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 신입 던전 마스터와 신입 모험가 조합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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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운영을 직접 하게 되면 DMP가 남아 편할 줄 알았는데, 역시 매우 바쁘다.
시엘과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한 달째.
아이들과 폭신폭신한 피부를 맞대고 볼비빔을 하고 싶었는데, 뭐만 하면 흙 필드로 찾아와 꼬리가 곤두서길 일쑤였다.
흙 필드는 내가 방어하기 위한 필드이지, 주파하기 위한 필드가 아니었는데 자꾸 주파 당한다.
하루에 벌리는 DMP는 대략 20000 DMP, 인간들이 찾아와 죽어주기도 하지만 그건 극소수고 모두 주파해서 마력석을 얻어 간다. 흙 필드에 매번 밤에 채워 넣기 위해 8000 DMP를 소비한다. 남는 건 12000 DMP 정도뿐이다.
그리고 해변 필드에서 기다리는 어인은 무지 강하다. 인간들은 해변 필드에 오면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기 일쑤다. 해변 필드는 평균 레벨 70 이상의 몬스터들이 즐비하고 있고, 불 필드는 평균 레벨 120 이상의 몬스터들이 있다.
나도 받은 몬스터들의 정보 창을 열지 않아서 몰랐었다. 리림은 제멋대로 구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거의 정예병들을 주고 갔었다. 몬스터로 치면 두당 12000 DMP에 해당하는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진화형까지 있었으니, 가장 강한 보스몹인 용용이의 가치는 10만 DMP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순간 이동기는 모든 방에 연결했고, 권한은 나와 나의 네임드에 한정해서 설정했다.
지금은 해변 필드에서 스켈레톤들의 배틀로얄과 진화를 끝마치고, 스켈레톤 킹에게 명령해 흙 필드로 올려보내고 있다.
“하아……”
“주인님, 괜찮으세요?”
“힘들어…… 언니 보고 싶어……”
“언니는 잔다고요. 자, 이쪽으로~ 주인님.”
내 곁에 있는 건 시엘, 결국 르테아 언니도 엘타리스의 곁으로 가서 인간들을 보살피고 있다.
보살핀다? 라는 표현보다는, 다친 인간들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DMP를 뽑아내기 위해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아무래도 르테아 언니는 성격상 죽이기보단 치료하는 게 더 어울리긴 하지만, 역시 인간을 치료한다는 건 조금 무리인 듯하다.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하다.
치유사라는 직군 자체가 직업은 다섯 길이나 되지만, 인간들은 치유 직군을 꺼리기에 르테아 언니의 손까지 빌린다는 거다. 다크 프리스트도 과연 치유사인 걸까?
르테아 언니의 품에 안기고 싶다……
그리고 최근 모인 DMP로 자연 필드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모인 36만 DMP로는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더 모으고 싶다.
요즘은 생각이 복잡하다. 스켈레톤들의 배틀로얄이 끝나면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친다.
“때려치우고 싶어.”
“주인님, DMP 사용 권한을 주세요. 혼자서 관리하시기는 힘드시잖아요.”
“시엘…… 아니야, 아직은…….”
“주인님, 그럼 어차피 인간들이 오기 전이니까, 다른 아이들이라도 만나러 갈래?”
“응……”
사실상 시엘의 담당인 자연 필드는 나무 일곱 그루인 채로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시엘은 자주 내 곁에서 도와준다.
자연 필드는 개선해 두당 2000~8000 E~C등급인 나무 정령이나 드라이어드, 야생 엘프 등을 소환하고 싶지만, 체력이 부족하다. 빨리 코어에서 회복하고 개선하고 싶다.
해변 필드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던 아리에타 언니와 소멜을 바라본다.
바다 먼 쪽에서, 인공 태양을 받으며 소멜은 인간형인 채로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놀고 있다.
“소멜~ 아리에타 언니~”
“응, 시엘이구나.”
“미야아앗! 받아랏 물대포!”
내 옆에 있던 시엘이 소멜이 쏜 엄청 큰 물대포를 받고 뒤로 밀려났다.
입고 있던 옷, 타피가 만들어준 시엘의 연한 푸른빛 플레어스커트 원피스가 젖어버리고, 시엘은 얼굴에 촉촉한 물방울을 튀기면서 씨익 웃는다.
“흐흐, 소멜, 이러고 살아남을 줄 알았나?”
“미야아! 언니! 놀자!”
내가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 시엘이 엄청난 바람을 불러와 파도를 튀거 소멜을 공격한다.
소멜은 그 파도에 밀려나면서 물을 조종해 다시 시엘에게 반격한다.
“언니, 간닷!”
“또 맞을 것 같아?”
두 아이가 물로 싸우는 동안, 몬스터들은 구석으로 숨고 아리에타 언니는 내 옆에 앉았다.
최근에 언니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 필드 관리를 맡고 있지만, 그 권한도 이젠 거의 소멜에게 넘어가고 있다.
“언니는 요즘 뭐 해요?”
“후후, 궁금한가요? 오랜만에 쉬고 있답니다.”
“으음…… 저도 쉬고 싶어요.”
“코어 옆에서 항상 있잖아요, 네임드를 소환하고 흙 필드를 강화하는 걸 추천할게요.”
“아휴…… 아직 9개월 남았어요.”
한숨을 쉬고 바닥에 있던 나뭇가지를 들어 모래를 쑤신다.
앞에는 화려한 물 마법과 바람 마법이 소용돌이치지만,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언니 쪽으로 살짝 기댄다. 언니의 몸은 서큐버스이니만큼 탄탄하다.
“아직 남았나요, 괜찮아요. 꿈이라도 꿀래요?”
“…… 그럼 편할까요? 낮 동안이라도 쉴까요?”
“잠시 주무세요. 하루쯤은 네임드들에게 맡기고 쉬어도 괜찮답니다.”
“알겠어요…… 꿈 마법을 써 주세요. 언니가 아니면 누가 절 재우겠어요.”
“그럼 눈을 감고 심호흡을 쉬세요, 잠시.”
언니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내쉰다.
곧바로 내 눈앞에 서린 보랏빛 구름, 그걸 들이마시고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일어났을 땐, 석굴의 유리 바닥 위쪽.
배시시 웃으며 내 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시엘과 소멜, 그리고 옆에 앉아서 머리카락 냄새를 맡던 타피, 자기 꼬리를 과시하듯 덮고 있는 리파까지 있었다.
“너희들 대체 뭐 하는 거야아아아?”
“주인님께서 요즘 힘들어하셔서 보살피러 왔지요.”
“뭐 좋기는 하지만……”
일어나서 얼마 되지도 않는 가는 팔로 소멜과 타피를 안았다. 그리고 꼬리는 재빨리 말아 옷 속으로 숨긴다.
양팔에 안겨 쏙 들어오는 아이들, 이상하게 웃음이 나온다.
나를 덮고 있던 리파의 꼬리도 부들부들하고, 푹신푹신하다. 나는 꼬리 건드리는 걸 싫어하는데 리파는 꼬리털을 쓸어주는 걸 매우 좋아한다.
“흐흥, 주인, 거기 말고 위쪽.”
“마스터, 요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미야아…… 졸려.”
소멜은 메로우 폼으로 돌아갔다. 매끈매끈한 젤라틴 피부가 느껴진다.
타피는 나에게서 벗어나 뒤쪽에서 나를 안는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마음이 자연스레 풀어진다. 행복하다.
“다들 돌아가야 하지 않아? 안 그래?”
“자고 갈 거야, 마스터.”
“주인, 괜찮아. 용용이 있어.”
아이들은 내 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소멜이 잠을 자고, 시엘도 졸기 시작하는 걸 보면 이제 밤인 듯하다.
휴, 일어나서 내 일을 해야지, 다시 스켈레톤을 소환해 배틀로얄로 추리고 올려보내야 한다.
맵을 열고, 확대해 확인하니 아무 스켈레톤도 죽지 않았다.
“응……?”
“마스터, 제가 인간들의 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언제 와 있었어……? 엘타리스.”
분홍머리의 소녀가 깍듯이 머리를 숙이고 탁자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엄청난 양의 서류, 내가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온 건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탁자에는 르테아 언니도 있었다. 뒤에서 나를 안고 킁킁거리는 타피를 잠시 떨어트리고 일어나 르테아 언니에게 안겼다.
“언니이이…….”
“세이나님, 저는 괜찮으니까 힘내세요? 아픈 데는 없지요?”
“네……”
설마 다들 내가 쓰러져서 와 주었는지, 아리에타 언니에게 수면 마법을 받기를 잘했다.
덕분에 최근 지끈지끈 아파오던 머리도 나은 것 같다.
편안한 마음에 엘타리스가 늘어놓은 탁자의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엘타리스, 이건 대체 뭐야?”
“흙 필드의 개선안입니다. 주인님께서 최근 관리를 힘들어하시고, 노후화된 함정이 많고 인간들이 쉽게 들어오기 힘드니까요. 인간들의 성장과 DMP를 뽑아내는 데 특화해서 배치한 지도입니다.”
“오……”
확실히 게임상에서는 몇 가지 트릭이 있기는 했지만, 나중에 점점 여유를 찾게 되면 초반 트릭보다는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데 기대기 마련이다.
엘타리스가 그려준 지도는 확실히 그런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구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내가 던전 공략 측이라고 봤을 때, 레벨업을 하기도 쉽고, 공략하는 재미도 있는 구조.
예산안은 조금 많이 들기는 하지만, 확실히 구조의 편리성이나 예상도를 그려보면 상당히 깔끔하고 아름다운 구조다. 미로도 적당히 들어있고, 던전에 알맞은 구조.
“이건 다 어디서 생각한 거야?”
“마스터, 저는 모험가였다고요, 수많은 던전을 탐험하며 경험을 길러왔답니다.”
“음…… 그렇지.”
“어차피 마스터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건 전부 찢어버려도 됩니다.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
“아니, 괜찮아. 참고할게.”
사실 참고가 아니라 따라 만드는 거겠지만 말이다.
흙 필드의 주인은 임시로 엘타리스에게 줄까도 생각해 본다.
그러면 최소한 스켈레톤을 소환하느라 힘든 일도 없을 테고, 코어에서 휴식할 수 있지도 않을까?
그래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