서 다 먹지도 못했으니, 혀가 조금만 둔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에는 혀가 민감해서 시원하게 한 밀크티를 만들어 음식과 곁들여 먹는다. 마침 르테아 언니가 가져다주었다.

“세이나님,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언니.”

“언니……?”

엘타리스가 언니라는 말에, 피자를 먹다가 멈추고 르테아 언니를 바라보았다.

하긴, 내가 나이 든 사람에게는 언니라고 꼬박꼬박 붙여서 말하는 건, 아리에타 언니 때문이기는 했다.

그게 신기한지, 엘타리스도 르테아 언니를 바라보고 조용히 ‘언니’라고 말한다.

“엘타리스 씨는 나이가 많잖아요. 100살도 넘으신 분이 어찌 저에게.”

“언니는 이름이 뭔가요?”

“르테아입니다. 인간이었을 대는 E급 모험가, 신입 프리스트였지만, 세이나님을 만나 이렇게 곁에서 보좌하고 있답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르테아 언니.”

“…… 엘타리스 씨가 더 나이가 많다니까요. 호호.”

“저보다 먼저 타락해 몬스터가 되셨잖아요. 하하.”

두 사람, 아니 두 네임드 사이에 찌릿하고 섬광이 튀었다.

나는 박수를 쳐 시선을 돌리고 방긋 웃었다.

“네임드끼리 싸움 금지.”

“하하, 세이나님 죄송합니다. 같은 출신의 ‘할머니’를 보게 되어서 말이에요.”

“마스터, 정말 죄송합니다. ‘언니’가 제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요 하하.”

“그만 싸워? 안 그러면 혼낸다?”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어째서 네임드들은 만날 때마다 부딪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르테아 언니도 파티에선 워리어와 사이가 상당히 안 좋기는 했었다.

인간 세상의 일은 모르지만, 직업 간의 차이도 있는지 생각할 뿐이다.

“그래, 엘타리스. 내가 던전 마스터로서 너에게 행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말이지.”

“그게 뭔가요? 알려주세요.”

“…… 보채지 마, 감각 공유야.”

엘타리스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뭐 한번 느껴보는 게, 열 번 말하는 것보다 나으니 바로 감각 공유를 걸었다.

엘타리스의 시력은 생각보다 나쁘지만, 이상하게 움직임이 매우 민감하게 느껴졌다.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어어?’

‘’이게 감각 공유를 할 때만 할 수 있는 텔레파시 같은 거야.’

‘신기합니다. 역시 마스터예요!”

“흐흠, 그래, 이게 나야.”

나는 아무래도 엘타리스가 띄워주는 페이스에 그대로 휘말린 것 같다. 엘타리스는 어떤 적의도 없이, 그저 인간들과 함께 행동하는 대로 상대를 띄워주는 말을 했겠지만,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그래도 감각 공유를 하고 나면 상대의 속마음을 대부분 들여다볼 수 있다. 엘타리스는 눈앞의 흰 머리 여자애에 대해서 존경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마음을 놓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사랑스럽게 생기긴 했지만 그 성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는 하다.

“그래, 나는 코어에서 당분간 나가는 게 힘드니, 인간들이 일하는 걸 구경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 그렇습니까?”

“르테아 언니, 시엘, 어때?”

“……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벌레들이 어떻게 기생충 짓을 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시엘이 한 말이 정말 내 말을 대신해주고 있다.

엘타리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자신에게 놀라면서도 약간은 회한의 감정이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아직도 엘타리스와 감각 공유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르테아 언니는 싫은 것 같으니 여기 남고, 시엘이 엘타리스와 함께 올라갈래? 엘타리스, 시엘이 가도 되겠지?”

“아인으로 보이기도 하니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여기 온 500명은 전부 서로 알지 못하는 자이지요. 그저 저의 명성을 보고 새로운 땅을 찾아온 인간들입니다. 저와 함께 다니면 문제없습니다.”

“시엘, 어때?”

“저야…… 좋아요. 주인님의 부탁이라면……”

얼굴을 살짝 붉히는 시엘과 함께, 엘타리스는 다시 입구 쪽으로 순간 이동기를 타고 나갔다.

사실, 엘타리스에게 감각 공유를 거는 게 무서워서이기도 하다. 엘타리스의 시선은 ‘동체 시력’에 특화되어있어 마치 시간을 왜곡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심코 내가 시간 정지를 쓸 뻔한 정도, 생각해보면 내 시간의 정수도 엘타리스가 먹기는 했었지만, 해당 스킬은 없었다. 무슨 문제일지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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