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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75화 (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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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용의 브래스가 쏟아지는 배경을 뒤로하고, 나는 내 앞에 시비 걸러 온 배불뚝이 아저씨 드라고니안을 노려본다.

“아저씨, 왜 온 거냐고요? 자신을 잡종이라 소개하는 걸 봐선,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호호, 당신은 선배가 있으니 좋겠어요, 그래요, 그래. 선배바라기 씨. 네임드가 마스터가 되는 걸 원하지는 않겠지요, 그것도 저처럼 마스터 없는 네임드 출신, ‘잡종’ 마스터는 말이죠.”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게다가 상대를 마스터라고 부르지 않는 행위는 모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뒤쪽에 있는 깡패 같은 네임드들은 무시하고 정면의 라크리스 씨에게 정면으로 반박했다.

뒤에 있는 네임드들은 전부 자기 마스터를 믿는 듯했다.

늪 필드도 생각해보면 자연 필드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아니면 저 네임드는 물 정수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필드에서 나온 네임드에 당한 던전 마스터가 누구일지,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오호호, 그래요. 그런 모습 참으로 괜찮습니다.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물론 여기서 당신을 해하지는 않을 거랍니다.”

“누가 당하는지는 눈에 선히 보이는데?”

“아아, 아닙니다. 그래요 그래, 선배바라기 씨. 당신은 세 종족 중 하나니까 정수를 멋대로 내겠지요. 참으로 부럽네요. 고유 스킬이 없는 쓰레기들은 마스터가 될 자격도 없지요.”

설마 이 아저씨 드라고니안은 내가 고유 스킬이 없다고 알고 있는 건지?

뒤에서 시엘이 이를 바득바득 갈지만, 나는 시엘을 오히려 팔로 막았다. 얕보이는 게 좋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싸움이 될 것 같아서다. 바로 옆의 던전을 점령해 내 것으로 만들다니, 어쩌면 나에게도 후배가 생기지 않을까?

“시끄럽네요. 여기는 7대 던전 마스터님들이 지켜보시는 장소. 힘이 떨어진 당신이 제아무리 네임드들을 이용한다 해도, 저에게 이길 수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 그 여유, 지켜보겠습니다.”

“잘 가세요, 라크라스 마스터.”

“이름은 알려준 적 없습니다만.”

나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얼굴에 띄우고 손을 휘저으며 작별인사를 한다.

그 인사를 받고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라크라스 씨는 이를 꽉 깨물며 뒤돌아갔다.

그의 네임드들도 주먹을 꽉 쥐고, 근육이 울긋불긋한 게 참으로 귀여워 보였다.

“그런데 시엘, 생각해보니 선배님은 왜 나에게 고유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글쎄요, 저는 태어나기 전이라서 모르겠는걸요. 그리고 주인님! 완전 멋있었어요.”

“뭐, 이 정도쯤이야.”

시엘에게는 여유로운 듯 말했지만, 환상통처럼 없는 심장이 쿵쿵 뛰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DMP 회수량이 극적으로 늘어난 걸 봐선 내 던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확실하다.

그래도 저따위 마스터가 덤비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은 선다.

“시엘, 잠시 방에 가서 쉴까?”

“어? 지금 싸우는 건 안 봐요?”

“아, 그래, 마저 봐야지.”

“흐흐, 역시 주인님이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가 제일 좋아요, 여기, 이거 먹어요. 이거 팝콘이라고 불리는 거죠? 맛있어요, 주인님!”

시엘이 애써서 나를 생각해 주는 모습에 다시 마음이 놓인다.

르테아 언니가 왔으면 어땠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지만, 시엘도 충분히 나를 안정시켜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푹신푹신한 시엘과 함께 용 두 마리의 싸움을 구경했는데, 결국 둘 다 지쳐서 쓰러지는 무승부로 결론이 났다.

“승자는 없음! 자자, 다들 돌아가시고 이 녀석들은 쉬도록 하겠습니다.”

“쯧쯧, 이 덩치만 큰 애송이! 확 여자애로 만들어버릴라.”

“아스타로른 마스터, 아무리 후배라도 그건 아닙니다. 어서 가시지요.”

“그래요, 티엔루 마스터.”

황금용, 7대 마스터. 황제 분위기가 나는 용인의 이름은 티엔루인 것 같다.

왠지 동양용의 이름이 생각나는 그 이름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어차피 듣지도 못할 정도로 살짝, 그것도 2층 발코니에서 피식 웃었을 뿐이지만,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시엘…… 돌아갈까?”

“네, 주인님.”

두 7대 마스터가 약한 두 용을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다른 마스터들은 다들 그렇다는 반응을 했다.

왠지 저 둘은 항상 만나면 싸우는 관계인 듯하다.

그보다도, 나는 이 섬뜩한 눈빛을 피하고 싶어 빠르게 방으로 들어왔다.

수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아직 3시간이 지나지 않은 건지, 방안에 들어오자 새근새근 자며 손을 움찔움찔 움직이며 송곳니로 이불을 깨물고 자는 타피가 보인다.

얼굴에 침이 줄줄 흘러 닦아주고 다시 제대로 눕혔다.

시엘도 감시로 피곤한지, 타피의 곁으로 쓰러져 눈을 슬쩍 감는다.

“하…… 지쳤어요. 주인님을 보호하는 일은 너무 힘들어요.”

“싫으면 따라오지 않아도 되잖아, 푹 쉬는 게 어때?”

“그러면 누가 주인님의 곁을 지켜요오!”

시엘이 주먹으로 침대를 땅 치면서 올라온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등골이 서늘한 이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대체 누가……

그 정체는 분명히 개인 프라이버시 공간이라고 들은 이 방의 문이 열리면서 알 수 있었다.

“아아, 세이나, 미안해.”

운디르나 선배님이 이마에 떨어지는 물을 닦고? 나에게 애처로운 듯, 뭔가를 바라는 듯 바라보신다.

그리고 선배님의 뒤에서, 분홍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의 서큐버스가 등장한다.

인간으로 치면 여중생 정도의 외모나이를 가진 서큐버스가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꼭 껴안는다.

“그, 저기, 선배님 이분은 누구…...?”

“이 아이가 세이나라고? 흐흐 귀여워! 완전 내 취향이야!”

“세이나, 미안해. 내가 이렇게 사과할게.”

대체 운디르나 선배님은 왜 저에게 두 손을 맞잡고 비시고, 이 서큐버스는 나와 볼을 맞대고 비비적거리는 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꼬리를 요염하게 얽으면서 달려드는 이 핑크 머리의 서큐버스의 몸짓을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웠다.

그래, 이 서큐버스는 조금 전 붉은 용을 끌고 간 7대 마스터인 아스타로른 씨니까.

“선배님, 이 분은 대체 왜 이러시는……!”

“세이나, 미안해, 미안해……”

“히히, 세이나, 세이나, 세이나. 이름도 이뻐, 귀여워, 나와 함께 찐한 밤의 데이트 하지 않을래?”

“싫어요!”

운디르나 선배님은 안쓰러운 듯 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이 마스터는 조금 전에 황금용, 티엔루 마스터와 싸늘하게 말하던 아스타로리…… 아니 아스타로른 마스터다. 이제야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아스타로른 씨는 나와 손을 맞잡으면서 이리저리 얽으면서, 눈은 반쯤 풀린 상태로 나를 바라본다.

저 모습이 두렵다.

“어라, 아직도 서큐버스의 특질이 나타나지 않는데?”

“세이나를 그런 식으로 키울 거야? 아리에타에게 맡겨도 성장하지 않았다고. 그러면 원래 있던 그 상태로 두는 게 적당한 거야.”

“흐흥, 그래, 그렇다는 거지?”

대체 서큐버스의 특질이니 뭐니 하는 건 알고 싶지 않습니다만,

“세이나, 너희 던전은 어디니?”

“아스타로른! 내 후배한테 얽히지 말라고! 세이나, 알려주지 말렴.”

“히히 괜찮아 언니가 세이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줄게.”

“싫어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아래쪽에선 민감한 꼬리끼리 얽히고 부드러운 스페이드 부분의 볼끼리 만나 비비기 시작한다.

등골이 저려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싫어하는 표정을 봤는지, 서서히 떨어진다.

“그래, 내가 싫을 수도 있지……”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스타로른 씨.

운디르나 선배님은 팔짱을 끼고 아스타로른을 노려보며 나에게 다가와, 아스타로른 씨에게 빼앗기기 싫은 듯 안았다.

이번엔 물 정령에게 안겨서 물컹물컹한 상태. 선배님께 안기니 마음의 안정은 오지만 지금 상황이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며, 옆에 있는 네임드 둘은 어느새 쿨쿨 자고 있었다.

찐한 마력의 향기가 나는 걸 봐선, [깊은 잠] 마법이 어느새 두 아이에게 스며들었던 것 같다.

“세이나는 내 후배야. 그리고 얘는 독립했다고.”

“그러니까 애가 선배바라기가 되는 거잖아!”

“뭐? 그래, 너는 독립시킨 후배가 많아서 좋겠네!”

“하아, 그러면 뭐해, 다들 남자, 남자, 그리고 가끔 있는 여자는 너같이 가슴 큰 여자들뿐이잖아 나도 세이나 같은 후배 달라고!”

“내 후배는 못 줘.”

어째서 저를 소유물처럼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져 나는 자리를 피하고 싶어도 못 피한다.

시간 정지 마법 같은 건 이 장소에서 쓰지도 못할 테고, 나는 그저 선배님의 품에 안긴 채로 모른 척하고 자는 게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던 것 같다.

“세이나, 세이나? 설마 지금 자는 거야?”

“뭐야 이 향은, 설마 너 또 [깊은 잠]을 쓴 거야? 세이나, 일어나렴.”

“아냐 아냐……!”

당황하는 아스타로른 씨의 말에 나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 작품 후기 ==========

사실 오늘 넘어가는 시간에 연참하려고 했는데

어제 무리한 탓인지 체력이 안바쳐주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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