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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66화 (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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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뒤.

나는 엘타리스에게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묶어 책을 만들게 시켰다.

엘타리스는 몇몇 부하 중에서 세뇌한 인간들을 시켜 책을 만들었다. 이건 나중에 사료처럼 쓰일 것이다.

어차피 공간 창출은 매우 쉬운 편이니까, 이런 것 몇 권쯤은 만들어도 보존할 수 있다.

책 필드라던가, 도서관 필드라던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살펴보니 진짜 있었다.

도서관 유령이나, 도서관 사서, 책 골렘, 흰개미 같은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다.

정확한 이름은 책장 필드. 한 칸당 1500 DMP.

한 달 사이에 점점 몸도 회복되어가는 느낌도 들고, 자연 필드도 꽤 많이 확장했다.

그동안 인간들에게서 캐낸 양은 초반에는 하루에 30000 DMP 수준이었고, 인간들의 수준은 생각보다 쉽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더 높은 모험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12만 DMP까지 얻게 되었다. 평균적으로는 순이익 9만 DMP 수준이다.

벌써 총합 180만 DMP에 해당하는 양을 얻었다. 내 던전 위에서 길러지는 인간들은 더 많이 찾아와 벌써 인구가 25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가축들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여전히 몬스터의 수는 500마리 수준. 흙 필드에 200, 물과 불 필드에 각각 100, 자연 필드에 100이 있다.

자연 필드는 시엘이 지키고 있다. 우리 던전의 두 번째 층계를 담당하고 있고, 2000 DMP의 나무 정령, 5000 DMP의 드라이어드, 8000 DMP의 야생 엘프들이 살고 있다.

자연 필드는 거의 모든 DMP를 빨아들여 155만 수준쯤 부었다. 그래서인지 이젠 흙 필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인간들은 점점 자라나 이젠 C등급 모험가 파티도 생길 정도이다. 그들은 자연 필드에 다다르고 두당 죽지 않았을 경우 4000 DMP, 죽었을 경우에는 8000 DMP씩 내뿜고 있다.

스케일이 커지는 만큼 DMP의 유지로 들어가는 것도 상당히 크다. 흙 필드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다.

던전은 그렇듯,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자연 필드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시엘도 엄청나게 방대해진 자연 필드에 마음을 쏟고 있고, 석굴에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다시 시간 마법과 바람 마법을 단련하고 있다.

언뜻 정보를 보았을 때, 바람의 전문가라는 스킬과 함께 시간의 새싹이라는 스킬까지 배웠다.

뭐, 한 주 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대략적으로 이런 정보였었다.

이름: 시엘

종족: 시간의 엘프

레벨: 98

특수 스킬: 시간의 새싹, 바람의 전문가, 계산

하지만, 행복하고 쉬운 일은 그뿐이라던가.

나 홀로 휘장들이 뒤덮인 석굴에서 뒹굴뒹굴하던 도중, 마을의 상공에서 거대한 마력이 나타났다. 이건 엘타리스에게 받은 인간 세상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확인하라는 보주다.

인간 세상, 즉 지상에도 눈 몬스터를 붙이고 있었고, 바로 열어 확인해보니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날아왔다. 리림이다.

인간들쯤이야 몇 죽어도 괜찮지만, 리림이 나타나 장난을 치면서 마을이 반쯤 날아갔다.

그리고 그 리림은 마을의 인간들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던전 입구를 찾으며 시간을 보낸다.

리림의 발에 밟히며 죽은 인간들에겐 애도를 보낸다. 아니, 소멸하지 않으면 부활이 되던가?

던전까지 리림의 손에 망하는 건 싫어서 곧바로 흙 필드에 맞이하러 갔다.

“세이나~ 세이나, 어디 있어?”

“리림, 여기.”

“흐흥~ 역시 내 친구야!”

리림은 곧바로 나에게 날아와 뼈가 부서질 정도로 꼭 껴안는다.

용 꼬리와 붉은 머리카락은 여전하고, 입구에서 바라보는 인간들의 마을 가운데가 불길로 불타는 모습도 보인다.

“인간들은 왜 죽였어?”

“응? 저 녀석들은 또 살아날걸? 그리고 세이나의 던전 위에 벌레들이 사는 건 원치 않으니까!”

“……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아쉽지만 나도 인간이 아니다. 서큐버스이고, 이 던전의 마스터이다.

DMP 획득량이 조만간 다소 줄겠지만, 그뿐인 이야기다. 이젠 내 던전도 상당히 안정화되어서 DMP는 먹을 정도만 있어도 괜찮다.

리림은 내 등을 탕탕 치면서 자기 배를 두들긴다.

“배고파! 세이나.”

“알았어, 가서 먹자.”

“어딜?”

“네가 만들어준 필드지.”

“내가 만들었다고? 언제?”

“음, 이쪽으로 와 보렴.”

리림은 자기가 만들어준 필드를 벌써 잊어먹은 것 같다. 어쩌면 내 이름도 잊어먹었으리라 생각했지만 거기까지 머리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리림과 함께 용암동굴 필드로 나오자, 리림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와! 세이나, 벌써 이렇게까지 만들었어?”

“리림, 이 방, 네가 만들어 준 거거든?”

“우와! 저기 화염개다! 일루 오렴 왈왈이!”

리림은 덩치가 우리 세 배쯤 되는 화염개에게 달려간다. 화염개는 불독처럼 생겼는데, 높이가 3m쯤 된다. 웬만한 인간은 저 강인한 이빨이 물어 죽을 수준이지만, 리림처럼 강인한 힘의 레드 드래곤 앞에선 화염개는 그저 한 마리의 강아지일 뿐이다.

“헤헤~ 귀엽지, 귀엽지.”

“왈……”

저 화염개는 대체 무슨 잘못일까, 그래, 리림의 몬스터였다는 게 잘못이다.

뒤늦게 리파가 나와 고개를 숙이고 리림을 영접한다.

“오셨나요, 리림 마스터.”

“으응! 그래, 이 아이 이름이 뭐였지?”

“리파야.”

“그래! 라파! 만나서 반가워!”

리파의 이름도 바꿔 말한다. 리파는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한 용의 힘을 가진 리림에게 안긴다.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들리지만, 리파의 꼬리와 귀는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는 않는다.

“따뜻해, 마스터.”

“으응! 그래! 나 따뜻해.”

따뜻하다기보단, 리림 양? 용암 마그마 급으로 뜨거운 수염을 지금 코에서 내뿜고 있는데요?

하긴 불여우인 리파는 마그마에서 수영하며 뜨뜻하다고 할 정도이니, 내가 뭐라고 할 바는 아닌 듯하다.

리파는 오랜만에 만난 정수 제공자에게 꼬리를 흔들며 기뻐한다. 마치 어미를 만난 아이처럼 볼비빔을 하며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좋아해 주면 어디 덧나는지, 리파는 리림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꾸르르륵

하지만 곧 리림의 배에서 엄청난 배꼽시계가 울린다.

용의 위장은 얼마나 위대한지 모르겠다. 아마 저 리림의 위장은 용인 폼으로 바뀔 때 줄어들지 않는 듯하다.

“헤헤, 배고파 세이나. 밥 줘!”

“그래, 리림.”

리림의 단도직입적인 말이 편하기는 하다. 시엘의 돌려 말하기나, 대답할 수 없는 질문. 아리에타 언니의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들으면 정말 리림쪽이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오랜 친구처럼 뜨거운 용암동굴에서 피크닉을 펼친다. 나는 이 필드에 자주 오지는 않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150 DMP를 이용하여 피자 15판을 주문합니다.]

[120 DMP를 이용하여 햄버거 12개를 주문합니다.]

“자, 이건 네가 좋아하는 피자와 햄버거.”

“우왓!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잠깐, 껍질은 까고 먹어야지!”

리림이 햄버거의 껍질도 까지 않고 먹으려고 하길래 그 정도는 까준다.

옆에 있던 감자튀김은 입에 털어 넣고 으적으적 씹어 먹는다. 타피도 대식가이긴 하지만, 리림은 타피와 비교하자면 폭식가다.

그래도 먹으며 행복해하는 저 표정을 바라보면 나쁘지는 않을지도?

“리림, 어떤 이유로 찾아온 거야?”

“응! 이거, 헤헤.”

“이거면…… 정말 먹을 거?”

“그래! 리림이 소환하는 먹을 거! 나는 이런 거 못 소환하거든.”

음…… 모르겠다.

내 음식 메뉴에, 그것도 가장 싼 메뉴에 있는 것들이 패스트푸드일 뿐이고, 나는 설마 마스터들 사이에서 패스트푸드 점장이 되는 건지……

“아! 그래, 세이나! 신입 마스터 모임에 참석할래?”

“응……?”

마스터 모임이라니, 마치 운디르나 선배님이 참여한다는 일곱 마스터의 회의 같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대충 보기에도 하루에 수백, 수천만 DMP가 사용되는 운디르나 선배님과 리림에 비하면 내 힘은 너무 미약하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내 추천이니까.”

“그…… 꼭 참가해야 할까?”

“추천할게! 세이나도 이제 80레벨을 넘었지? 아직 회복기지만 괜찮아! 내가 마력을 나눠 줄게.”

“그런가……?”

리림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정보창을 볼 겨를이 없었다. 사실 매일같이 네임드들과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니까……

한번 확인해 보니, 정말 리림의 말대로 레벨이 높아져 있었다. 그것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름: 세이나

종족: 던전 마스터 서큐버스

레벨: 101

종족 스킬: 꿈

특수 스킬: 시간

세부 스탯 ▽

“어…… 벌써 100을 넘었네.”

“그렇지! 세이나라면 분명히 넘을 줄 알았다고! 그래서 같이 가자!”

“내 몸은 어떻게 지켜?”

“네임드는 두 명까지만 함께 참석, 알겠지?”

아직 참석할 생각도 없는데, 리림이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리림과의 말이 끝났을 시점엔, 나는 왠지 그 신입 마스터 모임에 참가하게 되어있었고, 그 주최자가 일곱 던전 마스터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점점 설정 메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한 인플레가 없도록 설정하느라 쓰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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