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 던전 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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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리림!”
“헤헤! 다음에도 또 올게!”
리림의 습격이 끝났다.
게임의 용의 습격 이벤트는 게임이니까 그렇다지만, 진짜 용이 와서 어깨동무를 하고 헤실헤실 웃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
내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로 강한 리림, 그녀가 단순히 잠깐 화난 것만으로 던전 맵이 형성될 정도로 강하기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리림에게 들은 바로는, 신입 던전 마스터 회의는 1달 뒤라고 한다.
내가 태어난 지는 딱 1년째 되는 때, 던전 마스터는 10년 차까지 신입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던전 마스터의 평균수명이 길어서 신입을 저렇게 오래 하는 거지……?
리림에게 마스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단지 리림은 그런 회의가 있고, 거기에 먹을 것과 즐거움이 있을 뿐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니까 누가 강하고 내가 어느 수준인지 열리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흐아……”
리림이 본래의 레드 드래곤 모습으로 변신하고 날아오르자, 바닥에 엄청난 그림자가 남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
손을 들어 눈만 가리고는 리림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현실성이 느껴지는 흙 섞인 바람이 뺨을 때리고, 날아가는 리림의 밑으로 인간들이 각자 부서진 마을을 보며 복구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 세상의 인간들은 얼마나 몬스터들의 습격을 많이 받아왔던 걸까, 얼마나 받았기에 저렇게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걸까?
그들에겐 마스터 급 몬스터의 습격은 자연재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부활이라는 죽음에 대한 관대한 스킬이 있기 때문에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감도 어쩔 수 없다.
그래 봤자 벌레나 손놈 수준을 벗어나진 못하지만 말이야.
인간들이 열심히 복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신입 던전 마스터 모임이라는 말을 다시 곱씹는다.
나는 딱히 준비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저 잘 보이는 게 아니라 못 보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던전 마스터 둘은 굉장한 마이 페이스에 나에 대해 호의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거다.
던전 안에만 몬스터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밖에도 나갈 수 있는 만큼 남의 던전을 습격해 흡수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네임드들의 존재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듯하다.
쌘척하고 싶은 애들도 있을 거고, 코어 때문에 못 나오는 애들도 있을 것 같고,
나는 왠지 연줄 잘 타서 회의에 참석하는 느낌, 리림은 소풍 모임 같은 분위기라고 하지만 리림 기준으로 ‘재미있다’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괜스레 마음만 무거워졌다. 뒤돌아 내려가려고 보니 르테아 언니가 죽은 인간들을 모아 부활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르테아 언니가 두른 은은한 휘광의 오라, 그 모습이 멀리서 보기에도 거룩해 보인다.
인간들에게도 의미 있는 그 오라를 두른 모습은 상당히 아름답고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 치고는 일을 상당히 즐기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대로 흙 필드부터 천천히 내려온다. 습격당한 인간들은 내려오지 않을 거다.
나를 보고 경계하는 스켈레톤들, 아마 내 손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구현된 뼈들이 귀엽게까지 보인다.
내가 다가서자, 주변에 도는 마력을 느끼고는 한두 발짝씩 물러선다.
나를 보호할 두 명의 네임드는 천천히 생각해 볼까,
일단 너무 강하고 유명할 것 같은 두 명은 제외다. 엘타리스는 던전을 너무 많이 주파했고, 아리에타 언니는 운디르나 선배님의 아래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렇다면 나와 비슷한 레벨 100수준에서 찾아야 할지, 리림이 준 힌트는 오로지 80레벨이라는 것뿐이어서 괜히 머리만 아프다.
기나긴 회랑을 걸어가고, 내 힘을 느낀 스켈레톤과 고블린, 임프들은 고개를 숙인다.
내가 마스터라서 숙이는 게 아니라, 그저 힘 때문에 복종한다는 느낌. 인간이 강하면 필사적으로 싸우겠지만, 다른 마스터들이 와도 이렇게 되는 걸까?
함정들은 나를 향해 발동하지 않아서 쉽게 걸어갈 수 있었다.
보스방에 도착하니, 흙 필드의 보스인 스켈레톤 킹도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다.
하이 임프나 로튼 고블린 같은 상급, E급 몬스터들을 거느린 D급 스켈레톤 킹의 방.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내가 나타나자 상당히 경계하는 느낌이 든다.
왠지 이러니까 내가 던전을 주파하는 느낌?
심심풀이로 쌓아두었던 마력을 두르고, 스켈레톤 킹을 향해 위협의 주먹질을 해 보았다.
주먹은 작고 여리지만, 내 주먹이 스켈레톤 킹의 코끝까지 닿자 마력 풍으로 스켈레톤 킹이 쓰러졌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은 무서워서 달아난다.
“어? 야…… 일어나, 일어나!”
나는 치유 계열은 배우지 않았고, 유일하게 치유할 수 있는 건 르테아 언니뿐이다.
그래도 죽지는 않았으니 던전의 회복성에 기대보자.
흙 필드에 너무 안 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흙 필드의 몬스터들이 평균수명 1일을 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던전 마스터인 나도 보기 힘들겠지……
계단을 내려가면 두 번째 층, 자연 필드다.
원래는 바위 필드로 2층을 만들려고 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아쉽게도 나는 지금 네임드를 만들 수 없는 회복기다.
네임드들과의 호감도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중에도 얼마 소환하지 못할 것이지만, 흙 필드와 바위 필드에 알맞은 네임드는 빠르게 얻고 싶다.
자연 필드는 자주 와 봤기 때문에 바로 시엘이 바람을 타고 나타났다.
그리고 시엘이 가르치는 야생 엘프들도 나타났다. 평균 수명 1일짜리 스켈레톤과는 달리 야생 엘프들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주인님!”
“시엘!”
“흐흥! 자연 필드를 소개시켜드릴까요? 리림 마스터가 왔다 갔다고 그러던데요?”
“아, 어 그렇지……”
과연 시엘에게 말해도 될지, 시엘에게 말했다간 두 명의 네임드 중 무조건 시엘이 들어갈 것 같다.
역시 시엘은 나와 붙어살다시피 해서 그런지 내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주인님, 저한테 뭐 숨기시는 거 있죠?”
“응? 하하, 그런 게 있을 리가.”
“말해 봐요.”
“……”
왠지 주변 엘프들을 둘러봐도 내 편은 없는 듯, 다들 싸늘한 눈빛을 보낸다.
내가 젤 높은 마스터인데…… 너희들 내 몬스터 맞느냐?
……
한 자리는 결국 시엘이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거짓 하나 섞지 않고 모든 일을 불어야만 했다.
시엘 무섭다. 시엘은 우리 던전에서 가장 강하다.
“응, 그럼 나머지 한 자리는 타피가 어때요?”
“……타피는 왜?”
“그야 외모 때문이지요. 타피는 강하지만 약해 보이니까요.”
“시엘, 그 말 그대로 타피에게 하면 어떻게 될까?”
“헤헤, 이젠 제가 타피보다 더 강하다고요!”
둘이 싸웠던 적이 있었던가?
그래도 모임에 소녀 셋이 돌아다니면 그건 그대로…… 그림이 될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속삭임에 너무 간편하게 정해버렸다. 타피에게도 말하러 가야겠다.
“주인님, 저는 여기 조금 더 지키고 있을 테니까요.”
“오늘 인간들 안 와, 위쪽 인간들 마을이 반파되었거든.”
“아아! 그럼 오늘은 주인님 곁에서 지킬 수 있겠네요!”
“내 몸 지키지 않아도 되거든? 나도 지킬 수 있거든?”
“얘들아, 오늘은 해산! 다들 쉬고 있어.”
““네!””
야생 엘프들이 한 번에 외치자 땅이 쩌렁쩌렁 울리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시엘은 지금 얼마나 자란 건지, 오랜만에 정보 창을 열어보았다.
이름: 시엘
종족: 시간의 엘프
레벨: 100
특수 스킬: 시간의 새싹, 바람의 전문가, 계산
일주일 전에 비하면 시엘의 레벨은 2 정도 올랐다.
굉장한 성장 속도다. 아니, 한 것도 던전 만들기밖에 없었던 내 성장 속도가 더 놀랍기는 하지만……
그래서 마스터의 심장을 노린다는 걸지도 모른다.
“맞아! 주인님, 오늘도 야생 엘프들의 집으로 구경하러 가실까요?”
“그래, 뭐 나쁘지 않지.”
그리고 시엘과 함께 또다시 자연 필드를 구경했다.
계곡이나 들판 등을 만든다고 듣기는 했지만, 거대한 자연 필드 방 안에 형성된 작은 자연의 모습은 지상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지상은 온대 기후라면, 여기는 열대 기후 분위기? 그만큼 숲이 우거지고, 다양한 초목이 자라고 있다.
해산한 야생 엘프들을 뒤따라 가면, 나무를 파내어 지은 집들이 즐비한 엘프 마을에 도착했다.
야생 엘프들은 아인종으로 구분되기도 하는 만큼 DMP 식사는 아닐지라도 뭔가 다른 종류의 식사를 할 터다.
과일이나 잡은 생선 등을 마을의 중앙에 나와 다 같이해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자, 주인님도 참가하자고요!”
“그래……”
어째서인지 서큐버스인 나는 야생 엘프들의 파티에 초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