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 던전 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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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개편 다음 날,
르테아 언니는 다시 인간 세상에 올라갔고, 엘타리스 또한 모험가 조합 일을 위해 오지 않았다.
흙 필드에 대한 걸 맡기고 나니, 인간들이 들어올 때마다 경보가 울리지 않아 편하다. 대신 엘타리스가 불편해지겠지?
들어갈 때마다 경보가 울릴 테니, 사실상 엘타리스는 잠도 못 잤을 것 같다.
나는 맵을 켠 채 옆에는 주문한 과자 세트를 따서 아작아작 감자 칩을 씹어먹으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보는 쪽은 흙 필드. 과거보다 4배 이상 커진 면적에 지금은 다른 필드에 비교해서도 2~3배 이상 크다.
내 던전에 도움을 준 물 필드나, 불 필드 같은 곳은 비싸다. 칸당 5000 DMP 이상의 필드들이다. 이제야 내가 직접 만든 흙 필드가, 드디어 도움받은 필드들만큼 크게 되었다.
그만큼 비싼 필드를 보니, 거의 나를 위해 필드만 20만 DMP 이상 쏟아주었다는 거다. 아니 높이가 4배니까 최소 80만 DMP…….
실제로 리림이나 운디르나 선배님이 남겨준 이 필드의 보스몬스터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엘타리스의 노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그런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그때 느꼈던 엘타리스의 눈빛, 내 전력을 모두 데려가서 이야기하자고 했을 뿐이지, 첫 순간의 눈빛은 확실히 나를 자신의 아래로 두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엘타리스를 못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엘타리스의 마스터가 내가 되도록 타락시키지 않았다면, 과연 그녀의 상관은 누구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지금은 모험가 파티 1개를 보고 있다.
탱커, 암살자, 마법사 둘, 궁수로 이뤄진, 치유 계열 직군이 없는 파티이다.
레벨은 20에서 40사이, 등급으로는 E에서 D사이쯤으로 보이는 이들이다.
던전 개편 이후로 제대로 구성된 파티는 처음이며, 첫 번째 방인 스켈레톤 세 기와 대치하고 있다.
흙 던전은 엘타리스의 방안, 즉 이 첫 번째 방인 초보자용 방을 지나면, 회랑과 옆으로 이어진 수많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회랑에는 수많은 스켈레톤 병들이 지키고 있으며, 방에는 미믹과 보물상자, 그리고 고블린과 슬라임 등의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다.
죽은 인간은 좀비나 미라로 되살려 세워 둔다. 미라나 좀비로 죽은 인간들이 변하는 건 타락이 아니라 전락이라고 한다.
“대체 그건 어떻게 아는 거야?”
“저는 모험가였으니까요. 그리고 던전에는 눈 몬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들을 몰래 살펴볼 수 있는 물건이지요.”
“…… CCTV?”
“씨씨……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몰래 살펴보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요. 저도 많이 당해봤으니까요.”
“그럼 걔들은 안 죽어?”
“보통 은신 상태인 데다 전투력이 전혀 없기에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와……”
아무튼 지금 보는 건, 그 눈을 통해 보는 모험가 파티이다.
감각 공유를 통해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정말 화면이 공중에 뜬다는 느낌이다.
만약에 미래형 CCTV 중앙통제센터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게다가 소리도 껐다가 켤 수 있다. 던전에 대해 인간에게 더 많은 정보를 들으니 내가 과연 던전 마스터가 맞는가 싶지만, 뭐 아직도 나는 메뉴를 보며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치유사가 없는 던전 파티가 있는 방에 귀를 올리자, 그 파티에서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
“탱커님, 앞으로 가 주세요.”
“네, 화염 마법사님. 냉기 마법사님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먼저 [바람 화살]로 어그로를 끌게요, 왼쪽 스켈레톤부터 상대합시다.”
“그래요. 암살자 씨는 은신으로 함정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궁수가 활시위를 당기자, 멀리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던 스켈레톤이 달려오기 시작한다.
탱커가 [도발의 일격]으로 어그로를 끌고, 그 사이에 암살자는 [은신]을 통해 주변을 찾아본다.
함정이 하나 있기는 했다. 간단한 지뢰형 함정을 제거한다.
스켈레톤은 뼈 곤봉을 크게 휘두르지만, 탱커의 방패와 큰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그와 동시에 양옆에서 [화염구]과 [냉기 작렬]이 날아와 스켈레톤을 타격한다.
탱커가 방패로 밀쳐내고, 그 사이로 궁수가 [바람 화살]을 한 번 더 쏴서 넘어트리고, 함정을 처리하고 온 암살자이 [마무리 일격]으로 마무리.
상당히 잘 만들어진 파티로 보이고, 탱커가 포션을 살짝 빠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인간은 같은 등급의 몬스터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번에는 D등급 탱커가 F등급 스켈레톤을 막았기에 피해가 거의 없었다.
첫 번째 방은 한 기씩 끌어당기며 잡는다. 그리고 파티는 회랑으로 나오고, 암살자가 은신 상태로 함정을 제거하다가 발이 묶인다.
덕분에 어그로가 전부 끌려 수많은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상급 병사들이 모여든다.
“앗……!”
“함정을 쏠게요.”
“아니, 아래쪽에 몬스터들이 많잖아…….”
암살자가 함정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자 발이 묶인 채로, 높은 천장의 어둠 속으로 끌려간다.
화염 마법사가 쓰는 조명 마법으로 던전을 밝히기에, 화염 마법사는 제 마력을 다할 수 없다.
냉기 마법사가 아래쪽에 [얼음 불길]을 이용해 스켈레톤들의 발을 묶지만, 치명상은 입힐 수 없다.
궁수가 어떻게든 하나하나 쏴서 어그로를 끌지만, 하나하나 상대하던 파티에겐 꽤나 무리처럼 보인다.
이런 절망스러운 과정에서 DMP가 쌓인다. 아마 도적 씨는 죽을 것이고, 다른 이들은 좌절을 겪으며 빠져나갈 것이다.
역시나, 리더인 탱커가 후퇴 손짓을 보낸다.
“죄송합니다, 암살자 씨.”
“하…… 나는 여기가 끝이구나.”
“다른 파티를 불러올 테니, 버텨주십시오…….”
하지만 스켈레톤 메이지가 [날카로운 바람]으로 줄을 끊고, 암살자는 그대로 스켈레톤들의 사이로 똑 떨어져 다굴 맞고 죽는다.
너무 빠르게 전멸 후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탱커도 후퇴하면서 스켈레톤들의 어그로를 끌고 중상을 입고, 마법사들과 궁수만 어떻게든 피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오늘 온 파티 12개는 파티는 오늘의 흙 던전을 절반도 주파하지 못했다.
DMP는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48000 정도 벌었다.
푸른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건 68751 DMP.
인간들은 죽어도 이상하게 그만큼 찾아오고, 밤이 깊어지자 엘타리스가 내려와 몬스터들을 채운다.
엘타리스가 소모한 DMP는 오늘은 8000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더 강한 모험가들이 오고 유지비가 더 오를 것 같다.
엘타리스가 뭔가 열심히 종이에 적고서는, 순간이동기로 내려와 내 방으로 왔다.
“마스터, 여기 오늘의 결산입니다.”
“응, 거기 놓고, 뭐라도 먹을래?”
엘타리스는 종이를 놓고는 어물쩍하고 분홍 머리카락을 꼬며 서 있다.
뭔가 원하는 듯하지만, 아무 소리를 안 하기에 슬쩍 보았다.
“피자 먹고 싶은 거야?”
“네…… 넵.”
“진작 말하지, 시켜줬을 텐데.”
나는 음식 메뉴를 열어 피자를 주문한다.
[10 DMP로 피자 한 판을 주문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후후, 역시 피자가 좋은 거지? 더 맛있는 것들도 있는데 말이야.”
엘타리스도 알기 쉬울 정도로 이 음식에 넘어온다.
먹어보면 내가 먹던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네임드들이 먹으면 호감도 음식처럼 나를 좋아하게 된다는 느낌이다.
사실 주문하는 과정에 사랑이 묘약이라도 들어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마음이 나에게 온다.
그리고 탁자에 올라온 보고서를 바라본다. 시엘도 궁금한지 먼저 보고 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보고서다. 오늘 번 DMP는 얼마인지, 쓴 DMP는 얼마인지 정확하게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손익은 얼마인지, 예상되는 소비량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자세하게 쓰여 있지만 나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보고서는 대충 운영하는 나에겐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런 수준이다.
게다가 모험가 조합의 지부장이기 때문에 오늘 찾아온 모험가들의 레벨, 장비 수준, 정보 등이 쓰여있는 종이들도 있었다.
시엘은 주먹을 쥐고 그 보고서들을 바라본다.
“마스터, 인간들은 밤중에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머, 그러면 밤에 활동하는 친구들은 싫어할 텐데 말이지.”
“…… 저도 잠을 자고 싶습니다.”
엘타리스는 울상을 짓는다. 어젯밤에는 꽤 많은 이들이 한둘씩 침입해 던전을 구경하고 갔다. 그 중엔 어린이도 있었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해. 나도 밤중엔 쉬고 싶으니까. 그리고 2층은 해변 필드가 아니라 자연 필드가 될 거야.”
“아직 절반도 주파하지 못하는데 벌써 2층을 구성하시는 건가요?”
“응, 천천히 만들고 있으니까.”
엘타리스는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앞에 놓인 피자도 거의 다 먹었다. 2인분인데 역시 전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밥을 먹고 왔을 시간인데도 많이 먹는다.
“더 먹고 싶어?”
“아, 아닙니다……”
엘타리스는 발을 뒤로 꼬면서 수줍은 듯이 말한다.
나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손에 햄버거 세트를 들려주고 보낸다.
========== 작품 후기 ==========
앞으로 스킬명이나 직업명에 왠만하면 한글로 쓰려고 합니다.
와우저였어서 영어로 쓰는거보다 이쪽이 더 편하거든요..
케스파컵 재미있네요 보느라 늦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