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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76화 (76/95)

00076 <-- 움직이는 검은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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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른 씨는 자기가 아니라며 얼굴을 붉히면서 나갔다.

그리고 운디르나 선배님은 아스타로른 씨가 나가자 방긋 웃으며 나를 깨웠다.

물침대 위에서 잔 듯한,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선배님, 감사해요.”

“응응, 천만에. 아아, 그래 그 별명은 미안해! 내가 퍼져나가는 건 막지 못해서.”

“아녜요, 그건 제가 잘못한걸요……”

7대 마스터의 후배라는 건 꽤 유명한 듯하다. 눈에 띄기 쉽다.

던전 마스터들은 90% 이상이 10세를 넘지 못하고 죽는 인원이 90%라고 한다.

온 세상에 500명도 채 되지 않는 던전 마스터의 수 중에서 신입이 166명이나 있는 게 그래서다. 여태까지 살아있는 걸 축하하는 의미로 여는 축하회라는 의미도 있다.

그렇기에 7대 마스터의 던전에서 나타난 마스터들은 다른 마스터들에 비해 강하다. 강한 마력이 고인 곳에서, 고유 스킬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 유명하다.

마스터들은 최소한 정수를 내어 네임드를 소환할 수 있어야 하거나, 소환된 몬스터들을 엄청나게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네임드들에게 구역을 맡기고 다른 곳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임드를 만들지 못하는 마스터는 그렇기에 도태된다.

운디르나 선배님의 말에 의하면 내 힘의 잠재력은 7대 던전 마스터들을 뛰어넘을 정도라고 하지만, 그걸 알려지기 원하기 싫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여기 와서도 시간 마법을 봉인 당하기도 했지만, 운디르나 선배님이 뒤를 봐 주고 있었다는 의미도 있다.

“알았지, 세이나? 여태까지 시간 마법은 쓴 적 없지?”

“네……”

“이 문은 닫으면 바깥에서는 듣지 못하니까. 괜찮아!”

하지만 타피는 열심히 들었었다.

어쩌면 네임드들 중에는 엿듣고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타피는 모두 엿들었다고요, 다른 마스터 중에서 위험한 녀석들을 알려줬어요.”

“어머, 그랬어? 괜찮아! 내가 이 방에만 특수 결계를 쳤으니까.”

선배님이 손가락을 튀겨 물방울을 방 밖으로 보내자, 방의 경계선 부근에서 튕겨 나온다.

안에서 밖으로는 소리 따위가 나가지 못하고, 밖에서 안으로는 들어올 수 있는 결계가 있었다.

나만을 위해 그런 결계를 쳐 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진다.

“선배님……”

“왜 울먹이니, 울지 마! 세이나는 이제 자기 힘만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 너무 무서운 녀석들만 막아 줄게.”

“그러면, 여기서 열리는 일은 어떡하죠?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요?”

“그건 우리가 막으니까 괜찮아. 여기서 절대 죽는 마스터는 없으니까. 물론 결투가 일어나면 모르겠지만…… 그것만 피해!”

“알겠어요!”

“꺄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도 전에, 바깥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뛰쳐나갔고, 운디르나 선배님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표면이 파동을 치는 모습을 보이며 뛰어나오셨다.

밖, 그것도 라운지에서 누군가 쓰러진 채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다.

“누구, 누구야……!”

“어머, 세이나, 잠깐 내려가 볼게.”

“네……”

선배님은 이 파티를 주도한 7대 마스터다.

2층에서 뛰어내려 물처럼 흘러 검은 로브를 둘러싼 모습으로 바뀌셨다.

그 자리에 있던 7대 마스터 중 3명이 순식간에 모였고, 이들은 모두 주변을 통제하며 마력의 잔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세 마스터 중 한 명이 말한 위엄이 서린 목소리에 웅성거리는 동요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다들 긴장된 마음으로 그 죽은 마스터를 보고 있었던 건 확실하다.

죽은 마스터는 서큐버스, 그녀에게 [부활]이 들어가지만, 숨을 색색거리며 쉬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부활]이 먹지 않는다.

“이건 대체 뭐야, 누가 이런 극약을……?”

“응? 잠깐만요, [정화]!”

아마 운디르나 선배님으로 보이는 검은 로브가 하얀 마력을 주입했다.

하지만 죽은 마스터 서큐버스는 또다시 숨을 쉬다가 가라앉는다. 꽤나 아름다운 누나 같은 이미지에, 번호표는 7번. 누군지는 아직 인사하지 못했지만, 아마 10년 차에 가까운 마스터일 거라 생각한다.

“뭐? 운디르나 마스터의 마력으로도 정화가 안 된다고?”

[부활]을 쓰던 마스터가 나지막이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 연회장은 술렁이며 엄청난 불안감이 감돌았다.

[부활]을 썼던 마스터, 그 사람이 로브 얼굴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미형, 그리고 중년의 인큐버스의 얼굴이 드러난다.

위엄 섞인 목소리, 마치 꿀이 떨어지는 듯한 목소리는 모든 인큐버스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자 모든 마스터가 그의 말에 [유혹]된 듯,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범인은 나오시오, 용서할 테니까. 아니면 이 성스러운 신입 환영회에서 저지른 벌은 단순한 소멸로는 갚을 수 없을 것이오.”

뒤에서 장내를 다스리고 있던 또 다른 마스터는 조용히 있다가 죽은 시체에 다가선다.

시체는 마력을 완전히 잃고, 육체는 점점 녹아 바닥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미모가 녹아 액체처럼 흐물거리는 모습은 무섭기까지 했다.

“죽인 독은 마력에 반응하는 물질이 아니다. 강한 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그렇다면 반입할 수 있는 자는 마스터가 아니다. 네임드다.”

그 마스터는 무채색의 음성을 지닌, 마치 기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마 그 마스터는 정령 계 마스터인 것 같다.

“먹은 시기는 꽤 오래되었다. 12시간 전, 경. 그때 돌아다닌 네임드는 얼마 없음. 범인 예상은 역병을 쓸 수 있는 다섯으로 제한.”

그가 얼굴을 드러내자 금속 액체로 이루어진 정령의 모습이 나온다.

반짝반짝, 은빛으로 빛나는 표면이 보석같이 아름답고 깨끗하기에 상당히 강렬해 보인다.

잠깐, 저 의미면 내 타피가……?

“…… 연회는 잠시 중단, 모두 방으로 돌아갈 것. 피의자들을 불러 소환할 것.”

“다들 들었지? 메타리온 네임드님의 말대로 다들 돌아가거라!”

술렁이던 회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저 서큐버스 마스터는 나와 육체 나이도, 성격도 완전히 다르겠지만 실제로 죽었다는 모습을 보니 환상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입술을 깨물고 방으로 돌아가니, 아직도 [깊은 잠]으로 자고 있는 나의 아이들이 보인다.

어젯밤, 네임드 중 역병을 쓸 수 있는 건 얼마 없을 것이다.

범인 중 하나로 타피가 지정되는 상황, 그 네임드를 기른 마스터라고 낙인이 찍히면……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

게다가 어젯밤 타피는 이상하기도 했다. 너무 활발하고 멋졌다. 나에게서 선배바라기라는 오명을 지워주기 위해 움직였던 타피의 모습은 모두의 눈에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운디르나 선배님이 내 방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배님, 타피는 아니에요!”

“응…… 그치만 피의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지?”

“아니에요, 타피는 그런 아이가 아니니까요!”

“그래, 하지만 나도 나의 일을 해야 한단다, 세이나. 타피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은…….”

“마지막이 아니잖아요. 분명 메타리온 마스터님이 잘못 보신 걸 거예요.”

“아냐, 그 마스터는 ‘진실을 아는 자’거든. 그의 고유 스킬은 ‘단편적인 지식’. 타피는 알리바이를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예상되는 범인 중 하나야.”

누군가가 나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는 것 같다.

7대 마스터의 힘, 리림보다 훨씬 강한 이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저 타피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밝힐 수밖에 없다. 그저 알리바이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 미란다 원칙이나 범죄자에 대한 인권 같은 것이 이 세상에서 과연 타피가……

눈물이 떨어지지만, 나는 운디르나 선배님이 타피를 데리고 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이나, 마스터들은 모두 방에 감금이야. 먹을 건 꾸준히 주니까 괜찮아. 너도 놀랐겠지만 타피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아이가 아니잖니?”

“네…… 그렇지요.”

운디르나 선배님께 안긴 타피는 새근새근 자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직접 나가 범죄자를 밝힐 수 없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찾아내고 싶다.

마법까지 제한되어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

“너무 울상 짓지 말렴, 다 잘 될 거야.”

“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나와 같은 서큐버스를 노린 범죄였는지 모르겠다.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면서, 소멸한 그 서큐버스에 대한 기도를 했다.

몬스터가 기도를 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지만, 뭐 내 마음이 편한 대로 생각할 뿐이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작품 후기 ==========

시간 마법이 등장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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