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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나는 열심히 말로 혼냈지만, 아이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헤헤, 주인님 꼬리 말랑말랑해.”
“만지지 말라니까, 시엘!”
“마스터 향기가 좋아, 땀이라도 흘렸던 거야?”
“타피, 어딜 만지는 거야. 머리 냄새 맡으면 안 된다고!”
내 꼬리를 멋대로 가져가서 볼로 비비적거리는 시엘이나, 나를 뒤에서 포옹한 채로 킁킁거리는 타피나, 겉모습만 보면 참으로 어여쁜 아이들인데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빨리 돌아가서 르테아 언니와 정상적인 리파를 만나고 싶다. 소멜도 괜찮다.
“헤헤-“
“마스터 좋아.”
아무리 아이들이 말랑말랑 푸근하다고 해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만 나에게 저지르면 싫다. 원래 이런 건 서로 주고받는 관계에서 오가는 행복이다.
그만해달라고 해도, 등골을 타고 찌릿찌릿한 기분이 자꾸만 드는데도, 시엘은 계속해서 꼬리를 만지고 타피는 뒤에서 킁킁거린다.
어째서 아이들과 쉬려고 했는데 내 체력이 더 닳아만 가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이 지쳐서 밖으로 나서려고 하자, 문이 부서지고 먼지가 날린다.
“세이나아아! 밥 줘!”
“아, 리림이다.”
오늘도 그대로 붉은 비키니 갑옷에 굵은 용의 꼬리를 달고 나타난 용인 폼의 리림의 그림자가 보인다.
또 변상을 위해 어떤 마스터가 올 것이고, 리림은 웃으며 넘기겠지.
“세이나, 아픈 거야? 왜 그래? 마력이 없네?”
“응…… 그래서 몸이 안 움직이네.”
두 아이는 리림이 나타나자 무서운 듯 구석으로 숨어 사라졌다.
나는 마력이 완전히 0으로 떨어져 팔이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리림이 어제 아스타로른 언니와 함께했던 것처럼 손을 얽어오기 시작한다.
아스타로른 언니 때를 생각하니 무서운 기분이 들지만, 리림과는 이전에도 한 적이 있다.
“흐읏……”
“세이나, 괜찮아. 내 마력을 받으면 좀 나을 거야.”
“아아…… 아퍼……”
손을 억지로 누르는 듯한 거대한 압력, 거기에 눌려 팔이 순간 빠질 뻔했다.
방금 들리는 뿌드득 찢어지는 소리는 근육이 파열되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뜨거운, 정말 불처럼 이글이글 끓는 리림의 마력이 들어오니 손이 움직이기는 한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겠지?”
“응응, 괜찮아, 세이나! 아니, 그거 줘! 피자!”
아이처럼 보채는 리림에게 웃고는, 손을 뻗어 메뉴를 열고 확인했다.
오늘도 피자를 달라는 건지, 시간이 되돌아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 시간대에 존재하는 나는 하나뿐일 거다.
[50 DMP로 피자 5판을 주문합니다.]
“고마워, 세이나!”
“아냐, 뭐……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지.”
조금 삐걱대기는 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건 움직일 수 있는 거다.
리림은 나에게서 피자 5판을 받아 들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쩝쩝거리는 소리에 타피가 살짝 고개를 내밀었지만, 타피는 리림의 힘에 억눌려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검은 로브를 쓴 7대 마스터가 나타났다.
“하아아암- 귀찮아. 리림 마스터, 시설 파괴로 인한 변상.”
“알다마다! 1만 DMP면 되지 않는가! 자, 받아라!”
“하아- 귀찮아, 졸려. 잠 좀 자게 해줄래요, 리림 마스터? 그래요, 저는 공간 수복을 할 테니, 두 분은 잠시 나가주세요.”
“먹는 건 그대로 먹고 가야지, 안 그래요 루티네 언니?”
오늘 나타난 건 운디르나 선배님이 아니라 루티네 마스터인 것 같다.
아직 제대로 된 흰 용 모습이나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만사가 다 귀찮은 걸 봐선 재미있는 마스터일 것 같다.
하품을 쉬면서, 슬쩍 이쪽으로 다가와 정말 로브를 열었다.
“아, 아름답네요……”
“세이나 마스터님……. 당신은 참으로 여러 일에 연루되네요. 불쌍해라.”
루티네 마스터는 정말 새하얀 인형같이 생겼다.
뿔도 새하얗고, 눈도, 눈썹도, 전부 새하얀 눈처럼 생긴 아이다.
여성 용인 그녀의 꼬리가 아름답게 늘어지고, 눈을 살짝 감으며 코를 살짝 찡그린다.
“리림 마스터, 대체 뭘 먹고 계시는 겁니까?”
“이거, 세이나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야! 언니도 먹어 봐.”
“하아하…… 그래요, 먹어 보지요. 그런데 너무 징그럽게 생겼네요.”
치즈가 쭉쭉 늘어지는 따끈한 피자의 모습에 루티네 마스터는 항상 무표정일 것 같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래도 너무 맛있게 먹는 동족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한 조각을 살짝 입에 물고 깨문다.
“응…… 맛있네요. 이 정도면 잠을 안 자도 될 것 같아요.”
오물오물 씹어 먹는 루티네 마스터는 과연 피자를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 이상할 정도로 조금 먹고선 그런 말을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리림은 이미 두 판은 다 비우고, 다음 판을 열었다. 그리고 콜라를 따서 탄산이 치익- 튀기는 소리를 내며 벌컥벌컥 들이켠다.
“이건 뭔가요? 세이나 마스터님이 더 잘 아실 것 같네요.”
“아, 그건 콜라라는 건데, 피자랑 같이 먹는 주스.”
“주스라니, 정수 같은 건가요? 한번 먹어보도록 하지요.”
큰 페트병을 살짝 열어 입에 갖다 대고는, 살짝 입술만 적시며 마신다.
하지만 그 순간, 무표정이 갑자기 밝아진다. 저 아름답고 인간 같지 않은 알비노 용인이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이나 마스터님. 당신 던전의 위치는 어디인가요?”
“아, 그게……”
“내가 아니까 같이 가요! 언니!”
“그래요, 철부지 리림과도 함께 할 수 있는 법이죠. 흠흠, 그래 나는 이것 좀 가져갈게요.”
“흐응-? 언니 그건 내가 세이나에게 받은 거야!”
루티네 마스터는 축축 늘어지는 말과 행동을 보이다가, 피자 판 하나와 콜라를 잡으려는 리림을 순간적으로 노려본다.
그리고, 왜 7대 던전 마스터가 되었는지 알 법한 눈빛이 보였다.
정말, 진심으로,
나는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마스터들보다도,
루티네 마스터의 눈에서 튀는 하얀 불꽃에 튀겨질 뻔했다.
“리림 마스터, 알겠지요?”
“네…… 언니.”
“세이나 마스터님, 저희 친하게 지낼까요?”
“네네……!”
나도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본 루티네 마스터를 보니 입술이 얼어붙어 제대로 말이 맺히지 않았다.
루티네 마스터는 피자 한 판과 콜라 한 판을 가지고 떠난다. 아니, 떠나지 않고 부서진 문을 바라본다.
그리고…… 리림은 또다시 일을 낸다.
“드어어어어억!”
콜라를 먹고 난 뒤의 용트림, 아니 드래곤 브레스를 루티네 마스터가 있는 쪽으로 쏜다.
뒤늦게 입을 가리지만, 입에서 나는 연기까지 지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도 루티네 마스터는 하나도 그슬리지 않았다.
그래도 한숨을 쉬며 리림을 잡아 끌어낸다. 왠지 나도 루티네 마스터에게 안겨 끌려 나왔다.
루티네 마스터는 다시 검은 그림자가 서린 후드를 뒤집어쓴다.
“두 분, 잠시 이 방에서 추방하겠습니다. 그리고 세이나 마스터님은 원래 방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쪽 방은 문제가 없으니까요.”
“네……”
그런데 잠시, 다들 시간의 왜곡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심장이 다시 노려진다고 생각하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운디르나 선배님을 만나 그 걱정은 괜한 걱정임을 듣게 되었다.
“세이나!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지? 리림은 가 보고, 나는 오랜만에 세이나랑 이야기 좀 할게.”
“그…… 잠시 아이들 좀 [수납]할게요.”
아이들은 드래곤 브레스에 기절한 것 같다.
뒤돌아서 아이들을 손아귀에 수납하고, 운디르나 선배님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천천히 걸었다.
“응응, 그래, 세이나. 너 또 시간 마법을 썼지?”
“네……”
“그야 뭐, 다들 아스타로른 마스터가 또 귀여운 세이나를 보고 폭주하고 단독으로 처리한 사건으로 처리되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행운은 없을 거란다?”
“그렇네요……”
아스타로른 언니가 폭주한다, 뭐 그런 사건으로 해결된 건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
그래도 내 앞에선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고 버티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은 상당히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신경 썼던 일이 끝나자, 완전히 긴장과 함께 몸이 풀린 느낌이다.
“아휴……”
여전히 이 건물은 파티장이다, 그리고 라운지로 나오면 가장 큰 파티 장소가 펼쳐져 있다.
멋대로 떠드는 던전 마스터들과 축하회, 그리고 각종 종족의 마스터와 네임드들로 붐비는 공간이다. 사이사이에 보이는 검은 로브들은 이 축복의 축제를 수호하는 마스터들이다.
“그땐 미안했으니까, 나도 로브를 벗고 잠시 세이나와 함께 걸을까?”
“네…… 그런데 선배바라기라는 별명은 싫어요.”
“아냐, 문제는 없을 거야. 오늘은 투명 마법으로 날 가리고 다닐 거거든!”
오늘따라 운디르나 선배님도 약간 하이텐션이 된 것 같다.
뭐, 다른 7대 마스터라는 분들보다는 그래도 운디르나 선배님의 곁에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 작품 후기 ==========
루티네의 일상 어투를 존칭으로 바꿨습니다.