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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71화 (71/95)

00071 <-- 신입 던전 마스터 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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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상 경보가 빠르기도 했지만, 나에게만 시간 가속을 걸고 나갔다.

혹시라도 눈이 좋은 리림이 먼저 나와 대기하는 나를 보면 인간들을 학살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리림에게 들킬 위험도 있지만, 시간 정지보다 시간 가속이 마력이 더 연하고, 리림에게는 들켜도 어찌 되리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 정수도 리림은 봤었을 테고.

순간 이동기에 오르자, 몸이 붕 뜨는 느낌이 평소보다 느리다.

시간 가속을 끄면서 지상으로 나오자, 리림이 저 멀리서 날갯짓을 하며 내려온다.

시간 마법을 쓰는 것과 동시에 달려서 그런지 숨이 너무 차다. 심장이 있었다면 터지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인간들의 마을, 이제 막 회복되어 정상작동 하려는 마을에 불을 내뿜으려 하자,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리림을 불렀다.

“리리이이임!”

“……?”

리림은 입에 불길을 잔뜩 머금은 상태에서, 파괴의 흔적이 남은 바닥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저 레드 드래곤이 아직도 내 옆에서 치근덕거리는 리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멍하게 바라보다가 아무 곳을 보고 불길을 내뱉는다.

허공에 회오리치는 불길이 일직선으로 그려지며, 지상에 있는 나까지 뜨거운 기운이 전해진다.

“리리이이이임!”

“쿠우우-‘

다시 한번 소리 높여 부르니 리림에게서 기분 좋은 울림이 들린다.

그 순간 공중에서 용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얀색으로 반짝 빛나고 변한 리림이 그 모습 그대로 바닥에 착지한다.

떨어지면서 땅이 조금 갈라지며 땅이 요동치기는 했지만, 리림은 튼튼해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피해는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지상에서 DMP가 다량으로 생성되어 땅을 뚫고 내려오는 부분을 흡수하는 게 느껴진다.

리림은 지상에 떨어져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

“세이나!”

“기다렸어, 리림.”

정확히는 시간 마법을 쓰고 왔지만, 리림은 방긋 웃으며 나에게 매달린다.

“밥 줘, 세이나.”

“알았으니까, 내 던전으로 내려갈까? 바쁜 건 아니지?”

“어…… 늦었다. 그래도 먹고 가도 돼!”

첫 모임부터 ‘시간도 못 지키는’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던전 마스터가 되기는 싫었다.

하지만 리림의 앞에선 그저 휘둘릴 수밖에 없을 뿐, 리림의 비위를 조금만 맞춰 주고 얻을 수 있는 걸 최대한 얻어가는 게 상책이다.

“세이나, 너한테서 맛있는 냄새 나.”

“응? 아냐, 착각이겠지.”

“흐음- 그런가.”

리림이 나에게서 나는 시간 마법의 잔향을 느낀 걸까.

애써 시선을 돌리기 위해 손을 바삐 움직여 음식을 주문한다.

[20 DMP로 피자 2판을 주문합니다.]

“자, 리림. 이걸 먹고 어서 갈 준비해야지. 여행 중에 많이 먹으면 아쉽잖아.”

“먹을 건 거기 가도 많아! 나는 세이나의 음식을 먹고 싶어.”

리림은 내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다가,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음식을 보고 달려든다.

시간 마법의 잔향이 내게 남은 걸 툭툭 털어내고, 감각 공유로 두 네임드를 불러왔다.

이전보다 레벨이 오른 두 아이는 리림의 에너지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신입 마스터 모임은 어떤 모습일까?

코어를 만드느라 아픈 마스터들이 콜록거리며 모인 병실 모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어차피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건 용, 몽마, 정령뿐.

암흑 물질 필드에나 등장할 법한 촉수괴물 고대신 종같이 무서운 몬스터는 볼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서 수납하고 가자! 세이나는 서큐버스니까 날 수 있지?”

“어어……. 아니……”

리림이 피자를 다 먹고 쩝쩝거리면서 말한다.

생각해보니 날개는 있지만 무서워서 날아보지 못했다.

아니, 날기보다는 내 날개가 워낙 작아 장식품 정도라서 자연풍에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날지 않아도 던전 안에, 그것도 코어 곁에만 콕 박혀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면 내 등에 업혀 가자! 정령들도 그러거든.”

“……그래도 괜찮아?”

“흐흥, 나만 믿으시라!”

리림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을 탕 치며 외친다.

과연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텔레르나 씨를 타고 여기 왔던 경험도 있으니만큼 괜찮으리라 생각된다.

“그럼 갈까? 네임드들은 수납하고!”

“응, 그래…… 그럼 어떻게 타면 돼?”

“이쪽으로!”

리림이 앉아서 뒤로 손을 내민다.

정말 리림의 등에 업히면 되는 건지, 리림의 날개가 여기라는 듯 쫙 벌어지고 꼬리가 흔들린다.

일단 네임드들을 내 손아귀에 수납하자 네임드들에게서 편한 마음이 느껴진다.

수납된 상태에서는 리림의 에너지를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서! 안 그러면 안 태워준다?”

“알았어, 리림……”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리림의 등에 업힌 채로 목을 안았다.

리림은 간지러운 듯 흥흥거리며 코에서 불길을 내뿜는다. 그러다가 초목이 가득한 이 공간이 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내 손이 타버릴지도……?

손을 내려 가슴을 안았다. 손이 그슬리지 않아 다행이다.

“그럼 난다!”

“응, 가자, 리림.”

리림이 땅을 박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동시에 몸이 하얀색으로 빛나고, 나는 그 충격파에 눈을 꼭 감았다.

곧바로 발밑에 딱딱한 바닥이 느껴지고, 뺨을 마구 치던 바람이 잦아들자 눈을 떴다.

“아아……”

머리카락이 맞바람에 의해 뒤로 마구 휘날린다.

나는 경사진 레드 드래곤의 비늘들 사이 빈 공간에 콕 박혀있었다.

키가 20m가 넘는 리림의 본체 모습은 매우 거대하지만, 경사진 부분이 많아 쉽사리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변신한 후 내가 있었던 위치가 까딱 잘못했다간 저 아래로 떨어질 정도이다.

이렇게 거센 맞바람이 조금 잦아들자, 나는 구름 위에 있었다.

밑에선 리림이 내는 쿠우우- 하는 기분 좋은 울림이 느껴진다.

내 키만큼이나 거대한 비늘 속에 몸을 숨기자 바람도 거의 안 느껴진다.

‘세이나~ 재미있지?’

‘어, 응? 어떻게……?’

‘헤헤, 감각 공유와 같은 거야. 여기선 꽤 머니까 세 시간 정도는 걸릴걸?’

‘으응? 순간 이동 장치 같은 건 없는 거야?’

‘그건 던전 안에서만 쓰는 거잖아.’

‘하아…….’

리림과의 텔레파시 통로로 한숨을 내쉬자, 리림의 몸이 갑자기 흔들린다.

무서워서 비늘을 꽉 붙잡았다. 떨어질 것 같아서 아찔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진짜 죽는다.

바닥에 이제 푸른색밖에 보이지 않는 건, 떨어지면 바닷속에 퐁당 빠진다는 소리다.

‘재미있지, 재미있지?’

‘아니…… 죽을 뻔했어.’

‘흐음- 그럼 이건 어때?’

‘으와아앙!’

리림이 이젠 나를 태운 채로 공중에서 회전까지 한다.

인간 시절엔 안전장치 된 놀이기구를 타는 스릴을 즐겼지만, 지금의 몸으로는 불안한 건 참을 수 없다.

게다가 이 용의 등 비늘 속은 아무 안전장치도 되어있지 않다.

‘살려줘살려줘살려줘……!’

‘히히- 세이나는 편안한 게 좋아?’

‘안 그런 사람, 아니 몬스터 없거든요!’

‘흐음- 이상하다~’

아뿔싸, 또 비늘을 잡던 손을 놓쳐버렸다.

공중에 붕 뜬 나는 얼마 있지도 않은 날개를 휘저으며 날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아래로 뚝 떨어지고, 리림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아찔한 순간까지 왔었다.

‘어때어때?’

‘모임 가기도 전에 죽을 거야……’

‘안 돼! 세이나는 죽으면 안 된다고! 나한테 먹을 걸 줘야지!’

‘하하……’

나는 리림의 식량 탱크 취급인지.

리림의 머릿속은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웃으며 얼버무렸다.

정작 얼굴에는 웃음 하나 나오지 않았지만……

같이 날아가 도착하고, 내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리림은 용인 형태로 바닥에 충돌한다.

나는? 공중에 뜬 상태로 근육 경련으로 움직이지도 않던 날개로 어떻게든 활강했다.

내려올 때 각종 마스터들의 응원을 받은 건 잊고 싶었다.

아래쪽에는 느낀 건 금박인지, 황동인지 황금빛으로 빛나는 세련되고 거대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보는 쪽이 맞을까? 지구상에선 볼 수 없는 형태의, 게임 속에서나 볼 법한 형태의 건물이다.

나는 그 건물 정원의, 리림이 떨어져 갈라진 틈 위쪽으로 활강해 내려왔다.

오자마자 박수 소리가 들려 얼굴이 뜨겁다.

여기도 던전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던전은 지하에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나, 아인종들이 만든 별장 비슷한 거라고 생각된다.

그보다도, 정말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으응! 세이나, 그 날개로 날아왔구나, 내 방으로 가자.”

그때, 구원자 같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나는 이때는 모르고 선배님께 달려들어 안겼다.

그 뒤로 나에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붙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독립하고도 선배를 잊지 못하는 귀여운 후배라고…….

========== 작품 후기 ==========

일요일은 할일 밀린 것들 좀 해야 해서 쉬었습니다.

정작 자느라 하나도 못함..

유녀전기같은 플롯도 써보고싶네요.

요새 비슷한 내용으로 하나 올라오던데 재미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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